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면 조금 외로웠는지도 몰라 - 외로움이 키운 습관들에 대하여
김용은 지음 / 애플북스 / 201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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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분들께 추천합니다]
1.스마트폰 중독에 빠져있고, 중독에서 벗어날 방법을 찾고있는 분들께
2.아끼는 사람이 스마트폰 중독에 빠져있기에, 벗어날 수 있도록 돕고자 하는 분들께
3.'스마트폰 중독은 왜 일어날까?', '어떻게 개선할 수 있을까?'라는 지적 호기심을 갖고있는 분들께
4.스마트폰 중독에 관한 일상의 이야기들을 듣고자 하는 분들께
5.중독 너머의 외로움을 들여다보고자 하는 분들께

[이런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1.중독 전문가인 김용은 수녀가 직접 스마트폰을 체험하면서 겪은 삶의 이야기
2.중독이라는 표면적 현상을 불러오는 그 너머의 외로움에 관한 이야기
3.외로움이 스마트폰 중독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만들기위한 생활속의 실천
4.미디어 시대를 살아가는 현대인에게 저자가 권하는 태도

[이 책의 장점]
1.이야기:미디어 중독을 대하는 일상의 이야기
'스마트폰 중독'에 관한 책이라면 어떤 이미지가 떠오르시나요? 딱딱하고, 전문적 용어와 수직적 구조를 갖춘, 어려운 책일 것이라는 생각이 들지 않는지요? 이 책은 그렇지 않습니다. 형식적으로 '수필'에 가깝습니다. 가볍고 친근한 문체로 일상의 이야기를 풀어갑니다. '스마트폰 중독'은 어느새 우리 일상의 이야기가 되어 버렸습니다. 이 책은 미디어전문가인 김용은 수녀가 스마트폰을 갖게 되면서 겪게되는 일상의 이야기를 풀어갑니다. 그리고 그로인해 겪게되는 문제들을 돌아보며, 스마트폰 중독이 특별한 사람들의 이야기가 아님을 말합니다. 일상에서 중독의 문제를 경험하는 이들에게 저자의 경험에 관한 이야기는, 충분한 공감과 이해를 이끌어낼 수 있을 것입니다.

2.전문성:전문적 지식과 견해
저자의 직업은 '수녀'입니다. 그렇기에 중독에 관한 처방이 전문성을 띄지 않는것은 아닐까 우려하는 분도 계실지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관련 분야의 학위 보유자인 만큼, 저자의 이야기는 충분한 근거와 부연으로 뒷받침됩니다. 중독과 관련된 뇌와 전두엽에 관한 이야기가 등장하고, 관련 권위자의 이야기들도 인용됩니다. 읽는 내내 고개를 끄덕이며 내용을 이해하고 공감할 수 있었습니다.

3.실용성:일상의 실천에 관한 이야기
문제가 이미 발생했다면 이제부터 중요한 것은 '어떻게'일 것입니다. 저자가 제안하는 처방은 화려하지 않습니다. 일상적이고 소탈합니다. 그러나 그 실천은 중독으로부터의 벗어남을 넘어서, 삶에 대한 태도로 이어질만큼 삶의 본질과 맞닿아 있습니다. 스스로 탐닉적 도피를 벗어나고자 하는 분들께, 사랑하는 사람의 중독 탈피를 돕고자 하는 분들께, 일상의 실천방향을 제시하는 유용한 내용들을 담고있다고 생각합니다.

[생각]
어느샌가부터 지하철을 타면 전형적인 풍경과 마주하게 된다. 바로 고개를 숙인 채 두 손에 스마트폰을 쥐고 화면을 응시하는 사람들이다. 그 자체가 나쁜것은 아니다. 화면 속 세계에는 재미난 소식과 영상과 메시지가 넘치며, 먼곳에있는 누군가와 실시간으로 교류할 수 있는 기회도 있다. 화면 속 세계는 재미있고 유익하고 유용하며 풍성하다. 그런데 과연, 우리는 스마트폰 속에서 무언가를 얻기만 하고 있을까? 우리가 알아차리지 못하는 사이, 뭔가 중요하고 소중한 것을 놓치고 있는것은 아닐까?

