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이기는 힘 - 그들은 어떻게 위기를 기회로 만들었는가
이지훈 지음 / 21세기북스 / 201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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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시절, 누구나 한 번 쯤은 꿈꿔보았을 것이다. 영웅이 되어 악을 무찌르고 소중한 누군가를 구출해내는 것. 숭고한 가치를 실현해내는 것. 하지만 나이를 먹어가고 일상에 치이며 상상력은 무뎌지고 영웅의 꿈은 어느새 현실의 벽 너머로 서서히 잊혀진다. 하지만 영웅을 꿈꾸는 마음은, 영웅을 동경하는 이상은, 누구나의 마음 속 구석에 여전히 살아서 숨을 쉬고 있다. 영화, 연극, 소설, 드라마 등 수많은 '이야기' 속 '영웅'들이 여전히 사랑받고 있다는 사실이 보여주듯 말이다.

원형, 이야기 속 영웅들의 여정
그렇다. 영웅들은 '이야기' 속에서 살아있다. 일상의 괴리감에 의심을 품은 평범한 회사원이 거짓의 파란약 대신 진실의 빨간약을 골랐을 때(매트릭스), 작고 힘없는 호빗이 절대반지를 파괴하기 위해 용감한 여정을 시작할 때(반지의 제왕), 전투력이라고는 전무해보이는 배나온 팬더가 자신만의 쿵푸를 받아들이기 시작할 때(쿵푸팬더), 우리의 가슴은 기대감과 호기심으로 두근거리기 시작한다. 저자는 이처럼 우리를 설레게 하는 유명한 영웅들의 이야기 속에 '공통적인 패턴'이 담겨있다고 말한다. 신화학자 조지프 캠벨이 말한 바 있는 '원형'이다. 저자는 이를 크게 '출발-입문-귀환'으로 요악한다. 안정된 일상의 어느 날 소명의 부름을 받고, 시련을 극복하며, 그 끝에서 얻게된 것을 세상과 나누기 위해서 다시 위험을 무릅쓰고 귀환하는 과정이다. 저자는 이를 다시 본인이 베스트셀러 저서에서 주창한 바 있는 혼(소명의식), 창(창의), 통(소통)과 연결하며 이것이 얼마나 보편적인 인간 여정의 코드인지 재확인한다.

영웅들의 '이야기', '이야기'의 영웅들
4 스토리 컨설턴트인 크리스토퍼 보글러는 "작가는 다른 세계로 건너가서 스토리를 구해와 자기가 사는 세계의 사람들을 치료해주는 샤먼"이라고 했는데, 내 경우 그 스토리의 원천이 기업인 셈이다.

이야기는 우리에게 영감을 준다. 세상과 타인과 자기자신과 소통하고 교감할 수 있는 공명의 씨앗을 심는다. 이야기와 만나는 그 순간 과거의 무거웠던 무엇을 이해할 수 있게 되기도 하고, 미래의 어느 번민의 순간에 뒤늦게 발견의 싹을 틔우며 관념의 틀을 깨도록 만들어주기도 한다. 영웅들의 이야기도 예외가 아니다. 영웅의 이야기에 두근거림을 느낄 수 있는 우리 모두가 곧 영웅이라는 사실에서 더더욱 그렇다. 진정한 자신을 찾아가는 사람이라면 모두가 영웅의 여정을 떠날 수 있기 때문이다. '영웅의 여정에서 배울 수 있다는 것. 그리고 우리 모두가 영웅이 될 수 있다는 것' 그것이 바로 저자가 이 책을 관통하며 강조하는 바다. 철학과 소설과 고전을 넘나들며 영감의 씨앗을 던진다. 무엇보다도 현대의 영웅이라고 할 수 있는 기업인들의 이야기가 강조된다. 과거의 영웅들과 같은 패턴으로 성장해온 현대의 기업인들의 이야기를 듣고있자니, 나 역시 그들과 같이 성장하며 승리하고 싶다는 의지가 차올랐다. 현실의 장벽앞에 좌절했던 많은 현대인들에게, 도전과 극복을 위한 용기와 영감을 얻을 수 있는, 의미있는 독서의 시간이 되리라고 생각한다.

부활, 나로서 거듭나기
256 영혼에서 우러난 당당함이다. 자신의 모든 것을 긍정하는 용기이다. 상대 래퍼는 크게 당황하고, 배틀을 포기한다. 결국 영웅의 여정의 목표는 자기 자신을 찾는 것이다. 힘은 '저 바깥에' 있는 것이 아니라 '내 안에' 있다.

가장 인상적이었던 파트는 8부의 '부활-결국 나는 나로 설 것이다' 챕터였다. 내면의 힘을 발견하고 적을 물리치며 새로운 자신으로 거듭나는 영웅의 여정의 끝자락이다. 인용문은 영화 8마일에 대한 이야기의 일부분이다. 주인공 래빗은 랩 배틀의 압박감 속에서도 엄청난 용기를 낸다. 상대방에게 공격당할것이 뻔한 자신의 치부를 스스로 드러내며 포효하는 것이다. 자신의 약점이 과거에 스스로를 얼마나 괴롭히고 구속해왔든지에 관계없이, 그것을 온전하게 수용하고 긍정하는 순간, 성장의 동력이 되고 승리의 무기가 될 수 있다. 묶인곳에서 자유를 획득하며 영혼이 당당한 영웅으로 거듭난다.

