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버드 철학수업 - 인간의 정신을 만드는 사상적 원천은 무엇인가
윌리엄 제임스 지음, 이지은 옮김 / 나무와열매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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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그거 하면 쌀이 나오나, 밥이 나오나. 철학은 개뿔, 취업깡패 전화기가 최고지. 사실 철학이라고 하면 보통 현실과 괴리된 뜬구름 잡는 이야기만 떠드는 비생산적 학문이라는 것이 흔한 통념이다. 기계는 제품을 만든다. 토목은 건축물을 짓는다. 컴퓨터공학은 소프트웨어를 만들어낸다. 그렇다면 철학은 당췌 뭘 만들어낼 수 있는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철학을 붙잡고 있어야 할 이유는 무엇이 있을까? 그런데 말이다. 그것이 철학이 그토록 무가치하고 쓸모없는 학문이라면, 철학은 어떻게 인류의 역사와 함께 오늘날까지 흘러올 수 있었던 것일까? 인류의 역사 곳곳에 큼지막한 발자국을 남기면서 말이다. 철학이 쓸모 없었다면 철학은 도태되었어야 하는 것이 맞다. 철학이 오늘날까지 살아남았다는 것은 그동안의 인류에게 철학이 어떤식으로든 쓸모가 있었다는 의미다. 실용적이었다는 말이다.

35 하지만 철학은 우리가 나아가야 할 길을 비춰준다. 철학이 없다면 우리는 앞으로 나아가지 못한 채 자리에 멈춰 있을 것이다. 철학은 직업적 차원의 흥미와 취미를 넘어선다. 쉽게 말해 철학은 직접적인 생산력을 지니지 못했지만 앞선 생산 관계를 제시한다. 철학 없이는 사회적으로 중요한 변혁이 일어날 수 없다.

책 <하버드 철학수업>은 윌리엄 제임스의 저서다. 심리학에 관심이 있는 분이라면 누구나 알고있을 것이다. 명언을 찾아읽기를 좋아하는 분들도 종종 들어봤을 것 같다. 마음의 어려움을 겪고있는 사람에게 의지와 희망을 줄 수 있는 명언들을 많이 남겼기 때문이다. 윌리엄 제임스(1842~1910)는 '심리학의 아버지'로 불릴만큼 심리학 전반에 큰 영향을 미친 미국의 심리학자다. 미국 심리학회 의장을 역임했으며 하버드 대학교 교수로 재임했다. 개인적으로 심리학에 관심이 많기에 심리학에 있어서 윌리엄 제임스의 명성은 익히 알고 있었다. 그런데 '철학'이라니. 철학과 관련된 연구를 남겼다는 사실은 전혀 알지 못했다. 하지만 이 책을 읽어나가며 심리학을 연구한 사람이 철학에 관심이 없다는것이 오히려 이상한 일이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인간을 향한 철학이 존재했기에, 인간을 연구하고 인간을 탐구하고 인간을 돌보는 심리학이 존재할 수 있었음을 이해하게 되었다.

302 지금 자신이 처한 환경을 우리 스스로 바꿀 수 없을지도 모르지만, 자신의 마음가짐을 바꿀 수는 있다. 빈곤한 세상을 마주하며 우리는 용기를 배울 수도 있고, 독특한 시선으로 세상을 둘러보고 찬양할 수도 있다. 어쩌면 단순한 청중의 입장에서 조용히 세상의 이야기에 귀 기울일 수도 있다. 이렇게 해서 우리는 저급한 생각을 버리고 품위를 높일 수 있다. 생명과 품위를 합치 수 있다면 어떤 사람이 되든지 진지하면서도 선량한 본성을 자연스레 드러내게 될 것이다.

'철학수업'이라는 키워드가 암시하고 있듯이 이 책은 철학의 교과서와 같은 형식을 취하고 있다. 특히 '인간 정신을 만드는 사상적 원천은 무엇인가'라는 부제가 암시하듯 철학 중에서도 '인식론'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인식론은 인식의 전제, 기초, 발전 과정 및 법칙을 다루는 이론이다. 인간 내면에서 태동한 의식의 작은 부분에서 출발하여 세상을 향한 인식으로 나아가는 것이 이 책의 흐름이다. 유물론과 유심론, 이성주의와 경험주의 등 철학의 주의 키워드들을 대립하며 그 특징을 구체적으로 보여주기도 한다. 이러한 해설의 과정을 거쳐 궁극적으로 저자가 궁극적으로 강조하고자 하는 것은 '실용주의'다. 저자는 '실용주의'가 이성주의와 경험주의의 교량이 될 수 있다고 주장하며, 나아가 세상을 구할수도 있음을 강조한다. 이러한 맥락에서 저자가 세상과 사람을 향상시키는 심리학을 연구했을 것이라 짐작하니 심리학이라는 학문이 한결 정답게 느껴지기도 했다.

