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텔링 원론 - 옛이야기로 보는 진짜 스토리의 코드 대우휴먼사이언스 20
신동흔 지음 / 아카넷 / 201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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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가 뭐길래?
람들은 오늘도 이야기를 듣는다. 영화와 드라마와 연극과 웹툰을 보고, 소설과 희곡과 동화를 읽고, 민담과 설화를 듣는다. 오늘날만 그러한가? 지구 반대편에서는 고대 그리스 시대부터 연극과 신화가 역사사를 장식해왔고, 이 땅에서도 신화, 전설, 민담을 포함한 이야기들이 사람들의 삶속에서 함께 어우러졌다. 도대체 이야기가 무엇이길래. 소위 '먹고 살기 바쁜' 사람들을 가상의 세계속으로 끌어당기는 것일까? 도대체 무엇이길래, 긴 사람의 역사와 함께 이야기의 역사를 만들어왔던 것일까? 

호모 스토리언스
32인간의 인지는 본질적으로 스토리적이다. 사람들이 생각하고 말하고 행동하는 일련의 과정은 기저에 스토리가 작용하며 그리하여 현상적으로도 스토리적으로 실현된다.

38 인간의 상상은 제한돼서는 안 된다. 반경 없는 역동적 스토리의 생산이 멈춰서는 안 된다. 진짜 스토리가 계속 만들어지고 소통되고 구현되어야 인간은 본래의 아름다움을 오롯이 발현할 수 있다.

저자의 견해에 따르면 이는 너무나도 당연한 일이다. 인간은 본래 스토리적 존재이기 때문이다. 저자는 인간을 '호모 스토리언스Homo Storiens'라고 말하며, 인간이 본래 스토리적으로 사고하고 행동하는 존재라고 규정한다. 돌이켜보면 나의 삶도 그랬고, 따지고 보면 그 누구의 삶도 그렇다. 모두가 이야기였고 이야기이며 이야기일 것이다. 그리고 나의, 당신의, 세상의 이야기는 지금도 현재 진행형이다.

스토리에 관한 깊고 넓은 이야기
이 책 '스토리텔링 원론'은 이야기에 관한 총체적 이야기다. 먼저, 경험적 실재를 넘어 상상의 세계로 뛰어드는 스토리적 인간이 갖는 함의를 짚어본다. 이야기의 원전이라고 할 수 있는 신화, 전설, 민담 속에 숨어있는 이야기의 '원형'을 짚어보고 그 안에 녹아있는 인간의 삶을 들여다본다. 서사의 구성요소인 화소(모티프)에 대해서 알아보고, 나아가 그들이 총체적으로 구성되는 구조론에 대해 서술한다. 후반부에는 앞서의 서술을 바탕으로 다양한 이야기들을 직접 분석하며 구체적이고 실재적인 배움의 기회를 제공한다. 더 잘 쓰고 싶은 이야기꾼들에게, 더 잘 읽으며 듣고 싶은 관객들에게, 다채롭고 흥미로운 배움의 기회가 될 것이다.

상징적 설화 vs 구체적 소설
78 설화와 소설은 서로 다른 문학적 지향성을 지니는 이질적인 담화 양식일 따름이다. 소설이 현실적 구체성과 총체성을 지향한다면 설화는 서사적 상징성과 함축성을 지향한다. 소설이 근대적·전문적 양식이라면 설화는 원형적·보편적 양식이다. 설화와 소설은 모두 그 자체로 완전하며 서로 다른 미적·인식적 가치를 지닌다.

저자는 설화와 소설의 우열을 나누는듯한 기존 이론을 비판하며 각자의 완전함을 이야기한다. 구체적이고 명확하게 드러나는 것이 소설의 아름다움이라면, 은은하고 비유적으로 드러나는 것이 설화의 아름다움이다. 그렇다면 이것이 이분법적으로 구분되는 것일까? 꼭 그렇지만은 않다. 서사적 전개의 과정 속에서 두 요소의 특성을 함께 버무려 표현할 수도 있을 것이다. 개인적으로 이 부분을 읽으며 '내가 선호하는 서사'에 대해서 짚어볼 수 있었다. 그동안 내가 읽고 들은 스토리 중 깊이 빠져들었던 작품들은 대부분 '설화적' 특징을 갖고 있었다. 상징과 비유속에서 발견과 이입의 놀이를 즐기며 작품에 빠져들었다. 그동안 나는 내가 '무엇을 말하냐'만을 중요히 여기는 줄 알고 있었지만, 어쩌면 '어떻게 말하냐'를 더 중요하게 느끼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해보았다. '무엇'과 더불어 '어떻게'에 주목하기. 다른 파트에서 배운 '화소', '구조분석'과 더불어, 앞으로의 읽기가 더욱 풍성하고 흥미로워질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을 갖게 되었다.

백설공주에 담긴 원형적 서사
238 이름조차 백설인 저 아이는 순수의 표상이다. 티 없이 맑고 순수한 아이. 백설공주는 순수한 선의와 긍정, 그리고 믿음의 존재다. 어떤 구김도 가식도 없이 마음 그대로 행동하는 존재.

