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정권이 바뀌어도 세상은 바뀌지 않는가 - 신재민 전 사무관이 말하는 박근혜와 문재인의 행정부 이야기
신재민 지음 / 유씨북스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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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재민 전 기획재정부 사무관 폭로사건, 2018년 12월 30일부터 한동안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던 사건입니다. 기재부에서 근무한 뒤 퇴직한 신재민 전 사무관이 재직중 직간접적으로 경험한 3가지 문제에 대해 폭로했습니다. 청와대가 KT&G와 서울신문의 사장 인사에 개입했다는 것, 그리고 정무적인 판단에 의해 적자국채를 발행하려 했다는 것입니다. 간단히 말하면 민간기업의 인사에 국가권력이 개입하는 월권을 저질렀다는 것, 그리고 정치적 이익을 위해서 국가의 채무를 늘리려 했으며 이 과정에서 청와대가 압력을 행사했다는 것입니다. 더 간단히 말하면 청와대가 권력을 남용했다는 것이죠. 기재부와 청와대는 펄쩍 뛰었습니다. 부당한 압력이 아니었으며 정당한 의사결정 과정이었다고 주장했죠. 신재민 전 사무관을 고발하기도 했습니다. 몇 차례의 공방전을 주고받았지만 명확한 결론이 내려지지는 않았습니다. 흐지부지 되었죠. 당시 개인적으로 이 사건을 관심있게 지켜보았습니다. 다만 어느쪽이 옳다는 결론을 내리지는 못했습니다. 이해관계자 각자의 주장이 각각 설득력있게 느껴졌기 때문입니다. 그러고 이번에 저자의 책을 읽고 정보와 생각을 정리하는 과정에서 나름의 결론을 내릴 수 있게 되었습니다. 어떻게 결론 내렸냐고요? 글쎄요, 그보다 중요한 것에 주목하고 싶습니다. 누가 옳은가, 이 사건은 누구에게 이익이 되는가, 이 사건에서 누가 선이고 누가 악인가보다 훨씬 중요한 문제입니다. '이 사건이 우리 대한민국에 공직사회에 시사하는 바는 무엇인가'입니다.

책 <왜 정권이 바뀌어도 세상은 바뀌지 않는가>는 신재민 전 사무관의 저서입니다. 폭로사건과 자살시도 이후 자취를 감췄던 저자는 어떻게 지내왔을까요? 그리고 1년 3개월만에 출간한 책에 어떤 이야기를 담았을까요? 인터뷰 영상을 보고 깜짝 놀랐습니다. 15kg이 빠졌다고 합니다. 유튜브에서 봤던 이와 동일인이라고는 상상조차 할 수 없었습니다. 차분하고 정돈된 어조로 근황과 책에 담긴 이야기를 풀어냈습니다. 모교 대학원에 진학해 행정학을 공부하고 있다고 합니다. 행정을 연구하고 행정부를 비판하며 대안을 제시하는 학자가 되기를 희망한다고 합니다. 사실 책을 처음 폈을 때는 그 날의 폭로에 대한 이야기가 궁금했습니다. 누가 옳고 누가 틀렸는지에 대한 팩트를 알고 싶었죠. 그런 맥락에서 폭로 당사자의 정돈된 주장을 꼼꼼하게 들어보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저자의 트레일러 영상을 보고난 뒤 앞서의 궁금증은 뒤로 밀려났습니다. 책을 펼쳐들고 서문과 목차를 훑어본 뒤 더더욱 그랬죠. 다른게 궁금해졌습니다. "저자는 도대체 왜 힘들게 들어간 안정된 직장에서 나오게 된 것일까?" 요즘 시대에 공무원을 마다할 사람은 없습니다. 더군다나 기재부는 고시의 꽃이라 불리우는 핵심부처이죠. 당연히 쉬운 결정은 아니었을 것 같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결단을 내리도록 만들었던 한 가지 요소를, 책을 읽어나가는 내내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바로 공직사회를 향한 '실망감'입니다. 적자국채 발행이 결정적 계기가 되었다고 말하지만, 그것만이 문제는 아니었던 것 같습니다. 물론 실망의 기준은 사람마다 다릅니다. 똑같은 사안을 두고도 누군가는 정부의 권력남용이라고 주장하는 반면 다른 누군가는 정당한 권리행사라고 주장할 수 있듯이, 당면한 상황이 각자의 '기대' 내지는 '기준'에 못미칠 때 우리는 실망을 하고는 합니다. 정부를 바라볼때도 마찬가지죠. 더군다나 하나의 정권이 '국정농단'이라는 이유로 무너지고 난 뒤 국민의 힘으로 새롭게 태어난 정부라면, 그 '기준'이 다소 높더라도 지나치지 않을 것 같습니다. 그리고 그렇게 바뀐 정권에서 '공직사회'라는 세상이 바꾸지 않는다면 실망감도 배가 되겠죠.

책 <왜 정권이 바뀌어도 세상은 바뀌지 않는가>에는 공직사회의 면면에 대한 신재민 전 사무관의 실망감이 곳곳에 녹아있습니다. 3년 남짓 저자가 기획재정부 사무관으로 근무하며 겪은 체험이 생생하고 구체적으로 담겨있습니다. '1장-내각 위에 군림한 청와대'에서는 대한민국 정부의 고질적인 문제점을 지적합니다. 비대해진 청와대 권력이죠. 청와대 비서실 인원이 400명이 넘는답니다. 저는 이번에 처음 알았습니다. 기재부의 수장은 기재부 장관입니다. 그러니 기재부의 의사결정도 기재부 장관을 중심으로 이루어져야함이 당연하죠. 하지만 기재부장관은 인사권이 없습니다. 실질적 인사권은 청와대가 쥐고있죠. 그러니 기재부 직원들은 청와대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습니다. 기재부 장관은 청문회를 거치는 반면 청와대 보좌진들은 그렇지 않습니다. 정책결정이 투명하게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책임있는 행정도 이루어지기 어렵습니다. 앞서서 저자가 문제를 제기했던 '적자국채'건 역시 국가의 채무와 이자비용을 불필요하게 증가시킨다는 문제점보다 중요한 것이 바로, 부총리를 건너뛴 채 청와대가 실무진에 지시를 내리는 '의사결정 과정'이라고 말합니다. 같은 맥락에서 저자는 '대통령 집무실의 광화문 이전'이라는 문재인 대통령 공약이 이루어지지 못한것에 매우 아쉬움을 표합니다. 그렇게 되었다면 국무위원의 긴밀한 대통령 보좌가 가능했을것이기 때문입니다. 1장에서 근본적인 문제를 지적한 저자는 2장부터 본격적으로 공직사회의 면면을 들여다봅니다. 국회, 언론, 행정부 등을 넘나들며 오로지 실무자만이 경험할 수 있었던 생생하지만 민망한 이야기들을 전해줍니다.