315 우리는 자신의 행동과 사상을 세상을 구원하기 위한 조건으로 전환, 간주할 수 있다. 구체적으로 드러나는 가치는 세상의 실질적인 변화와 성장에 해당하는 동시에 존재의 근거가 된다. 이때 사실의 형성은 세상의 성장을 의미한다.

영국의 입헌군주제는 어떻게 시작될 수 있었을까? 프랑스 대혁명은 어떻게 일어날 수 있었을까? 역사학자의 눈으로 들여다 본다면 일를 촉발한 일련의 흐름을 짚어볼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철학의 눈으로 바라본다면 '자유'와 '평등'이라는 이념이 보인다. 보편적 인권에 대한 자각의 계기가 없었더라면 인간과 사회의 혁신적 변화는 결코 일어날 수 없을 것이다. 이 때 인식의 변화를 이끌어낸 철학은 그 어떤 학문보다 실용적이다. 눈에 보이지 않는, 존재와 신비를 향한 믿음이 우리의 삶을 더욱 아름답게 만들어준다면 이 또한 어느 학문보다 실용적이다. 1900년을 전후한 혼돈의 시대, 위대한 철학자 윌리엄 제임스가 제안한 실용의 철학을 만나보기를 기대하는 분들께 권하고 싶다. 목차의 구조가 잘 짜여있고 대립과 사례를 통해 내용을 풀어가기에 배워나가는데 큰 도움이 되었지만, 아무래도 선명하게 드러나지 않는 추상적 개념들이 다수 등자하기에 초심자에게 쉬운 독서가 될 것 같지는 않다. 조금 더 깊이있는 독서를 원하는 분들께 유익한 독서가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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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생각하는 내가 진짜 나일까?
게오르크 롤로스 지음, 유영미 옮김 / 나무생각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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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생각한다, 고로 나는 존재한다." 이제는 너무나 당연하게 여겨져서 의심할 시도조차 하지 않는, 철학자 데카르트의 말이다. 존재의 증명이다. 내가 생각하고 있으니 그런 생각을 하고 있는 내가 존재하고 있음은 두 말 할 필요 없이 당연한 일이다. 그런데 말이다. 생각은 '나'인가? '생각을 하고 있는 나'는 '근본적인 나'인가? 만약 그렇지 않다면 내가 생각하고 있을 때, 나는 역설적으로 소외되고 있는 것이 아닐까? "나는 생각한다, 고로 나는 존재하지 않는다."라고 말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에 묶여있는 나'가 불행하다면, 그리고 '어떤 나'로 살아갈 것인지 선택할 수 있는 자유와 힘이 우리에게 있다면, 우리는 '어떤 나'로 살아가는 것이 현명할까? 적어도 '어떤 나'로 살아가는 것이 우리 스스로를 불행하게 만든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면, '그런 나'로 살아가지 않을 자유와 힘을 얻을 수 있을 것이고, 우리는 '불안'과 '화'와 '결핍'으로부터 '자유'와 '행복'을 향해 나아갈 수 있지 않을까? 엊저녁 달콤하게 마셨던 물이 해골바가지에 담긴 썪은 물이었음을 깨닫게 된 원효대사가 토악질을 했듯이, 우리를 고통으로 이끌었던 나쁜 행동패턴의 실체를 깨닫고 자유로워질 수 있지 않을까? 건강하고 행복한 몸과 마음과 삶을 가꾸어나갈 수 있지 않을까?