239 간악한 폭력이 횡행하는 세상에서 변함없는 순수와 긍정으로 살아간다는 것은 어떤 일이며, 마침내 어떠한 결과를 가져오는가?
이 설화의 일련의 전개는 이 인생론적 화두에 대한 서사적 답변으로서 의의를 지닌다.

240 어떤 환경 어떤 상황에서도 순수와 믿음을 잃지 않고 해맑은 자유와 긍정으로 움직이는 것, 거친 난쟁이를 기꺼이 친구로 삼아 더불어 살아가고, 악의 가득한 노파에게 활짝 문을 열어주는 것. 그것이 백설공주의 아름다움이다. 안에서 우러나오는, 존재 그 자체인 아름다움.

이 책의 후반부에는 다양한 단편 스토리들을 소개하며 전반부에서 다뤘던 이론의 도구들을 통해서 분석하고 해석한다. 스토리의 본문과 저자의 해석으로 이루어진 사례 탐구 파트는 응용과 이해의 측면에서 유익하면서도, 가장 재미있게 읽어내린 파트였다.
백설공주와 일곱난장이. '얼굴이' 예쁜 공주가 시기, 질투 때문에 고통을 겪지만 백마탄 왕자님 덕분에 오래오래 행복하게 살게 되었다는 단순한 권선징악 이야기로 기억해왔다. 하지만 이 단조로운 이야기는 인간 삶에 대한 통찰의 시선을 담고 있었다. 백설공주가 가진 아름다움의 근원은 외모가 아니었다. 순수와 믿음과 자유와 긍정이 드러내는 내적인 아름다움이었다. 때문에 자신의 존재 자체로 충분했다. 하지만 여왕은 달랐다. 진실의 거울에게 누가·제일·비교적 예쁘냐고 물었던 그 순간부터 거울의 대답은 정해졌을지도 모른다. 물론 혹자는 말할지 모르다. 현대 사회를 살아가면서 비교와 경쟁으로부터 자유로워지는 것이 가능이나 하겠냐고. 지나치게 이상적인 이야기 아니냐고. 그런데, 그렇기 때문에 우리에게 더욱 이야기가 필요한 것이 아닐까? 사람은 누구나 이상과 현실의 괴리속에서 고통받고 좌절한다. 구원을 적극적으로 획득하거나 소극적으로 기다리고, 절망속에 포기하고, 현실을 외면하기도 한다. '원형의 이야기'는 작중의 서사를 통해 인간의 삶이라는 서사를 투영한다. 그리고 우리에게 공감의 위로와 지혜의 단서를 건넨다. 그 다음은 오로지 오롯이 독자의 몫이다.

쓰여진 이야기, 써나갈 이야기
305 이야기는 입으로 말하고 귀로 듣는 과정에서 자기 것이 된다. 그 기억과 구성의 과정에 자동적으로 스토리적 인지가 작동하거니와, 그 시간은 곧 우리 자신이 스토리적으로 움직이는 시간이 된다.
이상이 있고 현실이 있다. 상승이 있고 하강이 있다. 극복이 있고 절망이 있다. 구원이 있고 좌절이 있다. 그리고 그 사이에 이것이 있다. '상상력.' 나의 좌절과 절망을 기억한다. 나의 이상과 성장과 구원을 소원한다. 눈과 귀와 마음을 열고 이야기가 이야기하는 비유와 상징의 세계에 공명한다. 무한한 상상력은 새로운 창조의 씨앗을 잉태한다. 이제 내가 이야기 할 차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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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분 스탠딩 건강법 - 앉는 습관이 당신을 죽인다!
오카 고이치로 지음, 이유라 옮김 / 북라이프 / 201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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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나 긴 시간을 앉아서 보내나요?
서 있는 시간 빼고는 하루종일 앉아있는 것 같다. 당연한 소리지만 그만큼 앉아서 보내는 시간이 길다는 말이다. 앉아서 일하고 앉아서 공부하고 앉아서 쉬는 요즘의 사람들. 그런데, 만약 오래 앉아있는 것이 건강에 치명적인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면? 보이지 않는 건강의 위험을 가중시키며 장기적으로 각종 질병이 나타날 가능성을 끌어올린다면? 당장 자리에서 일어나 자신이 하루 중 얼마나 긴 시간을 앉아서 보내는지 짚어봐야 할 것이다.

책이 담은 이야기
이 책 '5분 스탠딩 건강법'은 좌식생활이 건강에 치명적인 문제를 일으킬 수 있음을 지적한다. 앉아서 생활하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증가할 수 있는 건강위험을 나열하고 각종 연구결과를 통해 부연한다. 하지만 좌식생활을 피할 수 없는것이 현대인의 삶이다. 이에 생활속에서 시도할 수 있는 간단한 운동처방을 제시한다. 간단하면서도 어렵지 않은 '5분 스탠딩 건강법'들을 배우고 실행함으로써 치명적인 건강문제들을 예방할 수 있다고 말한다. 상대적으로 활동량이 적은 사무직 직장인들, 학생과 수험생들에게 생활속에서 건강을 지켜나가는 법을 배울 수 있는 의미있는 독서의 시간이 될 것이다.

건강의 적: 앉아있는 생활
8 장시간 앉아 있는 생활은 우리의 건강을 위협하고 당뇨병, 고혈압, 심혈관계 질환, 뇌경색, 암, 심지어는 우울증과 치매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병을 유발한다는 것이다.