80 어떤 가치 있는 일에 투신하고 능동적으로 몰입했던 경험은 나 스스로가 성장하고 있다는 느낌을 준다. 쇼핑, 마약, 게임, 인터넷 검색은 그 자극과 쾌감에 갇혀 더 잘 몰입하는 것 같은 느낌을 주지만 성장한다는 기쁨은 없다. 스마트폰을 들여다 보며 시간을 보내는 것도 마찬가지다. 잡기만 하면 한두 시간이 훌쩍 가버릴 정도로 볼입할 수 있지만 이는 도전감 없는 수동적 몰입일 뿐이다. 순간적인 재미는 있지만 내 마음과 정신과 영혼을 충만하게 하기엔 역부족이다.

스마트폰은 분명히 재미있다. 하지만 '행복감'과는 분명히 거리고 있는 것 같다. 한바탕 인터넷이나 스마트폰에 빠지고 나면 공허하고 피곤하기도 하다. 그 시간과 에너지와 기회로 우리는 얼마나 더 의미있는 일을 할 수 있었을까? 많은 사람들이 이미 그 사실을 어렴풋이라도 인식하고 있다. 그래서 인터넷을 끊고, 스마트폰을 내려놓고 의미있는 일을 하고자 애쓰지만. 잘 되지만은 않는다. 왜 그럴까?

63 뇌과학자들은 뇌 시스템이 가족 공동체와 비슷하다고 말한다. 각각의 뇌가 독립적으로 자신의 역할을 수행해나가지만 동시에 서로 존중하고 배려하고 협력하는 것이다. 하지만 간혹 소통문제로 갈등이 생기면서 뇌에서 버퍼링이 일어날 때도 있다. 그러니까 나의 뇌 시스템 한쪽에서는 "용은아, 낼 프레젠테이션이 있는데 지금부터 준비해야지"라고 말한다. 그러자 다른 편에서 "그래, 알고 있어"라고 대답은 하지만 여전히 스마트폰을 만지작거리는 거다.

스마트폰이나 인터넷에 중독되는것은 전적으로 나의 잘못만은 아니다. 바로 '뇌'의 문제이기도 하다. 문제는 내적인 충동을 마냥 억압하기만 한다면 내적인 스트레스가 쌓이고, 오히려 전두엽의 에너지가 소진되어 무기력해지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니 자책과 자학을 멈추고, 문제의 근원을 짚어봄으로써 삶의 주도권을 강화해나갈 수 있을 것이다. 

저자인 김용은 수녀는 미디어생태학을 전공한 미디어 전문가이다. 그러면서도 신앙생활을 이어가는 성직자이기도 하다. 외적인 지식을 갖춘 사람으로서, 내적인 성찰을 이어가는 사람으로서, 저자는 스마트폰 중독에 대한 새로운 견해를 제시한다. 문제는 중독적 행위 그 자체가 아니라, 그 너머의 '외로움' 때문일지도 모른다는 것이다. 중독 너머의 '외로움'과 진실하게 대면하고, 그런 자신을 따뜻하게 보듬어 줌으로써 삶의 중심을 갖출 수 있다는 것이다. 일방적 주장이 아닌, 저자 스스로의 진실한 체험과 전문적 지식이 부연하는 이야기는 충분한 이해와 공감을 불러일으켰다.

49 외롭다고 느끼는 순간이야말로 나와 마주할 수 있는 특별한 순간이다. 외로움에 홀로 머무는 것은 나 자신을 음미하고 나의 현존을 적극적으로 수용하는 아름다운 경험이다. 하느님의 현존도, 이웃의 현존도 반드시 나의 현존을 통과해야 한다. 기도도, 사랑도, 봉사도 모두 나의 영혼과 마음에 담아내야 한다. 나'라는 현존을 충만히 누리지 못하면 이 모든 것은 그저 기능적인 일이 되고, 나는 소외된다. 나 자신의 현존을 얼마큼 마주하고 평온하게 수용하느냐에 따라 외로움은 괴물이기도, 친구이기도 할 것이다.
140 누군가를 사랑하게 되면 우리는 그 사람을 위해 시간을 내어주어야 한다. 그리고 공을 들이고 보살펴야 한다. 마찬가지로 나 자신을 사랑하기 위해서는 나를 위한 시간과 공간이 필요하다. 바로 고독할 시간과 고독의 공간이다.
그런데 고독은 반드시 외로움을 통과해야 한다. 외로움은 피하면 아프고, 품으면 평화로운 고독이 된다. 외로운 나와 홀로 마주하는 시간, 이는 주체적인 나에 대한 경험이다. 고독할 수 있는 사람만이 누릴 수 있는 특권이다.

