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어떻게 생각하고 배우고 기억하는가 - 하버드 최고의 뇌과학 강의
제레드 쿠니 호바스 지음, 김나연 옮김 / 토네이도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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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이야기라도 정말 맛깔나게 풀어내는 사람이 있습니다. 이목을 집중시키고 흥미를 유발하며 기억에도 오래 남죠. 이런 선생님과 함께 공부한다면 시간가는줄 모르고 설명을 듣게 됩니다. 즐겁게 배우고 효과적으로 배울 수 있습니다. 이런 강연자에게 강의를 듣는 것도, 이런 발표자의 프리젠테이션을 듣는 것도, 이런 세일즈맨에게 설명을 듣는 것도, 이런 친구에게 일상의 이야기를 듣는 것도 마찬가지입니다. 말을 잘 한다는 것은 굉장히 매력적인 덕목이며, 말을 잘 하는 사람은 어디를 가나 환영받기 마련입니다. 그러니 나도 그런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누구나 마찬가지일 것입니다. 듣는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고, 선한 영향력을 발휘하고, 사람들의 눈에 띄고, 내 생각과 의도를 매력적으로 전달하는, 임팩토 있고 설득력이 뛰어난 사람이 될 수 있다면 참 행복할 것 같습니다. 어떻게 하면 그렇게 될 수 있을까요? 그에 앞서, '매력적인 말하기'의 조건에 대해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매력적인 말하기'를 위해서는 '매력적인 듣기'가 필요합니다. 듣는 사람이 매력적으로 느낄 때 비로소, 말하는 사람이 매력적으로 말한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니 우리가 초점을 맞춰야 할 대상은 '듣는 사람'입니다. 사람이 듣는 방식입니다. 사람이 흥미롭게, 유익하게, 집중해서 듣도록 만드는 '조건'입니다. 사람이 듣고, 인식하고, 기억하는 과정과 관련된 '뇌과학적 지식'입니다.



<사람은 어떻게 생각하고 배우고 기억하는가>의 저자 '제레드 쿠니 호바스'박사는 하버드 의과대학에서 강의한 바 있으며 인간의 학습, 기억, 뇌 자극을 연구하는 신경과학자입니다. 뇌과학 분야의 석학인 저자가 이 책을 통해 알려주고자 하는 지혜는 간단합니다. "더 나은 교사가 되는 방법"입니다. 갑자기 왠 교사냐고요? 이 책은 선생님을 위한 책이냐고요? 교사라면 굉장히 유익할 것입니다. 하지만 교사가 아니어도 상관 없습니다. 여기서 말하는 교사는 '직업으로서의 교사'가 아닌 '무언가를 가르쳐주는 사람으로서의 교사'를 의미하기 때문입니다. 교사는 학생들에게 설명하며, 발표자는 청객에게 설명하고, 부모는 아이들을 가르칩니다. 일상의 흔한 순간에서 자신의 지식을 동료나 지인들에게 나누기도 합니다. 이처럼 다양한 가르침의 기회에서 더 매력적으로, 더 효율적으로 설명할 수 있다면, 더 유능한 교사가 될 수 있다면, 우리의 일상은 더욱 풍요롭고 흥미로워질 것입니다. 즉 저자는, '뇌과학적 발견에 근거한 말 잘하는 법'을 알려줍니다.


책은 1장부터 저의 흥미를 잡아끌었습니다. 1장은 독서의 역사로부터 이야기의 서막을 엽니다. 지금이야 속으로 읽는 묵독이 일상적이지만 7세기 후반까지만 하더라도 큰게 소리내에 읽는것이 일반적인 독서였습니다. 마치 교회의 예배에서 경전을 함께 읽듯이 말입니다. 마침표도 띄어쓰기도 없던 시절을 지나, 8세기 초 아일랜드 수도승들의 모임에서 단어와 단어 사이에 '공간'을 추가하기 시작했고, 이후 '묵독'의 관행이 나타났다고 합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음독의 흔적이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닙니다. 겉으로 소리를 내지 않았을 뿐이지 우리는 마음속으로 소리를 내어 읽는 경우가 흔하기 때문입니다. 특히 타인의 목소리로 들었던 대사같은 것을 들을때면 더욱 그렇습니다. 해당 배우의 목소리가 마음 속에서 자동으로 재생됨을 듣게 되듯이요. "꼭 그렇게, 다 가져가야만, 속이 시원했냐!!!!!", "오태식이 돌아왔구나."와 같은 문장을 읽을때면 영화속의 한 장면과 함께 배우의 음성이 들려오듯이 말입니다. 저자는 이렇게 독자의 흥미와 주의를 흔들고 난 뒤 뇌과학의 세계로 본격적으로 진입합니다. '두 개의 소리를 동시에 이해할 수 없다'는 사실을 뇌과학적 근거로 증명합니다. TV와 라디오를 동시에 켜놓고 둘 다 이해하기는 어렵다는 사실을 우리는 상식적으로 알고 있습니다. 바로 여기에 '브로카/베르니케 병목현상'이라는 뇌과학적 근거가 등장합니다. 마치 깔때기와 같은 뇌의 정보처리 경로가 TV와 라디오 둘 중 하나만 통과를 시키기 때문입니다. '좌측 하전두회'의 통제에 따라 머릿속 '스위치'가 켜지고 하나의 정보고 선택되는 것이죠. 그래서? 그 이야기를 왜 하느냐? "좋은 교사가 되기"위한 하나의 정보입니다. 여기까지 뇌과학적 지식을 알려준 저자는 '그래서 어떻게 말해야 하는가'의 전략으로 이야기를 이끌어갑니다. 청중들에게 발표를 할 때 시각자료를 활용하는 전략입니다. 시각적 슬라이드 자료와 유인물에는 문자 텍스트를 최소화해야 합니다. 화자의 발표에 대한 집중도를 떨어트리기 때문이죠. '브로카/베르니케 병목현상'에서 둘 중 하나의 정보만 걸러질테니까요. 청자로서 화자의 발표를 더 잘 이해하기 위한 전략도 이끌어낼 수 있습니다. '얕은'필기가 아닌 '깊은'필기입니다. '얕은'필기는 화자의 발표를 여과없이 받아적는 필기입니다. 반면 '깊은'필기는 청자의 언어로 키워드와 내용을 재구성하는 필기죠. 이렇게 메모하며 들을 때 더욱 효과적으로 기억할 수 있습니다. 무작정 받아적는 것은 청자의 뇌에 아무런 흔적을 남기지 않기 때문입니다. 개인적으로 학창시절의 저는 '얕은'필기를 하는 사람이었습니다. 복습을 하기에는 좋았지만 수업을 듣는동안 '흥미롭게 배운다'는 느낌은 들지 않았죠. 그저 받아적기에만 급급했습니다. 이제와서 참 아쉽더라고요. 나만의 언어와 키워드로 학습내용을 재구성하는 '깊은'필기를 하며 수업을 들었더라면 더욱 재미있고 효과적으로 공부할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후회가 들었습니다. 하지만 배움의 과정이 끝난것은 아니니까. 앞으로의 배움과 메모에 적극적으로 적용해봐야겠다는 생각을 해보았습니다.


