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리학 진작 배울걸 그랬네 - 인문학적 통찰의 힘을 길러주는 일주일 간의 심리학 여행
린쟈오셴 지음, 이은정 옮김 / 베이직북스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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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경영학을 전공했다. 그리고 학부생활 내내 나에게 맞지 않는 전공수업을 이어가느라 애를 먹었다. 특히 숫자와 수치를 다루는 영역에서다. 사칙연산을 활용하는 활용하는 회계학에서부터 조금 더 복잡한 연산을 요구하는 통계학이나 투자론의 영역까지, 수를 활용하는 과목이라면 나에게는 큰 산이었기에, 일단 스트레스를 한웅큼 집어먹고 수업을 시작하고는 했다. '수'에 대한 비합리적인 두려움을 어느정도 해소한 지금이라면 몰라도 그 때의 나에게는 분명히, 경영학을 선택한 것이 좋은 판단은 아니었다. 만약 스무살 무렵으로 돌아갈 수 있다면 다른 전공을 선택할 것이다. 심리학. 심리학이 참 좋을 것 같다.

뒤늦게 심리학에 빠지게 된 것은 그다지 유쾌한 이유 때문은 아니다. 졸업 후 수험 실패가 이어지며 자신감과 자존감이 급격히 떨어지기 시작했고 집중장애와 불안도 함께 찾아왔다. 도무지 글에 집중할 수가 없었다. 그러니 그 좋아하던 책에도 흥미를 붙일 수 없었다. 나를 심리학에 관한 관심을 이끈것은 그 와중에 나타난 작은 호기심이다. "이게 도대체 뭐지?" 무언가가 분명히 나의 머릿속을 헤집어놓고 있지만 '그것'이라고 특정지으며 이름부를 수 없는 무엇. 심리학을 배운다면 그것에 이름을 붙일 수 있을 것 같았다. 나아가 그것을 다루게 될 수도 있을지 모른다는 희망이 생겼다. 그런 이유로 심리학 책을 읽기 시작했다는 사실조차 읽고 배움과 시도를 이어가던 어느 날, 다시금 주의깊게 책을 읽고 있던 나를, 맑은 정신으로 생각을 다듬어가는 나를 발견하게 되었다. 다시금 과거로 돌아가 '무엇'에 이름을 붙인다면 이런 표현을 쓸 것이다. '불안'. 심리학이 나에게 준 많은 선물들 중 한 가지를 꼽으라면 나는 '불안을 똑바로 볼 수 있게된 것'을 선택할 것 같다. 심리학을 더 빨리 알았다면 참 좋았을 것 같다. 하지만 이제라도 알게되어 참 다행이기도 하다. 이제부터 더 알아나갈 심리학이 기대되기도 한다. 심리학, 진작 배울걸 그랬다.

178 다행히도 한 명의 훌륭한 의사가 시시각각 당신을 주목하고 병이 악화되지 않았을 때 경각심을 줄 수 있다. 그 훌륭한 의사는 바로 당신 자신이다. 자신만이 본인의 상태를 정확하게 진단하고 적절하게 치료할 수 있다. 근래에 베스트셀르가 된 '주치의를 구하느니 스스로를 구하라'라는 책의 제목만 봐도 그 안에서 뿜어져 나오는 힘이 느껴진다. 확실한 사실 한 가지는 세상에 나보다 더 나에게 관심을 가지고 나를 도와줄 수 있는 사람은 없다는 것이다. 우리는 우리 자신의 건강 문제를 어디에다 미루지 말고, 진정으로 건강을 위해 노력하고 책임을 다하자. 이러한 마음가짐에서 나오는 에너지가 전문지식이나 기술보다 훨씬 중요하다.

