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포그래픽, 모네 - 그래픽으로 읽는 클로드 모네 인포그래픽 시리즈
리처드 와일즈 지음, 신영경 옮김 / 큐리어스(Qrious) / 2017년 8월
평점 :
절판


[이런 분들께 추천합니다]
1.'모네'라는 화가에 대한 다채로운 접근을 기대하는 분들께
2.한 사람의 화가를 보여주는 '인포그래픽'이라는 독특하게 재미있는 접근방식을 기대하는 분들께
3.가벼운 마음으로 인상주의와 모네에 대한 배움을 확장하기를 기대하는 분들게

[이런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1.모네의 생애
2.예술가로서 모네의 삶
3.인간으로서 모네의 삶
4.모네의 작품세계
5.모네의 유명작에 대한 포인트별 해설

[이 책의 장점]
1.가독성:이미지를 적극 활용한 시각적 구성
'인포그래픽 모네'라는 책의 제목에 걸맞게 다양한 시각적 표현이 등장한다. 유명작에 대한 해설은 물론, 인용구와 연표마저도 풍부한 색감을 갖고 있다. 백내장에 걸린 모네가 바라본 색채를 병에 걸리기 전후로 비교하여 나타내기도 한다. 활자도 일반적인 방식으로 서술되지 않는다. 제목과 강조가 명확히 표현된 서술방식은 한눈에 페이지의 내용을 파악하게 한다. 매우 뛰어난 가독성을 갖추고 있다. 

2.재미:보는재미, 읽는재미
이러한 인포그래픽 구성은 읽고 보는것만으로도 재미를 느끼게한다. 첫 페이지부터 후루룩 뒤로 넘기기 시작하면 형형색색의 색감이 눈에 들어온다. 다양한 도표와 그림, 명확한 통계와 삽화가 등장한다. 모네에 대한 배움을 넘어 그저 훑어보는 자체로도 재미있는 책이라고 생각된다.

3.다채로움:모네에 관한 다채로운 이야기
이 책에는 모네의 작품에 관한 이야기 뿐만 아니라, 예술가로서의 삶, 인간으로서의 삶에 관한 다양한 이야기가 등장한다. 모네의 작품세계에 영향을 준 세 가지 요소가 시각적으로 표현되기도 한다. 모네에 관한 다채로운 이야기들은 재미와 지식을 모두 충족시켜줄 것이다.

[생각]
맹인모상(盲人摸象)이라는 말이 있다. 눈이 먼 사람이 코끼리를 만지듯, 단편적인 사실만을 바라보면서 전체를 이해하는듯 단정짓는 편협한 태도를 의미한다. 너무나 당연히도 일부를 보고 전체를 판단하는 것은 지극히 현명하지 못한 태도이다. 그런데, 전체를 보고 전체를 판단하는 것은 과연 언제나 옳을까? 하나의 사건은 무수한 인과가 중첩되어 있으며, 하나의 사물은 각각의 세부적 구성요소로 이루어져 있다. 이들을 외면한 채 일순간의 '전체적 상'만으로 무언가를 판단하는 것은, 맹인모상 못지않게 편협한 태도일지 모른다. 대상을 분명하게 이해하기 위해서는 정적인 모습과 동적인 배경에 대한 깊이있는 탐구가 필요할 것이다. 어쩌면 우리에게 필요한것은 눈을 부릅뜨는 것이 아니라, 눈을 감고 손 끝에 감각을 모아, 코끼리의 온 몸을 호기심 마음으로 탐구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그럼으로써 '한 눈에 보이는 것' 너머의 무엇을 발견하고 깊은 넓은 이해를 이뤄낼 수 있을테니 말이다.

이 책 '인포그래픽 모네'를 읽으며 나는 그런 느낌을 받았다. 한 사람의 예술가를 향한 다발적 접근이다. 모네의 작품을 이해한다면 모네를 일정부분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모네의 삶을 이해한다면 모네의 작품을 깊이있게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이 책의 독서는 '인상주의'라는 모네의 단편만을 알고있던 나에게, 한 사람의 예술가를 이해하고, 한 사람의 인간을 이해하고, 그의 작품에 대한 이해를 넓힐 수 있게된 의미있는 경험이 되었다.

21 15세 무렵, 목탄 스케치로 마을에서 유명해지다. 모네의 스케치는 미술재료상의 가게 창문에 전시되어 "그림을 사는 사람이 자신의 마음에 들거나 안 들거나를 기준으로" 모네가 책정한 가격 -10프랑에서 20프랑 사이에 팔리곤 했다.
21 "내 어린 시절은 자유 그 자체였다. 나는 원래 길들여지지 않게 태어났다."
_클로드 모네, <르 탕>, 1990년 11월 26일자
44 "내가 루앙 성당과 런던 풍경을 비롯한 여타 그림을, 실물을 보고 그렸는지 아닌지는 남이 상관할 바도 아니고 하등 중요한 문제도 아니다."
_클로드 모네

모네라는 사람에 대해서 가장 강하게 든 인상은 '자유로움'이었다. 그는 경제적으로 어려움을 겪었으나 자신만의 표현방식을 포기하지 않았다. 좋은 벗들과 교류하며 자신의 방식을 완성시켜 나갔다. 자신이 바라본 세상을 자신의 방식대로 화폭에 담았던 그의 삶과 말들을 돌아보며, 나의 삶도 돌아보게 되었다. 나는 과연 세상을 어떻게 해석하고 있는지, 그 해석을 어떻게 표현하고 있는지 떠올려 보았다. 그 인식과 표현은 거듭남의 가능성을 품고 있는지도 짚어보게 되었다.