행정부의 문제점을 지적한 '입속의 얼음'사건은 정말이지 눈살을 찌푸리게 만들었습니다. 술에 취한 간부가 입 안의 얼음을 빼서 다른 사무관의 입 안에 넣자, 그 사무관은 '성은을 입었다'고 말하며 받아먹었다고 합니다. 그러자 옆에 있던 다른 사무관이 자신은 못 먹어서 서운하다고 말했고 간부가 그 사무관에게도 입 안의 얼음을 넣어줬다는 것입니다. '승진'을 무기로 '파편화'되고 '사유화'된 행정권력을 보여주는 사례였습니다. 권언유착의 사례도 굉장히 충격적이었습니다. 국정홍보를 위해 언론사에 돈을 주고 인터뷰나 기획기사를 싣는다는 것은 처음 듣는 이야기였습니다. 돈을 주고 지면을 샀다면 광고를 싣는것이 마땅할 것입니다. 하지만 '기사'의 형식을 띈다면 해당 언론은 중립성을 띈다고 말할 수 없을 것입니다. 이런 언론들이 과연 정부 정책의 문제점을 객관적으로 지적할 수 있을까요? 행정부와 언론의 유착, 그리고 미디어를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무기로 쓰는 언론들의 사례는 저에게도 굉장한 실망감을 갖게 만들었습니다.

문재인대통령은 과거 신재민사무관의 폭로에 대해서 '자기가 보는 작은 세계 속의 일을 가지고 판단한 것'이라고 지적했다고 합니다. 이에 신 전 사무관은 자신의 시야가 좁았을 수 있었음을 인정하면서도 이렇게 말합니다. "좁은 세상에도 중요한게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입니다. '실망'과 '당연함'은 '무뎌짐'의 경계에서 나눠집니다. 어찌보면 우리는 오래된 무뎌짐 속에서 당연하지 않은 것을 당연하다고 여기며 살아가고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공직사회 곳곳의 좁은 세상을 '당연하지 않음'의 잣대로 생경하게 들여다보며 하나씩 하나씩 문제를 제기하다보면, 우리가 살아가는 넓은 세상도 결국에는 좋아지지 않을까요? 저자가 이 책에서 주장하고자 하는 바를 한 문장으로 요악하면 다음과 같다고 합니다. "국민은 정부의 정책 결정 과정을 확인할 수 있어야 하고 잘못된 결정에 대해서는 문제를 제기할 수 있어야 한다." 국가와 공동체를 향한 저자의 진정성을 믿으며 앞으로의 연구활동을 응원합니다.

*저자가 책에서 언급한 '자신이 정말 전하고 싶었던 메시지에 주목한 기사'입니다. 책을 읽기 전에 기사를 먼저 읽어보시면 더욱 좋을것 같습니다.

https://news.naver.com/main/read.nhn?mode=LSD&mid=sec&sid1=101&oid=011&aid=00034796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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욕망과 탐욕의 인문학 - 그림속으로 들어간
차홍규 엮음 / 아이템하우스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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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왜 '예술'을 만날까요? 말이 너무 거창한가요? 그렇다면 이렇게 바꿔보겠습니다. 우리는 왜 '이야기'를 만날까요? 영화, 드라마, 웹툰, 연극 속에서 벌어지는 가상의 이야기 말입니다. 박새로이가 도대체 뭐라고. 실존하지 않는 인물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우리는 왜 그토록 이야기 속 주인공에 몰입하는 걸까요? 예술은 도대체 우리에게 어떤 의미를 갖길래, 우리를 이토록 열광하게 만드는 것일까요?

6 본질적으로 예술은 관음이다. 예술가는 대상을 엿보는 관음증자이다. 화가가 그리는 대상은 그림을 소비하는 관객의 욕망을 형상한다. 그래서 예술가는 관음과 사랑을 욕망하는 판타지의 창조자이다.

어찌보면 좀 불편한 표현일수도 있겠습니다. '관음'이라니. 하지만 저자가 말하는 관음은 타인의 사생활을 엿보는 음흉함과는 조금 다른 의미를 갖고 있습니다. 바로 세상을 엿보는 관음입니다. 태초에 우리는 무한한 호기심을 갖고 태어납니다. 아기에게 세상은 호기심 천국입니다. 결코 그것을 검열하는 일은 없습니다. "연필을 입에 넣는것은 윤리적으로 옳은가?" 따위의 질문은 절대로 하지 않죠. 그저 궁금할 뿐입니다. 부모가 달려와서 제지하고 뺐는다면 울분을 터뜨립니다. 궁금했고, 제지됐고, 화가났을 뿐, 어느 단계에서도 검토와 검열은 존재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어른이 되면서 우리는 어린시절과 달리 세상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지 않게 됩니다. 각자의 필터를 거쳐서 세상을 인식하죠. 기준과 잣대로 검열하고 검토하고 판단하는 과정을 거칩니다. 사람을 때려서는 안되고, 당연히 죽여서도 안되고, 사랑은 지고지순해야 하며, 복수를 하고 싶어도 정도를 지켜야 하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답답할 때가 있습니다. 때로는 줘패고 싶은 사람이 생기며, 현실의 중압감에서 벗어나 뜨거운 사랑에 몸을 던지고 싶은 마음이 들 때도 있습니다. 검열의 잣대에서 벗어나 내키는대로 자유롭게 행동하고 싶은 욕망을 품어볼 때가 있죠. 마침, 모든 사회적 규칙이 적용되지 않는 세계가 있습니다. 법적 책임과 윤리적 검열로부터 자유로운 세계가 있습니다. 바로 '이야기'와 '예술'의 세계입니다. 여러분이 작가가 될 수 있다면 여러분은 어떤 이야기를 써보고 싶으신가요? 드러내놓고 말하기는 쑥쓰럽고 민망하지만, 마음 속 깊은 곳에서 꿈틀대는 욕망을 체험해볼 수 있다면 어떤 소재를 다루고 싶으신가요? 저는 아마도 '사랑'일 것 같습니다.