유난히 예민한 자신을 피곤하게 생각하던 어떤 이는 그 예민함으로 스스로를 돌봐주기 시작하며, 유난히 머릿속이 산만스러워 집중하는데 애를 먹던 어떤 이는 경계를 넘어서는 확장의 상상력으로 새로운 발견을 이뤄간다. 그동안 나의 삶은 직면보다는 회피에 가까웠다. 약점과 실패는 꼭꼭 숨기기 바빴고 나 자신조차도 내면세계에서 그것으로부터 도망쳤다. 하지만 직면과 수용을 위한 작은 용기를 내가 시작하며, 진정으로 나를 묶어두었던 것은 약점이 아닌 약점을 대하는 나의 태도였음을 자각하게 되었다. 두려움으로부터의 해방이 열어줄 삶의 가능성을 기대하게 되었다. 신화속의 영웅들이 그래왔듯, 나를 수용함으로써 나 자신에 이를 수 있기를, 언젠가 진정한 나 자신으로 거듭날 수 있기를 꿈꿔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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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를 위한 인간
에리히 프롬 지음, 강주헌 옮김 / 나무생각 / 201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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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클레어가 배웠던 세계는 그렇지 않았다. 프란츠 크로머는 그가 알던 세계에서는 존재할 수 없는 악한 인물이었다. 충동적인 허풍에 이끌려 도둑질을 했다고 거짓말을 한 싱클레어는 크로머에게 약점을 접혀 괴롭힘을 당하게 되고, 데미안을 만나 도움을 받을 때까지 고통과 갈등과 혼란의 시간을 겪게 된다. 가까이에서 보자면 그 사건은 비극이었지만 멀리서 본다면 희극이었다. '의심'의 시작이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주었기 때문이다. 알을 깨고 나와 아브락사스를 향해 비상할 채비를 갖추게 했기 때문이다. '자신에 이르는 길'이라는 위대한 여정의 문을 열어주었기 때문이다. 그 유명한 헤르만 헤세의 소설, '데미안'의 이야기다.

이기와 이타의 경계에서
시대와 국가를 넘어 우리나라에서까지 '데미안'이 사랑받는 것은, 요즘을 살아가는 우리에게도 많은 영감과 의미를 전해주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유아의 세계는 완전하다. 사랑과 안전을 보장받는 동화같은 세계다. 하지만 학교에 입학하고 집단생활을 시작하며 우리는 묘한 괴리감을 경험하기 시작한다. 사회에서 마주치는 어떤 사람들은 '교과서의 예외'를 넘어 '어떻게 사람이 저럴 수 있지?'라는 경악스러움마저 떠올리게 한다. 한 쪽에서는 희생과 헌신이라는 숭고한 가치를 찬양한다. 그리고 한 쪽에서는 이기심과 탐욕으로 막대한 부를 축적하는 사람들이 있다. 모순의 상황을 경험하며 사람들은 혼란에 빠진다. "호의가 계속되면 권리인 줄 안다."는 유행어는 이런 내면의 의구심을 반영하는 표현일 것이다. 친절과 연대를 꿈꾸지만 그것이 결국은 손해와 불편으로 돌아오더라는 경험의 반영이다. 혼돈과 혼란의 시대, 우리는 무엇에 가치를 두어야만 할까? 무엇을 미덕으로 삼아, 선택의 방향을 결정하고 삶을 채워나가야 할까?

자신이라는 세계로 떠나는 여행
이 책 '자기를 위한 인간'은 하나의 정답을 제시하는 책은 아니다. 다만 답을 찾아 떠나기 위한 모험의 문을 열어준다. 아니, 독자로 하여금 그 모험을 떠날 수밖에 없도록 만든다. 이제껏 옳다고 믿어왔던 것에 의문을 제시하며 내면의 질서를 뒤흔든다. 타인에 의해 복제되어왔던 자신의 세계를 무너뜨리고 종국에는, 자신만의 세계를 재창조할 수 있으리라는 희망을 갖도록 만든다. 책장을 덮자마자 소설 '데미안'이 떠올랐던 것은 그 때문이었다. '데미안'이 싱클레어의 여정을 동경하도록 만든다면, 이 책은 논리와 근거를 바탕으로 나의 이성을 설득하며 여행의 자발적 의지를 이끌어냈다.

심리학+(윤리학+철학)이 던지는 자신을 향한 의문
7 궁극적으로 신경증은 도덕적 실패를 보여주는 징후다.  ... 우리는 많은 사례를 통해 신경증의 징후가 도덕적 갈등에 대한 구체적인 표현이며, 치료의 성공 여부는 환자의 도덕적 문제를 이해하고 해결하는 것에 달려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10 이 책은 윤리학과 심리학의 문제를 명확히 하려는 이론적인 시도다. 다시 말해, 독자에게 마음의 평화를 주려는 것이 아니라 자신에 대해 의문을 품도록 유도하는 데 목적이 있다.


