날씨가 매섭고 밖에 나가기 싫은 계절인 겨울. 그 겨울날 따스한 아랫목에서 이불을 덮어쓰고 조용히 겨울을 즐기면서 책장을 하나씩 넘겨본다. 참 따스하다. 평범하지만 철학적인 말들이 많은 있는 그대로가 아름답습니다. 이 책으로 추운 겨울 하루를 또 따스하게 보내본다. 어릴 적 아무런 그림도 없는 옆에서 정성스레 그림을 그려 넣고 그리운 사람에게 따스한 글을 적은 것이 생각난다. 그림과 글씨를 예쁘게 그리고 적은 건 아니지만 그래도 그 따스함이 아직도 남아있다. 그 아련한 따스함이 있는 그대로가 아름답습니다를 보면서 다시 생각난다. 소박하지만 철학적 의미가 있고 단순하지만 인생의 의미가 담겨있는 이철수화백의 판화. 판화란 참 생소하다. 학창시절 고무판에 음각으로 판화를 해본 게 마지막 기억인 듯 하다. 그런데 이렇게 따스하고 소박한 그림들이 판화로 가능한 줄은 몰랐다. 이철수 화백의 철학이 고스란히 담겨 있는 판화이다. 그래서 그런지 책을 읽는 내내 그림을 보는 시간이 더욱 많았다. 글을 읽고 그림을 보며 그 글의 의미를 나름 해석해 보기도 하고, 때론 그림을 먼저보고 글을 음미해 보기도 했다. 시골에서 사는 삶이라서 그런가? 도시에서는 느낄 수 없는 향기가 난다. 반쪽 사과도 푸른 숲도 그리고 비가 오는 바깥 풍경도 나에겐 익숙하지만, 그 느낌들의 판화가 너무 좋았다. 부드러우면서도 따뜻하고 향기가 없는 그림인데도 향기가 나는 것 같다. 때론 편지처럼 누군가에게 이야기도 하고 때론 일기처럼 자기 자신에게 이야기도 하고 때론 사설처럼 세상에 대해서 이야기도 한다. 사람 저마다 생각하는 바 다르고 살아가는 바 다르지만, 나는 이런 책이 참 좋다. 한번에 읽어 버리기엔 너무 아까운 책이다. 손이 닿는 가까운 곳에 두고 마음이 어지럽고 외로울 때 읽으면 마음이 따스해지고 기운이 난다. 한 삶을 살면서 돈도 중요하고 사람도 중요하고 명예도 중요하다. 하지만 그 어느 것도 최우선이 되어선 안된다. 바로 자신이 가장 중요하다. 자신을 잃어 버리고 사는 사람이 얼마나 많은가? 그 잃어 버림으로 외로워하고 고통스러워 한다. 이 책이 있어서 아름답고 내 사랑하는 이들과 내게 주어진 환경들이 있는 그대로가 아름답습니다.라는 말에 적절하게 녹아 든다. 나의 마음을 따뜻하게 해주는 사람이 생각나면 꼭 선물해 주고 싶은 책. 이철수 화백처럼 나도 누군가에게 따스함을 줄 수 있는 글을 썼으면 좋겠다고 다짐하면서 책의 마지막 장을 덮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