6 예술가가 그리는 대상은 당대의 욕망과 탐욕을 투사한다. 화가가 그리는 욕망의 소재는 관객이 선호하는 영원한 주제인 '사랑'에 닿아 있다. 그 사랑은 신성하고 무조건적인 자기희생의 사랑인 아가페도, 이상적이며 관념적인 사랑인 플라토닉도 아닌, 자기중심적이고 소유적인 이성간 사랑인 에로스에 닿아 있다. 예술가가 엿보는 사랑이 지고지순하고 순정적이어선 관객을 유혹할 수 없다. 그림을 엿보는 관객이 호감을 느끼는 에로스는 흥미롭고 드라마틱한 사랑이어야 한다. 그래서 예술가가 그리는 사랑은 파격이고 일탈이며 금지된 사랑이다.

책 <욕망과 탐욕의 인문학>은 46가지 사랑의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다만 제목에서 암시하고 있듯이 일상적인 사랑 이야기가 아닌 욕망과 탐욕의, 원초적이고 에로틱한 사랑 이야기를 다룹니다. "뭐야? 완전 야한 책 아니야?"라고 생각하는 분들도 있을 것 같은데요, 음.. 그렇게 느껴지는 부분도 있었습니다. 그런데 우리가 흔하게 말하는 '야함'과는 좀 다른 느낌이었습니다. 특정 인물의 특정 부분이 아닌, 이야기 속 '사람'과 '상황'과 '감정'과 '삶'에 몰입하며 바라보았기에, '이해'와 '연민'의 감정이 더해져 '아름다움'에 가까운 복합적인 느낌과 감정을 체험할 수 있었습니다. 책에 담긴 이야기는 아주 생소한 이야기는 아닙니다. 우리가 살면서 한 번쯤 들어봤음직한 역사속의 사랑 이야기가 담겨 있습니다. '이브', '살로메', '칼립소', '키르케', 카사노바', '데릴라', '클레오파트라', '카미유 클로델', '유디트' 처럼 말입니다. 우리에게 친숙한 역사 속 인물의 사랑이야기와 함께 역시 친숙한 거장들의 예술작품이 첨부되어 있습니다.

'이야기'와 '그림'의 조합은 이 책의 가장 큰 매력입니다. 이야기를 '읽는' 재미와 그림을 '보는'재미가 절묘하게 어우러졌기 때문입니다. 앞서의 인용문처럼 예술가가 그리는 대상은 당대의 욕망과 탐욕을 투사합니다. 같은 이야기를 바탕으로 그린 그림도 시대에 따라, 작가에 따라 관점과 분위기가 묘하게 달라지죠. 저자의 친절한 설명과 곁들여 이런 변화와 차이를 관찰하는 재미가 아주 쏠쏠했습니다. 가장 기억에 남는 사례가 바로 '적장의 목을 벤 유디트' 챕터입니다. 유디트는 비유하자면 우리나라의 '논개'같은 여성입니다. 유대의 산악도시인 베툴리아에 살던 정숙한 여인으로, 마을을 포위한 적장을 유혹하여 잠자리를 가진 뒤 살해합니다. 굉장한 용기이며 희생이라고 말할 수 있을겁니다. 도나텔로의 조각을 보면 그녀의 결연함과 용기가 선명하게 드러납니다.



그런데 구스타브 클림트의 '유디트'를 보면.. 띠용? 이게 무슨일인가요? 그림 잘못 가져온 것 아닙니다. 같은 '유디트' 맞습니다. 도나텔로의 '유디트'와 클림트의 '유디트'를 어떻게 같은 사람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요? '결연함'이나 '숭고함'이라기 보다는 관능적이며 고혹적인 느낌이 드는 그림입니다. 도나텔로의 조각이 마을을 구하기 위한 그녀의 '결기'에 주의를 기울였다면, 클림트의 그림은 적장을 유혹하는 순간의 '관능'에 주의를 기울인 것 같습니다.



하나를 더 볼까요? 카라바조의 유디트입니다. 이번에는 살인을 앞둔 한 인간의 '불안'과 '긴장감'이 그녀의 표정을 타고 전해져옵니다. 한 인물의 같은 경험을 두고도 '결연함', '관능', '불안'이라는 각각의 다른 감정을 전해주고 있었던 것이죠.(개인적인 해석입니다) 정말이지 색다르고 재미있는 경험이었습니다. 하나의 사건을 두고도 성향이 다른 두 언론이 다른 측면을 부각해서 보도하는 요즘의 세태가 떠오르기도 했습니다. "만약 내가 유디트의 이야기를 처음 들은 사람이라면 나는 무엇에 주의를 기울였을까?", "하나의 관점에 갇히는 사이에 다른 무엇을 놓쳤을까?" 와 같은 생각을 떠올려보기도 했습니다. 앞으로 세상을 경험하는 과정에서 나의 감각과 관점을 단정짓지 말고, 풍부하고 다채롭게 해석하고 이해할 수 있도록 섬세하게 주의를 기울여야겠다는 생각도 해보았습니다. 열 가지 경험에서 열 가지 해석에 이끌리는 사람이 아닌, 한 가지 경험에서 열 가지 해석을 어끌어내는 사람이 되어야겠다고 다짐했습니다. 그런 삶이 훨씬 풍성하고 재미있을 것 같다는 확신이 생겼기 때문입니다.



개인적으로 가장 인상적이었던 챕터는 '죽음의 댄서 살로메' 이야기였습니다. 자신의 구애를 거부한 것에 대한 댓가로 헤롯왕을 유혹하여 세례자 요한을 참수하도록 만든 '살로메'의 이야기입니다. 사실 여기까지만 들으면 그냥 '악녀'라고 욕을 한바가지 먹인 뒤 그냥 넘어갈 것 같은데요, 대가들의 그림을 만나보면서 훨씬 풍성하게 이 이야기의 이면을 들여다볼 수 있었습니다. '구에르치노'의 <감옥에 갇힌 요한을 찾아온 살로메>를 보면서 두 사람의 대비된 마음과 요한의 자유로움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가스통 뷔시에르의 <일곱 베일의 춤>을 보며... 와... 말을 아끼겠습니다. 그림이 이렇게도 관능적일수도 있다는 사실을 처음으로 깨달았습니다.장 베너 2세의 <살로메와 요한의 머리>는 정말이지 신비로운 작품이었습니다. 그림속의 살로메와 눈이 마주치는 순간 마음이 동요하는 것을 느꼈습니다. 사실 굉장히 이질적이고 불편한 상황입니다. 한 젊은 여성이 남성의 수급이 올려져 있는 은쟁반을 가지런히 들고있는 모습입니다. 이질적인 상황에 비해 여성의 표정은 평온합니다. 무표정한 얼굴에 가지런한 입술은 이렇게 묻고 있는 듯 합니다. "당신이 보기에 나는 어떤가요?" 판단하고 비난하고 싶지만 눈을 마주치고 있는 그 순간 만큼은 그럴 수 없게 만드는, 정말이지 오묘한 작품이었습니다. 이 책 구입하시는 분들은 '살로메'편부터 찾아 읽으시기를 강력하게 추천드리고 싶습니다.