저자는 전작 '자유로부터의 도피'에서 현대인이 자유로부터 도피하는 방법을 분석한 바 있다. 그리고 이 책에서는 자신과 자신의 잠재력에 대한 깨달음과 관련된 윤리와 규범과 가치의 문제를 분석한다. 이 책의 저자 '에리히 프롬'은 정신분석학자다. 그런 그가 심리학적 문제를 넘어 윤리와 규범과 가치를 다루는 것은 특별한 이유가 있다. 개인이 경험하는 마음의 고통에 윤리와 도덕의 문제가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음을 발견했기 때문이다. 이에 철학과 윤리학의 문제를 끌어와서 심리학의 문제를 풀어나간다. 여기서 말하는 도덕은 우리가 통념적으로 말하는 도덕과는 다르다. 따라서 신경증을 겪는 사람이 '비도덕적인 사람'이라는 말은 결코 아니다. 책에서 말하는 도덕은 외부에 의해 주어진 '권위주의적 양심' 그리고 인간 내면의 깊은곳에 자리한 '인본주의적 양심'에 기반한다. 저자는 강요된 양심과 내면의 양심이 개인의 삶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구체적으로 풀어내고 '인본주의적 양심'을 따라감으로써 열어낼 수 있는 삶의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한다. 바로 생산적이고 조화로우며 충만한 삶에 이르는 길이다. 

가치의 혼란에 빠진 사람들을 위한 
18 현대인은 여전히 불안감을 느끼고, 점점 더 큰 당혹감에 사로잡힌다. 끈엄없이 일하고 노력하지만 자신의 행위가 헛되고 무익한 짓이란 자괴감을 어렴풋이 느낀다.

저자는 세계대전이라는 혼돈의 시대를 경험하며 자신의 철학을 완성했다. 논리적이며 이성적이었던 자국 독일인들이 파시즘에 휩쓸려 자유를 포기하고 전쟁에 나서는 모습은 그에게 적지않은 혼란을 던졌을 것이다. 그런데 지금의 우리 시대도 '혼란'으로 치면 결코 부족하지 않은 것 같다. 넘치는 정보만큼 확신은 줄어간다. 진실을 의심하기보다는 쓸모있는 주장을 취사 선택한다. 세상이 연결된만큼 비교는 일상이 되었다. 윤리와 도덕보다 가격과 효용이 우선시되기도 한다. 교환의 가치인 재화는 주목받지만 행위의 주체인 사람은 소외되곤 한다. 1947년에 집필된 책을 읽으며 요즘의 시대를 절실히 떠올리게 된 것은, 시대의 유사함 때문일수도 있겠지만 이 책이 변하지 않는 인간존재의 본질을 짚어냈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인용문에서 저자가 지목한 1947년의 현대인은, 오늘날의 현대인을 지칭하여 표현하더라도 전혀 어색하지 않을테니 말이다. 따라서 사람에 대한 애정과 호기심을 갖고 있는 분들께, 자신에 대한 애정과 호기심으로 삶의 방향성을 모색하고 있는 분들께 의미있는 독서의 시간이 되리라고 생각한다. 자신을 이해하고 깊은 곳의 자신을 발견할 수 있는 값진 경험을 선물해줄 것이다.

'자기애'가 채워줄 '우리'의 사랑
192 진정한 사랑은 생산의 표현이며, 진정한 사랑에는 상대에 대한 배려와 존중, 책임과 지식이 함축되어 있다. 진정한 사랑은 누군가에게 감동받는다는 의미에서의 '정서적 반응'이 아니라, 사랑받는 사람의 성장과 행복을 바라는 적극적인 열망이다.

193 다른 사람을 사랑할 수 있을 때, 즉 상대를 배려하고 존중하며 책임지고 그에 대해 알아갈 때 우리도 각자의 삶에서 행복을 추구하고 성장과 자유를 만끽할 수 있는 법이다. 따라서 우리가 생산적으로 사랑할 수 있다면 우리 자신도 사랑하게 되겠지만, 다른 사람만을 사랑할 수 있다면 그런 사랑은 전혀 사랑이 아니다.

다시 앞서의 의문으로 돌아가보자. 타인을 위한 삶과 자기를 위한 삶, 둘 중 우리는 무엇을 선택해야만 할까? 이기적 태도는 나쁜 것이니 타인을 위해 희생하는 것이 인간적인 태도일까? 아니면 타인에 대한 관심은 접어두고 나의 이익에만 주목하는 것이 합리적인 태도일까? 저자에 따르면 이 질문은 두 가지 측면에서 오류가 있다. 첫째, 이기심은 자기애와 구분된다. 오히려 정반대의 것이다.  이기적인 사람은 모든 대상을 유용성을 기준으로 판단한다. 그리고 그 '모든 대상'에는 자기 자신도 포함된다. 타인을 사랑할 수 없는자는 자신조차도 사랑할 수 없다. 우리가 추구해야 할 것인 '이기심'이 아닌 '자기애'다. 둘째, 자기를 위한 삶(=자기애)와 타인을 위한 삶은 상호배타적인 관계가 아니다. 두 가지를 함께 달성할 수 있으며 자기 자신에 대한 사랑은 다른 사람에 대한 사랑과 끊을 수 없는 관계에 있다는 것이 저자의 주장이다. 다른 사람이 감정과 생각의 '대상'이듯 우리 자신 또한 우리에게 그러하다. 한편 타인을 향한 사랑의 경험속에서 사랑의 본질을 깨달음으로써 자신을 향한 사랑에 눈을 뜨기도 한다. 자신과 타인을 향한 사랑속에서 우리는 함께 성장하며 행복을 향해 나아갈 수 있다.

어린 아이에게서 어른의 모습을 볼 때
212 권위주의적 양심은 외적인 권위체, 예컨대 부모와 국가 등 어떤 문화에서 인정하는 권위체의 마음속에 자리 잡은 목소리를 뜻한다. ... 우리 자신의 일부가 내면화된 권위로부터도 도피할 수 없다.  프로이트가 초자아로 묘사했던 것이다.