8 최근에 아주 충격적인 연구 결과가 보고되었다. 1시간 동안 가만히 앉아 TV를 보고 있으면 수명이 22분 줄어든다는 것이다. 좌식 생활 연구의 선두 주자인 오스트레일리아의 연구기관에서 공표한 내용이다.

13 사람은 걷고 움직이는 일을 통해 온몸 구석구석까지 혈액을 보내고 살아가는 데 필요한 산소와 영양을 공급받아 체력과 근력을 높인다. 하지만 가만히 앉아서 움직이지 않으면 피가 잘 돌지 못하고 대사 기능이 떨어지며 다르 근육이 약해진다. 그리고 신체뿐 아니라 마음과 생활 등 모든 면에서 부조화가 발생한다.

앉아있는 것이 건강에 좋지 않은 이유는 다름이 아니다. 산소와 영양은 혈관을 따라 움직이고, 이러한 혈액순환을 촉진하기 위해서는 걷고 움직이는 활동이 필요하다. 본래의 인류는 태초부터 긴 시간을 그렇게 살아왔을 것이다. 하지만 현대인은 사정이 다르다. 학교에 입학하면서 직장에 이르기까지, 대부분의 시간을 앉아서 보낸다. 심지어 일과를 마무리 한 후의 휴식시간 마저도 컴퓨터나 TV, 스마트폰과 함께 앉아서 보내는 경우가 많다. 그러니 신체와 마음과 생활에 부조화가 생길 수 있다는 저자의 지적인, 대부분의 사람들이 귀담아 들어야 할 현실일 것이다.

움직임으로 좋아지는 몸과 뇌의 건강
35 가만히 앉아 있는 상태로 오랫동안 움직이지 않으면 하반신의 혈류가 악화되어 혈전이 생기고, 피가 응고된 이 덩어리가 혈액과 함께 이동하면 폐의 혈관이 막혀서 폐 색전증 등을 유발한다. ... 오사카 대학교 연구팀은 그 대책으로 의식적으로 자주 일어나 움직이는 방법, 다리를 마사지하거나 수분을 섭취하여 혈류를 좋게 하고 혈전이 생기지 않게 하는 방법을 추천한다.

71 업무 중 앉아 있는 시간이 길어지면 다리에서부터 혈류 장애가 시작되어 전신으로 퍼져나가게 되는데 이때 뇌혈류도 악화되어 집중력이 떨어지고 결과적으로 업무 능률까지 떨어지는 현상이 일어나기 쉽다. ... 가만히 앉아 움직이지 않으면 마음도, 뇌도 운동 부족 상태가 되어 왠지 우울해지고 마는 것이다.

128 앉은 자리에서 일어서면 앉아 있는 동안 잘 통하지 않던 혈액이 전신을 자극하며 흐르게 되어 혈류가 좋아지고, 그 영향으로 혈압과 혈당 수치가 내려가며 혈관 기능이 좋아진다.

기본적으로 저자가 권하는 방법은 가급적 자주 일어나서 움직이라는 것이다. 그럼으로써 혈류장애를 개선하고 혈액순환 개선으로 인한 신체적, 인지적 효과를 누릴 수 있다고 말한다. 나아가 이러한 혈류개선 효과를 극대화 할 수 있는 '5분 스탠딩 건강법'을 구체적으로 제시한다. 자리에서 일어나 즉시 시도해볼 수 있는 방법인만큼, 바쁜 현대인들의 피로를 풀어줄 실용적인 방법이 될 것 같다.

내가 실천할 스탠딩 건강법
나 역시 이 책을 읽기 전까지 앉아서 일과를 보내고 앉아서 휴식을 취하는 보통의 현대인이었다. 하지만 책을 읽은 이후로 가급적 30분에 한 번씩, 1시간에 한 번씩은 5분 스탠딩 건강법을 실천해보고자 노력하고 있다. 이 글을 쓰는 중에도 앉아서 휴식하기보다는 일어나서 몸을 풀어주고는 했는데, 뇌혈류가 개선된 덕인지 조금 더 몰입도있게 글을 적어나갈 수 있는 것 같기도 하다. 앞으로도 뇌와 몸의 건강을 위해서 적극적으로 자리에서 일어설 계획이다. 다시 또 일어날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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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민한 게 아니라 섬세한 겁니다 - 뇌과학자가 말하는 예민한 사람의 행복 실천법
다카다 아키카즈 지음, 신찬 옮김 / 매일경제신문사 / 201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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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민한 뇌과학자가 말하는 예민함 이야기
여기 한 뇌과학자가 있다. 이름은 다카다 아키카즈. 1935년 시즈오카현 출생으로 미국 로스앤젤레스주립대 조교수, 하마마츠의과대 교수를 역임하고 현재 동 대학 명예교수로 있으며 혈액학, 생리학, 대뇌생리학의 전문가이다. 그리고 외부 자극에 쉽게 반응하고 타인의 반응을 지나치게 신경쓰며, 심지어 종종 3살 때의 일을 떠올리며 자책하던 예민한 사람이다. 즉 예민한 뇌과학자이다. 그런 그가 예민함에 관한 진솔한 이야기를 풀어놓는다. 민망하고 부끄러울 수 있는 자신의 기질과 에피소드를 담담하게 고백하고 뇌과학적 지식을 바탕으로 예민함을 해석하며, 예민함을 바탕으로 삶을 긍정적으로 가꿔나갈 수 있는 방향성을 제시한다. 그리고 말한다. 예민한 게 뭐 어때서요? 예민한 게 아니라 섬세한 겁니다!

