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쁜 기억에서 자유로워지는 연습 - 일상의 불안부터 트라우마까지 치유하는 EFT
이진희 지음 / 팜파스 / 201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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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마음같지 않은 시절을 겪는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남겨진 보이지 않는 흉터는, '기억'이라는 형태로 끈질기게 우리를 괴롭히기도 한다. 문제는 '떠오르는 기억'에 그치지 않는다. 저자에 따르면 나쁜 기억은 보이지 않는 형태로 우리를 아프게 하기도 한다. 불안, 우울과 같은 정서적 문제뿐만 아니라 통증과 같은 신체적 고통의 기저에도 '나쁜 기억'이 자리하고 있을 수 있다. 문제는 보통의 사람들이 이러한 부정적 기억들을 '회피'의 방식으로 대응한다는 점이다. 떠올리기조차 불편한, 이미 지나가버린 과거의 기억을 대면하지 않으려는 경향은 어찌보면 당연한 태도이다. 하지만 더 자유로운 자유를 위해, 더 건강한 건강을 위해서는 용감한 대면과 근본적 수용이 필요하다. 상처입은 자신과 마주하고, 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무조건적으로 수용하며 사랑하는 삶의 방식이다. 그렇게만 될 수 있다면 더할나위 없을 것 같다. 문제는 해방과 자유에 이르는 '방법'이다. 일상에서 문득 떠오르는 부정적 기억을 간편하면서 즉각적인 방법으로 마주하며 해소할 수 있는 기술을 체득할 수 있다면, 정말이지 유용하지 않을까?

EFT, 나쁜 감정과 기억을 해소하는 방법
이 책 '나쁜 기억에서 자유로워지는 연습'은 바로 그 기술, EFT에 관한 책이다. EFT는 Emotional Freedom Technique(정서자유기법)의 약자로, 원하지 않는 감정과 기억을 해소하는 방법이다. 한의학과 심리학을 결합한 방법으로 현재 35개국 이상에서 600만 명 이상의 사람들이 사용하고 있다고 한다. 책의 전반부는 심리학적 이론을 바탕으로 마음의 아픔을 겪는 이들의 증상과 사례를 짚어보고, EFT의 원리와 효과를 풀어낸다. 투사, 전이, 신체화, 트라우마와 같은 심리학적 증상들을 다루고 불안이나 부정적 습관과 같은 일상의 문제에도 EFT가 적용 가능함을 말한다. 책의 후반부는 EFT의 실전 실천법을 구체적으로 설명하고, 그 과정에서 일반적으로 경험하는 어려움과 해결방법, 실용적인 Q&A등을 담았다. EFT의 원리에 대해 배우고자 하는 분들께, EFT를 배우고 실천함으로써 자유로운 삶을 만들어갈 수 있기를 기대하는 분들께 의미있는 독서의 시간이 되리라고 생각한다.

수용, 체념이 아닌 '무조건적 사랑'
90 '그 사람이 나에게 한 잘못된 행동'을 용납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나 자신의 마음의 평화와 행복을 되찾기 위해서' 관계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다.

147 "전 아무렇지 않아요. 포기했거든요!" 자신을 힘들게 하는 상황에 대해서 체념할 때 사람들은 큰 감정적 반응을 일으키지 않는다. 그래서 혹자는 포기와 체념을 자기 수용과 착각하기도 한다. 그러나 참된 자기 수용은 체념과 포기를 의미하지 않는다. ... 주어진 삶에 감사하며 살아간다. 문제가 해결되어야만 받아들이고, 내가 원하는 상태가 되어야만 사랑하겠다는 조건부 수용이나 조건부 사랑이 아니다. 문제 해결 여부나, 현재 상태고 좋고 나쁨을 떠나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사랑할 수 있는 것이 바로 자기 수용이다.