229 사회와 부모의 권위가 어린아이의 의지와 자발성과 독립심을 깨뜨리는 경향을 띠는 한, 어린아이는 부모로 대변되는 권위에 맞서 싸운다. ... 자동인형이 아니라 온전한 자격을 갖춘 인간, 즉 본래의 자신이 되는 자유를 쟁취하기 위해서도 싸운다. ... 자아가 약화되고 가짜 자아가 빈자리를 대신하면, "나는 존재한다"라는 감정이 둔해지며 다른 사람들의 기대가 합해진 결과로 자아가 대체된다.

232 양심은 우리 자신에 대한 우리 자신의 반응이며, 자신에게로 되돌아가 생산적으로 살아가며 충만하고 조화롭게 발전하라고 촉구하는 '참자아(true self)'의 목소리다. 달리 말하면, 우리 안에 잠재된 존재가 되라는 목소리다.

"아이가 참 어른스럽네요." 누군가가 이런 이야기를 한다면 보통은 아이에 대한 칭찬으로 받아들인다. 이 책을 읽기 전까지는 나 역시 그렇게 생각했을 것이다. 하지만 부모의 지시를 기계적으로 잘 수행하는 모습에서 이런 표현이 등장했다면, 이제 나는 슬픔을 느낄 것 같다. 부모를 즐겁게 해주는 것이 삶의 목적이 되고, 그렇지 못한다는 사실에서 죄책감을 느끼며, 의지력과 자발성의 상실로 이어질 수 있음을 염려하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이처럼 개인을 '두려움' 때문에 행동하게 만드는 것이 '권위주의적 양심'의 특징이다. 반면 '인본주의적 양심'은 우리 자신의 목소리다. 삶에서 경험한 도덕적 경험의 진수를 담고 있기도 하다. '권위'에 의해서 강제적으로 움직이는 것이 아닌 '자아'의 요구에 의해 자발적으로 행동하게 된다. 옳다는 느낌을 따라 행하며 불편한 느낌을 받고 멈춘다. 이러한 양심의 목소리를 따라감으로써 우리는 본래의 자기모습을 드러낼 수 있고, 생산적인 삶을 영위하며 성장과 행복에 이르는 것이 가능하다.

"아이가 참 어른스럽네요." 유년기의 내가 참 많이 들어왔던 말이다. 나는 그러한 칭찬이 기뻤고, 칭찬에 대한 주변의 반응 또한 뿌듯하게 느껴졌다. 인정하고 싶지 않지만 '인정'은, 늘 나의 가치체계의 최상단에 위치했다. 인정받는 것이 기쁜 만큼 인정받지 못하는 현재가, 인정받지 못하게 될 미래가 불안해지기도 했다. 아쉬움은 두려움이 되고 때로는 죄책감마저 느꼈다. 나의 잘못으로 인정을 받지 못하고 있는 것이라면, 나의 잘함으로 인정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는 기묘하게 합리적인 희망을 만들어내기도 했다. 그 희망을 현실로 실현해내지 못했을때의 '자책감'은 늘 마음의 한 자리를 터줏대감처럼 차지하고 있었다. '좋아함'보다는 '해야함'이 먼저였고, 자발성과 자기애는 생기를 잃어갔다.

세계를 상실한 자는 자신의 세계를 획득한다
아이는 순진무구요 망각이며, 새로운 시작, 놀이, 제 힘으로 돌아가는 바퀴이며 최초의 운동이자 신성한 긍정이다.
그렇다. 형제들이여, 창조의 놀이를 위해서는 신성한 긍정이 필요하다. 정신은 이제 자기 자신의 의지를 의욕하며, 세계를 상실한 자는 자신의 세계를 획득하게 된다.
-프리드리히 니체, 정동호 역,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p. 41


아이는 아이다워야 한다. 최초의 운동마저 이끌어내지 못한 사람이 자발성을 갖출 수 있을리 만무하다. 자발성이 없는 사람은 고유성을 갖출 수 없다. 세상이 요구하는, 자본주의 사회의 경우 교환가치가 있는 페르소나를 끈임없이 변검해나갈 뿐이다. 고유성이 없는 사람은 충만함을 경험할 수 없다. 소외된 자아가 계속해서 공허함의 메아리를 울려보낼테니 말이다. 그런 삶을 살아온 사람이 스스로의 삶을 납득할 수 있을리 없다. 그리고 스스로에게 받지 못한 인정을 타인에게 갈구하게 될 것이다.

타력에 의해 겨우겨우 돌아가던 수레바퀴는 신선한 긍정을 통해 비로소 제 힘으로 돌기 시작한다. 바로 양심의 소리를 향한 신선한 긍정이다. 세계를 상실한 자는 자신의 세계를 획득하게 된다. 강요된 규칙으로 설계됐던 주입적 질서를 떠나보내고, 양심에서 비롯된 강력한 의지가 구축해낸 '의미와 가치와 신념'으로 조각된 주체적 질서를 따라 흐르는 자신만의 세계를 창조한다.  

