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이지 신비로운 세상이다. 눈에 보이는 것, 귀에 들리는 소리, 입안에 멤도는 맛, 코 끝에서 느껴지는 냄새, 그리고 손과 몸으로 느껴지는 체감각. 어린 시절부터 자연스럽게 경험해왔기에 우리가 너무나도 당연하게 여겨와서 그렇지, 그것들은 너무나 당연히도, 당연한 것이 아니다. 감각가능한 세계가 존재한다는 것은, 따라서 우리의 경험과 삶이 풍요로워질 수 있다는 것은 삶의 축복이고 선물이다. 그런데 말이다. 이러한 오감의 대상(객체)들이 존재한다고 하더라도 이들을 지각할 수 없다면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우리가 스스로 지각의 주체가 될 수 없다면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그러니 눈이 있고, 코가 있고, 귀가 있고, 입이 있고, 몸이 있다는 것은 역시 마찬가지로 삶의 축복이고 선물이다. 하지만 그걸로 충분하지 않다. 감각의 대상이 존재하고, 감각 기관이 존재하더라도, 그것을 신경이라는 통로를 따라 한 곳으로 모으고, 지각된 정보를 통합하고, 인식하고, 의식을 통해 재구성할 수 없다면 우리에게 있어서 감각은 무의미해질 것이다. 오히려 우리를 불안하게 하고 혼란스럽게 만드는 소음에 불과할 것이다. 감각의 대상 만큼이나, 감각기관 만큼이나, 뇌와 신경이 우리에게 중요한 이유다.
<뇌 신경 구조 교과서>는 뇌와 신경 관련 정보를 담고 있는 의학 교양서다. 의학 및 의료 관련직에 종사하는 것을 목표로 공부하는 학생, 해부학 지식이 필요한 일반인을 대상으로 쓰여졌다. 저자는 일본의 의학 박사·약학 박사·약사인 '노가미 하루오'다. 게이오기주쿠대학교에서 기타사토상, 일본뇌하수체연구회에서 요시무라상을 수상했으며, 현재 해부학 강의에 종사하며 시상하부와 뇌하수체계통의 기능발달에 관해 연구하고 있다. 저자가 나열한 이 책을 필요로 할만한 직업군은 간호사, 영양사, 마사지사, 물리치료사, 작업치료사 등 해부학과 해부생리학 지식을 필요로 하는 사람들이다. 그렇기 때문에 일반인 독자의 관점에서 읽어나가기가 쉽지만은 않았다. 낯선 개념과 단어와 이미지가 보고 또 봐도 새로웠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책을 읽어나갈 수 있었던 것은 풍부한 그래픽과 자세한 설명 덕분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