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적 좋은 아이가 왜 실패하는가 - 이력서가 필요 없는 시대가 온다
트레멘 뒤프리즈 지음, 오광일 옮김 / 유아이북스 / 2019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다소 도발적인 제목의 책이다. 적어도 우리나라에서는 더더욱 그렇다. 좋은 성적은 좋은 학벌로 이어지며, 좋은 학벌은 좋은 직업으로 이어져서, 결국 좋은 '삶의 질'로 귀결된다는 것이 우리 사회의 통념이기 때문이다. 성적은 성공의 필요조건이 아니었던가? 그런데 되려 성적 좋은 아이가 실패를 한다니. 이게 도대체 무슨 현실성 없는 이야기란 말인가? 저자가 말하고자 하는 것은 학교 성적이 하찮은 요소라는 말은 아니다. 단, '학교성적'이라는 눈 앞의 목표에 매몰되어 놓치고 마는 '더 중요한 것들'에 관한 이야기다. 언젠가 결국 '삶'이라는 '목적지 없는 여행'을 떠나게 될 아이에게 선물해줄 '성적보다 중요한 힘'에 대해 다루고 있다.

<성적 좋은 아이가 왜 실패하는가>의 저자 '트레멘 뒤프리즈'는 한 아이의 엄마이자 런던대에서 금융경제학 등을 전공한 기업경영 리더십 자문 전문가다. 유명한 경영인 코치로서의 경험과 지식을 바탕으로, 자녀교육을 위해 진정으로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에 대한 주장을 펼쳐나간다. '1부-무엇을 가르칠 것인가'에서는 구직자가 갖춘 스펙과 기업이 요구하는 역량의 불일치로 인해 실업이 늘어가는 현실을 이야기하며 '성적'보다 중요한 '생각'에 대해 강조한다. 이어 '2부-생각하는 아이로 키우기'에서는 부모라는 이름의 코치로서, 생각의 힘을 갖춘 아이로 키워내기 위한 두뇌발달 코칭법을 제안한다. 특히 '작동기억'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발달을 위한 방법을 제시한다. '3부-인생 여정을 위한 성공 능력들'에서는 삶의 전반에 걸쳐서 더욱 단단하고 성숙한 사람으로 살아가기 위해 필요한 성공능력들에 대해 다룬다. '좋은 의사결정자의 7가지 습관', '감성지능', '잘 실패하는 법'등이 그것이다.

저자는 OECD에서 진행하는 학업성취도 국제비교연구인 PISA의 척도가 곧 '비판적 사고능력'을 의미하는 것이 아님을 지적한다. PISA의 순위는 전반적으로 우리나라를 포함한 유교문화권에 있는 학생들이 상위권을 차지한다. 주어진 속도와 거리를 이용해 평균 속도를 구하는 것과 같은 전형적 수학시험 유형의 문제들이다. 저자는 이런 유형의 문제들을 3단계의 접근법으로 해결할 수 있다고 말한다.

1.필요한 계산법을 정한다.

2.주어진 정보에서 정확한 변수를 선택한다.

3.계산하고 기록한다.

돌이켜보면 그렇다. 우리가 학창시절 해결해왔던 대부분의 수학문제들도 그렇다. '더 효율적인 접근법'은 있을지 몰라도 문제에서 요구하는 접근법은 대부분 정해져 있는것이 일반적이다. '틀'을 선택하고 '변수'를 적절하게 적용하는 것. 그 안에서 계산을 통해 해를 도출하는 것. 생각을 확장시킬 여지는 없다. 주어진 틀 안에서 빠르게 정답을 찾아내도록 훈련하는 것이 우리가 반복적으로 학교에서 해왔던 일이다. 하지만 저자가 강조하는 '비판적 사고'의 접근법은 다르다. 앞서의 문제가 '틀 안에서' 생각했다면 이번에는 '틀 밖에서' 바라보고 생각을 조율하는 과정이 추가된다. 문제에 대한 접근 또한 다각적이고 섬세한 태도를 띈다. 저자가 말하는 '비판적 사고'를 위한 능력들은 다음과 같다.