60페이지 '그림의 해부학 #2'의 '산책, 양산을 든 여인'에 대한 해설도 매우 인상적이었다. 책에서는 '스냅사진'이라는 표현을 썼는데 정말이지 적절한 표현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림은 영화가 아니니 당연히 순간을 포착하겠지만, 이 작품은 정말이지 '순간을 담은 그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처음 그림을 볼 때는 '전체적인 상'만을 인식했지만 책의 설명을 따라가며 카미유의 드레스에 담긴 노란 반사광, 그림자, 휘날리는 치마, 역광들을 짚어보니 훨씬 강렬한 '인상'으로 다가왔다. 그림을 그리는 기술에 앞서, 모네의 '세상을 바라보는 눈'이 얼마나 뛰어났는지 떠올려보게 되었다.

뛰어난 기술은 눈에 띄기 쉽지만 뛰어난 인식의 진면목은 알아차리지 못하는 경우가 흔하다. 앞으로 하나의 작품을 바라봄에 있어서 그의 기술은 물론이거니와, 그가 세상을 어떻게 인식했는지, 그는 세상과 어떻게 마주했는지를 떠올려봐야겠다고 다짐한다. 또한 나 역시 일상을 벗어난 강렬한 자극을 쫓기보다는 소중한 삶의 구석구석에 숨어있는 고귀한 아름다움을 발견할 수 있는 눈을 갖춘 사람으로 살아가야겠다고 또 다짐한다. 그럼으로써 '삶의 의미'와 '삶의 재미'를 다채롭게 경험하는 유희를 누릴 수 있는 사람이 되어야겠다고 다시, 다짐한다.

[나가며]
저에게는 예술이 필요합니다. 여러분도 예술이 필요하신지요? 재미와 이해를 동시에 얻을 수 있는 유익한 독서의 시간이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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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격비법 100문 100답 - 각종 자격증과 모든 시험 100% 합격한다! 100문 100답
곽상빈 지음 / 평단(평단문화사) / 2017년 8월
평점 :
절판


[이런 분들께 추천합니다]
1.'공부방법론'에 관심을 갖고있는 분들께
2.각종 자격증 취득에 도움이 되는 공부방법을 배우고자 하는 분들께
3.시험 유형별 전략적 학습방법을 배우고자 하는 분들께
4.객관식 시험과 주관식 시험의 다른 공부방법을 비교해보고 싶은 분들께
5.공무원, 전문직, 수능 등 다양한 시험의 접근방법을 알아보고 싶은 분들께

[이런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1.공부를 해야 하는 이유
2.저자의 학습 경험
3.시험의 노하우
4.객관식과 주관식 시험 공부방법
5.전문직 시험 공부방법
6.내신과 학점 공부법
7.수능 공부방법

[이 책의 장점]
1.폭넓은 범위:공부관련 전반
이 책은 '합격'에 관한 책이다. 그러나 '공부'에 대한 것만을 다루지는 않는다. 학습방법론 뿐만 아니라 공부를 해야 하는 이유, 저자의 지론, 저자의 성장경험, 예산과 수험서, 준비, 스터디, 생활 등 합격과 관련된 전반을 다룬다. 합격은 공부만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다. 공부 앞과 뒤의 다양한 준비와 생활이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이 책을 통해 공부를 넘어 합격에 이를 수 있는 다양한 변수들을 배우고 적용할 수 있을 것이다. 

2.구체성:구체적 전략
공부법책을 읽는 많은 이들이 추상적 방향성보다는 실전에 적용 가능한 구체적 기술들을 원할 것이다. 이 책은 방향성을 짚어볼 뿐만 아니라, 실전에서 적용 가능한 다양한 기술들을 다룬다. 이를테면 주관식 시허메서 키워드와 목차를 정리하는 방법처럼 말이다. 객관식과 주관식, 시험의 특성별로 적용 가능한 여러가지 실전 기술들이 제시된다.

3.다양한 시험들
저자는 공인회계사, 세무사, 감정평가사, 손해사정사 등 다양한 종류의 자격증을 취득하고 보유중이라고 한다. 이러한 저자의 이려에 걸맞게 개관식, 주관식, 공무원 시험, 수능, 전문직 시험 등 다양한 시험에 대한 이야기와 맞춤형 공부방법들이 제시된다.

4.가독성
이 책은 전반적으로 '한 토막의 핵심요약'과 그에대한 부연으로 이루어진다. 핵심을 읽고 내용을 유추한 뒤 뒷분을 읽으니 책의 내용이 술술 읽혀나갔다. 또한 다시 한 번 훑어볼 때는 핵심부분만 읽으며 내용을 다시 정리할 수 있었다. 아마도 저자의 공부에 대한 지론이 반영된 구성이 아닌가 생각해본다.

[생각]
삶에 공부가 전부는 아니다. 하지만 원하는바를 얻기 위한 가장 유용한 방법 중 하나가 '공부'임은 자명하다고 생각한다. 이 책의 저자는 공인회계사, 세무사, 감정평가사, 손해사정사 등 다양한 종류의 자격증을 취득하고 보유중이라고 한다. 그런 저자가 '합격비법'에 대한 책을 써냈다. 그 합격비법을 활용하여 수많은 자격증을 취득할 수 있게 되었다고 말한다. 열등생에서 최우등생이 되기까지 스스로의 성장과정도 다룬다. 이 책은 학습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이들에게, 성장과 성취를 꿈꾸는 이들에게, 합격을 꿈꾸고 있으나 원하는 바를 아직 이루지 못해 활로를 찾고 있는 이들에게 영감과 배움을 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117 그래서 나는 공부 전략을 바꿨다. 독에서 물이 빠져나가는 속도는 내 두뇌의 한계상 일정하니 물을 여러 번 붓는 방법으로 설정한 것이다. 망각하는 속도보다 더 많은 지식을 뇌에 넣자는 생각이었다. 그러자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그 어렵다던 생산관리 시험, 산업고 ㅏ전략이라는 경제학 고급과목에서 만점이 나온 것이다.
누구나 아이큐나 기억력은 다를 것이다. 하지만 그 기억력이 버리는 지식보다 더 많은 지식을 넣을 각오로 공부하면 어려운 시험에서도 만점을 받을 수 있다. 오히려 독에 물이 차고 넘쳐 시험장에서 콧노래를 부르며 나올지도 모를 일이다.

