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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이 불어, ... 널 이별해
김현희 지음 / PageOne(페이지원) / 2008년 12월
평점 :
품절
잘 지냈지? 오늘 좀 만났으면 하는데? 시간 있어?
그래.....오빠. 난 시간 괜찮아. 어디서 볼래?
우리 자주 가던 레스토랑 있지? 거기에서 7시에 보자
그래..알았어.
놀라지 않는 그녀의 목소리에 수화기를 들고 있던 내가 더욱 놀랬다.
나의 편지에도 나의 전화에도 애써 피하던 그녀였는데,
갑작스레 휴가를 나와서 전화 했는데도 전혀 놀라는 기색이 없다.
이유가 뭔데? 내가 싫어 진 거야?
오빠...그건 아니야.
오빠가 싫어진 게 아니라 대학 생활하면서 오빠 기다리기가 힘들어졌어.
그 이유가 전부 인 거야?
응.....
그리고 그녀는 대답이 없다.
이미 마음을 많이 정리하고 나온 자리라 나도 그녀도 꽤나 덤덤하다.
"그래..앞으론 니가 누굴 만나든지 함부로 사랑한다고 말하지마.
그 사람은 그 말 한마디에 널 가슴에 품게 되고 널 평생 잊을 수 없으니까.."
정말 힘들게 사랑을 시작했고 정말 힘들게 서로의 사랑을 확인하고 지내던 우리는
그렇게 이별을 했다.
나이가 어린 학생이든 머리가 하얗게 새어버린 노인이든,
사랑은 누구나 할 수 있다.
사랑은 열정과 같다고 할 수 있지만 젊은 사람만의 전유물만은 아니다.
하지만, 혈기왕성하고 앞을 잘 내다 볼 수 없지만,
자유가 주어진 젊음은 겁 없이 사랑을 한다.
그리고 그 겁 없는 사랑은 잘 치유 할 수 없는 이별을 안겨준다.
이별 없이 결혼을 했든 몇 번의 가슴 아픈 이별을 했든지 그게 중요한 게 아니다.
사람은 이별을 위해 사랑을 한다.
누군가를 사랑하게 되는 순간 벌써 이별을 준비 할지도 모른다.
적어도 나는 그런 거 같다.
그래서 사랑을 다시 시작하지 못했다.
아니 사랑을 다시 할 수 있지만,
앞만 보고 그 사람이 아니면 죽을 거 같은 사랑은 다시 하지 못할 것 같다.
그렇게 하루 하루를 그리고 한달 두 달을 그리고 일년 이년을 보내다 보니
이젠 혼자가 더 익숙하고 편안하다.
그렇게 외로움도 나의 친구가 되어갔다.
바람이 불어....널 이별해는 제목에 보이듯이 이별을 통고 받은 여자가
100일 동안 써 내려간 일기다.
누군가를 건성으로 만났다면 이런 감정을 느끼지 못하겠지만,
너무 익숙해져서 공기가 있을 땐 모르지만 없을 땐 죽을 수 있듯이
사랑도 너무 익숙해져 한번쯤 다른 사람을 만나보고 싶지만,
그건 곧 죽을 수도 있다는 이야기다.
그렇게 그는 그녀를 떠나갔다.
믿을 수가 없다.
그에 대한 나의 사랑을 시험하는 건가?
아님 장난치는 건가?
아님 혼자 잠깐 있고 싶은 건가?
이 시기를 지나면...
내가 무얼 잘 못했나?
내게 무엇이 부족한가?
왜 나에게 이런 아픔을 이런 슬픔을 주는 건가?
다른 사람이 생긴 거야?
그런 거야?
혼자서 죽도록 생각하고 몸 부림 치고 울어보고 술에도 취해본다.
그리고 헤어졌는지 아닌지 분간하기도 힘들다.
그러다가 친구를 만나고 더욱 바쁘게 살다가 그라는 그림자를 내 곁에서 조금씩 지워 나간다.
그리고 그를 다시게 만나게 되면 일말의 희망이 생기기는 하지만,
그건 아주 작은 나의 소망일뿐,
그 소망은 오히려 간직하는 게 더욱 아름답다는 걸 알게 되는 순간,
그는 영원히 내 곁에서 잊혀지면 내 가슴 한켠에 추억이라는 이름으로 남을 뿐이다.
그렇게 우리는 모두는 사랑하고 이별하면 또 잊어간다.
결혼을 해서 가정이 있어도 혹은 아직 혼자 살고 있더라도..
인간이면의 본성에는 항상 사랑과 이별을 갈망한다.
그래서 슬플 때도 있고 기쁠 때도 있는 것이다.
너무 익숙한 듯 하지만 오래된 기억에 이 책을 정말 빨리 읽을 수 있었다.
읽는 내내 옛 생각에 잠겨 보았다.
아직도 나는 그녀를 잊지 못한 걸까?
아니다 이 책의 그녀가 그를 잊어가듯 나도 그렇게 잊었다.
그냥 이제는 좋은 추억만 남아 있을 뿐..
나의 옛 사랑도 바람이 불어... 잊어졌으면 좋겠다.
(이번 서평에는 작가에 대한 어떤것도 그리고 이 책에 어떤것에 대한 서평보다는 옛 추억을 생각나게 하는 이 책의 느낌에 대해서 서평해 보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