책 <내가 생각하는 내가 진짜 나일까?>는 제목 그대로 '나'를 의심하는 책이다. 그렇다고 철학적인 책은 아니다. 철학적 지혜가 담겨 있지만 책이 지향하는 것은 전적으로 독자의 행복이다. 고통에서 벗어나 행복으로 나아가기 위한 삶의 지혜다. 누구나 솔깃할만한 이야기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방법은 '마음챙김'이다. 지금 이 순간, 있는 그대로 자신의 마음을 응시하고 알아차리는 마음챙김이다. 흔히 고통은 외부의 사건에 의해 벌어진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보다 중요한 것은 그것을 대하는 우리의 마음이다. 우리 자신을 대하는 우리의 마음이다. 실망하는 분들이 있을지 모르겠다. 정신승리 아니냐고 되묻는 분들이 있을지 모르겠다. 하지만 마음챙김이 지향하는 바는 결코 '긍정적인 해석'이 아니다. 사실을 '있는 그대로'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것이다. 그 때 마음 속 깊은 곳에서 자연스럽게 드러나는 은은한 지혜가 우리를 평온과 행복으로 이끈다는 것이 저자의 주장이다. 저자는 우리를 고통으로 이끄는 열개의 방을 소개한다. 사람들이 흔히 경험하는 감정 상태를 비유적으로 표현한 것이다.

그 중 여덟번째 방이 바로 '탐욕의 방'이다. 이 방에 있을 때 사람들은 자극과 쾌락이 탐닉한다. 흔히 '중독'이라고 일컫는 상태가 이에 속한다. 저자에 따르면 도박에 중독된 사람들이 처음부터 도박 자체를 갈망했던 것은 아니다. 자신을 힘들게 하는 부정적 감정들로부터 회피하게 위해 강렬한 무언가를 찾아나선 것이 먼저다. 공허, 불안, 고독, 지루함과 같은 감정들을 다룰 수 없기에 탐욕의 방으로 회피하게 되는 것이다. 따라서 이러한 자신의 마음을 알아차리고 인정하는 것 만으로도 많은 것들이 달라진다. 처음으로 충동이 올라옴을 자각했을 때 그것을 쫓지 말고 의색을 챙기며 관찰한다. 다정하고 친절하게 거리를 둔다. 자신과의 대화를 통해 궁극적이며 진정으로 원하는 바를 알아차린다. 마지막으로 자신을 탐욕적 행동패턴으로 이끄는 생각을 4단계 도구를 이용해 검토하고 해체한다. 이처럼 자신의 내면에서 벌어지는 일련의 흐름을 객관적으로 들여다보고 질문을 던지는 과정을 통해 지혜를 획득하고, 그 지혜를 통해 더 나은 행동과 삶으로 스스로를 이끌어가게 되는 것이다.

책은 모두에서 우리의 삶을 결정하는 두 가지 요소인 '주의'와 '믿음'을 소개한 뒤, 우리가 흔히 경험하는 부정적 감정 상태를 10개의 방으로 비유하여 풀어간다. 통제의 방, 열등감의 방, 결핍의 방, 오만의 방, 죄책감의 방, 부정의 방, 저항의 방, 탐욕의 방, 혼란의 방, 무기력의 방이 그것이다. 미자막으로 '나는 내 생각과 다르다'라는 제목의 챕터를 통해 에고를 벗어나 진정한 자기 자신에 이르는 길을 살펴본다. 사실 목차만 훑어봤을 때 그리 큰 감흥이 오지는 않았다. 하지만 첫 장을 통해 '주의'와 '믿음'이 우리가 경험하는 세계를 어떻게 송두리째 뒤바꿀 수 있는지 알게된 후 자세를 고쳐잡았다. 10개의 방을 지나가는 과정에서는, 나의 내면에서 숱하게 일어나고 있지만 일어나는 줄 미처 알아차리지 못했던 작용들을 깨닫게 되었다. 그 모든 방이 나의 이야기였다. 마치 발가벗겨진 기분이 들 정도로의 부끄러움에 한 챕터를 읽을 때마다 책장을 덮고 생각에 잠길 수밖에 없었다. 사실 나는 이 책을 읽기 전부터 '마음챙김' 배운 이후로 삶의 많은 부분이 긍정적으로 달라진 바 있다. 다만 이 책의 장점은 '감정'과 '마음챙김'을 긴밀하게 연결했다는 점이다. 나는 개인적으로 이성 중심의 삶을 살아왔고 그만큼 감정에 불친절했으며 나의 감정을 다루는 면에 취약했다. 감정에 이름을 붙이는 방법으로 효과를 보기도 했지만 한계를 느꼈다. 그런데 이 책이 취하는 방식인 '방'에 들어간다는 표현이 나에게 굉장히 강렬하게 다가왔다. 감정에 이름을 붙일 때 그것이 '평면'처럼 느껴졌다면 '감정의 방'을 떠올릴 때는 '입체'적으로 다가왔기 때문이다. 지금 이 순간, 눈을 감고 나를 둘러싸고 있는 감정의 방을 상상하니 호흡을 타고 들어오는 공기부터 달라졌다. 몸의 반응이 생생하게 느껴졌다. 챕터를 읽어나가는 하루 하루마다 나의 감정과 친밀해지고 보다 여유롭고 자유롭게 감정을 다룰 수 있게 되었다. 놀랍고도 고마운 변화였다.