책 <심리학 진작 배울걸 그랬네>는 대중의 눈높이에서 심리학의 전반을 소개하는 입문서다. 심리학의 의미에서부터 주요 인물과 이론, 심리학적 지혜를 일상생활에 적용하기 위한 방법 등 심리학에 호기심을 갖고있는 사람이라면 궁금해할 만한 내용들을 다채롭게 담았다. 특히 인상적인 것이 '요일'형식의 구성이다. 이 책의 목차는 월요일~금요일, 주말의 6개 챕터로 구성되어 있다. 따라서 저자의 안내에 따라 책을 읽어나간다면 일주일만에 심리학 전반을 훑어볼 수 있게 된다. 월요일은 입문이다. 심리학의 정의, 주제 및 탐구방법을 다룬다. 화요일은 '기원과 발전'이다. 고대 그리스에서 18세기 이후의 과학심리학을 지나 현대 심리학에 이르기까지, 시대와 기술에 따른 심리학의 변천을 살펴본다. 수요일은 '주요 인물과 이론'이다. 융, 에릭슨, 반두라, 매슬로우, 밀그램, 로프터스, 마틴 셀리그만, 스턴버그 등 유명 심리학자들의 핵심이론과 주요개념들을 짚어본다. 목요일은 '심리학의 갈래'다. 심리학과 삶의 연결고리를 따라가며 우울증, 불안, 정신분열증 등의 질병들을 알아본다. 임상심리학과 심리치료에 대해 알아보기도 한다.금요일은 '심리학으로 세계 바라보기'다. 인간관계, 사랑, IQ와 EQ, 용서, 행복, 자존감 등 우리 삶과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는 주제들을 '삶의 접점'에서 다뤄본다. 구체적이고 실용적인 이야기들이 담겨 있어서 특히 좋았던 챕터다. 마지막으로 주말은 '심리학 실천하기'다. 심리학을 일상생활에 적용하기 위한 두 가지 핵심 태도를 제안한다. 배움이 이론에 그치지 않고 현실에 적용될 수 있기를 바라는 저자의 진심어린 조언이다. 심리학과 독자를 향한 저자의 애정을 느낄 수 있던 챕터였다.

132 핵심이 바로 '자신에게 닥친 불행에 대한 해석'이라는 것을 발견하였다. 셀리그만은 사람들이 상황을 해석하는 방식을 귀인형태라고 불렀는데, 비관적인 사람들은 통상적으로 나쁜 일이 일어난 것을 이렇게 해석했다. '모두 내 잘못이야. 불행은 영원히 지나가지 않아. 모두 끝났어.' 이러한 귀인형태의 특징을 각각 '개인성', 영구성', '보편성'이라고 한다.

133 낙관적인 사람들은 무기력해지지 않는다. 왜냐하면 그들의 귀인형태가 비관자의 경우와 정확히 정반대이기 때문이다. 해고를 당한 낙관론자는 일이 자신과 맞지 않았다고 생각하거나(즉, 자기에게 능력이 없어서 '잘린' 것이라고 해석하지 않는다.) 불경기라서 그렇다고 생각한다.(즉, 영원히 지속되는 일이 아님을 믿는다) 또는 이곳에 아니면 다른 곳에 가면 된다고 생각한다.(즉, 보편화하여 확대해석하지 않고 특정한 예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쉽게 말해서 낙관자의 귀인형태는 마음을 보호하는 작용을 한다. 나쁜 일이 자존감을 손상시키지 않으며, 쉽게 기분이 저조해지거나 장기적으로 우울해하지 않는다.

133 흥미로운 점은 일이 순조로울 때면 낙관론자는 비관론자가 실패를 해석하는 귀인형태처럼 '개인성, 영구성, 보편성'의 프레임으로 상황을 해석한다는 점이다. 즉, 성공경험은 자신의 능력이 뛰어나기 때문이고, 앞으로도 계속해서 잘 해나갈 것이며, 어떤 일도 이겨낼 수 있다고 믿는 것이다.

'개영보'를 발견한 것은 이번 독서의 가장 큰 수확이다. 개인성, 영구성, 보편성이다. 절망에 빠져있을 때의 내 모습이 그랬다. 모든 실패는 내 탓이며, 지금 나의 무능력과 무기력은 영원할 것이라고 믿었다. 몇 번의 실패는 나의 보편적 무능력을 증명하는 것이라 느껴졌고 몇 가지 결점은 나의 보편적 무가치함을 의미하는 것이라고 해석됐다. 벌어진 사건과 비관적 해석, 부정적 감정은 너무도 끈끈하게 결합되어서 도저히 의심할 수 없는 진실처럼 느껴졌다. 이러한 사건과 해석에, 즉 귀인형태에 변화의 바람을 불어넣어 준 것이 바로 명상과 심리학이다. 명상을 통해 고착회된 해석으로부터 떨어져나와 객관적으로 스스로의 내면세계를 알아차렸고, 심리학을 통해 비합리적 신념과 부정적 해석을 검토하고 해체하고 재구축했다. 언어의 힘이 무엇보다 강력하다는 사실을 실감하고 있는 요즘이다. 개념화할 수 있다면 포착할 수 있고, 다룰 수 있는 가능성이 열리기 시작하기 때문이다. 모호하고 막연했던 나의 '귀인형태'에 '개영보'라는 유용한 인식의 틀을 적용할 수 있게 되었다는 점에서 고마운 배움이고 발견이다.

