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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식의 비밀 - 뇌는 어떻게 마음을 창조하는가 ㅣ 한림 SA: 사이언티픽 아메리칸 15
사이언티픽 아메리칸 편집부 지음, 김지선 옮김 / 한림출판사 / 2017년 7월
평점 :
절판
[이런 분들께 추천합니다]
1.'나는 누구인가'라는 의문을 갖고 있는 분들께
2.'의식이란 부엇인가'라는 의문을 갖고 있는 분들꼐
3.나, 의식, 뇌, 마음과 같은 키워드들에 관심을 갖고 있는 분들께
[이런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1.의식과 무의식에 관하여
2.뇌와 마음에 관하여
3.의식과 관련된 뇌의 관찰에 관하여
4.약물에 따른 뇌의 변화에 관하여
5.영성과 뇌와 의식에 관하여
[이 책의 장점]
1.전문성:살짝 어려운 난이도
뇌와 의식에 관한 이야기. 쉽지만은 않습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아주 어렵지만도 않습니다. 지나치게 어려운 이아기는 대중독자들의 접근성을 떨어트릴 것이고, 지나치게 쉬운 이야기는 관련분야에 관심을 갖고있는 매니아들의 흥미를 떨어트릴 것입니다. 이 책은 '어느정도' 어렵습니다. 하지만 그것은 '주제의 낯설음' 때문이지 글의 방식이 그런것은 아닙니다. 뇌와 의식의 세계에 관심을 갖고있는 대중독자들에게 의미있는 이야기모음이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2.근원적 주제
'나는 누구인가.' 인간역사상 수많은 현자들에 의해 탐구되어 온 근원적인 주제입니다. 한 번 뿐인 삶을 저마다의 행복으로 채워나가기 위해서는, 자기이해가 필수적이기 때문일 것입니다. 꼭 무엇에 활용하기 위해서가 아니더라도, 나의 근원에 대한 호기심은 그 자체로 탐구의지를 불러일으킵니다. 이 책은 '나', 그 중에서도 '의식'에 대해 다루고 있습니다. 나를 구성하는 핵심적인 기관인 '뇌'에 대해서도 자연스럽게 다룹니다. 자기 이해를 통한 삶의 방향성을 모색하는 분들께, 근원적 질문에 대한 지적 호기심을 갖고 있는 분들께 배움과 유희를 제공할 것입니다.
3.다채로움
무의식과 의식, 곤충의 의식에 관한 탐구, 최신과학기술을 활용한 실시간 뇌 관찰, 의식의 발생 과정에 관한 두 과학자간의 논리적 논쟁, 명상과 의식 등 이 책에는 다채로운 주제들이 다뤄집니다. 각 분야의 전문가들은 각자의 주제를 각자의 실험과 논거로 뒷받침합니다. 다양한 읽을거리가 주는 흥미는 독서의 재미를 더해줍니다.
[생각]
눈을 두 번 깜빡였다. 팔꿈치가 간지럽다. 살짝 긁으니 좀 낫다. 정신을 차린다. 지금 뭘 하려던 참이었지? 아, 서평을 쓰려고 했다. '의식의 비밀'이라는 책을 읽고 어떻게 글을 풀어나갈지를 고민하고 있었다. 이 책은 어떤 내용들을 담고 있었는지, 이 책의 독서들은 나에게 어떤 배움과 의미와 영감을 주었는지, 내 블로그를 구독하는 사람들에게 어떤 이야기를 추려서 소개할지, 그래서 결론적으로 어떤 개요를 구성할지 고민하고 있었다. 그러다가 에라이 그냥 서문부터 막 써볼까? 하는 생각을 하더니 어느새 이 글을 쓰고 있다. 이 글을 쓰고 있다는 생각을 생각하고 있다. 생각을 멈추고 호흡에 머문다. 이 모든 과정을 의식하는 의식으로 넘어간다. 잠시 멈춰서 의식을 의식한다. 잠시간의 마음챙김에 머문 뒤, 다시 노트북으로 의식을 전환한다. 다시 글을 적어나가다가.. 그만!
지금까지 이 모든것이 나의 의식의 세계에서 벌어진 일이다. 이 책 '의식의 세계'는 바로 그 의식에 관한 전방위적 칼럼 모음이다. 의식을 정의내리고, 최신과학을 바탕으로 한 의식에 대한 탐구를 소개하며, 약물과 영성과 명상까지, 다채로운 이야기들을 풀어간다. 그렇다고 순전히 '과학적' 사실만을 다루는것은 아니다. '의식의 연구'가 과연 가능한지, 의식의 발생과정에 관한 논쟁, 측정된 뇌를 의식의 본질과 어느정도 연관지을 수 있는가 등, 철학적이고 논리적인 이야기도 다뤄진다. 나에게 이번 독서는 '나'와 '뇌'와 '의식'과 '마음'에 대한 앎을 확장시킬 수 있는 의미있는 경험이 되었다.