[MV] Lucia(심규선) - 너의 존재 위에 (Upon your existence)

존재를 위한 존재, 자기를 위한 인간
자기를 위한 인간. 나의 존재 위에 그 무엇도 두지 않음으로써 나를 사랑하는 인간. 너의 존재 위에 그 무엇도 두지 않음으로써 너를 사랑하는 인간. 삶 위에 그 무엇도 두지 않음으로써 삶을 그 자체로 사랑하는 인간. 나와 세상의 도덕적 문제를 직시하는 의지로, 나의 삶을 진지하게 받아들이는 책임감으로, 본래의 자신이 되고 본래의 자신으로 존재하기 위한 용기로, 비로소 자기를 위한 인간에 이를 수 있기를 꿈꿔본다. 지금 이 순간, 양심의 소리에 온전하게 귀를 기울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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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쁜 기억에서 자유로워지는 연습 - 일상의 불안부터 트라우마까지 치유하는 EFT
이진희 지음 / 팜파스 / 201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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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마음같지 않은 시절을 겪는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남겨진 보이지 않는 흉터는, '기억'이라는 형태로 끈질기게 우리를 괴롭히기도 한다. 문제는 '떠오르는 기억'에 그치지 않는다. 저자에 따르면 나쁜 기억은 보이지 않는 형태로 우리를 아프게 하기도 한다. 불안, 우울과 같은 정서적 문제뿐만 아니라 통증과 같은 신체적 고통의 기저에도 '나쁜 기억'이 자리하고 있을 수 있다. 문제는 보통의 사람들이 이러한 부정적 기억들을 '회피'의 방식으로 대응한다는 점이다. 떠올리기조차 불편한, 이미 지나가버린 과거의 기억을 대면하지 않으려는 경향은 어찌보면 당연한 태도이다. 하지만 더 자유로운 자유를 위해, 더 건강한 건강을 위해서는 용감한 대면과 근본적 수용이 필요하다. 상처입은 자신과 마주하고, 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무조건적으로 수용하며 사랑하는 삶의 방식이다. 그렇게만 될 수 있다면 더할나위 없을 것 같다. 문제는 해방과 자유에 이르는 '방법'이다. 일상에서 문득 떠오르는 부정적 기억을 간편하면서 즉각적인 방법으로 마주하며 해소할 수 있는 기술을 체득할 수 있다면, 정말이지 유용하지 않을까?

EFT, 나쁜 감정과 기억을 해소하는 방법
이 책 '나쁜 기억에서 자유로워지는 연습'은 바로 그 기술, EFT에 관한 책이다. EFT는 Emotional Freedom Technique(정서자유기법)의 약자로, 원하지 않는 감정과 기억을 해소하는 방법이다. 한의학과 심리학을 결합한 방법으로 현재 35개국 이상에서 600만 명 이상의 사람들이 사용하고 있다고 한다. 책의 전반부는 심리학적 이론을 바탕으로 마음의 아픔을 겪는 이들의 증상과 사례를 짚어보고, EFT의 원리와 효과를 풀어낸다. 투사, 전이, 신체화, 트라우마와 같은 심리학적 증상들을 다루고 불안이나 부정적 습관과 같은 일상의 문제에도 EFT가 적용 가능함을 말한다. 책의 후반부는 EFT의 실전 실천법을 구체적으로 설명하고, 그 과정에서 일반적으로 경험하는 어려움과 해결방법, 실용적인 Q&A등을 담았다. EFT의 원리에 대해 배우고자 하는 분들께, EFT를 배우고 실천함으로써 자유로운 삶을 만들어갈 수 있기를 기대하는 분들께 의미있는 독서의 시간이 되리라고 생각한다.

수용, 체념이 아닌 '무조건적 사랑'
90 '그 사람이 나에게 한 잘못된 행동'을 용납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나 자신의 마음의 평화와 행복을 되찾기 위해서' 관계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다.

147 "전 아무렇지 않아요. 포기했거든요!" 자신을 힘들게 하는 상황에 대해서 체념할 때 사람들은 큰 감정적 반응을 일으키지 않는다. 그래서 혹자는 포기와 체념을 자기 수용과 착각하기도 한다. 그러나 참된 자기 수용은 체념과 포기를 의미하지 않는다. ... 주어진 삶에 감사하며 살아간다. 문제가 해결되어야만 받아들이고, 내가 원하는 상태가 되어야만 사랑하겠다는 조건부 수용이나 조건부 사랑이 아니다. 문제 해결 여부나, 현재 상태고 좋고 나쁨을 떠나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사랑할 수 있는 것이 바로 자기 수용이다.

EFT는 수용에 이르기 위한 실천적 기술이다. 수치심, 두려움, 불안, 공포와 같은 부정적 감정을 끌어안는다. 뒤바꾸고 싶은 실패경험, 가족에 의한 상처, 연인사이나 직장에서의 인간관계 등 부정적 경험을 받아들인다. 그런데 혹자는 여기에서 의문을 갖게될지 모르겠다. 부정적 감정과 경험을 있는 그대로 수용한다면, '체념'이나 '포기'와 다를바 없는것 아니냐는 의문이다. '내가 그렇지 뭐'와 같은 좌절의 태도처럼 말이다. 하지만 EFT가 지향하는 수용은 적극성을 띄고있다. 포기했기 때문에 받아들이는 것이 아니라, 나 자신을 무조건적으로 사랑하기 때문에 받아들일 수 있는 것이다. 이는 '주어진 삶에 대한 감사'로 이어지며, 삶을 주체적·적극적으로 이끌어나가기 위한 원동력이 된다. 수용으로 인해 안주하는 것이 아니라, 수용을 바탕으로 나아갈 수 있는 것이다.