한편 비관론자와 대립되는, 낙관론자가 '개영보'를 삶에 적용하는 모습이 참 인상적이었다. 부정적인 사건의 경우 '개인성'에서 외부요인에 주목하고, '영구성'에서 단기적 속성에 주목하며, '보편성'에서 파급의 범위를 좁히는 것이다. 그런데 긍정적인 사건의 경우에는 또 이와 반대다. '개인상'에서 자신의 잘 한 점에 주목하고, '영구성'에서 장기적 지속을 기대하며, '보편성'에서 자신의 유능을 믿는다. 논리법칙으로 따지면 모순적인 태도다. 법 적용을 이렇게 한다면 탄핵감이다. 하지만 자신의 삶에 대한 해석과 의미부여는 논리나 사법과는 현저히 다른 영역이다. 그 누구에게도 피해를 주지 않으며 그 책임은 오롯이 스스로 지게 된다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경험이라는 삶의 순간을 검토하며 '무엇에 주의를 기울일지'를 선택하는 것은 적적으로 자신의 자유다. 소중한 자신을 마주하며 다정한 친구가 되지는 못할망정, 심판관이 될 필요까지는 없지 않겠는가? 나 자신을 바라보며, 나의 삶을 해석하며, 타인을 바라보며, 타인의 삶을 해석하며, 보다 자비로운 필터를 사용하는 사람이 되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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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적 좋은 아이가 왜 실패하는가 - 이력서가 필요 없는 시대가 온다
트레멘 뒤프리즈 지음, 오광일 옮김 / 유아이북스 / 201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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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소 도발적인 제목의 책이다. 적어도 우리나라에서는 더더욱 그렇다. 좋은 성적은 좋은 학벌로 이어지며, 좋은 학벌은 좋은 직업으로 이어져서, 결국 좋은 '삶의 질'로 귀결된다는 것이 우리 사회의 통념이기 때문이다. 성적은 성공의 필요조건이 아니었던가? 그런데 되려 성적 좋은 아이가 실패를 한다니. 이게 도대체 무슨 현실성 없는 이야기란 말인가? 저자가 말하고자 하는 것은 학교 성적이 하찮은 요소라는 말은 아니다. 단, '학교성적'이라는 눈 앞의 목표에 매몰되어 놓치고 마는 '더 중요한 것들'에 관한 이야기다. 언젠가 결국 '삶'이라는 '목적지 없는 여행'을 떠나게 될 아이에게 선물해줄 '성적보다 중요한 힘'에 대해 다루고 있다.

<성적 좋은 아이가 왜 실패하는가>의 저자 '트레멘 뒤프리즈'는 한 아이의 엄마이자 런던대에서 금융경제학 등을 전공한 기업경영 리더십 자문 전문가다. 유명한 경영인 코치로서의 경험과 지식을 바탕으로, 자녀교육을 위해 진정으로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에 대한 주장을 펼쳐나간다. '1부-무엇을 가르칠 것인가'에서는 구직자가 갖춘 스펙과 기업이 요구하는 역량의 불일치로 인해 실업이 늘어가는 현실을 이야기하며 '성적'보다 중요한 '생각'에 대해 강조한다. 이어 '2부-생각하는 아이로 키우기'에서는 부모라는 이름의 코치로서, 생각의 힘을 갖춘 아이로 키워내기 위한 두뇌발달 코칭법을 제안한다. 특히 '작동기억'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발달을 위한 방법을 제시한다. '3부-인생 여정을 위한 성공 능력들'에서는 삶의 전반에 걸쳐서 더욱 단단하고 성숙한 사람으로 살아가기 위해 필요한 성공능력들에 대해 다룬다. '좋은 의사결정자의 7가지 습관', '감성지능', '잘 실패하는 법'등이 그것이다.

저자는 OECD에서 진행하는 학업성취도 국제비교연구인 PISA의 척도가 곧 '비판적 사고능력'을 의미하는 것이 아님을 지적한다. PISA의 순위는 전반적으로 우리나라를 포함한 유교문화권에 있는 학생들이 상위권을 차지한다. 주어진 속도와 거리를 이용해 평균 속도를 구하는 것과 같은 전형적 수학시험 유형의 문제들이다. 저자는 이런 유형의 문제들을 3단계의 접근법으로 해결할 수 있다고 말한다.

