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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는 경제학 안 보이는 경제학 - 지금 당장 눈에 보이지 않는 곳을 길고 넓게 봐야 경제가 제대로 보인다
헨리 해즐릿 지음, 김동균 옮김 / 디케이제이에스(DKJS) / 2020년 1월
평점 :
한동안 YOLO'라는 단어가 유행이었다. "You only live once"의 약자다. 인생은 한 번 뿐이니 제대로 즐기자는 의미다. 삶을 즐기자는 가치관 자체는 흠잡을 곳 없이 멋진 태도다. 다만 그것이 지나쳐 오로지 '지금' 만을 중요시 하고 '미래'를 위한 투자나 절제, 인내를 소흘히 여긴다면 먼 훗날 후회하는 날이 오게될지 모른다. 다이나믹 듀오의 노래 가사처럼 "Livin' the life livin' the life YOLO"만 쫓다가 "이러다간 이러다간 골로"가게되는 수가 있다. 사실 삶이 한 번 뿐이라고 해서, 삶을 즐긴다고 해서 미래를 소흘히 여기게 된다고 말한다면 지나친 비약이다. 삶을 즐기고 현재를 즐기면서도 소중한 미래를 대비할 수 있는 방법이 얼마든지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미래를 소흘히 여기고는 뒤늦게 후회하게 되는 경우가 잦다. 어젯밤의 야식이 오늘 아침의 체중계를 요동치게 만들듯이, 어젯밤의 과음이 오늘 아침의 숙취를 불러오듯이 말이다. 왜 그럴까? 경제 이론에 따르면 '합리적'이라는 인간이 도대체 왜 그렇게 뻔한 후회를 경험하게 되는 것일까? 가장 큰 이유는 '미래는 보이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 눈 앞에 뻔히 보이는 현재와 달리 미래는 보이지 않기 때문에, 미래의 나에게 무책임하게 뒷감당을 떠넘기게 되는 것이다. 그러니 중요한 것은 눈 앞에 보이는 것 뿐만 아니라, 당장 보이지 않더라도 분명히 존재할 파급효과를 기억하고 인식하고 예측하는 것이다.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것을 모두 염두에 두고 알아차림으로써, 우리는 한 번 뿐인 인생을 더욱 풍요롭게 즐길 수 있을 것이다.
<보이는 경제학 안 보이는 경제학>은, 우리가 흔히 '보이지 않기에' 놓치게 되는 경제현상들을 다루고 있는 책이다. 눈 앞에 보이는 경제현상 뿐 아니라, 당장 눈에 보이지 않는 경제현상들을 염두에 두고 판단 한다면 더욱 현명하고 지혜롭게 경제정책을 결정할 수 있다고 말한다. 생산량을 극대화하고 경제적으로 국가를 부유하게 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간단하게 예를들어 본다면 보이는 부분과 보이지 않는 부분은 다음과 같다. 깨진 유리창을 교체하게 되는 상황에서 유리창 가게 사장이 얻는 수입은 보인다. 그러나 유리창을 교체하는데 지불됨으로써 다른 곳에 지출될 수 있었던 가치는 보이지 않는다. 최저임금을 인상함으로써 기존 노동자들이 얻는 임금인상은 보인다. 그러나 일자리가 줄어들게 됨으로써 잠재적 일자리를 잃게된 구직자들의 기회상실은 보이지 않는다. 국가가 신용을 보증하여 누군가가 기계를 구입할 수 있게된 기회는 눈에 보인다. 하지만 한 대의 기계가 신용보증을 통해 누군가에게 건네짐으로써 그 기회를 상실하게 된 잠재적 구매자의 기회는 보이지 않는다. 시장경제에 의해 결정되었다면 시장은 가장 믿을 수 있는 사람에게 기계를 제공했을 것이고, 그 사람은 가장 생산성이 높을 것으로 기대되는 사람이었을 것이다. 그런 기회의 역전은 시장 전체의 생산량을 끌어올릴 수 있는 기회의 상실을 의미한다. 이처럼 아무리 선하고 좋은 의도를 가진 정책이라고 하더라도 그 결과까지 함께 선해지는 것은 아니다. 따라서 정책을 결정할 땐는 '장기적인 영향'을 파악하고 '모든 사람에에 미치는 정책의 결과를 추적'해야 한다는 것이 저자의 주장이다.