공부를 하다보면 분명히 공부한 것인데도 기억이 나지 않는 경우가 있다. 공부했다는 사실은 기억이 나지만 공부한 내용은 기억이 나지 않는다. 이럴때면 자신의 능력 부족을 탓하며 좌절감이나 무기력에 빠질수도 있다. 하지만 저자는 생각의 관점을 바꿨다고 한다. 밑빠진 독에 물을 붓기 위해서, 물이 빠져나가는 속도보다 더 빠르게 채우기로 결심한 것이다. 이는 비단 공부에만 적용될 수 있는 태도가 아닐 것이다. 공부를 포함한 삶의 숱한 위기상황에서, 위기를 극복하고 이겨낼 수 있는 의지의 태도라는 생각이 들었다.

168 수험생활은 일종의 항해와 같다. 무작정 길을 떠나면 길을 잃거나 좌초되어 비참한 최후를 맞게 된다. 지도와 나침반을 가지고 항해를 해야 길을 잃지 않는다. 결국 지도와 나침반은 기출문제다. 여기서 시작해야 시간을 단축할 수 있다. 기본서는 나중에 보는 것이다. 이 사실을 알고 남들과 다른 계획을 세울 때 초단기간에 합격할 수 있다.

책 전반을 통틀어 가장 인상적인 부분이었다. 공부의 최종 지향점은 시험문제를 잘 푸는 것이다. '기출문제'는 시험장의 시험문제를 보여주는 척도이다. 그러나 기출문제보다는 기본서를 보는데 무게중심을 두게되는 경우가 잦다. 중요한 것은 회독수보다 시험문제를 풀어내는 능력이다. 나의 궁극적 지향점이 어디인지 마음속에 각인한 채, 기출문제라는 나침반과 지도에 무게중심을 둬야겠다고 다짐한다. 

199 시험은 인풋보다는 아웃푼을 측정하는 제도다. 머릿속에서 지식을 집어넣더라도 시험장에서 꺼내지 못하면 아무 소용이 없다. 시험장에서 아웃풋을 잘 하려면 평소에 기억을 되살리는 다양한 노력을 해보아야 한다.

흔히들 공부를 함에 있어서 '읽기'라는 인풋에는 시간을 많이 들이지만 '쓰기'나 '표현'과 같은 '아웃풋'에는 공을 들이지 않는 경우가 많다. 인풋보다 아웃풋에 상대적으로 많은 노력이 필요한 탓일 것이다. 하지만 결국 시험에 합격하기 위해서는 잘 아웃풋해내는 능력이 필요하다. 합격을 위해 아웃풋의 스트레스를 감내할 줄 아는 사람이 되어야겠다고 다짐한다. '쓰기', '말하기' 등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아웃풋하는 습관을 들여야겠다고 다짐한다.

[나가며]
적지않은 분량이 부담스러울 수도 있지만, [핵심-부연]이라는 가독성 좋은 글의 구성이 그 부담을 한껏 줄여줍니다. 합격과 학습능력의 성장을 꿈꾸는 모든 분들께 의미있는 독서가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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걱정을 조절하는 7가지 방법 - 걱정쟁이 십대를 위한 자신감 찾기 프로젝트
리드 윌슨 외 지음, 심차섭 그림, 한재호 옮김 / 북멘토(도서출판) / 201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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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분들꼐 추천합니다]
1.걱정이 많아 걱정인 모든 분들께
2.불안이 심해 불안한 모든 분들께
3.언젠 나타날지 모르는 두려움이 두려운 분들께
4.걱정이 많은 10대 여러분께
5.걱정이 많은 자녀를 둔 부모님께

[이런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1.걱정이 나타나는 이유
2.걱정이 갖는 의미
3.걱정을 조절하는 7가지 방법
4.용기를 내어 걱정을 극복하는  방법

[이 책의 장점]
1.가독성:대화체의 친절한 구술
이 책은 전체가 대화체로 이루어져 있다. 화자는 15세 케이시. 과거에 걱정과 두려움 때문에 힘들어했으나 이를 극복하는 방법을 터득한 대견한 소녀다. 이 소녀가 친근한 반말로 이어가는 자신의 이야기는 책을 읽는다기보다는 이야기를 듣는듯한 느낌을 준다. 그래서 재미있고 막힘없이 술술 읽어나갈 수 있다. 평소 책 읽기를 지루해하는 이들도 제법 흥미롭게 읽어나갈 수 있을 것이다.

2.실용성:구체적 요령 기술
책의 제목처럼 내용 전반에 걸쳐 '걱정을 조절하는 7가지 방법'이 등장한다. 각각의 챕터에서 제안하는 내용은 구체적이며 실용적이다. '심호흡해라' 기술 편에서는 마음을 진정시키는 2가지 호흡법이 단계적으로 제시되기도 한다. 케이시 자신이 경험한 구체적 사례의 부연은, 기술의 실제 적용에 대한 친절한 영감을 준다. '걱정조절'을 위한 즉각적 배움을 얻을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다. 

3.풍성함:풍부한 부연과 사례, 삽화
앞서 말한대로 이 책은 대화체로 '이야기의 형식'을 따르는데, 이는 형식 뿐만이 아니다. 내용 역시 '이야기의 내용'으로 이루어져 있다. 화자는 케이시가 경험한 이야기, 가족들이 경험한 이야기 등 일상에서 충분히 겪어볼만한 사례를 중심으로 내용이 전개된다. 또한 중간중간 등장하는 귀여운 삽화는 몰입과 이해를 돕는다.