1.필요한 계산법을 정한다.

2.주어진 정보에서 정확한 변수를 선택한다.

3.계산하고 기록한다.

돌이켜보면 그렇다. 우리가 학창시절 해결해왔던 대부분의 수학문제들도 그렇다. '더 효율적인 접근법'은 있을지 몰라도 문제에서 요구하는 접근법은 대부분 정해져 있는것이 일반적이다. '틀'을 선택하고 '변수'를 적절하게 적용하는 것. 그 안에서 계산을 통해 해를 도출하는 것. 생각을 확장시킬 여지는 없다. 주어진 틀 안에서 빠르게 정답을 찾아내도록 훈련하는 것이 우리가 반복적으로 학교에서 해왔던 일이다. 하지만 저자가 강조하는 '비판적 사고'의 접근법은 다르다. 앞서의 문제가 '틀 안에서' 생각했다면 이번에는 '틀 밖에서' 바라보고 생각을 조율하는 과정이 추가된다. 문제에 대한 접근 또한 다각적이고 섬세한 태도를 띈다. 저자가 말하는 '비판적 사고'를 위한 능력들은 다음과 같다.

1.문제가 발생하는 맥락과 틀을 이해하기

2.추측과 보이지 않는 영향이나 관계를 찾아내기

3.증거를 모으고, 1번과 2번을 고려하여 그 증거를 평가하기

4.반성적 사고를 사용하여 사고의 틀과 사고의 편향성이 주는 영향을 판단하기

5.적절한 도구와 기술을 사용하여 해결책 만들어 내기

6.해결책을 평가하기

7.해결책을 시험하기

저자는 이와같은 사고능력을 키우기 위해 다양한 방법들을 제시하는데 가장 인상적이었던 것이 바로 '코칭 대화법'이다. 책에는 자신을 '꼬마'라고 부르며 놀린 친구를 향해 화가 난 아이를 위한 대화법을 사례로 제시한다. "어떤 기분이 들었니?", "네가 꼬마인게 맞니?", "그 아이가 그런 말을 하는 것을 네가 막을 수 있었을까?", "올바른 방식으로 대응했다고 생각하니?", "다른 방식으로 대응하려면 어떻게 하는것이 좋았을까?", "누군가 너한테 욕할 때마다 너는 무슨 말을 할 수 있을까?"와 같은 질문들로 이루어져 있으며, 각 단계에서 아이가 스스로 생각한 후 대답할 수 있도록 기다린다. 중요한 것은 적절한 대답을 '아이가 직접 찾아야 한다는 것'이다. 간단하고 단순한 대화처럼 보이지만 하나하나 주옥같은 질문들이라고 느껴졌다. 저자가 구체적으로 부연하고 있지는 않지만, 감정을 알아차리고 언어화함으로써 수용하고, 통제불가능한 외부변수에 대해 경계를 지으며, 스스로의 대응을 객관적으로 성찰함으로써 자기를 인식하고, 최선의 대응책을 도출함으로써 사고력과 자신감을 획득할 수 있는 효과적인 대화법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오랜 코칭을 통해 단련되었을 저자의 내공이 느껴지는 부분이었다.

189 스트레스를 우리 몸에 기운이 필요하다는 신호로 인식하고 미리 준비하면, 스트레스가 유발할 수 있는 신체적인 충격에 대항할 수 있습니다. 스트레스에 저항하는 일종의 정신적인 백신이지요. 스트레스가 수행능력에 도움을 준다고 믿으면 아이들은 덜 불안해하고, 자신감은 올라가고, 무엇보다 스트레스 관련 질병에 저항력도 높아질 수 있습니다.