이야기가 재미있고 그림은 더 재미있습니다. 그림과 이야기를 넘나들며 작가의 해석을 유추하고 나만의 해석을 덧붙이는 과정은 더더 재미있습니다. 욕망과 탐욕이 어우러진 역사적 인물들의 원초적인 사랑 이야기, 예술과 사랑에 관심을 갖고있는 모든 분들께 추천드리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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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어떻게 생각하고 배우고 기억하는가 - 하버드 최고의 뇌과학 강의
제레드 쿠니 호바스 지음, 김나연 옮김 / 토네이도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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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이야기라도 정말 맛깔나게 풀어내는 사람이 있습니다. 이목을 집중시키고 흥미를 유발하며 기억에도 오래 남죠. 이런 선생님과 함께 공부한다면 시간가는줄 모르고 설명을 듣게 됩니다. 즐겁게 배우고 효과적으로 배울 수 있습니다. 이런 강연자에게 강의를 듣는 것도, 이런 발표자의 프리젠테이션을 듣는 것도, 이런 세일즈맨에게 설명을 듣는 것도, 이런 친구에게 일상의 이야기를 듣는 것도 마찬가지입니다. 말을 잘 한다는 것은 굉장히 매력적인 덕목이며, 말을 잘 하는 사람은 어디를 가나 환영받기 마련입니다. 그러니 나도 그런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누구나 마찬가지일 것입니다. 듣는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고, 선한 영향력을 발휘하고, 사람들의 눈에 띄고, 내 생각과 의도를 매력적으로 전달하는, 임팩토 있고 설득력이 뛰어난 사람이 될 수 있다면 참 행복할 것 같습니다. 어떻게 하면 그렇게 될 수 있을까요? 그에 앞서, '매력적인 말하기'의 조건에 대해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매력적인 말하기'를 위해서는 '매력적인 듣기'가 필요합니다. 듣는 사람이 매력적으로 느낄 때 비로소, 말하는 사람이 매력적으로 말한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니 우리가 초점을 맞춰야 할 대상은 '듣는 사람'입니다. 사람이 듣는 방식입니다. 사람이 흥미롭게, 유익하게, 집중해서 듣도록 만드는 '조건'입니다. 사람이 듣고, 인식하고, 기억하는 과정과 관련된 '뇌과학적 지식'입니다.



<사람은 어떻게 생각하고 배우고 기억하는가>의 저자 '제레드 쿠니 호바스'박사는 하버드 의과대학에서 강의한 바 있으며 인간의 학습, 기억, 뇌 자극을 연구하는 신경과학자입니다. 뇌과학 분야의 석학인 저자가 이 책을 통해 알려주고자 하는 지혜는 간단합니다. "더 나은 교사가 되는 방법"입니다. 갑자기 왠 교사냐고요? 이 책은 선생님을 위한 책이냐고요? 교사라면 굉장히 유익할 것입니다. 하지만 교사가 아니어도 상관 없습니다. 여기서 말하는 교사는 '직업으로서의 교사'가 아닌 '무언가를 가르쳐주는 사람으로서의 교사'를 의미하기 때문입니다. 교사는 학생들에게 설명하며, 발표자는 청객에게 설명하고, 부모는 아이들을 가르칩니다. 일상의 흔한 순간에서 자신의 지식을 동료나 지인들에게 나누기도 합니다. 이처럼 다양한 가르침의 기회에서 더 매력적으로, 더 효율적으로 설명할 수 있다면, 더 유능한 교사가 될 수 있다면, 우리의 일상은 더욱 풍요롭고 흥미로워질 것입니다. 즉 저자는, '뇌과학적 발견에 근거한 말 잘하는 법'을 알려줍니다.


책은 1장부터 저의 흥미를 잡아끌었습니다. 1장은 독서의 역사로부터 이야기의 서막을 엽니다. 지금이야 속으로 읽는 묵독이 일상적이지만 7세기 후반까지만 하더라도 큰게 소리내에 읽는것이 일반적인 독서였습니다. 마치 교회의 예배에서 경전을 함께 읽듯이 말입니다. 마침표도 띄어쓰기도 없던 시절을 지나, 8세기 초 아일랜드 수도승들의 모임에서 단어와 단어 사이에 '공간'을 추가하기 시작했고, 이후 '묵독'의 관행이 나타났다고 합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음독의 흔적이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닙니다. 겉으로 소리를 내지 않았을 뿐이지 우리는 마음속으로 소리를 내어 읽는 경우가 흔하기 때문입니다. 특히 타인의 목소리로 들었던 대사같은 것을 들을때면 더욱 그렇습니다. 해당 배우의 목소리가 마음 속에서 자동으로 재생됨을 듣게 되듯이요. "꼭 그렇게, 다 가져가야만, 속이 시원했냐!!!!!", "오태식이 돌아왔구나."와 같은 문장을 읽을때면 영화속의 한 장면과 함께 배우의 음성이 들려오듯이 말입니다. 저자는 이렇게 독자의 흥미와 주의를 흔들고 난 뒤 뇌과학의 세계로 본격적으로 진입합니다. '두 개의 소리를 동시에 이해할 수 없다'는 사실을 뇌과학적 근거로 증명합니다. TV와 라디오를 동시에 켜놓고 둘 다 이해하기는 어렵다는 사실을 우리는 상식적으로 알고 있습니다. 바로 여기에 '브로카/베르니케 병목현상'이라는 뇌과학적 근거가 등장합니다. 마치 깔때기와 같은 뇌의 정보처리 경로가 TV와 라디오 둘 중 하나만 통과를 시키기 때문입니다. '좌측 하전두회'의 통제에 따라 머릿속 '스위치'가 켜지고 하나의 정보고 선택되는 것이죠. 그래서? 그 이야기를 왜 하느냐? "좋은 교사가 되기"위한 하나의 정보입니다. 여기까지 뇌과학적 지식을 알려준 저자는 '그래서 어떻게 말해야 하는가'의 전략으로 이야기를 이끌어갑니다. 청중들에게 발표를 할 때 시각자료를 활용하는 전략입니다. 시각적 슬라이드 자료와 유인물에는 문자 텍스트를 최소화해야 합니다. 화자의 발표에 대한 집중도를 떨어트리기 때문이죠. '브로카/베르니케 병목현상'에서 둘 중 하나의 정보만 걸러질테니까요. 청자로서 화자의 발표를 더 잘 이해하기 위한 전략도 이끌어낼 수 있습니다. '얕은'필기가 아닌 '깊은'필기입니다. '얕은'필기는 화자의 발표를 여과없이 받아적는 필기입니다. 반면 '깊은'필기는 청자의 언어로 키워드와 내용을 재구성하는 필기죠. 이렇게 메모하며 들을 때 더욱 효과적으로 기억할 수 있습니다. 무작정 받아적는 것은 청자의 뇌에 아무런 흔적을 남기지 않기 때문입니다. 개인적으로 학창시절의 저는 '얕은'필기를 하는 사람이었습니다. 복습을 하기에는 좋았지만 수업을 듣는동안 '흥미롭게 배운다'는 느낌은 들지 않았죠. 그저 받아적기에만 급급했습니다. 이제와서 참 아쉽더라고요. 나만의 언어와 키워드로 학습내용을 재구성하는 '깊은'필기를 하며 수업을 들었더라면 더욱 재미있고 효과적으로 공부할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후회가 들었습니다. 하지만 배움의 과정이 끝난것은 아니니까. 앞으로의 배움과 메모에 적극적으로 적용해봐야겠다는 생각을 해보았습니다.