책에 담긴 구체적 실천법
그렇다면 EFT의 구체적 실천방법은 무엇일까? 책에는 이에 대한 구체적인 방법론과 예시가 풍성하게 제시되어 있다. 기본적인 절차에서부터 구체적인 상황에 이르기까지, 초심자가 따라하기에 충분히 친절한 해설이라고 느꼈다. 간력하게 풀어보면 '문제 확인-준비 단계-연속 두드리기-뇌조율 과정-연속 두드리기-조정과정'으로 이어진다. 중요한 것은 '수용확언'과 '두드리기'라고 생각된다. '수용확언'은 '나는 비록~하지만, 마음속 깊이 나 자신을 받아들이고 사랑합니다'의 형식으로 이루어진 자기암시 주문이다. 반복적으로 되뇌이는 것만으로도 마음의 안정감을 가져다주었고, '두드리기'와 함께 시도이니 한결 몰입감을 더할 수 있었다. 책을 읽기 전까지 나는 EFT에 관해 전혀 모르고 있었는데, 이 책의 독서와 잠깐의 유투브 검색만으로 즉시 나의 부정적 감정과 기억들을 향하여 시도해볼 수 있었다. 시도의 결과는? 가벼워짐을 느꼈다. 부정적 기억에 한결 부드럽게 다가설 수 있었다. 앞으로 더 자주 이 책과 함께 EFT를 실천해가야겠다고 다짐하게 되었다. 다만, 부정적 기억에 접근하는 것 자체가 정서적 불편함을 감수해야 하는 일인만큼, 전문가와 함께하거나 심리상담을 병행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나의 자유를 위하여
78 트라우마 피해자는 종종 일상생활에 쉽게 적응할 수가 없다. 그 사람이 어떠한 삶을 살았는지 알 수 없기에 혹은 트라우마에 대한 이해가 없기에, 사람들은 그 사람을 주의력 결핍이나, 정서조절장애, 과잉행동 등이 있는 사람으로 인식한다. 하지만 그들은 단지 그들의 머릿속에서 처리되지 않은 수많은 감각들과 싸우느라 지금 눈앞의 세상이 아닌 과거의 세상에 있다.

근래에 나의 삶을 요동치게 만든 사건이 있었다. 바로 '검열하지 않는 일기'를 쓰기 시작한 것이다. 일기장에 적어내린 경험과 사건이 늘어갈수록, 나의 감정과 느낌을 온전하게 풀어낼수록 마음은 편안해지고 삶은 한결 자유로워져갔다. '직면'이 가진 힘을 내가 굳건하게 신뢰하는 이유다. 이번에 배운 EFT는 즉각적으로 실천할 수 있다는 점에서 실용적이었고, 몸으로 시도할 수 있다는 점에서 흥미로웠다. 몸과 마음이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음을 깊이 믿어가고 있는 요즘이기에 더더욱 의미있게 느껴졌다.이미 내가 실천의 과정에 있는 마음챙김·자기자비와 같은 맥락에서, 나 자신을 더욱 온전하게 사랑해야겠다고 다짐하게 되었다.

눈을 뜨고 있으면서도 눈 앞의 세상이 아닌 과거에서 헤메이고는 했다. '표면적 산만함' 너머에 '처리되지 않은 감각'들이 존재하고 있었음을 깨닫게 되었다. 마음의 문을 두드림으로 더욱 자유로워질 나의 삶을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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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무제표 100문 100답 - 왕초보 창업자 & 왕초보 주식투자자를 위한 회계지능 100배 키우기 100문 100답
곽상빈 지음 / 평단(평단문화사) / 201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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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린티 프라푸치노는 언제 먹어도 맛있다. 스타벅스 코리아는 돈을 쓸어 담겠지? 한 해에 얼마나 벌까? 매출액은? 원가를 제외하고 남는 이익은? 추세적으로는 성장중일까? 이 글이 등록될 네이버는 한 해에 얼마나 벌까? 경쟁사인 다음카카오와 비교한다면 어떤 모습일까? 사람과 사람을 비교한다면 대략적인 척도가 떠오르지만, 기업을 비교한다면 무엇을 잣대로 무엇을 들여다봐야 할까? 아무래도 '수치'겠지? 아무래도 숫자는 약한데... 하지만 이러한 지식들을 갖춰낸다면 다방면으로 활용의 가능성을 넓힐 수 있을 것 같다. 주식투자, 창업, 업무, 거래처 선별, 몸담고 있는 회사에 대한 이해 등의 영역에서 말이다. 바로 '재무제표'에 대한 이해를 통해서다.

이 책 '재무제표 100문 100답'은 재무제표를 해석하기 위한 기본적인 지식을 담고 있다. 공인회계사, 세무사, 감정평가사, 증권투자상담사, 손해사정사 등 30여개의 자격증을 보유중인 저자가 방대한 지식을 바탕으로 간결하게 이야기를 풀어낸다. 회계와 재무제표는 기본적인 진입장벽을 가지고 있고, 특히 스스로 숫자에 취약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라면 더더욱 어려움을 느끼기 마련이다. 하지만 이 책은 그런 독자분들에게 반가운 회계 입문서가 될 것 같다. 문답식의 구성, 풍성한 사례, 쉬운 언어를 사용한 친절한 해설이 진입장벽을 낮췄기 때문이다. 책은 1부 '재무제표의 첫걸음'에서 재무제표의 기본이론을 풀어내고, 2부 '재무제표의 구성요소 완전분석'에서 재무제표를 구성하는 세부항목들에 대해서 배운다. 3부 '비지니스에서 반드시 알아야 할 회계지능'에서 상황에 따른 재무제표의 다양한 활용 가능성을 제시하고 4부 '주식투자자를 위한 재무분석'에서 주식투자자가 재무제표를 활용하여 투자의사결정을 하는 분석방법을 제시한다. 회계와 재무제표의 전반에 대해 배워보기를 기대하는 분들께  흥미로운 독서의 시간이 되리라고 생각한다.