예민한 사람들을 위한 이야기
이 책 '예민한 게 아니라 섬세한 겁니다' 는 예민한 사람들을 위한 책이다. '왜 이렇게 예민하게 굴어?', '나는 왜 이렇게 예민할까' 처럼 흔히 예민함은 부정적인 성향으로 타인에게, 그리고 자신에게 받아들여지고는 한다. 하지만 저자는 이러한 관점을 뒤집는다. 1장 '당신은 예민한가요?'에서는 예민함의 일반적 특징을 짚어본다. '한 번에 많은 일을 감당하기 힘들다', '항상 자신을 탓하기 바쁘다', '마음이 남들보다 잘 흐트러진다', '스트레스로 컨디션을 망치기 쉽다'등 예민한 사람들이 경험하는 일반적인 문제 상황들을 짚어본다. 2장 '예민하다는 것은 무엇일까요'에서는 예민함을 뇌과학적 관점으로 짚어보고, 예민함에 대한 통념적 관점을 뒤집는다. 3장 '예민하다는 게 뭐 어때서요?'에서는 예민함으로 인해 흔히 경험하는 문제 상황에 대한 대응방법을 제시하고, 나아가 예민함을 수용하고 활용함으로써 자기다운 삶을 살아갈 수 있음을 주장한다. 평소 스스로 예민하다고 느끼는 분들께, 그래서 고통을 경험하고는 하는 분들께 이 책의 독서는, 자신의 특별함을 사랑하고 행복을 향해 나아갈 수 있도록 돕는 색다르고 유익한 경험이 될 것이다. 

쉽게 흔들리는 사람들
28 일이 잘 풀려도, 생각보다 최악의 경우가 아니어도 사소한 잘못을 들춰내어 자신을 탓하기 바빴다. 걱정을 사서 한 것도 모자라 불려서 한 셈이다. 그러다 보니 상대에게 화를 드러내지 못했다. 감정의 칼날은 항상 나 자신을 향해 있었고 모든 고민을 마음속에 쌓아두는 나날을 보냈다.

40 예민한 사람은 남이 볼 때 정말 아무렇지도 않은 일에도 신경을 즉각적으로 곤두세우고 격하게 반응한다. 그렇다고 해서 모든 자극에 쉽게 반응하는 것은 아니다. 자극에 쉽게 반응해서 정신적으로 피로함을 자주 호소하니 모든 자극에 일일이 반응할수는 없다. 다만 느껴도 반응하는 모습을 안 보일 뿐이다. 그러나 마음은 항상 까맣게 타 있다.

62 나처럼 예민한 사람은 주변의 끊임없는 자극이 일종의 공격처럼 느껴진다. 그래서 나는 다소 독선적이고 일방적으로 일을 매듭짓곤 했다. 나름의 대책이었지만 이런 방식은 마음에 부담을 주기 마련이다.

'긍정적인 마음을 가져', '좀 웃어봐.' 말은 참 쉽다. 하지만 마음의 반응은 의식하지 못하는 사이 이미 한쪽으로 기울어져 있기 마련이다. 예민하지 않은 사람들의 무심한 한마디와는 달리, 예민한 사람들의 마음은 그렇게 간단하게 뒤집기가 어렵다. 그리 나쁘지 않은 상황에서도 자신의 잘못과 아쉬움을 발견하고 후회와 자책으로 이어지기 십상이다. 또 주변의 자극에 쉽게 반응하며 그만큼 정신력이 고갈되어 피로감을 느끼는 경우도 잦다. 그렇기 때문에 더욱 자신을 타인과 다르다고 생각하며, 자신의 예민함을 부정적으로 평가하게 되는 것이다.

관점의 전환, 예민함이라는 선물
40 예민함은 자극에 대한 뇌의 처리능력이 높기 때문이라는 말이 있다. 생각의 각도만 바꿔도 느낌이 확 달라진다. 즉, 예민한 사람은 사소한 차이도 느낄 수 있어 위험을 잘 감지하며 그 상황에서 무엇이 필요한지 바로 간파할 수 있다는 긍정적인 능력을 가진 사람이다.

79 힘들어하는 당신이 해야 할 일은 누군가를 탓하거나 후회하는 일이 아니다. 오랫동안 봉인되었던 실제 자신의 모습을 돌아보고 따뜻하게 감싸주는 일이 가장 중요하다.