12 의식은 우리가 세계를 경험하는 유일한 방식이다. ... 나는 말로는 설명할 수 없는 의식을, 그리고 뇌에서 의식이 생성되는 방식과 이유를 합리적으로 설명하고자 노력하는 과학자다. 하지만 우주는 기묘한 곳이다. 하늘과 땅에는 철학이 꿈도 꾸지 못하는 수많은 것들이 존재한다. 그래서 나는 이 우주의 가장 신비로운 양상 중 한 가지에 관해 겸손해지려고 노력한다. 매일 아침 꺠어날 때마다 내가 의식을 갖고 있으며, 보고 만지고 사랑하고 느끼고 기억할 수 있음을 깨닫는다는 것이다.
우리는 세상속에서 삶을 살아간다. 삶의 우연이 가져다 준 선물에 기뻐하며 웃음짓기도 한다. 길가에 핀 꽃을 보며 계절이 지나갔음을 느끼고, 누군가의 눈인사에 기분이 좋아지기도 한다. 그런데 그 모든 지각은 어디에서 이루어지는가? 길가에 핀 아름다운 꽃을 아무도 보지 못한다면, 눈인사를 건넸으나 바라보는 이가 없다면, 그것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 어쩌면 더 중요한 것은 사건의 발생보다, 관찰일 것이다. 그리고 그 관찰을 자각함으로써, 어떤 생각과 감정과 영감이 피어오르는가일 것이다. 한 사람의 삶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가일 것이다. 그리고 그 모든 내적 인지과정은 '의식' 속에서 벌어진다. 그러니 내가 의식을 갖고 있다는 사실이 어찌 기적이 아니겠는가. 세상의 존재 만큼이나 기적적인 것. 나의 의식이 존재한다는 사실일 것이다.
69 일부 관찰자는 귀하고 존엄하게 떠받들어지는 인간 마음의 무언가가, 그것의 신체적 구조를 명확히 명시함으로써 격이 떨어지거나 완전히 사라질까 봐 두려워한다. 하지만 마음의 기원과 작용을 생물적 조직으로 설명한다고 마음이 없어지는 일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또한 우리가 마음에 대해 가지는 경외심은 유기체의 놀라운 미세 구조로, 그리고 그런 미세 구조가 마음을 생성하게 해주는 어마어마하게 복잡한 기능들로까지 확장될 것이다. 더 깊은 층위로 마음을 이해함으로써, 우리는 마음을 그저 본질을 알 수 없는 수수께끼가 아니라 자연의 가장 복잡한 생물학적 현상으로 보게 될 것이다. 마음은 설명을 버텨낼 것이다. 장미의 향기가, 그 분자 구조가 밝혀졌음에도 여전히 달콤하듯이 말이다.
기술적 진보로 현대과학은 뇌의 작용을 실시간으로 관찰하기 시작했다. 이는 곧 마음이라는 형이상학적 현상이 뇌의 물리적 작용이라는 형이하학석 실재로 치환될 수 있는 가능성이 열렸다는 의미이다. 마음은 곧 뇌인가? 글쎄, 잘 모르겠다. 69페이지를 곱씹어 읽은 나로서도, 환원의 찝찝함을 버리지 못했다. 갑작스런 사고로 전두엽이 손상된다면 나는 내가 아닌 사람이 될까? 그렇게 순식간에 나의 의식과, 나의 우주는 소멸을 맞이하게 될까? 하지만 저자의 견해가 옳다. 설령 그렇다고 하더라도 지금 이 순간 나의 의식이 존재한다는 사실이, 나의 우주가 존재한다는 사실이 주는 경이로움은 달라지지 않는다. 내 우주의 물리적 커넥톰이 규명된다고 한들, 그 존재의 기적과 감사함이 흔들릴 이유는 없다. 세상에 당연하게 주어지는 것은 없는 법인데, 세상 자체의 주어짐이, 그 세상에 대한 지각과 각성과 의식의 존재를 우리는 얼마나 당연하게 누리며 살아가고 있는가. 삶과 의식의 존재가 의미하는 기적을 기억하며, 외경심과 감사의 정서를 품고 살아야겠다고 다짐한다.