1.문제가 발생하는 맥락과 틀을 이해하기

2.추측과 보이지 않는 영향이나 관계를 찾아내기

3.증거를 모으고, 1번과 2번을 고려하여 그 증거를 평가하기

4.반성적 사고를 사용하여 사고의 틀과 사고의 편향성이 주는 영향을 판단하기

5.적절한 도구와 기술을 사용하여 해결책 만들어 내기

6.해결책을 평가하기

7.해결책을 시험하기

저자는 이와같은 사고능력을 키우기 위해 다양한 방법들을 제시하는데 가장 인상적이었던 것이 바로 '코칭 대화법'이다. 책에는 자신을 '꼬마'라고 부르며 놀린 친구를 향해 화가 난 아이를 위한 대화법을 사례로 제시한다. "어떤 기분이 들었니?", "네가 꼬마인게 맞니?", "그 아이가 그런 말을 하는 것을 네가 막을 수 있었을까?", "올바른 방식으로 대응했다고 생각하니?", "다른 방식으로 대응하려면 어떻게 하는것이 좋았을까?", "누군가 너한테 욕할 때마다 너는 무슨 말을 할 수 있을까?"와 같은 질문들로 이루어져 있으며, 각 단계에서 아이가 스스로 생각한 후 대답할 수 있도록 기다린다. 중요한 것은 적절한 대답을 '아이가 직접 찾아야 한다는 것'이다. 간단하고 단순한 대화처럼 보이지만 하나하나 주옥같은 질문들이라고 느껴졌다. 저자가 구체적으로 부연하고 있지는 않지만, 감정을 알아차리고 언어화함으로써 수용하고, 통제불가능한 외부변수에 대해 경계를 지으며, 스스로의 대응을 객관적으로 성찰함으로써 자기를 인식하고, 최선의 대응책을 도출함으로써 사고력과 자신감을 획득할 수 있는 효과적인 대화법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오랜 코칭을 통해 단련되었을 저자의 내공이 느껴지는 부분이었다.

189 스트레스를 우리 몸에 기운이 필요하다는 신호로 인식하고 미리 준비하면, 스트레스가 유발할 수 있는 신체적인 충격에 대항할 수 있습니다. 스트레스에 저항하는 일종의 정신적인 백신이지요. 스트레스가 수행능력에 도움을 준다고 믿으면 아이들은 덜 불안해하고, 자신감은 올라가고, 무엇보다 스트레스 관련 질병에 저항력도 높아질 수 있습니다.

피할 수 없는 스트레스에 대해, 관점을 달리하는것만으로도 부정적 영향을 긍정적 효과로 전환할 수 있다는 이야기도 인상적이었다. 스트레스를 건강에 위험요소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스트레스에 부정적 영향을 받는다는 것은 당연한 사실일 것이다. 그런데 스트레스를 긍정적으로 인식하는 사람들의 경우, 아예 스트레스를 상대적으로 덜 받는 사람들보다도 조기사망률이 낮다라는 연구결과가 있다. 일반적으로 스트레스를 받으면 혈관이 수축되면서 심장이 빠르게 뛰게 되는데 스트레스를 긍정적으로 인식할 경우 심장받동수는 상승하지만 혈관이 수축되지 않고 편안하게 유지되었다고 한다. 그리고 이는 역경에 맞서 용기를 내려는 사람들의 반응과 유사했다. 그렇다면 중요한 것은 스트레스가 아닌, 스트레스를 바라보는 우리의 태도인 것이다. 외부적으로 가해지는 스트레스는 우리가 통제할 수 있는 요소가 아니다. 하지만 그것에 대한 우리의 반응은 전적으로 우리의 자유로운 선택이다. 나의 경우 이 이야기를 오래전에 '켈리 맥고니걸'박사의 저서를 통해 접한바 있고 당시의 어려움을 극복하는데 유용하게 활용한 경험이 있다. 하지만 어느새 이 내용을 잊어버렸고 며칠 전에는 통제할 수 없는 스트레스에 속수무책으로 흔들려버렸던 경험이 있다. 이번 독서를 계기로 다시 한 번, 스트레스를 긍정적으로 인식하며 흔들리기는 커녕 도전반응을 통해 힘을 키울 수 있는 인식의 전환을 체화해야겠다고 다짐하게 되었다.

