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신경 구조 교과서 - 아픈 부위를 해부학적으로 알고 싶을 때 찾아보는 뇌·신경 의학 도감 지적생활자를 위한 교과서 시리즈
노가미 하루오 지음, 장은정 옮김, 이문영 감수 / 보누스 / 202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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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이지 신비로운 세상이다. 눈에 보이는 것, 귀에 들리는 소리, 입안에 멤도는 맛, 코 끝에서 느껴지는 냄새, 그리고 손과 몸으로 느껴지는 체감각. 어린 시절부터 자연스럽게 경험해왔기에 우리가 너무나도 당연하게 여겨와서 그렇지, 그것들은 너무나 당연히도, 당연한 것이 아니다. 감각가능한 세계가 존재한다는 것은, 따라서 우리의 경험과 삶이 풍요로워질 수 있다는 것은 삶의 축복이고 선물이다. 그런데 말이다. 이러한 오감의 대상(객체)들이 존재한다고 하더라도 이들을 지각할 수 없다면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우리가 스스로 지각의 주체가 될 수 없다면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그러니 눈이 있고, 코가 있고, 귀가 있고, 입이 있고, 몸이 있다는 것은 역시 마찬가지로 삶의 축복이고 선물이다. 하지만 그걸로 충분하지 않다. 감각의 대상이 존재하고, 감각 기관이 존재하더라도, 그것을 신경이라는 통로를 따라 한 곳으로 모으고, 지각된 정보를 통합하고, 인식하고, 의식을 통해 재구성할 수 없다면 우리에게 있어서 감각은 무의미해질 것이다. 오히려 우리를 불안하게 하고 혼란스럽게 만드는 소음에 불과할 것이다. 감각의 대상 만큼이나, 감각기관 만큼이나, 뇌와 신경이 우리에게 중요한 이유다.

<뇌 신경 구조 교과서>는 뇌와 신경 관련 정보를 담고 있는 의학 교양서다. 의학 및 의료 관련직에 종사하는 것을 목표로 공부하는 학생, 해부학 지식이 필요한 일반인을 대상으로 쓰여졌다. 저자는 일본의 의학 박사·약학 박사·약사인 '노가미 하루오'다. 게이오기주쿠대학교에서 기타사토상, 일본뇌하수체연구회에서 요시무라상을 수상했으며, 현재 해부학 강의에 종사하며 시상하부와 뇌하수체계통의 기능발달에 관해 연구하고 있다. 저자가 나열한 이 책을 필요로 할만한 직업군은 간호사, 영양사, 마사지사, 물리치료사, 작업치료사 등 해부학과 해부생리학 지식을 필요로 하는 사람들이다. 그렇기 때문에 일반인 독자의 관점에서 읽어나가기가 쉽지만은 않았다. 낯선 개념과 단어와 이미지가 보고 또 봐도 새로웠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책을 읽어나갈 수 있었던 것은 풍부한 그래픽과 자세한 설명 덕분이다.


백문이 불여일견. 신체 기관을 설명하는데 있어서 구구절절 말로 설명하는 것 보다 한 컷의 제대로 된 이미지가 효과적일 것이다. 일반적으로 많은 책들이 그러할 것이다. 그런데 이 책의 이미지는 일반적인 수준을 넘어선다. 거의 각 페이지마다 한 컷의 이미지가 첨부되어 있으며 구성 또한 단면의 관점을 다양하게 제공한다. 저자는 '실제 표본의 스케치를 바탕으로 한 일러스트를 많이 사용했다' 라고 밝히는데, '가독성'과 '직관성'을 깊이 염두에 두었다는 느낌을 받았다.

한 컷의 이미지로만 끝나는 것이 아니다. 각 부분을 구체적으로 짚어가며 자세히 설명한다. 기관별 명칭이나 특징 뿐만 아니라 관련 질병이나 지식확장을 위한 상식도 함께 첨부되어 있다. 글과 그림에서 모두, 꼼꼼하고 구체적인 접근이 돋보였다.

3.친절한 명칭 사용

뇌와 신경을 다룬 책이다 보니 각 부위의 명칭을 다룬 명사가 아주 빈번하게 등장했다. 이 책은 <대한의사협회 의학용어집>(5.1판)과 그 원칙을 우선 기준으로 사용했다. 또한 중요한 부분은 영문명을 함께 첨부했다. 공부하는 사람 입장에서 명칭의 통일과 영문명 첨부는 혼란과 에너지 소모를 줄여주는, 친절한 배려라는 생각이 들었다. 특히 부록으로 첨부된 '신·구 용어 대조표'도 저자의 배려를 짐작케했다.

뇌와 신경에 관한 해부학적 지식을 필요로 하는 독자들을 위한 신경해부학 도감이다. 현장에서 전문지식을 활용하기를 기대하는 분들에게 매우 유용한 교재가 되리라고 생각한다. 한편 개인적인 호기심으로 뇌와 신경에 대해 공부하기를 기대하는 분들께도 권하고 싶다. 뇌의 구조와 기능에 대해서 텍스트로 풀어내는 대중서들은 많지만, '일러스트'의 풍부함에서 이 책은 독보적이기 때문이다. 일반인에게 어려운 독서가 될 수 있겠지만 한 권쯤 소장하며 살펴볼만한 유니크한 교재가 될 것이다. 풍부한 이미지들을 만나보는 과정에서 자신의 뇌와 한껏 친숙해질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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