개인적으로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믿고 읽는 출판사가 많지는 않은데 '나무생각'출판사도 그 중 하나다. 앞으로도 개인의 변화와 성장을 통해서 사회 전체에 좋은 영향을 전할 수 있는 양질의 책을 출판해주기를 기대한다. '마음챙김'과 '내적성장'에 관심있는 모든 분들께 이 책을 권하고 싶다. 특히 이성중심적으로 살아왔기에 감정과 친숙하지 않다고 느끼는 분들에게 더욱 강력하게 추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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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는 경제학 안 보이는 경제학 - 지금 당장 눈에 보이지 않는 곳을 길고 넓게 봐야 경제가 제대로 보인다
헨리 해즐릿 지음, 김동균 옮김 / 디케이제이에스(DKJS) / 202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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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안 YOLO'라는 단어가 유행이었다. "You only live once"의 약자다. 인생은 한 번 뿐이니 제대로 즐기자는 의미다. 삶을 즐기자는 가치관 자체는 흠잡을 곳 없이 멋진 태도다. 다만 그것이 지나쳐 오로지 '지금' 만을 중요시 하고 '미래'를 위한 투자나 절제, 인내를 소흘히 여긴다면 먼 훗날 후회하는 날이 오게될지 모른다. 다이나믹 듀오의 노래 가사처럼 "Livin' the life livin' the life YOLO"만 쫓다가 "이러다간 이러다간 골로"가게되는 수가 있다. 사실 삶이 한 번 뿐이라고 해서, 삶을 즐긴다고 해서 미래를 소흘히 여기게 된다고 말한다면 지나친 비약이다. 삶을 즐기고 현재를 즐기면서도 소중한 미래를 대비할 수 있는 방법이 얼마든지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미래를 소흘히 여기고는 뒤늦게 후회하게 되는 경우가 잦다. 어젯밤의 야식이 오늘 아침의 체중계를 요동치게 만들듯이, 어젯밤의 과음이 오늘 아침의 숙취를 불러오듯이 말이다. 왜 그럴까? 경제 이론에 따르면 '합리적'이라는 인간이 도대체 왜 그렇게 뻔한 후회를 경험하게 되는 것일까? 가장 큰 이유는 '미래는 보이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 눈 앞에 뻔히 보이는 현재와 달리 미래는 보이지 않기 때문에, 미래의 나에게 무책임하게 뒷감당을 떠넘기게 되는 것이다. 그러니 중요한 것은 눈 앞에 보이는 것 뿐만 아니라, 당장 보이지 않더라도 분명히 존재할 파급효과를 기억하고 인식하고 예측하는 것이다.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것을 모두 염두에 두고 알아차림으로써, 우리는 한 번 뿐인 인생을 더욱 풍요롭게 즐길 수 있을 것이다.

<보이는 경제학 안 보이는 경제학>은, 우리가 흔히 '보이지 않기에' 놓치게 되는 경제현상들을 다루고 있는 책이다. 눈 앞에 보이는 경제현상 뿐 아니라, 당장 눈에 보이지 않는 경제현상들을 염두에 두고 판단 한다면 더욱 현명하고 지혜롭게 경제정책을 결정할 수 있다고 말한다. 생산량을 극대화하고 경제적으로 국가를 부유하게 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간단하게 예를들어 본다면 보이는 부분과 보이지 않는 부분은 다음과 같다. 깨진 유리창을 교체하게 되는 상황에서 유리창 가게 사장이 얻는 수입은 보인다. 그러나 유리창을 교체하는데 지불됨으로써 다른 곳에 지출될 수 있었던 가치는 보이지 않는다. 최저임금을 인상함으로써 기존 노동자들이 얻는 임금인상은 보인다. 그러나 일자리가 줄어들게 됨으로써 잠재적 일자리를 잃게된 구직자들의 기회상실은 보이지 않는다. 국가가 신용을 보증하여 누군가가 기계를 구입할 수 있게된 기회는 눈에 보인다. 하지만 한 대의 기계가 신용보증을 통해 누군가에게 건네짐으로써 그 기회를 상실하게 된 잠재적 구매자의 기회는 보이지 않는다. 시장경제에 의해 결정되었다면 시장은 가장 믿을 수 있는 사람에게 기계를 제공했을 것이고, 그 사람은 가장 생산성이 높을 것으로 기대되는 사람이었을 것이다. 그런 기회의 역전은 시장 전체의 생산량을 끌어올릴 수 있는 기회의 상실을 의미한다. 이처럼 아무리 선하고 좋은 의도를 가진 정책이라고 하더라도 그 결과까지 함께 선해지는 것은 아니다. 따라서 정책을 결정할 땐는 '장기적인 영향'을 파악하고 '모든 사람에에 미치는 정책의 결과를 추적'해야 한다는 것이 저자의 주장이다.

