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버드 철학수업 - 인간의 정신을 만드는 사상적 원천은 무엇인가
윌리엄 제임스 지음, 이지은 옮김 / 나무와열매 / 2020년 2월
평점 :
절판


그거 하면 쌀이 나오나, 밥이 나오나. 철학은 개뿔, 취업깡패 전화기가 최고지. 사실 철학이라고 하면 보통 현실과 괴리된 뜬구름 잡는 이야기만 떠드는 비생산적 학문이라는 것이 흔한 통념이다. 기계는 제품을 만든다. 토목은 건축물을 짓는다. 컴퓨터공학은 소프트웨어를 만들어낸다. 그렇다면 철학은 당췌 뭘 만들어낼 수 있는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철학을 붙잡고 있어야 할 이유는 무엇이 있을까? 그런데 말이다. 그것이 철학이 그토록 무가치하고 쓸모없는 학문이라면, 철학은 어떻게 인류의 역사와 함께 오늘날까지 흘러올 수 있었던 것일까? 인류의 역사 곳곳에 큼지막한 발자국을 남기면서 말이다. 철학이 쓸모 없었다면 철학은 도태되었어야 하는 것이 맞다. 철학이 오늘날까지 살아남았다는 것은 그동안의 인류에게 철학이 어떤식으로든 쓸모가 있었다는 의미다. 실용적이었다는 말이다.

35 하지만 철학은 우리가 나아가야 할 길을 비춰준다. 철학이 없다면 우리는 앞으로 나아가지 못한 채 자리에 멈춰 있을 것이다. 철학은 직업적 차원의 흥미와 취미를 넘어선다. 쉽게 말해 철학은 직접적인 생산력을 지니지 못했지만 앞선 생산 관계를 제시한다. 철학 없이는 사회적으로 중요한 변혁이 일어날 수 없다.

책 <하버드 철학수업>은 윌리엄 제임스의 저서다. 심리학에 관심이 있는 분이라면 누구나 알고있을 것이다. 명언을 찾아읽기를 좋아하는 분들도 종종 들어봤을 것 같다. 마음의 어려움을 겪고있는 사람에게 의지와 희망을 줄 수 있는 명언들을 많이 남겼기 때문이다. 윌리엄 제임스(1842~1910)는 '심리학의 아버지'로 불릴만큼 심리학 전반에 큰 영향을 미친 미국의 심리학자다. 미국 심리학회 의장을 역임했으며 하버드 대학교 교수로 재임했다. 개인적으로 심리학에 관심이 많기에 심리학에 있어서 윌리엄 제임스의 명성은 익히 알고 있었다. 그런데 '철학'이라니. 철학과 관련된 연구를 남겼다는 사실은 전혀 알지 못했다. 하지만 이 책을 읽어나가며 심리학을 연구한 사람이 철학에 관심이 없다는것이 오히려 이상한 일이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인간을 향한 철학이 존재했기에, 인간을 연구하고 인간을 탐구하고 인간을 돌보는 심리학이 존재할 수 있었음을 이해하게 되었다.

302 지금 자신이 처한 환경을 우리 스스로 바꿀 수 없을지도 모르지만, 자신의 마음가짐을 바꿀 수는 있다. 빈곤한 세상을 마주하며 우리는 용기를 배울 수도 있고, 독특한 시선으로 세상을 둘러보고 찬양할 수도 있다. 어쩌면 단순한 청중의 입장에서 조용히 세상의 이야기에 귀 기울일 수도 있다. 이렇게 해서 우리는 저급한 생각을 버리고 품위를 높일 수 있다. 생명과 품위를 합치 수 있다면 어떤 사람이 되든지 진지하면서도 선량한 본성을 자연스레 드러내게 될 것이다.

'철학수업'이라는 키워드가 암시하고 있듯이 이 책은 철학의 교과서와 같은 형식을 취하고 있다. 특히 '인간 정신을 만드는 사상적 원천은 무엇인가'라는 부제가 암시하듯 철학 중에서도 '인식론'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인식론은 인식의 전제, 기초, 발전 과정 및 법칙을 다루는 이론이다. 인간 내면에서 태동한 의식의 작은 부분에서 출발하여 세상을 향한 인식으로 나아가는 것이 이 책의 흐름이다. 유물론과 유심론, 이성주의와 경험주의 등 철학의 주의 키워드들을 대립하며 그 특징을 구체적으로 보여주기도 한다. 이러한 해설의 과정을 거쳐 궁극적으로 저자가 궁극적으로 강조하고자 하는 것은 '실용주의'다. 저자는 '실용주의'가 이성주의와 경험주의의 교량이 될 수 있다고 주장하며, 나아가 세상을 구할수도 있음을 강조한다. 이러한 맥락에서 저자가 세상과 사람을 향상시키는 심리학을 연구했을 것이라 짐작하니 심리학이라는 학문이 한결 정답게 느껴지기도 했다.

315 우리는 자신의 행동과 사상을 세상을 구원하기 위한 조건으로 전환, 간주할 수 있다. 구체적으로 드러나는 가치는 세상의 실질적인 변화와 성장에 해당하는 동시에 존재의 근거가 된다. 이때 사실의 형성은 세상의 성장을 의미한다.

영국의 입헌군주제는 어떻게 시작될 수 있었을까? 프랑스 대혁명은 어떻게 일어날 수 있었을까? 역사학자의 눈으로 들여다 본다면 일를 촉발한 일련의 흐름을 짚어볼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철학의 눈으로 바라본다면 '자유'와 '평등'이라는 이념이 보인다. 보편적 인권에 대한 자각의 계기가 없었더라면 인간과 사회의 혁신적 변화는 결코 일어날 수 없을 것이다. 이 때 인식의 변화를 이끌어낸 철학은 그 어떤 학문보다 실용적이다. 눈에 보이지 않는, 존재와 신비를 향한 믿음이 우리의 삶을 더욱 아름답게 만들어준다면 이 또한 어느 학문보다 실용적이다. 1900년을 전후한 혼돈의 시대, 위대한 철학자 윌리엄 제임스가 제안한 실용의 철학을 만나보기를 기대하는 분들께 권하고 싶다. 목차의 구조가 잘 짜여있고 대립과 사례를 통해 내용을 풀어가기에 배워나가는데 큰 도움이 되었지만, 아무래도 선명하게 드러나지 않는 추상적 개념들이 다수 등자하기에 초심자에게 쉬운 독서가 될 것 같지는 않다. 조금 더 깊이있는 독서를 원하는 분들께 유익한 독서가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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