[생각]
살다보면 그런날이 한 번 씩은 온다. 걱정이 참 많아서 걱정이고, 두려움이 참 많아져서 두렵고, 불안이 올라올까 불안해진다. 머리로는 안다. 그런 감정들이 현재의 행복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을. 그런데도 걱정과 불안과 두려움을 멈출수가 없다. 도대체 그런 감정은 왜 나타나는 것일까? 이 책은 그런 무형의 마음의 문제들을 다룬다. 이 책의 독서는 그들을 이해하고, 조절하며, 극복할 수 있는 방향을 찾게된 의미있는 경험이 되었다.

53 자신이 완벽해야 한다고 생각할 때도 걱정이 커져. 완벽하다는 말은 듣기 좋지, 안 그래? 누가 완벽한 걸 싫어하겠어. 모든 과제에서 완벽한 점수를 받는 걸 상상해 봐! 자전거를 완벽하게 타고, 노래를 완벽하게 부르는 건 어떻고! 하지만 완벽해지려다 보면 융통성이 없어지게 마련이다. 아이든 어른이든 어떤 일을 하는 데 단 하나의 완벽한 방법만이 있다고 믿고, 실수는 절대 받아들일 수 없는 끔찍한 것으로 여길 때, 걱정이 커지는 거야
실수는 받아들일 수 없다고? 걸음마 배우던 게 기억나니? 난 기억 안 나. 엘리엇이 배우는 건 봤지. 계속 넘어지기만 하더라. 엉덩방아를 찧고 이마를 찧고, 한번은 주방에서 연습하다가 균형을 잃고 식탁보를 잡아당기는 바람에 우유를 부은 시리얼 두 그릇과 오렌지 주스 한 잔이 바닥에 떨어졌어 그 때 엄마가 앨리엇에게 이렇게 말했다면 어땠을까?
"앨리엇, 미안하지만 여기서는 절대 실수하면 안 돼, 완벽하게 걸을 수 있을 때까지 다시는 걷지 마."
99 불편하고, 의심스럽고, 어색하고, 당황스럽고, 서툴고, 걱정되지. 원래 그런거야. 어색한 느낌이 싫다고? 저런 느낌은 전부 다 싫다고? 그러면 넌 키는 크겠지만, 성장하지는 못할 거야.

완벽주의적 태도는 걱정을 키우고 성장을 가로막는다는 것. 이렇게 단순하게 설명했다면 그 의미가 크게 와닿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사례를 섞은 대화 형식의 이야기는 내 안에 깊은 인상을 남겼다. 어떤 일을 하는데는 단 하나의 완벽한 방법만이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삶은 즉흥속에서 완성되는 것이다. 아기가 걸음마를 배우는 이야기도 마찬가지다. 세상에 벌떡 일어나 두 발로 걷는 아이가 어디있는가! 네발로 걷다가 두발로 우뚝서는 과정에서 아기는, 숱한 넘어짐과 다침을 경험한다. 엉엉 울며 아파하기도 한다. 그러나 이내 다시 일어선다. 언젠가 자신있게 걷는 날까지 그 도전을 포기하지 않는다. 우리는 원래 그런 사람이었다. 그러나 어느새 실패를 두려워하고 남의 시선을 부끄러워하지는 사람이 되고는 한다. 그런 태도는 결코 자연스럽지 않으며 우리를 행복하게 만들지도 않는다.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사람으로, 나아가 성장을 위한 반가운 과정으로 담대하게 받아들일 수 있는 사람으로, 성장을 위해 불편한 느낌들을 수용할 줄 아는 사람으로 거듭나야겠다고 다짐해본다.

114 5장에서 난 걱정과 이야기하는 법을 전했다. 걱정을 어떻게 조절하고 통제하는지 말이야. 이제는 편도체와 이야기하는 법을 가르쳐 줄게. 다시 발해, 편도체가 일으키는 불안 반응을 어떻게 조절할 수 있는지를 알려 줄 거야. 이걸 배우려면, 앞에서도 얘기했듯이 불안과 의심을 일부러 받아들여야 해.
네 편도체는 재교육을 받아야 해. 나쁜 버릇이 들었으니까. 그리고 재교육을 하려면 네가 불안과 의심을 겪어야 하지. 멀찌감치 서서 편도체가 변하기를 바라기만 해서는 편도체를 재교육할 수 없어. 유감스럽지만 사실이야.

책에서는 걱정과 이야기하는 법을 알려준다. 그리고 '편도체'라는 불안 반응을 나타내는 뇌 부위와도 대화하도록 권한다. 걱정과, 불안과, 두려움과 대화하기 위해서는 도망치지 말아야 한다. 담대하게 마주할 수 있어야 한다. 그래야만 그들을 극복하고 내가 원하는바를 쟁취할 수 있다. 문제는 두려움이 아니다. 두려움으 바라보는 우리의 태도이다. 두려움이 일어날때마다 편도체를 마주보고 이렇게 말해줘야겠다. '너의 걱정을 알고있어. 하지만 괜찮아. 우리는 이겨낼 수 있어'

[나가며]
청소년을 대상으로 쓰여졌다고는 하지만 학부모 역시 독서를 권장한다고 책에 쓰여있습니다. 저는 청소년도 학부모도 아니지만, 두려움과 불안을 종종 경험합니다. 그리고 이 책 '걱정을 조절하는 7가지 방법'의 독서경험은 앞으로의 성장을 위해 고마운 경험이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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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의 휴식
구가야 아키라 지음, 홍성민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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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분들께 추천합니다]
1.'쉬어도 쉬어도 피곤하다'고 느끼는 분들께
2.과학적 근거에 기반한 뇌 휴식법을 배우고자 하는 분들께
3.몸과 마음이 연결되어있다고 생각하는 분들께
4.마인드풀니스(=마음챙김명상)에 대해 구체적으로 배우고자 하는 분들께
5.건강한 몸과 마음을 갖추기 위한 과학적 명상법을 배우고자 하는 분들께