경제서적은 최근의 경제현상과 경제지표를 담고 있는, 신간서적을 보는 것이 더 좋을 것이라는 통념을 나부터도 갖고 있다. 이 책은 출간 자체는 최근이지만 원서의 경우 1946년에 초판이 발간되었고 1978년에 개정판이 쓰여진 고전 중의 고전이다. 물론 한 분야의 고전을 읽는 의미는 더할나위 없이 의미있는 일이다. 이 책은 경제학계의 거장이며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인 '프리드리히 하이에크'와 '밀턴 프리드먼'이 극찬한 책이기도 하다. 특히 폴 새뮤얼슨의 경우, 저자의 책을 읽고 감명을 받아 경제학을 전공하게 되었다는 일화도 전해진다. 하지만 이러한 모든 이유를 떠나서 이 책이 담고 있는 이야기는, 요즘을 살아가고 있는 우리에게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공공사업, 세금, 정부신용, 정부의 일자리 창출정책, 정부의 가격통제, 임대료 규제, 최저임금법, 노동조합, 인플레이션 등 요즘 우리의 삶에도 밀접한 키워드들을 다루고 있기 때문이다. 요즘 우리의 삶에서도 갈등과 토론의 화두가 되는 주제들을 담고 있기 때문이다.

경제학을 다룬 책이고 세계적인 석학들이 극찬했다고 하기에 혹시 너무 어렵지는 않을까 걱정하는 분들도 있을 것 같다. 하지만 이 책의 가장 큰 매력은 쉽다는 거다. 다루고 있는 소재와 주제의 범위는 넓지만 그것을 관통하는 단어와 맥락은 술술 읽힌다. 철저하게 대중의 언어로 표현되어 있다. 특히 24개의 챕터로 이루어진 칼렴형 구성이 매력적이다. 각 챕터는 10페이지 남짓으로 빠르게 읽고 내용을 짚어보기에 좋다. 명료하게 주장하고, 풍부한 사례로 부연하며, 마지막에 다시 명료하게 정리하는 담백한 구성도 독자의 읽기와 이해를 돕는다. 경제학에 흥미를 갖고 있는 분들은 당연히 재미있게 읽을 수 있을 것이고, 그렇지 않은 독자라고 하더라도 약간의 인내심을 갖는다면 충분히 일거볼만한 경제학 교양서가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개인적으로 챕터의 제목을 읽고 내용을 유추해본 뒤, 내용을 꼼꼼히 읽어보고, 머릿속으로 사례와 주장을 재정리해보는 식으로 읽어나갔는데 꽤 재미있는 독서의 시간이 되었다. 아무래도 명백히 보수주의적 관점을 띄고 있고 그 주장 또한 단호하기에 거부감을 갖는 독자분들도 있을 것 같다. 개인적으로 설득력 있는 저자의 주장에 꽤나 공감하며 읽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재까지 논쟁이 이어지고 있는 것은 반대편의 주장이 갖고 있는 장점 역시 존재하기 때문일 것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이에 다양한 관점을 가진 경제학자들의 주장을 만나보고 싶다는 의욕이 강하게 들기도 했다. 우리 삶을 둘러싸고 있는 현실의 경제학과 친근해지고 호기심을 키울 수 있었던 의미있는 독서였다. 한편 경제학을 떠나서 내가 가진 삶의 태도 또한 돌아보게 만들었다. 지금 이 순간 내가 무심코 행하는 작은 일이, '보이지 않는 미래의 나'와 '보이지 않는 누군가'에게 영향을 미치게 도리 것임을 기억하고, 좀 더 책임감 있게 말하고 행동해야겠다는 생각도 해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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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체와 고흐 : 따뜻한 위로가 필요할 때 - 전통과 도덕적 가치를 허문 망치 든 철학자의 말
프리드리히 니체 지음, 공공인문학포럼 엮음, 빈센트 반 고흐 그림 / 스타북스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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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드리히 니체(1844~1900). 독일의 철학자로 "신은 죽었다."라는 선언으로 잘 알려져 있다. 『비극의 탄생』(1872),『인간적인, 너무나 인간적인』(1878~1880),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1883~1885)등의 저서를 남겼다. 빈센트 반 고흐(1853~1890). 네덜란드의 화가로 풍경화와 초상화를 자주 그린 후기인상주의 화가다. <정물 : 열두 송이의 해바라기가 있는 꽃병>(1888), <밤의 카페 테라스>(1888) 등의 작품으로 유명하다. 이처럼 철학자와 화가로, 각기 다른 삶을 살아온 두 사람이지만 니체의 문장과 고흐의 그림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이 두 사람을 한 데 묶는데 전혀 위화감을 느끼지 못할 것이다. 아니, 절묘한 조합이라고 여길 것이다. 두 사람 모두, 그 누구보다 '나 자신'이 되려한 삶의 예술가였고 그러한 정신을 온몸으로 표현하며 살아왔음을 자신의 삶으로 증명했기 때문이다.