설명을 잘 하는 법을 가르쳐주는 책의 설명 구성이 빈약하다면 신뢰가 안가겠죠? 앞서의 단락에서 '1장-한 가지에 집중하라 : 듣기와 읽기 사이'챕터의 흐름을 정리해드렸는데요. 이 책의 구성 또한 굉장히 매력적입니다. 서두에서 독자가 흥미를 가질만한 소재를 툭 던지며 관심을 유발하더니 어느새 그와 관련된 뇌과학적 지식을 풀어냅니다. 그리고 뇌과학을 바탕으로 한 '좋은 교사가 되기 위한 전략'을 제시하죠. 마지막으로 '한눈요약' 코너를 통해 해당 챕터의 전반적인 내용을 담백하게 재정리하고는 1장을 마무리합니다. 이 책의 모든 챕터가 이러한 형식으로 구성되어 있는데요, 흥미와 배움 두 가지 측면에서 모두 도움이 되는 구성이었습니다. 특히 '한눈요약'을 통한 담백한 재정리가 참 좋았습니다. 저는 성격이 급한탓에 '한눈요약'을 먼저 읽고 호기심을 가진 채로 앞으로 돌아와 읽기 시작했는데요, 개인적으로 참 좋았기에 다른분들께도 권해드리고 싶습니다.



개인적으로 가장 흥미로웠던 챕터는 '10장-이야기로 랜드마크를 만들어라'였습니다. 잠실에서 친구를 만나기로 했는데 길이 엇갈렸습니다. 약속장소를 잡으려면 공통분모가 유용합니다. 서로 알고있고 서로 분명하게 확인할 수 있는 곳이죠. '랜드마크'입니다. '롯데월드'를 중심으로 공통의 기준점을 세우고 경로를 재설정할 수 있습니다. 우리의 기억도 다르지 않습니다. 하나의 '랜드마크적 기억'을 바탕으로 기억의 네트워크가 뻗어나가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강렬한 기억이라는 하나의 랜드마크를 구축해둔다면 기억의 네트워크를 구성하기 쉽고, 더 많은 것을 기억하기도 쉬워집니다. '이야기'는 이러한 '랜드마크'를 구축하기 위한 효과적인 수단입니다. '이야기'를 이용해 설명할 때 더욱 강렬하게 기억에 남기 때문입니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요? 여기에도 물론 뇌괴학적 근거가 존재합니다. 간단히 설명하면 '지식의 연결고리'라는 물리적 추진력을 더해주고, 가상현실에 대한 시뮬레이션이라는 '심리적 추진력'을 더하며, '옥시토신'이라는 호르몬 분비를 촉진함으로써 청자와 화자 사이의 '신경 결합'을 유도하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이야기'는 좋은 교사가 되기 위한 효과적인 도구이자 기술입니다. 저자는 이어서 '좋은 이야기의 조건'을 제시하며 해당 챕터를 마무리짓습니다. 사실 저도 이야기가 좋은 교사를 위한 훌륭한 덕목임은 잘 알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 역량을 늘리기는 쉽지 않았죠. 이번 독서를 통해서 '이야기가 갖는 힘'의 뇌과학적 근거와 '좋은 이야기'의 조건들을 이해한 만큼, 앞으로 더 나은 이야기꾼이 될 수 있겠다는 자신감이 붙었습니다.


책은 이 외에도 '두 가지를 결합하라', '일관성을 유지하면서 예측을 깨라', '맥락을 이용한 학습', '일 잘하는 뇌 만들기', '청크를 만들고 인터리빙하라', '오답노트 만들기', '스트레스는 어떻게 뇌를 돕는가' 등의 다양하고 실용적인 전략들을 제시합니다. 스트레스와 관련된 챕터도 참 좋았습니다. 스트레스가 학습에 방해가 된다는 사실은 익히 알고 있었거든요. 하지만 책에서는 '적당한 스트레스'의 중요성을 강조합니다. 스트레스가 많아도 문제지만 없어도 문제라는거죠. 적당한 스트레스가 균형을 이룰 때 뇌에서는 학습에 필요한 화학물질이 분비되기 때문입니다. 돌이켜보면 마감에 쫓기거나 성과의 압박이 있을 때 업무의 효을이나 속도가 불붙곤 했던 것 같습니다. 스트레스가 지나친 경우에는 포기하거나 회피하기도 했고요. 저에게도 '적당한 스트레스 균형점'이 중요하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책에서 자시한 전략들을 적극 실천해볼 계획입니다.