[이런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1.마인드풀니스의 효과, 그리고 과학적 근거
2.마인드풀니스의 기본적 방법, 거기서 확장된 다양한 방법
3.잡념을 벗어나는 기술
4.몰입에 이르는 방법
5.최고의 휴식을 위한 5DAY 메뉴얼

[이 책의 장점]
1.스토리텔링식 전개
'무엇'을 이야기하는지는 중요하다. 하지만 '어떻게'이야기하는지 역시 못지않게 중요하다.
이 책은 마인드풀니스, 즉 '마음챙김 명상'을 위한 구체적 방법론과 근거들을 다룬다. 마인드풀니스는 불교의 명상법을 서구의 신경정신전문가들이 도입하여 나름의 방식으로 체계화한 명상기술이다. 때문에 어렵게 쓰자면 한없이 어렵게, 딱딱하게 쓰자면 한없이 딱딱하게 다뤄질 수 있는 내용이다. 하지만 이 책은 그렇지 않다. 오히려 그 어떤 심리학 책보다 쉽다. 담백하면서 명료한, 스토리텔링 형식의 전개를 취하고 있기 때문이다.

마인드풀니스가 목적으로 하는 '마음의 문제'가 발생하는 곳은 결국 '삶의 현장'이다. 기술적으로 배우든, 논리적으로 배우든 우리는 그 기술을 삶속에서 적용할 수 있다. 삶의 현장을 기반으로 이야기를 풀어가는 이 책의 전개는, 마인드풀니스에 대한 이해와 수용을 돕고, 구체적 삶속에서의 적용을 도와줄 것이다.

2.과학적 근거
마인드풀니스는 불교라는 종교적 기원을 띄고 있다. 따라서 '과학적 근거'를 중시하는 이들에게는 의구심을 떠올리게 할수도 있다. 이에 저자는 등장인물의 입을 빌어 적극적으로 의문을 제기하고, 적극적으로 과학적 근거를 제시한다. 이는 마인드풀니스에 대한 과학적 이해를 돕고, 구체화된 근거를 통한 플라시보로 명상의 효과를 더해줄 것이다.

3.실용적 기술
스토리텔링을 바탕으로 이야기를 풀어가기에 '가벼움'과 '흥미'에 비해 '실용성'이 부족하지 않을까 염려하는 독자도 있을지 모르겠다. 하지만 이 책은 실용성에도 충분한 무게중심을 두고 있다. 이 책은 7개의 상황에 필요한 7가지 기술들을 구체적으로 서술한다. 그 상황은 (1.뇌가 지쳐 있을 때 / 2.정신을 차려보면 딴 생각에 빠져있을 때 / 3.타인에 대한 부정적인 감정이 들 때 / 4.스트레스로 몸의 컨디션이 안 좋을 때 / 5.잡념의 고리에서 벗어나고 싶을 때 / 6.분노와 충동적인 행동에 휩쓸릴 때 / 7.몸이 불편하거나 통증이 느껴질 때) 이다. 누구나 일상에서 빈번하게 겪을만한 마음의 문제들을 짚어보고 그에 대한 구체적 대응기술을 제시한다. 충분히 구체적이며 충분히 실용적이다.

[생각]
'휴식'을 한다. 능동형 표현이지만 사람들이 떠올리는 휴식에 대한 이미지는 보통 '하지 않는 것'일 것이다. 일을 하지 않고 쉬거나, 깨어 있지 않고 자거나, 조직에 시달리지 않고 혼자 있거나, 생각을 하지 않고 멍때리고 있는것과 같이 말이다. 나 역시도 휴식에 대해서 그러한 '하지 않는' 이미지를 갖고 있었다. 이 책을 읽기 전까지는. 이 책은 최고의 휴식 방법으로서 무언가를 '하는 것'을 제시한다.

11 단언컨대 궁극적인 휴식은 단순한 '충전'이 아니다. 뇌는 변화하는 성질, 즉 뇌가소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단순히 '충전'이 아니라 '쉽게 지치지 않는 뇌'로 구조 자체를 바꿀 수 있다.
방전된 배터리를 충전하는 것은 진정한 휴식이 아니다. 자신의 뇌를 바꿔서 지금, 여기에 집중하는 마음의 근력을 갖는 것이 '최고의 휴식'의 진짜 목적이다.

그 뿐만이 아니다. 궁극적인 휴식이 '충전'이 아니라고도 말한다. 쉽게 지치지 않는 뇌로, 뇌의 구조 자체를 변화시키며 지금 여기에 집중하는 마음의 근력을 갖도록 하는 '최고의 휴식.' 그것은 바로 '마인드풀니스'다.

어떻게 '하지 않는 것'이 아닌 '하는 것'이 휴식이 될 수 있을까? 그것은 우리 뇌의 디폴트 모드 네트워크(DMN)와 관련이 있다. DMN은 뇌가 의식적인 활동을 하지 않을 때 작동하는 기초활동으로 뇌가 소비하는 에너지 중 60~80퍼센트를 차지한다. 따라서 DMN이 과도하게 활성화된다면 뇌는 급격히 지치게 된다. 마인드풀니스는 이 DMN의 활동을 완화시킨다. 즉, '아무것도 하지 않을 때 활성화 되는 부위'를 쉬게해준다. 당장의 휴식뿐만 아니라 쉽게 피로감을 느끼지 않도록 마음의 근력을 더해준다. 그러니 곧 최고의 휴식이라고 말할 수 있는 것이다.