니체는 흔히 '망치를 든 철학자'로 불린다. 기존의 통념과 상식을 과감히 때려부수며 새로운 사상체계를 제시했기 때문이다. 그 자신조차 목사의 아들이었던 니체는 "신은 죽었다."라는 선언으로 유명하다. 하지만 니체가 했던것은 선언이 아니었다. "신은 죽었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 라는 고뇌의 서문이었다. 절대적 당위가 사라져버린 시대, 삶의 이정표가 무너져버린 시대를 살아가야 하는 나약하고 불안한 인간으로서, 혼돈의 해독제로서의 지혜를 갈구하는 철학적 탐구의 시작이었다. 그래서 니체는 망치를 들기 시작한다. 자신의 내면을 지배하고 있던 통념적 신념을, 통념적 가치를, 통념적 의미를 무너뜨린다. 그리고 새로운 세계를 구축하기 시작한다. 자신만의 신념체계, 의미체계, 가치체계를 쌓아올리며 '허무'와 '염세'를 넘어 '힘'과 '의지'와 '희망'으로 나아가기 시작한다. '삶을 사랑하라', 그리고 '너 자신이 되어라' 라고 외친다.

삶을 사랑하며 누구보다 자기 자신으로서의 삶을 살아간 사람으로 고흐를 빼놓을 수 없을 것이다. 가난한 목사의 아들로 태어나 교사, 목회자, 책 판매원 등의 직업을 거친 고흐가 화가가 되기로 결심했을 때 그는 27살이었다. 그에게 화가가 되어 그림을 그린다는 것은 단순한 '직업'이나 '생계수단'이 아니었다. "내가 살아있다고 느끼는 유일한 시간은 내가 미친 듯이 그림을 그릴 때다." 라는 그의 말처럼 그는 자신을 구원하고 치유하기 위해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서른일곱의 나이로 권총자살하기까지 그는 200여점의 그림을 남겼다. 고통과 절망 속에서도 자신과 세상을 똑바로 바라보며 자신의 미적세계를 화폭에 담았던, 그야말로 고흐 자신으로서의 삶을 온몸으로 증명했던 10년이었다.