222 아래 빈칸을 채워보세요. 여러분이 실패와 어떻게 관계를 맺고 있는지 살짝 볼까요?

-가장 공개적으로 드러난 실패는 ___ 이다.

-가장 충격이 컸던 실패는 ___ 이다.

-가장 고마웠던 실패는 ___ 이다.

-나의 성공에 가장 중요했던 실패는 ___ 이다.

'잘'실패하는 법 이라는 제목의 챕터도 정말 인상적이었다. 저자는 창의력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실패의 두려움'이 창의력에 대한 장애물이 될 수 있음을 강조한다. 그러면서 나열하는 두려움들이 '판단에 대한 두려움', '거절에 대한 두려움', '변화에 대한 두려움', '실수하는 것에 대한 두려움', '실패에 대한 두려움', 남들과 다른 것에 대한 두려움', '실패에 대한 두려움' 등이다. 어쩌면 하나같이 내가 오래도록 함꼐하고 있는 익숙한 두려움들이어서 뜨끔한 대목이었다. 그리고 이러한 두려움에 휩쌓여 있을 때 내가 결코 창의적일 수 없었음 또한 기억해냈다. 창의적이기는 커녕 평소의 컨디션도 발휘할 수 없었다. 결과는 좋지 않았고 그보다 속상한 것은 '과정이 행복할 수 없었다'는 사실이다. 두려움과 불안에 휩쌓인채 과정을 이어간다는 것은 힙겹고도 지치는 일이었다. 결국 결과와 과정에서 모두 만족스러울 수 없었다. 하지만 저자는 실패를 경험하고, 그것을 극복하는 것이야말로 삶에서 반드시 필요한 생존기술이라고 말한다. 심지어 '생산적인 실패'를 통해서 장기적으로 호기심과 도전정신을 키울 수 있다고 말한다. 창의성을 위해 중요한 것이 '마음의 탄력성'이며 이는 곧 성공적으로 그리고 반복적으로 실패하는 기술이라고 주장한다. 개인적으로 작년 한 해 동안 가장 잘 했다고 생각하는 일이 바로 심리상담을 받아본 것이다. 이를 통해 회피하고 감추려고만 했던 실패경험과 부정적 감정을 인식하고 직시하며 수용한다는 것이 얼마나 큰 의미를 갖는 일인지 몸소 체험했다. 그리고 이번 독서를 통해 과거의 실패에 의미를 부여하고 미래의 실패에 대한 두려움을 한결 덜어낼 수 있었다. 미래의 실패를 두려워하며 소중한 성장의 기회를 놓치지 않기를, 과거의 실패를 수치스러워하며 나 자신으로부터 회피하지 않기를 스스로에게 다독여 본다. 그럼으로써 지금 여기의 호기심과 도전정신으로, 생산적인 실패에 뛰어들 수 있기를 기대한다.

115 어떻게 해야 아이들이 숙제처럼 지루한 것들에 대해 호기심을 갖게 할 수 있을까요? 아이들의 도전의식을 자극해야 해요. 새로운 과제를 하고 있다면, 학급 친구들을 이길 정도로 새롭고 흥미로운 것들을 찾게 자극하는 겁니다. 아이가 시험공부를 하고 있을 때에는 세부내용을 기억하게 하는 암기법을 만들도록 자극하세요. 호기심이 생기게 하고, 아이들의 한계와 어떻게 하면 언계를 넘어설 수 있는지

아이들이 진정으로 행복해지길 원한다면 표준화된 성공모델의 '누군가'가 되기보다는, 자유분방한 삶의 주체로서의 '자기 자신'이 되도록 응원하는 것이 맞을 것이다. 그러므로 훈육에 있어서 필요한 것은 '조급함'보다는 '인내'다. '다그침'이 아닌 '생각의 기회'다. 정해진 '결과'가 아닌 가능성의 '과정'이다. 그리고 이 모든 명제는 성인으로서의 자신에게도 다름없이 적용 가능하다. '나'라는 아이를 돌봐줄 '나의 보호자'로서, '나의 삶'을 스스로 이끄는 '나의 리더'로서 말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