책에서는 마인드풀니스의 효과로 '뇌의 휴식'외에 '집중력 향상', '감정 조절력 향상', '자기 인식에 대한 변화', '면역 기능 개선'등을 제시한다. 그리고 나는 책에서 제시하는 효과들을 전적으로 지지한다. 왜냐하면 이 책을 읽기 전부터 나는 마인드풀니스를 해오고 있었으며 그 효과를 분명하게 느껴왔기 때문이다. 몸과 마음의 건강을 잃었던 시절, 우연히 마인드풀니스를 접하게 되었고, 마음의 건강을 넘어 몸의 건강을 회복하는 과정에서 상당한 도움을 얻을 수 있었다. 그리고 몸과 마음은 분명하게 연결되어 있음을 확신하게 되었다.

내가 이미 알고 있었던 것은 '호흡명상'과 '바디스캔'이었지만 이 책에서는 '브리딩 스페이스', '몽키 마인드 해소법', 'RAIN'등 인지기술과 접목된 명상법들이 추가로 제시된다. 몸과 마음의 건강을 다각도에서 보듬을 수 있는 유용한 기술이 될 것 같다.

62
모든 피로와 스트레스는 과거와 미래에서 비롯된다.
지난 일에 연연하고 앞으로 일어날 일에 불안해하는 데서 시작된다.
여기에서 벗어나고 싶다면 평가나 판단을 더하지 않고
'지금, 여기'의 경험에 능동적으로 집중해야 한다.

과거를 살아왔고 미래를 살아갈테지만 결국 모든 삶의 터전은 '지금', 그리고 '여기'다. 여기에서 행복할 수 없다면 어디에서도 행복할 수 없음을 명심하고, 소중한 삶의 순간들을 의미와 행복으로 채워나갈 수 있기를 바래본다. 그러기 위해서 늘 '깨어있는 알아차림'과 함께해야 겠다고 다짐해본다.

[나가며]
마인드풀니스의 방법론에 대해서는 이미 널리 알려져 있기 때문에 구체적으로 적지는 않았습니다.
이 책은 마인드풀니스를 활용한 7가지 명상의 기술을 구체적으로 제시하고 그 근거와 효과를 명료하게 설명합니다. 짧은 시간에 마인드풀니스의 핵심을 배우고자 하는 분들께 이 책을 강력하게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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뿔을 가지고 살 권리 - 열 편의 마음 수업
이즈미야 간지 지음, 박재현 옮김 / 레드스톤 / 2016년 5월
평점 :
절판


[이런 분들께 추천합니다]
1.스스로 '보통사람'이 아니라서, 그래서 상처받았다고 느끼는 분들께
2.'삶의 허무함'에 대한 번민을 갖고있는 분들께
3.'자기다운 삶'을 쫓고있는 분들께
4.예술이 삶에 필연적이라고 믿는 분들께
5.'마음의 문제'에 대한 새로운 실마리를 찾고있는 분들께
6.프리디리히 니체를 좋아하는 분들께

[이런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1.병과 고통이 주는 메시지
2.마음과 머리, 몸의 유기적 관계에 대해
3.인간의 나선형 성숙과정

[이 책의 장점]
1.모두를 위한 이야기
'뿔 잘린 사람들'이라는 제목을 가진 이 책의 서문은 다음과 같은 문장으로 시작한다.
"우리 모두는 다른 사람과는 다른 '뿔'을 가지고 태어났다. 뿔이란 우리가 우리 자신임을 보여주는 상징이자 태어날 때부터 가지고 있는 보물로, 태생적 자질을 말한다."
이 책은 마음의 아픔을 가진 사람들을 다룬다. 하지만 이 책은 '정신질환자'를 위한 책은 아니다. 오히려 정상과 이상으로 인간을 구분하는 근대적 통념을 뒤집는다. 자신다움을 잃도록 강요하는 사회적, 통념적 억압을 비판한다. 그리고 그 억압으로부터 벗어나 자신다움을 갖춘 사람으로 성장할 수 있는 길을 제시한다. 그 정도는 각자가 다르겠지만, 자신다움을 잃게된 모두를 위한, 자신다움을 되찾게될 모두를 위한 책이다.

2.마음을 위한 새로운 실마리
이 책은 우리의 통념을 건드린다. 정상과 이상이라는 이분법을 부수고, 병과 고통을 선물이라 말하며, '힐링'의 풍토를 유혹이라고 말한다. 기꺼이 고독과 대면하라고 말한다. 정신과의사인 저자는 우울증 치료에서 일반적으로 제시되는 '충분히 쉬고, 무리하지 말고, 꼬박꼬박 항우울제를 복용하는 것'는 '치유'가 아닌 '완해'라고 말한다. 물론 이러한 치료는 필요하다. 하지만 재발의 가능성을 소멸시키며, 궁극적인 자립으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근본적인 변화가 필요하다. 이 책은 자립을 위한 내면의 성숙 과정을 다룬다.  

3.다양한 읽을거리
10강의 이야기가 진행되는 동안 저자의 주장을 부연하고 지지하는 다양한 이야기가 함께 등장한다. 니체, 파스칼, 셰익스피어, 프로이트, 루소, 조지프 캠벨, 에리히 프롬,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 옥타비오 파스 등 역사속 인물들의 이야기가 그것이다. 각자의 시대를 살아온 지식인들의 '살아있는 말'들은 흥미와 재미, 위안과 지혜를 더해준다.