경제서적은 최근의 경제현상과 경제지표를 담고 있는, 신간서적을 보는 것이 더 좋을 것이라는 통념을 나부터도 갖고 있다. 이 책은 출간 자체는 최근이지만 원서의 경우 1946년에 초판이 발간되었고 1978년에 개정판이 쓰여진 고전 중의 고전이다. 물론 한 분야의 고전을 읽는 의미는 더할나위 없이 의미있는 일이다. 이 책은 경제학계의 거장이며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인 '프리드리히 하이에크'와 '밀턴 프리드먼'이 극찬한 책이기도 하다. 특히 폴 새뮤얼슨의 경우, 저자의 책을 읽고 감명을 받아 경제학을 전공하게 되었다는 일화도 전해진다. 하지만 이러한 모든 이유를 떠나서 이 책이 담고 있는 이야기는, 요즘을 살아가고 있는 우리에게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공공사업, 세금, 정부신용, 정부의 일자리 창출정책, 정부의 가격통제, 임대료 규제, 최저임금법, 노동조합, 인플레이션 등 요즘 우리의 삶에도 밀접한 키워드들을 다루고 있기 때문이다. 요즘 우리의 삶에서도 갈등과 토론의 화두가 되는 주제들을 담고 있기 때문이다.
경제학을 다룬 책이고 세계적인 석학들이 극찬했다고 하기에 혹시 너무 어렵지는 않을까 걱정하는 분들도 있을 것 같다. 하지만 이 책의 가장 큰 매력은 쉽다는 거다. 다루고 있는 소재와 주제의 범위는 넓지만 그것을 관통하는 단어와 맥락은 술술 읽힌다. 철저하게 대중의 언어로 표현되어 있다. 특히 24개의 챕터로 이루어진 칼렴형 구성이 매력적이다. 각 챕터는 10페이지 남짓으로 빠르게 읽고 내용을 짚어보기에 좋다. 명료하게 주장하고, 풍부한 사례로 부연하며, 마지막에 다시 명료하게 정리하는 담백한 구성도 독자의 읽기와 이해를 돕는다. 경제학에 흥미를 갖고 있는 분들은 당연히 재미있게 읽을 수 있을 것이고, 그렇지 않은 독자라고 하더라도 약간의 인내심을 갖는다면 충분히 일거볼만한 경제학 교양서가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개인적으로 챕터의 제목을 읽고 내용을 유추해본 뒤, 내용을 꼼꼼히 읽어보고, 머릿속으로 사례와 주장을 재정리해보는 식으로 읽어나갔는데 꽤 재미있는 독서의 시간이 되었다. 아무래도 명백히 보수주의적 관점을 띄고 있고 그 주장 또한 단호하기에 거부감을 갖는 독자분들도 있을 것 같다. 개인적으로 설득력 있는 저자의 주장에 꽤나 공감하며 읽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재까지 논쟁이 이어지고 있는 것은 반대편의 주장이 갖고 있는 장점 역시 존재하기 때문일 것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이에 다양한 관점을 가진 경제학자들의 주장을 만나보고 싶다는 의욕이 강하게 들기도 했다. 우리 삶을 둘러싸고 있는 현실의 경제학과 친근해지고 호기심을 키울 수 있었던 의미있는 독서였다. 한편 경제학을 떠나서 내가 가진 삶의 태도 또한 돌아보게 만들었다. 지금 이 순간 내가 무심코 행하는 작은 일이, '보이지 않는 미래의 나'와 '보이지 않는 누군가'에게 영향을 미치게 도리 것임을 기억하고, 좀 더 책임감 있게 말하고 행동해야겠다는 생각도 해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