84 예민한 사람은 사소한 차이에도 잘 반응하며 그것을 표현하는 능력도 뛰어나다. 예민하지 않은 사람은 느낄 수 없는 것, 보이지 않는 세계가 예민한 사람한테는 잘 보인다. 아름답고 맛있는 것을 남들보다 몇 배 더 잘 느낄 수 있는 능력이다. 남들보다 인생을 더 즐길 수 있는 선물이다. 거짓말 약간 보태서 눈을 뜬 것과 감은 것의 차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지만 예민함은 부정적이기만 한 것이 아니다. 당장의 부정적 관점으로 위험을 예민하게 자각함으로써 문제를 사전에 예방할 수 있다. 즉 단기적 부정이 장기적 긍정으로 작용할 수 있다. 한편으로 외부세계를 향한 예민함을 내면세계로 돌림으로써 자신을 보다 섬세하게 돌볼 수 있다. 내면의 목소리를 듣고 자신을 보듬으며 상처입은 마음을 돌봐줄 수 있다. 예민한 감각으로 세계를 바라봄으로써 삶을 다채롭고 풍성한 감각으로 채워나갈 수 있다. 남들은 알아차리지 못하는 작은 것 속의 아름다움을 발견하고 그것을 일상의 구석구석에 차곡차곡 쌓아나갈 수 있다. 그렇게 자신의 세계를 아름답게 가꿔나갈 수 있다.

예민한 나의 무기, 쓰기
98 남들과 다르기 때문에 생기는 고통은 어쩌면 감수할 수 없는 것인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 고통이 있었기 때문에 오사무가 있었고 반 고흐가 있었다. 그들에게 예민함이나 섬세함이 없었다면 그런 감동적인 작품도 태어나지 않았을 것이다.

111 당신이 무엇에 예민하게 반응하는지 찾았다면 어디서 어떤 식으로 예민하게 반응하는지 분석해보자. 나는 그 날 일어났던 일과 자신의 상태를 적어보기를 추천한다. 갔던 장소, 먹은 음식, 만난 사람 등 그때의 상황이나 기분을 일기나 메모 형식으로 남기는 것이다.

142 나는 지금까지 살면서 어떻게 하면 자극을 외부로 잘 배출할 수 있을지 여러 방법들을 찾아보았다. ... 그 중 바로 실행이 가능하고 시간 대비 효율이 좋은 방법이 있다. 바로 그때마다 떠오르는 생각들을 메모하는 것이다.

저자는 3부에서 예민한 사람이 스스로를 돌보기 위한 여러가지 실천법을 제안한다. 그 중 가장 인상적이었던 것이 바로 '메모'였다. 저자는 메모의 두 가지 장점을 제시하는데 '자기이해'와 '배출'이 그것이다. 우선 예민한 반응이 나타날 때마다 스스로 자각하고 구체적인 상황과 내용을 기록하는 것이다. 그럼으로써 조건과 반응을 포착하고 불편한 상황을 예방하거나 선제대응하는 등 적극적이고 주체적인 관리가 가능해진다. 메모의 또 다른 기능은, 빈번하게 포착되는 자극으로 인한 내면의 스트레스를 해소할 수 있다는 점이다. 저자는 자극으로 인한 '느낌'이나 '생각'이 일어났을 때 이를 즉각적으로, 적극적으로 기록하기를 권한다. 이를 통해 자극의 찌꺼기를 배출하고 내면의 평온을 얻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이는 이 책을 읽기 전부터 내가 해오고 있는 생활이기도 하다. 나는 자극으로 인한 생각이 빈번하게 나타나며 일상의 목표를 지속적으로 추구하는데 어려움을 겪고는 한다. 그런데 메모를 시작한 이후로 이러한 문제를 상당부분 개선할 수 있었다. 떠오른 생각을 간략하게 기록하는 것 만으로도 일종의 '해방감'을 느꼈고 다시금 당면한 목표로 되돌아올 수 있었다. 저자의 이야기를 통해 나의 경험을 구체적으로 이해할 수 있었고, 앞으로도 적극적으로 쓰기를 통한 해방을 이어나가야겠다고 다짐했다.

나의 예민함으로
176 '예민함'은 '주의 깊은, 섬세한, 배려심 깊은' 등의 의미와 통한다. 예민한 당신은 주의 깊은 사람, 배려 깊은 사람, 섬세한 사람이다.

이 책의 8페이지에는 스스로 예민한 사람에 해당하는지 확인해볼 수 있는 22개의 체크리스트가 있다. 나는 그 중 21개에 체크를 했고, 1가지 항목에만 체크를 하지 않았다. <"예민하다", "내성적이다"라는 말을 많이 듣는다>가 그것이다. 아마 내가 스스로 이러한 성향을 드러내지 않도록 애쓰며 살아왔기 때문일 것이다.
오랫동안 나는 나의 예민함을 부정해왔다. 아니, 회피해왔다. 이를 소멸시켜야 할 '질병'처럼 여겼고 타인에게 이러한 기질을 드러내지 않으려 애썼다. 하지만 이제는 당당하게 말하고자 한다. 나는 예민하다. 누구의 시선에도 관계없이 나는, 이런 내가 온전하게 좋다. 나의 보석같은 예민함으로, 나를 돌봐주고 타인을 이해하고 세상을 발견할 것이다. 나답게 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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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ngyb 2018-03-25 12: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글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는 요점정리를 잘 하시네요.