책 <니체와 고흐>는 그런 니체와 고흐의 글과 그림을 한 곳에 담았다. 개인적으로 제목만 들었을 때는 니체와 고흐의 생애를 구체적으로 기술한 책일거라고 예상했는데 그런 구성은 아니었다. 왼편에 니체의 짧은 글과 오른편에 고흐의 그림을 담은 단순한 구성이다. 그렇게 책은 오로지 니체의 글과 고흐의 그림으로만 이루어져있다. 그렇다면 어떤 글과 어떤 그림을 매치할 것인가가 관건일텐데 이 부분의 엮음에 신경을 많이 쓴 것 같았다. 목차를 펼치면 10개의 챕터가 눈에 들어온다. '1.아름다움에 대하여', '2.삶에 대하여', '3.신은 죽었다', '4.지혜에 대하여', '5.인간에 대하여', '6.존재에 대하여', '7.세상에 대하여', '8.사색에 대하여', '9.예술가에 대하여', '10.니체를 만나다' 의 구성으로 이루어져 있다. 그리고 각 챕터마다 관련된 니체의 짧은 글과 고흐의 그림들이 담겨있다. 니체의 글은 사실 친절한 편은 아니다. 직설적 표현보다는 은유와 상징으로 이루어져 있다. 한 번 읽어서 그 의미가 확 드러나는 편은 아니다. 하지만 곱씹어 읽을수록 깊은 의미가 서서히 드러난다. 책에 담긴 니체의 글들은 주제에 따른 구성 덕분인지 비교적 어렵지 않게 그 의미를 이해하며 삶으로 가져올 수 있었다. 고흐의 그림 역시 개인적으로 해바라기, 자화상, 밤의 테라스를 제외하고는 잘 몰랐는데 수많은 저작들을 한권에서 손쉽게 만나볼 수 있어서 좋았다. 그가 무엇을 포착하고 어떻게 느꼈는지에 공감하며, 역시 고흐는 누구보다도 일상을 애정어린 눈으로 응시한, 삶을 사랑한 예술가였음을 공감할 수 있었다.

216 개인은 무언가 전혀 새로운 존재이며 새로운 것을 창조하는 존재이다. 그리고 무언가 절대적인 존재이다. (...) 개개인은 전통적 용어도 역시 개인적으로 해석하지 않을 수 없다. 감정과 지식을 개인이 창조하지 않았다고 해도 그것을 해석하는 것은 개인이다. 해석자로서의 개인은 한결같이 창조하고 있는 것이다. -<권력에의 의지>

니체는 자신의 글을 '앞으로 두 세기 이후'의 사람들을 위한 이야기라고 말한 바 있다. 그렇게 두 세기 후가 다가오고 있는 요즘, 많은 사람들이 니체의 말에 공감하고 있다. 니체의 아포리즘을 담은 <니체의 말>이 많은 사랑을 받았고, 니체를 다룬 저작 또한 꾸준히 출간되고 있다. '신'이라는 절대적 가치가 뒤로 밀려난 요즘, 최고의 가치를 인정받는 것이 무엇이냐고 묻는다면 단연 '돈'이다. 그러나 돈은 결국 교환의 수단이다. 교환의 목적이 아닌 교환의 수단이 최고로 인정받는다는 아이러니. 우리가 '가치의 혼란'에 빠진 세상에 살고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일 것이다. 요즘 시대에 최고의 예술가로 인정받는 고흐의 그림은 당대에는 별로 사랑받지 못했다. 그런 고흐의 그림을 요즘의 사람들이 주목하고 즐겨찾는 이유도 분명히 존재할 것이다. '가치의 혼란'에 빠진 시대. 사회적 당위와 바쁜 생계에 쫓겨 살아가면서도 소중한 일상을 주의깊게 응시하고, 순간과 존재의 가치와 의미를 되새기고 싶은 욕망이 투영된 것은 아닐까? 불꽃처럼 살다 간 두 남자의 글과 그림을 만나보며, 나 역시 순간의 나를 둘러썬 존재들을 주의깊게 응시해야겠다고, 그 안에 담긴 소중한 의미에 감사하며 삶을 사랑해야겠다고 다짐하게 된, 소중한 성찰의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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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신경 구조 교과서 - 아픈 부위를 해부학적으로 알고 싶을 때 찾아보는 뇌·신경 의학 도감 지적생활자를 위한 교과서 시리즈
노가미 하루오 지음, 장은정 옮김, 이문영 감수 / 보누스 / 202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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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이지 신비로운 세상이다. 눈에 보이는 것, 귀에 들리는 소리, 입안에 멤도는 맛, 코 끝에서 느껴지는 냄새, 그리고 손과 몸으로 느껴지는 체감각. 어린 시절부터 자연스럽게 경험해왔기에 우리가 너무나도 당연하게 여겨와서 그렇지, 그것들은 너무나 당연히도, 당연한 것이 아니다. 감각가능한 세계가 존재한다는 것은, 따라서 우리의 경험과 삶이 풍요로워질 수 있다는 것은 삶의 축복이고 선물이다. 그런데 말이다. 이러한 오감의 대상(객체)들이 존재한다고 하더라도 이들을 지각할 수 없다면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우리가 스스로 지각의 주체가 될 수 없다면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그러니 눈이 있고, 코가 있고, 귀가 있고, 입이 있고, 몸이 있다는 것은 역시 마찬가지로 삶의 축복이고 선물이다. 하지만 그걸로 충분하지 않다. 감각의 대상이 존재하고, 감각 기관이 존재하더라도, 그것을 신경이라는 통로를 따라 한 곳으로 모으고, 지각된 정보를 통합하고, 인식하고, 의식을 통해 재구성할 수 없다면 우리에게 있어서 감각은 무의미해질 것이다. 오히려 우리를 불안하게 하고 혼란스럽게 만드는 소음에 불과할 것이다. 감각의 대상 만큼이나, 감각기관 만큼이나, 뇌와 신경이 우리에게 중요한 이유다.