피할 수 없는 스트레스에 대해, 관점을 달리하는것만으로도 부정적 영향을 긍정적 효과로 전환할 수 있다는 이야기도 인상적이었다. 스트레스를 건강에 위험요소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스트레스에 부정적 영향을 받는다는 것은 당연한 사실일 것이다. 그런데 스트레스를 긍정적으로 인식하는 사람들의 경우, 아예 스트레스를 상대적으로 덜 받는 사람들보다도 조기사망률이 낮다라는 연구결과가 있다. 일반적으로 스트레스를 받으면 혈관이 수축되면서 심장이 빠르게 뛰게 되는데 스트레스를 긍정적으로 인식할 경우 심장받동수는 상승하지만 혈관이 수축되지 않고 편안하게 유지되었다고 한다. 그리고 이는 역경에 맞서 용기를 내려는 사람들의 반응과 유사했다. 그렇다면 중요한 것은 스트레스가 아닌, 스트레스를 바라보는 우리의 태도인 것이다. 외부적으로 가해지는 스트레스는 우리가 통제할 수 있는 요소가 아니다. 하지만 그것에 대한 우리의 반응은 전적으로 우리의 자유로운 선택이다. 나의 경우 이 이야기를 오래전에 '켈리 맥고니걸'박사의 저서를 통해 접한바 있고 당시의 어려움을 극복하는데 유용하게 활용한 경험이 있다. 하지만 어느새 이 내용을 잊어버렸고 며칠 전에는 통제할 수 없는 스트레스에 속수무책으로 흔들려버렸던 경험이 있다. 이번 독서를 계기로 다시 한 번, 스트레스를 긍정적으로 인식하며 흔들리기는 커녕 도전반응을 통해 힘을 키울 수 있는 인식의 전환을 체화해야겠다고 다짐하게 되었다.

222 아래 빈칸을 채워보세요. 여러분이 실패와 어떻게 관계를 맺고 있는지 살짝 볼까요?

-가장 공개적으로 드러난 실패는 ___ 이다.

-가장 충격이 컸던 실패는 ___ 이다.

-가장 고마웠던 실패는 ___ 이다.

-나의 성공에 가장 중요했던 실패는 ___ 이다.

'잘'실패하는 법 이라는 제목의 챕터도 정말 인상적이었다. 저자는 창의력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실패의 두려움'이 창의력에 대한 장애물이 될 수 있음을 강조한다. 그러면서 나열하는 두려움들이 '판단에 대한 두려움', '거절에 대한 두려움', '변화에 대한 두려움', '실수하는 것에 대한 두려움', '실패에 대한 두려움', 남들과 다른 것에 대한 두려움', '실패에 대한 두려움' 등이다. 어쩌면 하나같이 내가 오래도록 함꼐하고 있는 익숙한 두려움들이어서 뜨끔한 대목이었다. 그리고 이러한 두려움에 휩쌓여 있을 때 내가 결코 창의적일 수 없었음 또한 기억해냈다. 창의적이기는 커녕 평소의 컨디션도 발휘할 수 없었다. 결과는 좋지 않았고 그보다 속상한 것은 '과정이 행복할 수 없었다'는 사실이다. 두려움과 불안에 휩쌓인채 과정을 이어간다는 것은 힙겹고도 지치는 일이었다. 결국 결과와 과정에서 모두 만족스러울 수 없었다. 하지만 저자는 실패를 경험하고, 그것을 극복하는 것이야말로 삶에서 반드시 필요한 생존기술이라고 말한다. 심지어 '생산적인 실패'를 통해서 장기적으로 호기심과 도전정신을 키울 수 있다고 말한다. 창의성을 위해 중요한 것이 '마음의 탄력성'이며 이는 곧 성공적으로 그리고 반복적으로 실패하는 기술이라고 주장한다. 개인적으로 작년 한 해 동안 가장 잘 했다고 생각하는 일이 바로 심리상담을 받아본 것이다. 이를 통해 회피하고 감추려고만 했던 실패경험과 부정적 감정을 인식하고 직시하며 수용한다는 것이 얼마나 큰 의미를 갖는 일인지 몸소 체험했다. 그리고 이번 독서를 통해 과거의 실패에 의미를 부여하고 미래의 실패에 대한 두려움을 한결 덜어낼 수 있었다. 미래의 실패를 두려워하며 소중한 성장의 기회를 놓치지 않기를, 과거의 실패를 수치스러워하며 나 자신으로부터 회피하지 않기를 스스로에게 다독여 본다. 그럼으로써 지금 여기의 호기심과 도전정신으로, 생산적인 실패에 뛰어들 수 있기를 기대한다.

115 어떻게 해야 아이들이 숙제처럼 지루한 것들에 대해 호기심을 갖게 할 수 있을까요? 아이들의 도전의식을 자극해야 해요. 새로운 과제를 하고 있다면, 학급 친구들을 이길 정도로 새롭고 흥미로운 것들을 찾게 자극하는 겁니다. 아이가 시험공부를 하고 있을 때에는 세부내용을 기억하게 하는 암기법을 만들도록 자극하세요. 호기심이 생기게 하고, 아이들의 한계와 어떻게 하면 언계를 넘어설 수 있는지