중요한 것은 스마트폰을 뒤집어두는 것이 아니다. 그 너머의 외로움과 대면하는 것이다. 그럼으로써 소외된 자신과 온전하게 마주하고, 근원적 외로움을 해소함으로써 삶의 충만함을 누리게될 수 있을 것이다.

나 역시 스마트폰을 즐겨 이용한다. 또한 인터넷 서핑을 즐겨하기도 한다. 예전에는 스마트폰을 하면 하는것이고, 인터넷을 하면 하는것이었지만 '마음챙김'의 태도를 갖추기로 한 이후로, 인터넷과 스마트폰에 대한 내면의 패턴을 발견하게 되었다. 바로 부정적 정서나 경험을 한 이후로 인터넷 창을 켜는 경향이 있다는 것이었다. 그렇게 한바탕 이곳저곳 목적없는 서핑을 하고나면 마음이 평온해지기는 커녕, 머리속에 간개가 낀 것처럼 피곤해지기만 했다. 좋아서 한다고 생각했던 행위가 사실은 도피의 성격을 갖고 있었고, 이러한 도피는 해방감을 주키는 커녕 오히려 나의 마음을 어지럽히기만 했던 것이다. 일련의 경험을 한 이후로 나는, 가급적 무분별한 인터넷 접속을 하지 않으려고 애쓰고 있다. 분명한 목적을 갖고 시간을 정해서 이용하려고 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저런 뉴스들, 이런저런 소식들은 순식간에 나의 호기심에 불을 지피고, 어느새 목적없이 정보의 바다를 방황하고 있는 나를 발견하고는 한다.

이번 독서의 경험은 앞으로 스마트폰과 인터넷을 대하는 나의 태도에 분명한 방향성을 제시해 주었다. 나를 움직이는 것은 '인터넷'이 아니라, 내 안의 부정적 정서임을 더욱 깊이 이해하게 되었다. 그리고 내가 해야 할 일은 도피가 아닌 대면임을 이해하게 되었다. 그렇게 내면의 아이를 돌보고 온전한 행복을 향해 나아가야겠다고 다짐하게 되었다. 

49 지금부터 외로움을 연습하고 싶다. 나의 현존 앞에 온전히 마주할 때 오는 '좋다'라는 느낌, 평온하고 잔잔한 이 느낌을 반복해서 느끼고 싶다. 나 홀로 외로운 그 순간, 스마트폰을 낼놓고 나 자신과 마주하고 싶다. 조개가 모래를 품으면 진주로 변하듯, 나도 외로움을 그대로 품고 싶다. 외로움은 스마트폰으로 채워지지 않는다. 외로움은 외로움을 인정하는 것으로 해결 가능하다.

실재하는 무엇과 마주하는 것만이 용기가 아니다. 진정한 용기는 내면의 부정적 감정과 대면할 수 있을 때 드러난다. 표면적 충동에 휘둘리지 않고, 그 너머에 존재하는 내면의 정서를 담대하게 마주할 수 있는 사람이 되어야겠다고 다짐한다. 타인을 위로하는것 만큼이나 상처입은 내면의 아이를 돌봐줄 수 있는 사람이 되어야겠다고 다짐한다. 그럼으로써 삶의 중심을 갖추고, 온전한 현전의 행복을 누릴 수 있는 사람이 되어야겠다고 바래본다.

[나가며]
미디어 중독을 부르는 마음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스마트폰 사용을 줄이는 것을 넘어, 내면의 평온을 바라는 분들께 권해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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