29 우리가 스타벅스 매장이 주변에 많이 들어서고 시장점유율이 높아지고 있다는 것을 체감하는 만큼 재무제표의 구체적인 숫자에서 이를 확인할 수 있다. 재무제표는 우리의 생활을 기록해 정보로 제공하는 것이므로 가장 객관적이고 정확한 자료라고 볼 수 있고, 이를 통해 정확한 의사결정도 가능해진다.

가장 흥미로웠던 부분은 재무상태표, 포괄손익계산서, 현금흐름표를 통해 스타벅스를 분석해본 챕터였다. 매년 600억씩 증가하여 2016년도에 5,070억원에 이른 자산, 2015년 282억원에서 2016년 652억원으로 상승한 당기순이익을 확인하며 스타벅스의 성장과 인기를 실감할 수 있었다. 현금흐름은 14-16년의 3년간 매년 마이너스였지만 투자와 재무활동으로 인한 유출이 컸기 때문이었다. 영업활동현금흐름은 꾸준히 증가중이었지만 매장의 증설이라는 투자가 현금 유출로 이어진 것이다. 이처럼 재무제표를 통해서 현재의 엽업현황 뿐만 아니라 대략적인 기업의 운용방향까지 짚어볼 수 있다는 점이 흥미로웠다.

아는만큼 보이기 마련이다. 책에 담겨있던 분식회계 사례에서 처럼 숫자를 모른다고 넋놓고 있다가 속임수에 넘어가 큰 돈을 잃게될 수도 있다. 하지만 그보다 중요한 것은 회계와 재무제표를 통해 넓어질 인식의 지평일 것이다. 주주, 채권자, 거래처, 관세관청, 내부 경영자, 종업원에 이르기까지 재무제표와 직접 관련된 이들은 실용적인 도움을 얻을 수 있을 것이고, 꼭 여기에 해당되지 않는 누구라도 더욱 풍성한 일상의 가능성을 열어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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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려움의 기술 - 나쁜 감정을 용기로 바꾸는 힘
크리스틴 울머 지음, 한정훈 옮김 / 예문아카이브 / 2018년 5월
평점 :
절판


족발을 얻어먹었다. 전문사회자 같았다는 칭찬도 받았다. 기분이 좋았고 보람을 느꼈다. 얼마 전 친한 선배의 결혼식 사회를 봐주었고 답례의 식사 자리에서 있었던 일이다. 나는 사실 무대 체질이 아니다. 사람들의 시선을 한 몸에 받으면 그 누구보다 긴장하고 떨리며 불안해한다. 그런 내가 취할 수 있는 방법은 한 가지다. '완벽하게 준비하는 것.' 그래서 꼼꼼하게 준비했다. 억양과 강세, 속도와 완급을 하나하나 체크하고 기억했다. 한편으로 마음챙김을 통해 당장의 불안에 대응하는 기술도 준비했다. 이러한 내용적 기술적 준비 덕분에 즐거운 저녁식사와 뿌듯한 감정을 경험할 수 있었다. 그런데 사실 무언가를 얻기만 한 것은 아니다. 나는 나쁜 결과를 피했다. 불안에 압도되어 의미있는 사람의 의미있는 시간을 망쳐버리는 것, 그 나쁜 결과를 피하기 위해 더욱 꼼꼼하게 준비했다. 나를 움직이게 한 동기에는 '좋은 결과'를 이뤄내고 싶은 지향도 있었지만 '나쁜 결과'를 피하고 싶은 두려움도 있었다. 두려움은 나를 움직이게 만든 강력한 동인으로 작용했다.

두려움을 극복하는게 아니라, 두려움과 키스를?
흔히 '두려움'이라고 하면 '극복'을 떠올린다. 극복하고 이겨내야 할 부정적 대상으로서 두려움을 인식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 책 '두려움의 기술'은 두려움과 관련된 새로운 관점을 제시한다. 두려움을 인정하고 수용하며, 심지어 연애하고 키스하라고 이야기한다. 이게 무슨 소리인가? 무릇 두려움이란 타파의 대상이 아닌가? 록키 OST를 틀어놓고 눈을 부릅뜨며 강력한 정신력을 통해 돌파해야 할 방해물이 아니었던가? 두려움을 이겨내고 용기를 내어 도전함으로써 끝내 승리의 깃발을 들어올릴 수 있다는 것이 보편적인 상식 아니었던가?

'겁 없는 스키선수'에서 '심리상담사'로
견해의 독특함만큼 저자의 이력 또한 특이하다. 이 책의 저자인 크리스틴 울머는 '세상에서 가장 겁 없는 여성 스키어'로 꼽힌 바 있는 前미국 모굴 스키 국가대표 선수다. 그리고 은퇴 후 현재는 심리 상담사로 활동하며 '두려움'에 관한 연구를 지속해오고 있다. 그녀가 최고의 선수로 활양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두려움의 극복'이 있었다. 하지만 무의식 깊이 각인된 '두려움에 대한 무시'는 그녀의 삶을 아프고 병들게 만들었다. 그리고 체험과 연구 끝에 두려움에 대한 새로운 관점을 발견하게 된다. 이 책에는 스키선수로서의 체험담, 위험과 스릴을 즐겼던 여행 경험들, 두려움의 원리, 두려움을 대하는 일반적 통념의 문제점, 두려움을 수용하는 구체적 방법론 등의 내용이 담겨있다. 스스로 두려움이 많아 마음의 어려움을 겪는다고 생각하는 분들께 이 책의 독서는, 관점의 전환을 통해 자유로운 삶의 가능성을 열어볼 수 있는 의미있는 성장의 시간이 되리라고 생각한다.