글이 길어졌습니다. 뇌과학적 배움을 바탕으로 더 나은 교사가 되기를 기대하는 분들께, 더 나은 학습자가 되기를 바라는 분들께 적극 추천합니다. '뇌과학', '교육'이라는 키워드에 관심있는 분들이라면 흥미로운 독서가 될 것이라고 단언합니다. 얼마 전 책 <평균의 종말>로 주목받았던 하버드대 교육대학원 교수 '토드 로즈'가 강력 추천한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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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원스쿨 빅오픽 OPIc IM-IH - 10년 간의 기출 빅데이터로 완성한 오픽 필수 기본서, 최신 개정판 빅오픽
강지완 지음 / 시원스쿨닷컴 / 2020년 3월
평점 :
절판


시원스쿨 하면 어학시험보다는 회화 이미지가 강한것이 사실입니다. 어학시험과 관련된 전통의 명가는 따로 있죠. 해O스나 영O기처럼 말입니다. 저 역시 과거 영어 어학시험을 준비하면서 두 업체를 주로 이용했던 것이 사실입니다. 시원스쿨 어학강좌를 처음 접한것은 올해 초 토익시험을 준비하면서부터입니다. 최서아강사님의 <시원스쿨 토익 750+>교재를 만나고 강사님의 유튜브 강좌를 맛보기로 들으며 예전보다 흥미롭게 공부할 수 있었습니다. 나아가 <시원스쿨 토익 실전모의고사 3회분>교재 역시 함께 제공된 무료강의의 수강하며 큰 도움을 얻을 수 있었습니다. 덕분에 시원스쿨의 어학시험대비 교재와 강의에 대해 긍정적인 느낌을 갖게 되었습니다.

이번에 만나본 <시원스쿨 빅오픽 OPIc(개정판) IM-IH>교재 역시 만족스러웠습니다. 개인적으로 오픽을 비롯한 어학시험을 준비해본 경험이 전무합니다. 따라서 토익에서처럼 직관적이면서 담백한 교재를 기대했습니다. 과하지 않은 적당한 분량이면서 꼭 필요한 내용을 적절하게 담고 있는 교재로 말입니다. 적당하고 적절했습니다. 이번 독서를 통해서 오픽이라는 시험이 어떤 시험인지 이해할 수 있었고 어떻게 준비해야할지에 대한 윤곽을 그려볼 수 있었습니다. 객관식시험과는 다르게 문장을 직접 구성해서 표현해야 하는 어학시험이기에 어떻게 준비해야 하나 막막한 느낌이 컸는데, 그런 불안감을 해소시켜주고 '이렇게 준비하면 할 만 하겠다."라는 자신감을 갖게 해주었다는 점에서 굉장히 의미있는 독서였습니다. 개인적으로 느낀 이 책의 장점은 세가지 입니다. 체게적 구성, 친절한 해설, 실전적 꿀팁이 그것입니다.

1. 체계적 구성

책은 본격적인 해설에 들어가기에 앞서서 "빅토익 IM-IH 정복 로드맵"과 "학습 플랜"부터 제시합니다. 로드맵의 경우, 시험에 대한 기본 정보와 필승전략을 이해한 뒤, 그에 맞게 체계적으로 학습을 이어갈 방향성을 제시합니다. IM의 경우 짧은 경로를, IM-IH의 경우 그보다 긴 경로를 제시합니다. 학습플랜의 경우 기간별 공부계획을 제시합니다. IM과 IH별로 각각 1주와 2주완성 프로그램을 제시합니다. 로드맵의 경우 앞서 제시된 공략가이드와 필승전략에 맞춰 그려져있었기 때문에 더욱 믿을 수 있었고, 학습플랜 역시 단순히 기간별로 챕터를 할당해놓은 것이 아닌 보다 구체적인 학습전략을 부연하고 있었기에 더욱 믿음이 갔습니다.

2.친절한 해설

이 책은 구어체로 해설되어 있습니다. '~이다'가 아닌 '~입니다'의 어투입니다. 수험서치고는 생소한 표현 방법이죠. 하지만 이 책의 경우 구어체 표현이 굉장히 좋은 선택이라고 느껴졌습니다. 마치 강의를 듣듯이 술술 읽어나갈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오픽에 대한 두려움을 갖고 있는 초심자 입장에서 책을 술술 읽어나가며 낯설음과 불안감을 줄여나갈 수 있어서 참 좋았습니다. 책에 담긴 핵심 꿀팁인 '3-combo전략'의 경우 현재-과거-경험에 따라 구체적전략과 친절한 표현으로 해설되어 있어 한결 쉽게 이해하고 체화할 수 있었습니다.

3.실전적 꿀팁

수험서의 꽃은 꿀팁이죠. 초심자들일수록 부족한 정보 때문에 점수를 까먹게 되는 경우도 잦을 것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다양한 실전적 꿀팁을 담고 있다는 것은 이 책의 큰 매력입니다. 22페이지에 "오픽 FAQ10"이라는 코너를 따로 만들어서 수험생들이 궁금해할만한 내용을 풀어줍니다. '1번 자기소개 문제에 대한 답변은 채점되지 않는다고 하던데 진짜인가요?" 라든지 "최근 시험에서 외운 티가 나면 NH등급이 나오는 경우도 있다고 하던데 정말인가요?", "저는 암기력이 좋지 않은데요, 책에 있는 답안을 전부 외워야 하는 건가요?" 처럼 저 역시 궁금했던 내용들에 대한 대답이 담겨 있었습니다. 본격적인 해설에 들어간 이후에도 꿀팁은 이어집니다. 오픽에는 시험에 앞서 '자가평가(Self-Assessment)'라는 항목이 있는데 이를 바탕으로 시험의 난이도가 결정됩니다. 책에는 시험에 전략적으로 임하기 위한 자기평가 예시가 담겨 있습니다. 또한 본문의 곳곳에 수험생이 궁금해할만한 팁들이 계속해서 등장합니다. "사전설문조사에서 '학생-아니오'를 선택했는데 시험 중 자기소개에서 대학생이라고 소개해도 괜찮을까요?", "음악 관련 문제가 가장 많이 출제되었다고 하던데 맞나요?"와 같은 궁금증에 대한 해답이 담겨있습니다. '1주 완성'이라는 부제에 걸맞게, 제한된 시간에 전략적으로 수험준비에 임하기 위한 정보들이 많이 담겨있었습니다.

독학 초심자들을 위한 알찬 수험서입니다. 제한된 시간내에 최적의 노력으로 필요한 등급을 획득하기를 기대하는, 전략적 시험대비를 준비하는 수험생 분들께 추천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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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정사용설명서 (10주년 기념 스페셜 에디션, 양장) - 부정적 감정을 다스리는 치유의 심리학
롤프 메르클레 외 지음, 유영미 옮김 / 생각의날개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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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이 순간, 이 글을 읽고 있는 당신은 어떤 감정을 느끼시나요? 어떤 하루를 보냈느냐에 따라서 달라질 것 같습니다. 좋은 성과에 기쁨과 자부심을 느낄수도 있을 것 같고, 중요한 프로젝트를 앞두고 두려움을 느낄수도 있겠습니다. 반복되는 실패로 우울고 무기력을 느낄수도 있겠네요. 믿었던 사람의 배신으로 실망과 화를 느끼는 분도 계실지 모르겠습니다. 자, 그렇다면 질문을 바꿔보겠습니다. 이 글을 읽고 있는 당신은 어떤 감정을 느끼고 싶으신가요? 참 생뚱맞은 표현이죠. 감정을 느끼고 싶다니. 감정은 경험의 결과에 따라 자동적·반사적으로 느끼는 것이지 느끼고 싶다고 해서 느낄 수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엉뚱하고 무의미한 질문이지요. 그런데, 과연 그럴까요?