아이들이 진정으로 행복해지길 원한다면 표준화된 성공모델의 '누군가'가 되기보다는, 자유분방한 삶의 주체로서의 '자기 자신'이 되도록 응원하는 것이 맞을 것이다. 그러므로 훈육에 있어서 필요한 것은 '조급함'보다는 '인내'다. '다그침'이 아닌 '생각의 기회'다. 정해진 '결과'가 아닌 가능성의 '과정'이다. 그리고 이 모든 명제는 성인으로서의 자신에게도 다름없이 적용 가능하다. '나'라는 아이를 돌봐줄 '나의 보호자'로서, '나의 삶'을 스스로 이끄는 '나의 리더'로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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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TS가 주목한 융의 재발견 - 정신분석의 창시자로 페르소나 개념을 만든 심리학 3대 거장
칼 구스타프 융.캘빈 S. 홀 지음, 이현성 옮김 / 스타북스 / 201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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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대세는 '프로이트'인가 싶더니 어느새 '아들러'가 주목받기 시작했다. <미움받을 용기>의 인기를 계기로 아들러 심리학은 많은 사람들의 관심과 흥미를 끌게 되었다. 아무래도 '관계'에서 피로감을 느낀 사람들에게 "그래도, 미움 받아도 괜찮아"라는 위로의 메세지를 전달해주었기 때문일 것이다. 그런데 요즘 '융'이 주목을 받고 있다. 최근에 발매된 방탄소년단의 새 앨범 타이틀이 MAP OF THE SOUL : PERSONA 라고 한다. BTS의 음악에 융의 사상이 모티브를 제공했기 때문에 BTS를 좋아하는 국내외의 팬들에게 '융' 또한 덩달아 주목받고 있다는 것이다. 왜 사람들은 BTS에 열광할까? 물론 멋진 외모가 한 몫을 했을 했을 것이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그들이 전하는 메세지로부터 위로와 용기를 받았다고 말한다. 힘들고 혼란스러운 시대를 살아가는 요즘의 사람들에게 필요한 진정성 있는 메세지를 전하고 있다는 것이다. 나 역시 BTS의 몇몇 노래를 들어본 바 있고 멋진 퍼포먼스와 사색과 성찰이 담긴 가사에 호감을 느낀적이 있다. 특히나 인상적이었던 것이 바로 "자신을 사랑하라"는 메세지였다. '관계'도 중요하고 '사회생활'도 중요하며 '성취'나 '물질'도 역시 중요하다. 하지만 그 모든것은 '나'로부터 시작된다. 삶의 정답은 정해져 있으며 오로지 그 길로만 따라가는 것이 유일한 성공처럼 여겨지는 사회에서 '자신'이 존재할 자리가 있을까? "역사는 반복되지 않는다. 각성하지 않은 대중의 타성이 반복될 뿐이다." 융의 말이다. BTS덕분에 주목을 받았지만 그 어느때보다 '융'이 필요한 시대다. 자신의 내면 깊숙히 숨겨진 어둡고 음침한 모습조차도 품어안고, 타인의 그러한 일면까지도 수용하며, 자신과 타인과 사회의 모순을 극복하고 한 걸음 전진할 수 있는 것. 이 책 <BTS가 주목한 융의 재발견>을 읽고 내가 품어본 희망이다.