[생각]
여기 한 사람을 정신질환자로 만드는 방법이 있다. 하나, DSM(Diagnostic and Statistical Manual of Mental Disorders:정신질환 진단 및 통계 편람)의 편집권을 획득한다. 둘, 한 사람의 독특한 특질을 발견한다. 셋, 그 특질을 DSM에 추가한다. 이렇게 한 사람은 정신질환자의 타이틀을 획득했다. 가볍게 이야기했지만, 물론 '병리'의 문제는 결코 가볍게 다룰만한 것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치열한 노력으로 한 분야의 권위를 획득한 전문가들이 수립한 병리체계는 분명 존중되어야 한다. 하지만 한편으로 그 '권위'와 '전문성' 때문에 새로운 발견의 가능성을 놓치게 될수도 있다. '우울증', '불안장애', '공황장애', 'ADHD', 'ADD', 우리의 마음은 현상에 따라 하나의 진단으로 라벨링할 수 있는 성질의 것일까? 그렇다고 하더라도 너무나 쉽게 그 분류체계 안으로 자신을 한정짓고 있는것은 아닐까? 눈앞의 증상에 대응하는것에 급급한 나머지, 그 너머의 본질과 마주하는 것에 주의를 기울이지 못했던 것은 아닐까? 그럼으로써 표면적 고통 너머의 근원적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기회를 놓쳐왔던 것은 아닐까?

울고 있는 아이를 위해서 중요한 것은 '울음을 그치도록 하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표면적 현상이다. 뽀통령이 나서서 일시적으로 울음을 멈출 수 있게할지는 모르겠지만, 그 너머의 근본적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이상, 아이의 불안은 언제든 필연적으로 터지게 될 것이다. 그러니 고픈 배를 채워주든, 기저귀를 갈아주든, 잠을 재워주든, 엄마 목소리를 들려주든, 아이의 내면에 자리한 근본문제를 해결해주는 것이 진정으로 아이를 사랑하는 길일 것이다.

이미 다 자란 우리의 내면에도 어김없이 '어린아이'가 존재한다. 우울과 절망속에 괴로워하는 이에게 SSRI를 통해 시냅스내의 세로토닌 재흡수를 억제함으로써 정서적 안정을 유도하는 것은, 분명히 필요하고 의미있는 일일 것이다. 그러나 더욱 중요한 것은 그 너머의 문제다. 내면의 아이를 울도록 만든 '그 너머의 그것'을 해소하지 못한다면 울음은 언젠가 또다시 터지게 될지 모른다. 그리고 그 대면의 여정은 오로지 나 자신만이 걸을 수 있다.

이 책 '뿔을 가지고 살 권리'는 일본의 정신과의사에 의해서 쓰여졌다. 카운슬러나 의료직을 목표로 하는 사람들을 향한 이야기를 토대로 썼지만, 결코 전문가를 위해서 쓴 책은 아니라고 한다. 각자 다른 '뿔'을 가지고 태어난 모두를 위한 이야기다. 여기서 '뿔'은 우리가 우리 자신임을 보여주는 상징이자 태어날 때부터 가지고 있는 보물, 태생적 자질을 말한다. '눈의 보이지 않는 뿔의 절단'이 만연한 시대를 살고있는 우리가, 성장과 성숙이라는 긴 여행을 통해 자기자신으로 거듭날 수 있음을 말한다.

26 억압당한 것을 갈등 수준으로까지 끌어올리면 충분히 의미 있는 치료가 된다. 의뢰인은 ‘병이 나으면 개운해져 고민도 없고 틀림없이 즐거울 것’이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해야 할 고민은 어떻게든 하게 되어 있다. 그것이 ‘낫는다’는 것이다.
이것을 다른 식으로 말하자면 억압하고 있을 때는 ‘병적인 안정’이라 할 수 있다. ‘병적인 안정’에서 ‘건강한 불안정’으로 옮겨가는 작업, 그것이 치료의 본래 모습이다. 그런 의미에서 ‘치유’나 ‘힐링’이라는 사고방식과는 전혀 다르다.
29 진정 구원받는다는 것은 그 사람 안에 잠재한 힘, 자고 있는 지혜가 꺠어나 움직일 때 비로소 이뤄지는 것이다. 예술도 문학도 그리고 의료나 교육도 사람들의 자각을 일깨워주는 요소를 갖춰야 한다. 사람이 깨우치고 변화하기 위한 필요조건은 바로 자립이다.

지금 이 순간, 나의 삶을 관통하고 있는 고통과 절망도 삶의 긴 흐름에서 보면 하나의 선물일 수 있다. 치유와 자립을 위해 언젠가 필연적으로 겪어야 마음속의 응어리를 소멸시킬 수 있는 소중한 기회일 수 있다. 문제는 고통의 순간을 경험하고 있는 사람이, 그런 의미를 떠올리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정신자원을 잠식하고 있는 절망이라는 감정의 덩어리가 희망의 떠오름을 억누르고 있다는 것이다. 나는 그런 때일수록 '단 하나의 이유'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99도에서 1도가 올라 물이 끓듯, 절망에 더해진 약간의 절망이 한 사람의 마음을 찢어놓을수도 있다. '그래서' 절망할지라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희망을 가질 수 있는 이유, '고통이 주는 의미'를 기억하는 것은 작지만 큰 힘이 될 것이다.

177 '즉흥'이란 제멋대로이고 부실한 것이라 생각하는 사람도 분명 있을 것이다. 하지만 '즉흥'은 가장 생생하게 살아있는 방식이다. 충분히 사전 준비를 한 뒤에 즉흥성을 중시하는 것은 단순히 부실하고 무계획적인 것과는 전혀 다른 것이다. 진실로 음미했다면 미리 써둔 원고가 자유로운 이야기의 확대를 방해하지 않는다. 이것은 연극이나 음악, 미술, 요리에서도 마찬가지다. 클래식 음악을 배우며 '여기는 이렇게 해석해서 연주해야 한다'는 지도를 받고 그것에 얽매이면 실수는 하지 않을지 몰라도 영혼을 울리지 못하는 무미건조한 연주밖에 하지 못한다. 즉흥성의 상실 때문이다.