생각, 감정을 여는 관문

21 자기 자신과 다른 사람들에 대한 우리의 생각이 우리의 감정을 결정하기 때문이다. 벌써 2천 년 전에 스토아학파는 일이 사람을 불안하게 하는 것이 아니라, 그 일에 대한 사람의 생각이 사람을 불안하게 한다고 가르쳤다. 사람은 생각하는 대로 느낀다는 것이다.

책 <감정사용설명서>는 감정에 대한 새로운 관점을 제시합니다. 감정을 다룰 수 있다는 견해입니다. 우리가 느끼고 싶은 감정을 직접 선택할 수 있는 힘을 갖고있다는 것입니다. 두려움, 걱정, 분노, 죄책감, 우울로 점철된 삶으로부터 기쁨과 행복과 평온함이 가득한 삶을 향해 나아갈 수 있다는 것입니다. 오해하는 분들이 계실지 모르겠습니다. 최악의 상황에서 긍정적인 감정을 느끼는 것은 불가능하며, 설령 그럴 수 있다고 하더라도 자기기만이 아니냐는 것입니다. 그런 오해 안하셨다구요? 그 오해, 제가 했습니다. 이 책의 서문을 읽어나가며 고개를 갸웃거렸던 부분입니다. 하지만 책을 읽어나가며 금새 오해를 풀 수 있었습니다. 저자가 말하는 감정의 '선택'은 '진실' 내지는 '합리적 견해'를 바탕으로 합니다. 현실을 왜곡하는 것이 아닙니다. 오히려 왜곡되어있던 현실을 바로잡아야 한다고 말합니다. 어떻게 그것이 가능할까요? 바로 '생각'을 통해서입니다.

'옳은' 생각을 바탕으로 '좋은' 감정을 느끼기

지난 3월 17일, 저는 삼성전자 주식을 샀습니다. 얼마 전까지 6만원을 넘나들던 삼성전자 주식이 4만8천원이라니, 갤럭시 S20을 저렴한 가격에 구입할 수 있는 기간한정 프로모션 혜택을 받게 된 기분이었습니다. 냉큼 들어갔죠. 어제까지는 희망을 갖고 보유했습니다. 그리고 오늘 비로소 현실을 직시했습니다. 눈물을 머금고 팔았죠. 씁쓸했습니다. 밖으로 보여지는 모습은 간단합니다. 저는 주식을 샀고, 돈을 잃었고, 슬픈 감정을 느꼈습니다. 하지만 안에서 일어나는 과정을 섬세하게 들여다보면 하나의 단계가 추가됩니다. '돈을 잃음'과 '슬픈 감정'의 사이에 자리하는 정신적인 사건입니다. 바로 이 경험에 대한 저의 부정적 평가죠. 이 경험은 과연 저에게 최악의 사건이었을까요? 사실 저는 돈을 더 투자하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돈이 없던 덕분에(?) 넉넉하게 투자하지는 못했죠. 오늘 개장과 동시에 팔았습니다. 하지만 타이밍을 잡지 못했을지도 모르죠. 장 마감까지 붙들고 있었다면 돈을 더욱 크게 날렸음은 물론, 9시간의 시간을 안절부절하며 무의미하게 낭비했을 것입니다. '불안'과 '자책'이라는 감정과 함께요. 그리고 이번 투자를 통해서 배운것도 많습니다. 경험치를 바탕으로 다음번에는 더 나은 투자를 할 수 있게 되겠죠. 불확실한 부정적 생각을 바탕으로 사건을 해석했을 때와 달리 명료한 긍정적 생각을 바탕으로 사건을 해석하고 나니 한결 마음이 가벼워졌습니다. 여러분이 보시기엔 어떤가요? 정신승리 같나요? 저는 논리적으로 타당하다고 생각합니다. '옳은' 생각을 바탕으로 '좋은' 감정을 느끼는 것, 이 책을 이렇게 한 줄로 정리하고 싶습니다.

A(상황)-B(평가)-C(감정, 신체반응, 행동)

23 부정적인 생각은 우울하게 하고, 걱정하게 하고, 화나게 하고, 열등감을 느끼게 하고, 죄책감을 갖게 한다. 긍정적인 생각은 행복하게 하고, 기쁘게 하고, 사랑하게 하고, 만족스럽게 한다. 중립적인 생각은 침착하게 하고, 평온하게 하고, 이성적이게 한다. 감정의 ABC는 자신과 타인의 감정을 이해하는 열쇠다.

다소 장황하게 풀어냈지만 책이 제안하는 과정은 아주 단순합니다. A(상황)-B(평가)-C(감정, 신체반응, 행동) 입니다. A는 상황입니다. 주식을 하다가 돈을 잃은 것이죠. B는 평가입니다. '생각'을 이용한 상황에 대한 해석이죠. 막연하게 부정적으로 생각할 수도 있고, 합리적 사고를 이용해 긍정적인 포인트를 짚어낼수도 있습니다. C는 감정, 신체반응, 행동입니다. A에 대한 B를 바탕으로 감정을 느끼고 신체적으로 반응하며 행동합니다. 감정적 우울+신체적 무기력+자책감을 바탕으로 주변사람과 자신을 불편하고 힘들게 만들 수 있습니다. 안도감, 고양감, 감사함+신체적 의욕+좋은 감정과 의욕적인 신체를 바탕으로 주변 사람들과 자신에게 좋은것을 줄 수 있습니다. 이처럼 우리가 경험하는 감정 C는 정해져 있는 것이 아니라 B에 따라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습니다. 그리고 우리는 B에 개입할 수 있죠. 우리의 자유롭고 창의적인 '사고'를 통해서입니다. 우리가 감정에 개입할 수 있다면 한 가지 삶의 중요한 요소가 필연적으로 뒤따릅니다. 바로 '책임'입니다. 우리가 '자유'로울 수 있는 영역에서 우리는 '책임'을 갖습니다. 그러니 우리는 우리의 감정을 다룰 수 있고 우리의 감정에 책임이 있습니다. 우리 자신을 향한 책임있는 태도로, 우리 자신에게 좋은 것을 주는 것. 이 한 가지 태도를 기억한다면 삶을 대하는 우리의 태도는 훨씬 적극적이고 주체적인 모습을 띄게되지 않을까요?