책 <BTS가 주목한 융의 재발견>은 융의 사상을 간결하게 풀어낸 해석서다. 저자인 '캘빈 S. 홀'은 캘리포니아 대학교, 오리건 대학교, 웨스턴리저브 대학교의 심리학 교수를 역임한 심리학 박사다. 책은 크게 2부로 나눠지는데 '1부-융의 심리학 해설', '2부-나의 이야기'로 구성된다. 1부에서는 융의 사상을 구성하는 핵심 키워드를 중심으로 이야기를 풀어나가며 '융 심리학의 의의'를 끝으로 챕터를 마무리한다. 인격, 개성화, 의식, 무의식, 집단무의식, 그림자, 페르소나, 콤플렉스, 아니무스, 아니마 등의 키워드가 등장한다. 낯설고 어색한 것이 사실이었지만, 앞서의 설명이 뒷부분의 이해를 뒷받침하는 단계적 구성 덕분에 큰 어려움 없이 융의 사상을 훑어나갈 수 있었다. 2부에서는 융의 일생을 자전적 표현 방식으로 서술한다. 위대한 심리학자로서의 융이 아닌, 방황과 혼란으로 가득했던 어린시절의 내적 갈등이 내밀하게 표현되어 있다. '위대한 학자로서' 융의 사상을 바라볼때와는 달리, '방황하던 한 인간으로서' 융의 사상을 바라보기 시작하니 '교과서의 난해한 이야기'를 넘어 '삶의 이야기'로 한결 친숙하게 다가오기 시작했다. 사실 나는 융의 사상을 이해하고 삶에 적용하는 것이 목적이었기에 1부까지만 읽고난 뒤 "다 읽었다"라고 생각했는데, 2부를 읽고난 뒤에 더욱 큰 보람을 느꼈다. 특별한 주해나 주석이 달린것이 아니었음에도 불구하고 1부에서 배운 개념의 이해가 한결 깊어진 느낌이었다. '학문'을 대하는 태도와 '삶'을 대하는 태도라는 관점의 전환이 인식의 깊이를 더욱 밀도있게 만들어준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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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있는 것은 모두 싸움을 한다 - 진화생물학이 가르쳐주는 궁극의 생존 기술
미야타케 다카히사 지음, 김선숙.정진용 옮김 / 더메이커 / 201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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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들이랑 싸우지 말고 사이좋게 지내야 한다." 아이가 있는 집이라면 종종 건네게 되는 이야기다. 사랑해서다. 싸우지 않고 사이좋게 지내는 것이 아이의 행복과 안녕을 위해서 필요한 방식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어른들의 삶이라고 해서 다를 것이 없다. 가족들과, 친구들과, 이웃들과, 동료들과, 옷깃을 스치는 모든 사람들과, 싸우지 않고 사이좋게 지낼 수 있다면 참 좋겠다. 하지만 삶이라는 것이 꼭 마음같이 흘러가지만은 않는다. 성공과 성취를 위해 불가피한 경쟁에 뛰어들어야 하는 상황이 있다. 안정과 안전을 위해, 아주 때때로는 삶과 생명을 유지하기 위해서 치열하게 싸우고 이겨내야 하는 경우가 있다. 인간 진화의 역사는 싸움의 연속이었으며 우리 자신의 생명의 존속을 위해서, 그리고 유전자를 후세에 전하기 위해서 경쟁하고 싸워나가야 함은 유기체로서 피할 수 없는 숙명이다.

평범한 우리의 삶도, 치열한 비지니스의 현장도 진화생물학적으로 해석할 수 있는 경쟁의 장이라면, 진화의 역사를 통해서 우리가 배울 수 있는점은 없을까? 역사적으로 누적되어온 생물들의 생존전략을 오늘날 우리의 삶에 적용해볼 수는 없을까? 생명의 지혜를 비지니스 현장에 적용함으로써 경쟁력을 끌어올리고 생존과 번영이라는 유기체로서의 목적을 달성하는데 도움을 받을 수 있다면 어떨까?

<살아있는 것은 모두 싸움을 한다>는 진화생물학을 다룬 책이다. 치열한 생존 경쟁을 거쳐오며 생물들이 발전시켜온 다양한 생존전략들을 담고 있다. 그리고 이들을 현대인의 삶에 빗대어 어떻게 적용할 수 있을까에 대해 첨언한다. 요약하자면 이렇다. "생물들은 이렇게 생존해왔다. 우리는 이들을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 저자는 강자와 약자의 생존전력을 고루 살펴보면서도 약자의 전략에 중심을 두고 이야기를 풀어낸다. 책에서 다루는 전략은 '변화', '뒤로 미루기', '의태', '휴식', '기생', '공생'의 6가지. 저자는 일본인으로 오카야마(岡山)대학 대학원 환경생명과학 연구과 교수인 '미야타케 다카히사'다. 낯선 용어와 내용들 때문에 독서 속도가 늦춰지기는 했지만, 사례중심의 전개와 담백한 표현 덕분에 일반인으로서 이해하는데 어려움을 느끼지는 않았다. 지구에 살고있는 생명체의 일원으로서 흥미로운 읽기였으며, 삶에 적용 가능한 다양한 아이디어를 얻었다는 점에서 알차고 실용적인 읽기엿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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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의 교육 - 4차 산업혁명 시대 창의인재를 만드는
김경희 지음, 손성화 옮김 / 예문아카이브 / 2019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창의력이 교육의 화두가 된 것은 벌써 오래전의 일이다. 하지만 '획일성'과 '다양성의 부재'는 우리 교육이 가진 대표적인 문제로 꼽힌다. 정답이 정해져 있는 문제를 주입식으로 암기하여 풀이함으로써 높은 성적을 받는 것이 주된 목표가 되는 현실속에서, 아이들의 다양성과 창의성을 키워내는 것은 혁교현장에서든 가정에서든 결코 쉽지 않은 일일 것이다. 워낙에도 중요했던 창의성이다. 하지만 이제 더욱 중요한 문제가 되었다. 4차 산업혁명 시대가 도래했기 때문이다. 정해진 답을 기계적으로 해결하는 능력은, 말 그대로 기계가 더 잘할수밖에 없다. 새로운 시대에서의 생존과 성공을 위해서 창의성은 그 어느때보다 중요한 덕묵이 되어가고 있다.