42 마음챙김(mindfulness), 즉 순간에 대한 의도적이고 세심하며 비판단적인 알아차림을 증진시키는 명상 기술은 그와 동일한 회로를 준비시키는 듯하다. 최근의 한 연구에서 우리는 피험자들에게 그들의 현재 감정을 인식하거나 자신에 대한 생각을 하도록 요청했다. 한 개인의 감정적 상태에 순수하게 주의집중하는 것은 편도체의 활동성을 낮추어 평온을 초래하는 효과를 낳았다.
233 이런 결과들은 MBSR이 만성 통증의 심리적 영향을 어떻게 완화하는지를 설명하는 데 유용해 보인다. 고통을 겪고 있는 특정 신체 부위에 자신의 의지로 주의를 집중할 수 있다면, 그런 부분에서 일어나는 감각의 미묘한 변화를 알아차릴 수 있을 것이다. 단일한 '것'으로 여겼던 고통이 지속적으로 변화하는 감각들로 해체될 수도 있다. 그 결과, 통증으로 인한 스트레스가 줄어들 것이다.
236 주의를 통제하는 법을 배우면 행복과 건강에 대한 통제력을 손에 넣을 수 있다. 어쩌면 지금이야말로 우리 모두가 순간순간의 경험과 의식의 내용물에 대한 자각을 더 높을 수 있는 방법을 생각해야 할 시간인지도 모른다.
이 책의 목차를 훑어보던 중 마지막 챕터에서 눈길이 멈췄다. 그 제목은 '지금 존재하기.' 혹시나 기대를 해보았는데 역시나 그것이었다. 마음챙김, Mindfulness에 관한 이야기였다. 지금 이 순간, 비판단적으로 생각을 알아차리는 마음챙김을 만난것은 나에게 있어 정말이지 의미있는 사건이었다. 고통과 절망과 패배감에 무너져있던 시절, 내 마음을 뒤덮고 있는 이 모든 마음의 안개가 '나'가 아니라는 것, '정신적 사건'으로 인식할 수 있는 대상이라는 지혜는 실낱같은 희망을 안겨주었다. 그리고 기나긴 터널을 빠져나오는 과정에서 든든한 벗이 되어주었다.
마음챙김명상은 종교적 지혜를 넘어 이미 심리학적 방법론으로 자리를 잡았다. 의식을 '관찰'하는 방법으로 SPECT나 fMRI같은 과학적 방법론도 존재하지만, 깨어있는 자각을 통해 의식 자체를 '경험'하는 방법도 있다. 이 책에서는 마음챙김의 간략한 방법을 소개하고, 실험에 의해 나타난 다양한 효과들을 소개한다. 작업기억력 개선, 정서적 안정, 인지적 초점, 스트레스 개선, 신체적 건강등의 다양한 부분에 긍정적 효과가 있는 것으로 소개한다.
무하한 우주에 던져진 유한한 존재로서, 세상을 알아가는 것 만큼 가치있는 것이 있을까? 그런데, 세상은 무엇으로 관찰되는가? 바로 나의 의식이다. 내가 인식하는 세계는 나의 의식에 의해 재해석된 세계다. 한없이 아름답던 세계가 안개와 절망으로 뒤덮이기도 하며, 한없이 사랑스러웠던 누군가가 죽일듯 미워졌다가 미친듯 그리워지기도 한다. 모두가 나의 의식세계에서 벌어지는 일이다.
그렇다. 의식세계는 가변적이다. 세상은 변하며 나 또한 변한다. 그렇다면 나는, 나의 가변적 자아를 어떻게 가꿔나갈 것인가? 세상을 어떤 마음으로 이해하고 받아들이며 해석하는 사람이 될 것인가? 그로부터 무엇을 만들어내는 사람이 될 것인가? 세상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 사람이 될 것인가?
옳고 좋은것을 분별할 수 있는 지혜를 가진 사람이 되기를, 진실을 응시할 수 있는 담대함을 가진 사람이 되기를, 스스로의 신념체계에 따라 행동할 수 있는 용기와 실행력을 가진 사람이 되기를, 그 모든 과정을 숙고할 수 있는 겸허함과 성찰의 지혜를 가진 사람이 되기를,이상을 현실로 실현할 수 있는 내적 외적 힘을 가진 사람이 될 수 있기를 바래본다. 내 의식의 존재가 의미하는 경이로움을 언제나 간직하면서.
[나가며]
'기억의 세계'에 이어 두 번째 읽게되는 SA시리즈 입니다. 저는 이제 이 시리즈를 믿고 보기로 했습니다. '나'에 대한 근원적 호기심을 갖고 있는 분들께 이 책을 강력하게 권해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