감정을 다루는 실용적 기술

책은 총 3개의 파트로 구성되는데요. [1부-감정을 다시 발견하다]에서는 감정에 대한 새로운 견해를 제시하고 감정에 개입할 수 있는 가능성을 제시합니다. [2부-부정적인 감정을 다스러는 법]에서는 1부의 지식을 바탕으로 보다 구체적으로 감정에 개입합니다. 열등감, 두려움, 죄책감, 우울증, 자신감, 분노 등 우리가 일상에서 흔히 경험하는 6개의 감정을 다룰 수 있는 단계적이고 구체적인 솔루션을 제시합니다. 마지막으로 [3부-더 나은 관계로 나아가는 법]에서는 성숙한 사랑, 질투심 극복, 원만한 성생활 등 일상적으로 경험하는 '관계'의 문제를 개선할 수 있는 지식과 방법을 제시합니다. 책의 가장 큰 장점이 바로 '실용성'입니다. 독자가 일상에서 직접 실천하고 적용할 수 있을만한 실용적인 방법들이 담겨있습니다.

나의 오래된 두려움을 다루기

96 두려움은 사람을 옥죄고, 부자유스럽게 만든다. 공포는 인생의 중요한 결정에 영향을 미치고, 만성 신체장애를 초래하기도 한다.

99 우리는 우리 자신의 두려움에 책임이 있다. 우리가 두려움을 만들어냈기 때문이다. 그리하여 우리는 두려움을 다시금 줄이는 것 또한 배울 수 있다.

개인적으로 가장 유용했던 파트가 바로 [chapter.6-두려움을 극복하는 법]이었습니다. 개인적으로 겁이 많습니다. 새로운 일을 시도할 때 잘 해내지 못하면 어쩌나 하는 불안감을 많이 갖습니다. 불안 때문에 사고와 몸이 경직되고 준비한 실력을 발휘하지 못함으로써 좋은 성과를 내지 못하는 경험도 더러 있었죠. 그동안은 '마음챙김'을 통해서 많은 동무을 얻을 수 있었는데요, 이 책에서 제시하는 방법들도 상당히 솔깃했습니다. 저자는 무엇보다 두려움의 배후에 자리한 생각이 과연 타당한지 면밀히 검토해보라고 말합니다. 내가 걱정하는 최악의 시나리오가 과연 일어날 것인지, 그것이 일어난다고 하더라도 그 결과가 그만큼이나 최악인지 말입니다. 경험적으로 불안은 모호할 때 가장 강력해집니다. 또렷한 언어로 타당성을 검증하며 상황을 포착하고 나면, 불안은 제법 그 힘을 잃게되기 마련입니다. 한편 "공포 상황을 쉽게 소화할 수 있는 분량으로 쪼개라."는 제안도 솔깃했습니다. 가량 여성에게 말을 거는 것이 두렵다면 이렇게 쪼개면 됩니다. ['1단계:여성과 시선을 맞춘다'-'2단계:여성에게 미소를 짓는다.'-'3단계:여성에게 말을 건다'-'4단계:여성이 앉아 있는 태이블에 앉는다'] 처럼 말입니다. 어떠신가요? 벌써 19단계 자녀계획까지 세우셨나요? 개인적으로 공부를 할 때 압도적인 분량 앞에서 위축될때면 '분량 쪼개기'를 통해 공부의욕을 끌어올리고는 하거든요. 앞으로 두려운 과업 앞에서도, '쪼개기'를 적극적으로 활용해봐야겠다고 다짐했습니다. 두꺼운 책 한 권도 분량을 쪼개어 읽어나가다보면 완독할 수 있듯이, 두려운 과업도 분량을 쪼개 단계적으로 해결해 나간다면 얼마든지 해결할 수 있겠다고 생각하니 기분이 좋아졌습니다. 좋은 감정이 느껴졌습니다.

인간으로서 우리가 가진 7가지 권리

171 명심하라. 우리의 행동을 통해 우리 자신이나 다른 사람들에게 삶의 위험을 초래하지 않는 이상, 우리는 우리의 권리를 누릴 자격이 있다.

마지막으로 여러분들께 꼭 소개하고 싶은 파트 제시하며 서평 마칩니다. [chapter.9-자신감을 북돋우는 법]에 담긴 '인간으로서 우리가 가진 권리' 입니다.

1.생각을 바꿀 권리

2.뭔가에 관심을 가지지 않을 권리

3.양심의 가책 없이 부탁을 거절할 권리

4.실수를 할 권리

5.다른 사람들에게 자신이 원하는 것을 부탁할 권리

6.자신의 행동을 변호하지 않을 권리

7.자신이 원하는 대로 살 권리

저자는 책에서 이 7가지 권리가 존엄한 인간으로서 마땅히 가져야할 권리임을 조목조목 부연합니다. 저는 모든 항목에서 다 읽기를 멈추가 생각에 잠기게 되었습니다. 이 모든 규칙들에 저도 모르게 구속받고 있었음을 인정하게 되었죠. 하지만 이 7가지가 당연히 지켜져야 할 이유는 없습니다. 저는 특히 실수에 아주 민감합니다. 오지 않은 미래의 실수를 두려워하며 지나간 과거의 실수를 자책합니다. 그러니 존엄한 나로서 소중한 삶을 즐길 수 있는 유일한 순간인 '지금 여기'에서 행복을 누리지 못할 때가 많았지요. 하지만 사람은 완벽할 수 없습니다. 실수를 두려워한다고 해서 실수를 막을 수 있는것도 아니죠. 두려움과 자책 속에서 '나의 삶'과 '내가 긍정적인 감정을 경험할 기회'를 박탈한다는 것은 나의 감정에 대한 자유를 가진 존재로서 책임있는 자세가 아닙니다. 나는 나에게 좋은 감정을 느끼게 해줄 수 있는 자유를 갖고 있습니다. 그러니 나는 나에게 좋은 감정을 느끼게 해줘야 할 책임을 갖고 있습니다. 한 손에는 자유를, 한 손에는 자유를 주먹쥐고, 지금 이 순간 이 글을 읽고있는 여러분 자신에게 좋은 감정을 선물해보시는 것은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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