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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이기는 힘 - 그들은 어떻게 위기를 기회로 만들었는가
이지훈 지음 / 21세기북스 / 2018년 7월
평점 :
어린시절, 누구나 한 번 쯤은 꿈꿔보았을 것이다. 영웅이 되어 악을 무찌르고 소중한 누군가를 구출해내는 것. 숭고한 가치를 실현해내는 것. 하지만 나이를 먹어가고 일상에 치이며 상상력은 무뎌지고 영웅의 꿈은 어느새 현실의 벽 너머로 서서히 잊혀진다. 하지만 영웅을 꿈꾸는 마음은, 영웅을 동경하는 이상은, 누구나의 마음 속 구석에 여전히 살아서 숨을 쉬고 있다. 영화, 연극, 소설, 드라마 등 수많은 '이야기' 속 '영웅'들이 여전히 사랑받고 있다는 사실이 보여주듯 말이다.
원형, 이야기 속 영웅들의 여정
그렇다. 영웅들은 '이야기' 속에서 살아있다. 일상의 괴리감에 의심을 품은 평범한 회사원이 거짓의 파란약 대신 진실의 빨간약을 골랐을 때(매트릭스), 작고 힘없는 호빗이 절대반지를 파괴하기 위해 용감한 여정을 시작할 때(반지의 제왕), 전투력이라고는 전무해보이는 배나온 팬더가 자신만의 쿵푸를 받아들이기 시작할 때(쿵푸팬더), 우리의 가슴은 기대감과 호기심으로 두근거리기 시작한다. 저자는 이처럼 우리를 설레게 하는 유명한 영웅들의 이야기 속에 '공통적인 패턴'이 담겨있다고 말한다. 신화학자 조지프 캠벨이 말한 바 있는 '원형'이다. 저자는 이를 크게 '출발-입문-귀환'으로 요악한다. 안정된 일상의 어느 날 소명의 부름을 받고, 시련을 극복하며, 그 끝에서 얻게된 것을 세상과 나누기 위해서 다시 위험을 무릅쓰고 귀환하는 과정이다. 저자는 이를 다시 본인이 베스트셀러 저서에서 주창한 바 있는 혼(소명의식), 창(창의), 통(소통)과 연결하며 이것이 얼마나 보편적인 인간 여정의 코드인지 재확인한다.
영웅들의 '이야기', '이야기'의 영웅들
4 스토리 컨설턴트인 크리스토퍼 보글러는 "작가는 다른 세계로 건너가서 스토리를 구해와 자기가 사는 세계의 사람들을 치료해주는 샤먼"이라고 했는데, 내 경우 그 스토리의 원천이 기업인 셈이다.
이야기는 우리에게 영감을 준다. 세상과 타인과 자기자신과 소통하고 교감할 수 있는 공명의 씨앗을 심는다. 이야기와 만나는 그 순간 과거의 무거웠던 무엇을 이해할 수 있게 되기도 하고, 미래의 어느 번민의 순간에 뒤늦게 발견의 싹을 틔우며 관념의 틀을 깨도록 만들어주기도 한다. 영웅들의 이야기도 예외가 아니다. 영웅의 이야기에 두근거림을 느낄 수 있는 우리 모두가 곧 영웅이라는 사실에서 더더욱 그렇다. 진정한 자신을 찾아가는 사람이라면 모두가 영웅의 여정을 떠날 수 있기 때문이다. '영웅의 여정에서 배울 수 있다는 것. 그리고 우리 모두가 영웅이 될 수 있다는 것' 그것이 바로 저자가 이 책을 관통하며 강조하는 바다. 철학과 소설과 고전을 넘나들며 영감의 씨앗을 던진다. 무엇보다도 현대의 영웅이라고 할 수 있는 기업인들의 이야기가 강조된다. 과거의 영웅들과 같은 패턴으로 성장해온 현대의 기업인들의 이야기를 듣고있자니, 나 역시 그들과 같이 성장하며 승리하고 싶다는 의지가 차올랐다. 현실의 장벽앞에 좌절했던 많은 현대인들에게, 도전과 극복을 위한 용기와 영감을 얻을 수 있는, 의미있는 독서의 시간이 되리라고 생각한다.
부활, 나로서 거듭나기
256 영혼에서 우러난 당당함이다. 자신의 모든 것을 긍정하는 용기이다. 상대 래퍼는 크게 당황하고, 배틀을 포기한다. 결국 영웅의 여정의 목표는 자기 자신을 찾는 것이다. 힘은 '저 바깥에' 있는 것이 아니라 '내 안에' 있다.
가장 인상적이었던 파트는 8부의 '부활-결국 나는 나로 설 것이다' 챕터였다. 내면의 힘을 발견하고 적을 물리치며 새로운 자신으로 거듭나는 영웅의 여정의 끝자락이다. 인용문은 영화 8마일에 대한 이야기의 일부분이다. 주인공 래빗은 랩 배틀의 압박감 속에서도 엄청난 용기를 낸다. 상대방에게 공격당할것이 뻔한 자신의 치부를 스스로 드러내며 포효하는 것이다. 자신의 약점이 과거에 스스로를 얼마나 괴롭히고 구속해왔든지에 관계없이, 그것을 온전하게 수용하고 긍정하는 순간, 성장의 동력이 되고 승리의 무기가 될 수 있다. 묶인곳에서 자유를 획득하며 영혼이 당당한 영웅으로 거듭난다.
유난히 예민한 자신을 피곤하게 생각하던 어떤 이는 그 예민함으로 스스로를 돌봐주기 시작하며, 유난히 머릿속이 산만스러워 집중하는데 애를 먹던 어떤 이는 경계를 넘어서는 확장의 상상력으로 새로운 발견을 이뤄간다. 그동안 나의 삶은 직면보다는 회피에 가까웠다. 약점과 실패는 꼭꼭 숨기기 바빴고 나 자신조차도 내면세계에서 그것으로부터 도망쳤다. 하지만 직면과 수용을 위한 작은 용기를 내가 시작하며, 진정으로 나를 묶어두었던 것은 약점이 아닌 약점을 대하는 나의 태도였음을 자각하게 되었다. 두려움으로부터의 해방이 열어줄 삶의 가능성을 기대하게 되었다. 신화속의 영웅들이 그래왔듯, 나를 수용함으로써 나 자신에 이를 수 있기를, 언젠가 진정한 나 자신으로 거듭날 수 있기를 꿈꿔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