EFT는 수용에 이르기 위한 실천적 기술이다. 수치심, 두려움, 불안, 공포와 같은 부정적 감정을 끌어안는다. 뒤바꾸고 싶은 실패경험, 가족에 의한 상처, 연인사이나 직장에서의 인간관계 등 부정적 경험을 받아들인다. 그런데 혹자는 여기에서 의문을 갖게될지 모르겠다. 부정적 감정과 경험을 있는 그대로 수용한다면, '체념'이나 '포기'와 다를바 없는것 아니냐는 의문이다. '내가 그렇지 뭐'와 같은 좌절의 태도처럼 말이다. 하지만 EFT가 지향하는 수용은 적극성을 띄고있다. 포기했기 때문에 받아들이는 것이 아니라, 나 자신을 무조건적으로 사랑하기 때문에 받아들일 수 있는 것이다. 이는 '주어진 삶에 대한 감사'로 이어지며, 삶을 주체적·적극적으로 이끌어나가기 위한 원동력이 된다. 수용으로 인해 안주하는 것이 아니라, 수용을 바탕으로 나아갈 수 있는 것이다.

책에 담긴 구체적 실천법
그렇다면 EFT의 구체적 실천방법은 무엇일까? 책에는 이에 대한 구체적인 방법론과 예시가 풍성하게 제시되어 있다. 기본적인 절차에서부터 구체적인 상황에 이르기까지, 초심자가 따라하기에 충분히 친절한 해설이라고 느꼈다. 간력하게 풀어보면 '문제 확인-준비 단계-연속 두드리기-뇌조율 과정-연속 두드리기-조정과정'으로 이어진다. 중요한 것은 '수용확언'과 '두드리기'라고 생각된다. '수용확언'은 '나는 비록~하지만, 마음속 깊이 나 자신을 받아들이고 사랑합니다'의 형식으로 이루어진 자기암시 주문이다. 반복적으로 되뇌이는 것만으로도 마음의 안정감을 가져다주었고, '두드리기'와 함께 시도이니 한결 몰입감을 더할 수 있었다. 책을 읽기 전까지 나는 EFT에 관해 전혀 모르고 있었는데, 이 책의 독서와 잠깐의 유투브 검색만으로 즉시 나의 부정적 감정과 기억들을 향하여 시도해볼 수 있었다. 시도의 결과는? 가벼워짐을 느꼈다. 부정적 기억에 한결 부드럽게 다가설 수 있었다. 앞으로 더 자주 이 책과 함께 EFT를 실천해가야겠다고 다짐하게 되었다. 다만, 부정적 기억에 접근하는 것 자체가 정서적 불편함을 감수해야 하는 일인만큼, 전문가와 함께하거나 심리상담을 병행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나의 자유를 위하여
78 트라우마 피해자는 종종 일상생활에 쉽게 적응할 수가 없다. 그 사람이 어떠한 삶을 살았는지 알 수 없기에 혹은 트라우마에 대한 이해가 없기에, 사람들은 그 사람을 주의력 결핍이나, 정서조절장애, 과잉행동 등이 있는 사람으로 인식한다. 하지만 그들은 단지 그들의 머릿속에서 처리되지 않은 수많은 감각들과 싸우느라 지금 눈앞의 세상이 아닌 과거의 세상에 있다.

근래에 나의 삶을 요동치게 만든 사건이 있었다. 바로 '검열하지 않는 일기'를 쓰기 시작한 것이다. 일기장에 적어내린 경험과 사건이 늘어갈수록, 나의 감정과 느낌을 온전하게 풀어낼수록 마음은 편안해지고 삶은 한결 자유로워져갔다. '직면'이 가진 힘을 내가 굳건하게 신뢰하는 이유다. 이번에 배운 EFT는 즉각적으로 실천할 수 있다는 점에서 실용적이었고, 몸으로 시도할 수 있다는 점에서 흥미로웠다. 몸과 마음이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음을 깊이 믿어가고 있는 요즘이기에 더더욱 의미있게 느껴졌다.이미 내가 실천의 과정에 있는 마음챙김·자기자비와 같은 맥락에서, 나 자신을 더욱 온전하게 사랑해야겠다고 다짐하게 되었다.

눈을 뜨고 있으면서도 눈 앞의 세상이 아닌 과거에서 헤메이고는 했다. '표면적 산만함' 너머에 '처리되지 않은 감각'들이 존재하고 있었음을 깨닫게 되었다. 마음의 문을 두드림으로 더욱 자유로워질 나의 삶을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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