웃홍 2018-03-27 14:34   좋아요 0 | URL
좋은 말씀 감사합니다! 저에게 와닿은 점이 많은 책은 아무래도 더 꼼꼼하게 읽게되는 것 같아요 ㅎ
 
마음에 따르지 말고 마음의 주인이 되어라 - 법정의 산중 편지
법정 지음, 박성직 엮음 / 책읽는섬 / 201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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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소유 이전의 이야기
법정스님. '무소유', '오두막 편지'등의 산문집으로로 유명하며 많은 이들에게 마음의 울림을 전한 덕망높은 스님. 그렇게 알고 있었다. 인용으로 접하게된 스님의 잠언들을 읽고 나의 마음과 삶을 되돌아보기도 했다. 그런데 다음의 호기심들은 미처 품어보지 못했던 것 같다. 무엇이 청년 박재철을 법정스님으로 이끌었는가? 가족과 사회를 등지고 구도의 길을 떠나가도록 만든 동인은 무엇이었을까? 고향에 남은 가족들에게 그는 어떤 이야기들을 전하고 싶었을까? 지혜가 깊어지기에 앞서 '배움의 과정'속에서의 깨달음들은, 어떤 언어로 표현되었을까?

애정어린 조언을 담은 마음의 편지
이 책 '마음에 따르지 말고 마음의 주인이 되어라'는 위 질문들에 대답이 되어줄 듯 하다. 이 책은 '편지'의 모음집이다. 속세를 떠나 막 배움의 여정을 시작한 1955년부터 1970년에 이르기까지, 사촌동생에게 전한 편지들을 모아 엮었다. 초기의 편지에는 가족들에 대한 이야기를 자주 언급한다. 자신의 거처를 밝히지 말라고 하면서도 고향에 남은 가족들의 안위를 걱정하며 '청년 박재철'로서의 모습을 드러낸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자연과 삶과 자유에 관한 깨달음을 이야기하며 '법정스님'의 눈으로 바라본 세상을 적어 내린다. 사촌동생에게 전하는 편지이기에 '애정하는 누군가'를 향한 '진심어린 조언'들을 담고 있기도 하다. 따라서 법정스님의 삶에 호기심을 갖고있는 분들 뿐만 아니라, 만만치 않은 시대를 살아가는 현대인으로서 충고와 조언을 기대하는 분들께도, 의미있는 독서의 시간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개인적으로 이 책을 읽으며 떠올렸던 키워드를 간추려보자면 '나', 그리고 '삶'이었다.

나 : 내가 나를 키워 나가야 한다.
87 한 가지 명심할 것은 이 우주 주인은 항상 '나(자기)'라는 걸 망각해서는 안 된다. 그리고 아무런 비판 정신도 없는 맹목적인 신앙은 인간 성장에 오히려 큰 해독을 끼칠 우려성이 없지도 않은 것이다. ... 불가에서는 '내가 곧 부처'라는 것이다. 이 말은 무슨 인간의 모양이 잘났다는 데서가 아니라 내가 닦아(수행해서) 깨치면 똑같은 부처가 된다는 말이다. 또한 누구에게나 부처가 될 수 있는 성품을 다른 것이 아닌 나 자신이 본래부터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 생활의 주체는 항상 '나'다.

114 성직아! 하나부터 행하라. 네 주위에 있는 일부터 행으로 옮겨라. 우리 인격 수행에는 무엇보다도 '실행'이 기둥이 되어야 할 것이다. 그리고 너에게 형으로서 유산을-생활신조를 주고 싶다. "진실하라"는 것이다. 일체의 생활에 '진실'이면 통한다. 설사 눈앞에 손해 볼 일이라 할지라도 진실이면 그만이다. 결코 거짓된 것과 비굴에 타협하지 말아라. 가령 연애에도 진실이 아니면 그건 죄악이다. 무슨 일이고 처음부터 끝까지 진실하여라. 여기 비로소 인간 성장의 싹이 틀 것이다. 내가 나를 키워 나가야 한다.

117 어떤 위치에 있더러ㅏ도 사람으로서 성실을 다할 것이며 내가 나를 키워 가야 할 것이다. 먹고산다는 이 엄숙한 사실 앞에서 직업의 귀천은 결코 있을 수 없다. 이 수확의 계절에 우리들은 또 얼마나 여물었는지...

편지 내내 법정스님은, 사촌동생 성직에게 자신이 깨달은 지혜를 전한다. 보통의 형이 동생에게 그러하듯, 도움이 될만한 것은 하기를 권하고 해로울만한 것은 피하라고 말한다. 그러면서도 맹목적 신앙을 갖지 말고 스스로 길을 찾으라고 강조한다. 한국전쟁이 끝난 후의 시대상황, 앞서의 일제강점기까지 거친 후이기에 더더욱 '진리'와 '가치'가 무엇인지 혼란스러웠을 것이다. 정해진 '진리'나 사회적 흐름에 따라서 사는것이 속편하게 느껴질 법도 하다. 하지만 법정스님은 주체로서의 '나'를 강조한다. 생활의 주체는 오로지 '나'이며 내가 나를 키워나가야 한다고 말한다. '혼란'스럽기로 치자면 지금의 시대도 크게 다르지는 않은 것 같다. 가치와 신념이 유행처럼 달라지는 시대, 우리는 무엇을 따라 살아가야 할까? 법정스님의 애정어린 조언을 따라 다시, '나'에게로 돌아가야 할 시간이 아닐까? 