책 <미래의 교육>은 '창의성'에 관한 책이다. 다가오는 4차산업혁명 시대에 대비하여, 꼭 그것이 아니더라도 인간의 육체적 정신적 행복을 위해서라도 '창의력'을 발휘하는 삶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창의력이 발달하지 못하는 현 교육제도의 문제점을 진단하고, 창의력의 발달을 위한 구체적인 혁신방안을 제시한다. 빼어난 창의력을 바탕으로 탁월한 성취를 이뤄낸 스티브 잡스, 넬슨 만델라, 알베르트 아인슈타인, 조지아 오키프, 마리 퀴리 등의 성장과 성공 사례를 이야기한다.

창의력 발달을 위한 방법으로 저자는 '창의적 CAT' 이론을 제시한다. 혁신을 달성하는 3단계, 창의적 풍토(Climate), 창의적 태도(Attitude), 창의적 사고(Thinking skills)로 이루어진 이론이다. 저자는 창의적인 사람들이 주로 강아지보다 고양이를 더 좋아한다며, 그들이 고양이처럼 호기시미 많거나 독립적이기 때문일 것이라고 유머스럽게 부연하기도 한다. 창의적 풍토를 위한 조건으로는 저작 "4S 풍토"라고 이름붙인 조건이 있다. 바로 큰 꿈과 호기심 격려(햇살, sun), 뚜렷한 목표와 시련 극복(비바람, storms), 다양한 경험과 관점 통합(토양, soil), 깊고 튀는 생각할 여유와 자유(공간, space)가 그것이다. 책에 담긴 역사적 인물들의 사례가 이 조건을 구체화하며 그 실효성을 증명한다.

저자는 영재 및 창의력 분야의 최고 권위자로 미국 창의력협회 회장을 역임한 바 있는 교육심리학 교수다. 그런만큼 일관성있고 체계적인 구성이 두꺼운 내용의 직관적 이해를 도왔다. 저자는 또 하나의 특이한 이력을 갖고 있는데 경북대학교 사범대학을 졸업한 뒤 서울에서 영어교사로 재직하다가 미국으로 건너가 윌리엄메리대학교 교수로 재직중이라는 점이다. 이처럼 한국과 미국의 문화와 교육제도를 폭넓게 직접 경험했기에 담길 수 있는 내용들이 있었다. 전통적인 유교 중심적 교육이 창의성에 미칠 수 있는 영향처럼 말이다. 이처럼 다양한 관점의 접근과 '한국 교육을 위해 필요한 비판적 시선'이 매우 의미있었다. 풍성한 사례는 자친 어렵게 느껴질 수 있는 이론들의 현실적 이해를 도왔다.

저자는 이 책을 저술한 이유를 "세상을 바꾸기 위해서"라고 말한다. 모든 사람들, 그 중에서도 부모들과 교육자들을 돕고 아이들이 창의력을 통해 자신의 꿈을 이루도록 돕고 싶다고 한다. 저자의 말에 따르면 인간은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잘하고 그것을 통해 남을 도울 때 진정한 행복감을 느낀다. 나는 이 이야기에 전적으로 동의한다. 내가 더 나은 사람이 되는 것, 좋아하는 일을 잘하게 되는 것, 그 능력을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을 위해 사용하고 성취를 이뤄내는 것, 나의 보람과 사람들의 미소에 기쁨을 느끼는 것. 이보다 기분좋은 경험은 없는 것 같다. 그렇다면 나는 이제부터 무엇을 해야할까? 비록 CAT에 기반한 창의성 교육은 받지 못했지만, 세상이 요구하는 기준에 부응하기 위해서 살아왔지만 지금이라도 할 수 있는 일이 있다. 바로 스스로에거 4S의 토대를 제공해주는 것이다. 햇살의 힘으로, 비바람을 뚫고 나가며, 토양에서 뛰어놀며, 공간의 여유를 가져볼 수 있기를, 그럼으로써 더욱 창의적이고 행복한 사람으로 나아갈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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