이 책을 읽어나가는 동안 여러 문장들이 나의 마음을 흔들어 놓았지만, 위의 문장이 그중에서도 가장 강렬한 의미로 다가왔다. 나는 완벽주의적인 성향을 갖고있다. 그래서 당면한 과제가 계획대로 진행되지 않는다면 큰 스트레스를 받는 편이다. 그래서 성과가 좋을떄는 아주 좋은 반면, 중간의 작은 변수가 평정심을 잃게 만들기도 한다. 그런데, 나의 완벽추구는 무엇을 위한 완벽인가? 계획대로 진행된다면 그것이 완벽한 것인가? 이상적 역할이 정해져있고 그 역할을 짜여진대로 수해하는 것이 완벽이라면, 완벽한 것은 나인가 역할인가? 역할극 속 나의 존재의미는 무엇인가?

우리는 과거를 후회하며 미래를 계획한다. 하지만 우리가 삶을 마주하는 순간은 오로지 '현재'에서만 존재할 수 있다. 미래를 계획하고 메뉴얼을 참조하되, '즉흥성'을 잃어서는 안된다. 그것이 삶을 생생하게 하며 나를 나로서 존재하게 해줄 것이다. 

132 사랑과 욕망을 구별하지 못하는 사람은 '너를 위해서'라고 말하며 강요하는 것을 사랑이라고 굳게 믿기 때문에 상대를 궁지에 몰아넣는 것에 둔감하다. 게다가 흔들림 없는 그 생각 이면에 상대에게 '감사받고 싶다'는 '욕망'이 감춰져 있다는 사실을 자각하지 못한다. '감사받고 싶다'는 생각은 자연스러운 것이 아니냐고 반문하는 사람도 있을 텐데, 그것도 역시 상대에게 무언가를 강요하는 제어 지향임은 분명하다. 그렇기 때문에 '악의가 있었던 것이 아니라 당신에게 좋을 것이라 생각해서 한 일이니 부디 너그럽게 봐달라'고 할 수도 없다.

이 책은 사랑에 대해서도 다룬다. 물론 에리히 프롬의 말도 인용한다. 위의 구절은 나 자신을 돌아보게 만들었다. 주먹을 휘두르는 것만이 폭력이 아니다. '너를 위해서'하는 행동이 상대에게는 더욱 큰 억압과 부담과 상처로 다가올 수 있다. 선한 의도가 언제나 선한 결과를 불러오는 것은 아니다. 더욱이 의도의 선함은 결과에 대한 부담을 덜어준다. 따라서 최선의 결과를 위하여 숙고하지 않도록 만들 수 있다. 한편으로는 '너를 위해서'라는 표면의 선의 뒤에, 감사를 받고자 하는 '이기적 욕망'이 숨어있는것은 아닌지도 짚어볼 필요가 있다. 진정으로 너를 위한다면 선의에 대한 대가를 원하지 않는것이 맞다. 대가가 돌아온다면 그것이 감사한 일일 것이다. '선의' 갖자. 그러나 '선의'를 함부로 말하지 않는 사람이 되자. 그 언어의 무게감과 진심의 의미를 기억하는 사람이 되자. 

116 의뢰인이 처음 상담을 받으러 올 때는 누구 할 것 없이 '낙타인 것에 지쳐 있다'거나 '사자가 되었지만 역시 잘못된 것이 아닐까'라고 생각하는 상태다. '사자가 되었지만...'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공격적', '충동적', '빈번한 문제 행동'을 지적받고 주위를 난처하게 만들기도 한다. 그러나 이 때는 '분노'로 자신을 획득하는 매우 중요한 시기다. 얼핏 주위와 싸우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은 '자신이 되기' 위한 싸움을 벌이고 있다. 이 중요한 '분노'를 치료사가 존중할 수 있는지 여부가 치료의 성패를 가르는 중요한 분수령이다. '공격성이 강하고 충동 제어가 잘 되지 않는다'는 표면적인 모습만을 보고 우격다짐으로 낙타로 돌려보내기 위한 치료를 하게 되면 '부패한 낙타'밖에 낳지 못한다.

이 책은 그 유명한 니체의 '차라투스타라는 이렇게 말했다' 중, 인간의 3단 변신을 인용한다. 낙타가 사자가 되고, 어린아이가 되어가는 성장과 성숙의 과정이다. 낙타는 순종, 인내, 노력, 근면을 상징하는 맹목과 복종의 단계이다. 낙타는 '나는 해야한다'라고 말한다. 여기서 한 단계 성장하여 사자로 변신한다. 복종의 대상과 싸워 자유를 획득하며 주체성을 획득한다. 그리고 '나는 원한다'라고 말한다. 마지막으로 한 단계 성장하면 어린아이가 된다. 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받아들이이고 창조적 놀이의 유희를 즐긴다. 나는 개인적으로 이 구절을 참 좋아한다. 니체 스스로 '모두를 위한 책이며 그 누구를 위한 책도 아니라고' 말한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의 이 구절은 나의 어려운 시기에 큰 위안이 되었다. 내가 겪고있는 절망이 '하나의 과정' 임을 확신하게 해주는, 그럼으로써 깊은 위안을 주는 이 구절은 고난의 시기를 경험하는 모두를 위한 구절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117 세상 대부분의 어른들이 훌륭한 낙타가 되기를 바라는 상황에서 사자에 눈을 뜬 인간은 고군분투하기 일쑤다. 그에게 낙타에서 사자로 변모하는 과정의 중요성을 이해하고 응원해주는 사람이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든든한 의지가 된다.

이러한 3단 변신을 인용하여 이 책의 저자가 말하고자 하는 바 역시 마찬가지라고 생각한다. 지금의 공격성도, 지금의 충동도, 지금의 분노도, 자신을 획득하기 위한 필연적 과정일 수 있음을 열어두는 것이다. 고통이 주는 의미의 가능성을 열어두는 것이다. 그렇게 희망을 향한 의지를 더해갈 수 있도록 스스로에게 위안과 용기를 주는 것이다.

[나가며]
저의 뿔을 사랑하며 살 것입니다. 타인의 뿔을 존중하며 살 것입니다. 여러분의 뿔은 안녕하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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