삶 : 초연한 수도승보다 진리를 모색하는 철학도가 되고 싶다
132 지금도 내가 제일 싫어하는 건, 하나의 무표정한 직업인이 된다는 것이다. 해서 나는 초연한 수도승이기보다는 하나의 자연인으로서 진리를 모색하는 철학도가 되고 싶을 뿐이다.
불교 중에서도 종교적인 면은 나를 질식케 하지만 철학의 영역만은 나를 언제까지고 젊게 하고 있지. 물론 사회인에겐 살아가는데 직업이 필요할밖에. 하지만 인간 본래의 양심이라든가 의지를 잃어버리고까지 거기에 얽매일 건 없을 줄 안다. ... 우린 생존만으론 살고 있는 보람이 없어. 줄기찬 생활이, 창조적인 생활이 있어야 해.

144 한 가지 기억해 둘 것은 인생이 상품 거래와 같은 장사일 수는 없다는 사실이다. 얼마의 밑천을 들였기에 얼마를 벌어들여야 한다는 것은, 정말 인간을 생명이 없는 상품으로 '오산'하고 있는 것이 된다. 그저 성실하게-하늘을 우러르고 땅을 내려 봐도 부끄럽지 않게 살아가는 것이 문제인 것이다.
무엇 때문에 살고 있는가는 생명의 존엄 앞에 문제가 되지 못한다. 어떻게 살아가는가가 문제인 것이다.

155 나는 가끔 자신을 반성할 때가 있다. 직업인인 수도인은 되지 않겠노라고. 지금의 너에게 하고 싶은 말이다만 개성을 잃어버린 무표정한 군인이 될까 싶다는 것이다. 물론 단체생활의 규율 같은 것은 존중되어야 할 것이다. 그러면서도 푸른 하늘을 즐길 수 있는 맑고 여유 있는 눈망울을 잃지 말아달라는 말이다.

법정스님이 전하는 조언은 종교적 지혜에 그치지 않는다. 오히려 그것은 종교보다 삶에 더욱 가깝게 맞닿아있다. 사회인으로서의 삶을 살아가는 사촌동생에게 전하는 조언이기에 그런면도 있겠지만, "초연한 수도승이기보다 진리를 모색하는 철학도이고 싶다"는 스님의 말이 담고 있는 가치관에 따른 면이 더 클 것이다. 개성을 잃어버린 무표정한 직업인, 그 자체가 나쁘다고 말할수는 없을 것이다. 다만, 푸른 하늘을 즐길 수, 맑고 여유 있는 눈망울을 가질 수 없게 될 것이다. 즉, '생기'를 잃게 되는 것이다. 각자의 삶의 의미는 스스로 부여하기 나름이겠지만 글쎄, '생기'를 잃어버린 삶에서 '의미'를 발견할 수 있을까? 의미를 부여하고 의미를 발견할 수 있는 '눈'을 싹틔우는 것이 바로 '생기'가 아닐까? 생존을 넘어 의미로, 의미를 넘어 생기로 거슬러 올라가며, 거울을 꺼내들고 관찰한다. 나의 얼굴은 표정을 담고 있는지, 생기를 담고 있는지. 마지막으로 무슨 일을 하든 결코 무표정한 직업인으로 남지 말아야겠다고 다짐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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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점만 말하는 책 - 핵심만 콕 짚어 강력하게 말하는 법
조엘 슈월츠버그 지음, 곽성혜 옮김 / 유노북스 / 201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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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하고 싶은 말이 도대체 뭐야?' 한참을 듣던 중 집중력이 흐트러지며 문득 이 이야기가 턱 밑까지 차오르는 경우가 있다. 일상적 대화라면 그런 것 따위는 개의치 않을 것이다. 오히려 목적에서 벗어나 이야기의 흐름이 요리조리 건너뛰는 것이 더 재미있을 수 있다. 하지만 분명한 목적을 가진 말하기의 경우라면 상황이 달라진다. 비지니스 미팅, 프레젠테이션, 공익을 위한 호소, 설득을 위한 글쓰기 등이 그것이다. 나의 목적이 있고, 상대의 기대가 있고, 시간과 에너지라는 자원이 한정되어있는 경우, 화자는 짧은 이야기의 흐름 속에서 단 한가지를 분명하게 강조해낼 수 있어야 한다. 바로 '요점'이다.

이 책 '요점만 말하는 책'은 '핵심을 전달하는 기술'을 담고 있는 책이다. 미국 토론협회 명예의 전당에 올랐으며 효과적인 프레젠테이션과 말하기 기술을 가르치고 있는 저자가, 요점 전달을 위한 자신의 노하우를 9가지 챕터를 거쳐 설명한다. '요점'이라는 핵심소재를 중심으로 요점의 정의, 요점이 필요한 이유, 요점을 찾고 정리하는 방법, 요점을 전달하는 기술, 더하여 좋은 프레젠테이션을 위한 꿀팁까지, '목적있는 말하기'를 위해 유용한 지식들을 담백하고 간결하게 담아냈다.