<뇌 신경 구조 교과서>는 뇌와 신경 관련 정보를 담고 있는 의학 교양서다. 의학 및 의료 관련직에 종사하는 것을 목표로 공부하는 학생, 해부학 지식이 필요한 일반인을 대상으로 쓰여졌다. 저자는 일본의 의학 박사·약학 박사·약사인 '노가미 하루오'다. 게이오기주쿠대학교에서 기타사토상, 일본뇌하수체연구회에서 요시무라상을 수상했으며, 현재 해부학 강의에 종사하며 시상하부와 뇌하수체계통의 기능발달에 관해 연구하고 있다. 저자가 나열한 이 책을 필요로 할만한 직업군은 간호사, 영양사, 마사지사, 물리치료사, 작업치료사 등 해부학과 해부생리학 지식을 필요로 하는 사람들이다. 그렇기 때문에 일반인 독자의 관점에서 읽어나가기가 쉽지만은 않았다. 낯선 개념과 단어와 이미지가 보고 또 봐도 새로웠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책을 읽어나갈 수 있었던 것은 풍부한 그래픽과 자세한 설명 덕분이다.


백문이 불여일견. 신체 기관을 설명하는데 있어서 구구절절 말로 설명하는 것 보다 한 컷의 제대로 된 이미지가 효과적일 것이다. 일반적으로 많은 책들이 그러할 것이다. 그런데 이 책의 이미지는 일반적인 수준을 넘어선다. 거의 각 페이지마다 한 컷의 이미지가 첨부되어 있으며 구성 또한 단면의 관점을 다양하게 제공한다. 저자는 '실제 표본의 스케치를 바탕으로 한 일러스트를 많이 사용했다' 라고 밝히는데, '가독성'과 '직관성'을 깊이 염두에 두었다는 느낌을 받았다.

한 컷의 이미지로만 끝나는 것이 아니다. 각 부분을 구체적으로 짚어가며 자세히 설명한다. 기관별 명칭이나 특징 뿐만 아니라 관련 질병이나 지식확장을 위한 상식도 함께 첨부되어 있다. 글과 그림에서 모두, 꼼꼼하고 구체적인 접근이 돋보였다.

3.친절한 명칭 사용

뇌와 신경을 다룬 책이다 보니 각 부위의 명칭을 다룬 명사가 아주 빈번하게 등장했다. 이 책은 <대한의사협회 의학용어집>(5.1판)과 그 원칙을 우선 기준으로 사용했다. 또한 중요한 부분은 영문명을 함께 첨부했다. 공부하는 사람 입장에서 명칭의 통일과 영문명 첨부는 혼란과 에너지 소모를 줄여주는, 친절한 배려라는 생각이 들었다. 특히 부록으로 첨부된 '신·구 용어 대조표'도 저자의 배려를 짐작케했다.

뇌와 신경에 관한 해부학적 지식을 필요로 하는 독자들을 위한 신경해부학 도감이다. 현장에서 전문지식을 활용하기를 기대하는 분들에게 매우 유용한 교재가 되리라고 생각한다. 한편 개인적인 호기심으로 뇌와 신경에 대해 공부하기를 기대하는 분들께도 권하고 싶다. 뇌의 구조와 기능에 대해서 텍스트로 풀어내는 대중서들은 많지만, '일러스트'의 풍부함에서 이 책은 독보적이기 때문이다. 일반인에게 어려운 독서가 될 수 있겠지만 한 권쯤 소장하며 살펴볼만한 유니크한 교재가 될 것이다. 풍부한 이미지들을 만나보는 과정에서 자신의 뇌와 한껏 친숙해질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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