두려움, 알고보면 소중한 친구
60 도마뱀의 뇌는 5억 년 동안 발달해왔다. 이에 비해 생각하는 마음과 컨트롤러는 겨우 200~300만 년 동안 존재해왔다. 기나긴 우주 역사에 비하면 찰나의 순간에 불과하다. 두려움을 아무리 통제하려고 해도 두려움은 계속해서 돌아와 결국 당신을 압도할 것이다.

95 당신이 통제하려고 시도하는 나쁜 목소리가 무엇이든 간에 결국 그것이 당신을 통제하게 될 것이다.

흔히 두려움을 극복하라고 말하는 이들은 두려움을, 다룰 수 있는 통제의 대상인듯이 이야기한다. 두려움의 극복이, 연습과 훈련을 통해 습득할 수 있는 인지기술인 것처럼 말한다. 하지만 저자에 따르면 두려움이 발생되는 '도마뱀의 뇌'는 쉽게 통제할 수 있는 대상이 아니다. 우리가 일상에서 감정에 압도되었을 때 '생각'만으로 평정심을 되찾기 어려운것은 지극히 자연스러운 일이다. 이처럼 두려움을 통제하거나 억압하려는 시도는 성공하기 어려우며, 오히려 중독이나 신경증, 분노와 같은 예기치 않은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 두려움은 피해야 할 대상이 아니다. 기나긴 생명의 여정과 함께해온 소중한 벗이다. 우리에게 소중한 것이 무엇인지, 우리가 지금 여기에서 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 알려주는 고마운 신호다. 두려움의 극복이 아닌 두려움과의 연애는, 우리의 삶을 풍요롭게 만들어주고, 우리가 진정 누구인지 알게 해주며, 회피와 억압으로부터 해방되는 자유를 선물해줄 것이다. 

두려움과 함께, 삶의 확장으로
342 두려움을 존중하면 실질적으로 어떤 이익을 얻을 수 있을까? 두려움을 존중함으로써 당신은 삶의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있을 뿐 아니라, 당신 삶의 가장 중요한 부분을 근본적으로 확장할 수 있게 된다.

두려움을 존중하면 강해진다. 행동의 책임과 영향력을 상기시키며 강력한 힘을 발휘하도록 돕는다. 두려움을 존중하면 안전해진다. 우리의 삶을 위협하는 것들로부터 안전한 거리를 두도록 만든다. 두려움을 존중하면 시야가 선명해진다. 내면의 지혜가 말해주는 가능성들을 발견함으로써 더 나은 선택을 이끌어낼 수 있다. 두려움을 존중하면 더 많은 에너지를 얻는다. 두려움을 억압하는데 낭비되던 에너지를 비축할 수 있고, 감정연료를 활용함으로써 더욱 적극적이고 역동적으로 움직일 수 있다. 이처럼 두려움의 존중과 수용은 삶의 소중한 순간들에서 구체적이며 실질적인 이익을 제공한다.

두려움과 어우러질 나의 삶을 기대하며
258 당신의 마음은 생각한다. 당신의 몸은 느낀다. 그래서 두려움을 느끼기 위해서는 두려움에 대해 생각하지 말아야 한다.
 
책에는 이 외에도 두려움과의 연애에 이르기 위한 저자만의 구체적 기술이 제시되어 있다. 특히 264페이지에 제시된 '몸과의 대화' 방법과, 292페이지에 제시된 '저자가 두려움을 다루는 방식' 해설이 직관적이며 실용적인 도움을 주었다. 두려움을 두려워하는 사람으로서, 두려움을 극복하기 위해서 온몸에 힘을 주고 살아온 사람으로서, 새로운 관점과 함께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볼 수 있었던 흥미로운 성장의 시간이었다.

나는 쫄보다. 겁쟁이다. 근심과 걱정과 두려움은 언제나 내 정신세계의 대주주였다. 그 과정에서 머리는 과부화되고 몸은 탈진하기 일쑤였다. 돌이켜보면 내가 쏟아부었던 에너지의 상당수는 두려움을 회피하고 극복하는 과정에 소모되었던 것 같다. 그 모든 에너지를 '두려움 너머의 현상'을 현명하게 해결하는데 사용하였더라면, 더 나은 결과와 충만한 기쁨을 만들어낼 수 있지 않았을까? 두려움이라는 적이 많아 무거웠던 삶이, 이제는 두려움이라는 친구와 함께 한껏 경쾌해질 수 있지 않을까?

'하고 싶은 것'을 하는 것은 기쁜 일이다. 그리고 '하고 싶지 않은 것을 하지 않는 것'역시 기쁜 일이다. 그리고 두려움은 그 모든 과정을 돕는 소중한 신호이자 힘의 원천이다. 그런데 나는 그동한 후자의 감사함을 의식하지 못하며 살아온 것 같다.

두려움을 떠올린다. 몸으로 드러난 두려움의 신호를 듣는다. 내가 질문하고 그가 대답한다. 지금 이 순간, 그는 누구보다 소중한 나의 친구다. 새로운 가능성과 함께하는 지금 여기에서부터의 삶이 기대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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