75 독후감 발표와 요점 말하기의 차이는 무엇인가? 이렇게 비유할 수 있다.
영화 줄거리를 설명하는 것 vs 그 영화를 왜 꼭 나와 같이 봐야 하는지 설득하는 것.
어느 책의 목차 vs 그 표지의 강렬한 소개 문구.
두 경우 모두 전자는 '공유'고 후자는 '판매'다.
저자는 '독후감 발표'와 '요점 말하기'를 구분하며 '요점 말하기'의 방식을 구체화한다. 일반적으로 저지르는 실수가 후자의 경우에 전자의 태도를 취하는 것이라고 한다. 본인의 요점을 분명하게 정리해내지 못하고 단순한 사실관계를 나열하는데 그친다는 것이다. '부연'의 역할을 해야 할 '데이터'들이 '요점'이 차지해야 할 중앙무대에서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것이다. 예를 들면, 책을 판매하기 위한 홍보 글을 쓰면서 '이 책은 ~한 내용, ~한 장점, ~한 특징을 갖고 있다'를 열거하는 식으로 글을 맺는 것이다. 이 때 '나는 이 책의 ~한 점이 ~한 도움을 줄 것이라고 생각하기에 ~에게 이 책을 권한다' 는 요점을 강화함으로써 설득력을 보강할 수 있을 것이다. 이 파트를 읽으면서 몇 해 전에 이슈가 되었던 아이폰 광고를 떠올렸다. 타사의 광고가 제품의 장점을 나열하는데 그친 반면, 아이폰은 '사용자에게 아이폰이 필요한 이유'를 직관적으로 제시했다는 점에서 호평을 받았던 것으로 기억한다. 바로 '요점'을 담은 광고가 아니었을까 생각해본다.

26 당신이 진짜 요점을 갖췄는지 확실하게 파악하는 방법이 있다. 간단한 3단계 테스트를 거친 뒤 요점을 강화하는 두 가지 방법을 적용해 보는것이다.
1단계. '나는 생각한다' 테스트
2단계. '그래서 뭐' 테스트
3단계. '왜' 테스트
요점을 전달하기 위해서는 요점을 정리해내는 것이 우선일 것이다. 그렇다면 내가 말하고자 하는 바, 요점을 정리하기 위해서 어떤 방법이 유용할까? 저자는 3단계 테스트를 제안한다. 1단계는 '나는~라고 생각한다'라는 형식으로 정리되는지 확인하는 것이다. 2단계는 '그래서 뭐'라고 자문했을 때의 반론 가능성을 짚어봄으로써, 해당 주장이 얼마나 의미있는지를 체크하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앞서의 주장에 '왜?'라고 질문하고 답해보는 과정에서 형용사를 점검하고, 보다 구체적인 표현으로 다듬어내는 것이다. '좋다', '훌륭하다'라는 표현보다는 '유익하다', '능률적이다'와 같은 표현이 설득력을 강화할 것이기 때문이다. 

지금 이 글의 경우에는 '요점 말하기'보다는 '독후감 발표'에 가깝다. 그럼에도 작성 과정에서 멈칫하며 글을 가다듬게 되는 경향이 컸다. 저자가 책에서 제안한 기술들이 문득 떠오르며 간결하고 담백하게 작성하기 위해 주의를 기울이게 되었다. 나아가 앞으로 목표를 지닌 말하기나 글쓰기를 하게 된다면 예전과는 분명히 다른 글쓰기의 방식을 취하게 될 것 같다. 과거에는 무슨 글이든 '흐름'부터 구성했다. '이렇게 말을 꺼내고, 이렇게 정리하고, 중요내용을 한 번 짚고, 요약하며 마무리해야지'와 같이 생각을 정리해 나갔다. 하지만 이제는 '요점'이라는 굳건한 뿌리의 기둥을 세운 뒤 부연이라는 가지를 뻗어나갈 것이다. 나의 목표와 청자의 기대를 짚어보며, 궁극적으로 나의 요점을 상대방의 머리로 옮겨내기 위한 아이디어를 궁리할 것이다.

'담백하고 정돈된 말하기' 를 기대하는 분들께 이 책을 권하며 마지막으로 이렇게 정리하겠다. 나는 '목적있는 말하기'의 목적 달성을 위한 구체적 기술들을 배우기 위해서, 이 책을 읽어보는 것이 유용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인용]
17 발표를 하는 사람은 너무나 많은데 요점을 밝히는 사람은 많지 않다는 현실이다.

19 이 책에는 요점을 찾아내고, 공고하게 만들고, 고수하는 법, 그리고 그 요점을 성공적으로 관철시키는 법이 담겼다. 더불어 발표 불안을 극복하는 방법과 다른 사람에게 요점을 정리해 말하는 기술을 알려 주는 법도 들어 있다. 그래서 당신이 다양한 의사소통의 순간순간에서 이 책을 최대한 활용할 수 있기 도울 것이다.

42 나쁜 형용사를 쓰는 것은 어린이 야구단 코치가 "조니야, 잘해!"라고 말하는 것과 같다. 이와 달리 말한다면 어떻겠는가?
 "조니야, 공이 날아올 때 거기서 눈을 떼지 말고 똑바로 봐!"

84 자신이 '올바른' 어조를 구사하고 있는지 어떻게 알까? 발표를 앞뒀을 때마다 이렇게 자문하라.
 "이 청중은 나에게 뭘 원하고 뭘 얻고 싶어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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