설명을 잘 하는 법을 가르쳐주는 책의 설명 구성이 빈약하다면 신뢰가 안가겠죠? 앞서의 단락에서 '1장-한 가지에 집중하라 : 듣기와 읽기 사이'챕터의 흐름을 정리해드렸는데요. 이 책의 구성 또한 굉장히 매력적입니다. 서두에서 독자가 흥미를 가질만한 소재를 툭 던지며 관심을 유발하더니 어느새 그와 관련된 뇌과학적 지식을 풀어냅니다. 그리고 뇌과학을 바탕으로 한 '좋은 교사가 되기 위한 전략'을 제시하죠. 마지막으로 '한눈요약' 코너를 통해 해당 챕터의 전반적인 내용을 담백하게 재정리하고는 1장을 마무리합니다. 이 책의 모든 챕터가 이러한 형식으로 구성되어 있는데요, 흥미와 배움 두 가지 측면에서 모두 도움이 되는 구성이었습니다. 특히 '한눈요약'을 통한 담백한 재정리가 참 좋았습니다. 저는 성격이 급한탓에 '한눈요약'을 먼저 읽고 호기심을 가진 채로 앞으로 돌아와 읽기 시작했는데요, 개인적으로 참 좋았기에 다른분들께도 권해드리고 싶습니다.



개인적으로 가장 흥미로웠던 챕터는 '10장-이야기로 랜드마크를 만들어라'였습니다. 잠실에서 친구를 만나기로 했는데 길이 엇갈렸습니다. 약속장소를 잡으려면 공통분모가 유용합니다. 서로 알고있고 서로 분명하게 확인할 수 있는 곳이죠. '랜드마크'입니다. '롯데월드'를 중심으로 공통의 기준점을 세우고 경로를 재설정할 수 있습니다. 우리의 기억도 다르지 않습니다. 하나의 '랜드마크적 기억'을 바탕으로 기억의 네트워크가 뻗어나가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강렬한 기억이라는 하나의 랜드마크를 구축해둔다면 기억의 네트워크를 구성하기 쉽고, 더 많은 것을 기억하기도 쉬워집니다. '이야기'는 이러한 '랜드마크'를 구축하기 위한 효과적인 수단입니다. '이야기'를 이용해 설명할 때 더욱 강렬하게 기억에 남기 때문입니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요? 여기에도 물론 뇌괴학적 근거가 존재합니다. 간단히 설명하면 '지식의 연결고리'라는 물리적 추진력을 더해주고, 가상현실에 대한 시뮬레이션이라는 '심리적 추진력'을 더하며, '옥시토신'이라는 호르몬 분비를 촉진함으로써 청자와 화자 사이의 '신경 결합'을 유도하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이야기'는 좋은 교사가 되기 위한 효과적인 도구이자 기술입니다. 저자는 이어서 '좋은 이야기의 조건'을 제시하며 해당 챕터를 마무리짓습니다. 사실 저도 이야기가 좋은 교사를 위한 훌륭한 덕목임은 잘 알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 역량을 늘리기는 쉽지 않았죠. 이번 독서를 통해서 '이야기가 갖는 힘'의 뇌과학적 근거와 '좋은 이야기'의 조건들을 이해한 만큼, 앞으로 더 나은 이야기꾼이 될 수 있겠다는 자신감이 붙었습니다.


책은 이 외에도 '두 가지를 결합하라', '일관성을 유지하면서 예측을 깨라', '맥락을 이용한 학습', '일 잘하는 뇌 만들기', '청크를 만들고 인터리빙하라', '오답노트 만들기', '스트레스는 어떻게 뇌를 돕는가' 등의 다양하고 실용적인 전략들을 제시합니다. 스트레스와 관련된 챕터도 참 좋았습니다. 스트레스가 학습에 방해가 된다는 사실은 익히 알고 있었거든요. 하지만 책에서는 '적당한 스트레스'의 중요성을 강조합니다. 스트레스가 많아도 문제지만 없어도 문제라는거죠. 적당한 스트레스가 균형을 이룰 때 뇌에서는 학습에 필요한 화학물질이 분비되기 때문입니다. 돌이켜보면 마감에 쫓기거나 성과의 압박이 있을 때 업무의 효을이나 속도가 불붙곤 했던 것 같습니다. 스트레스가 지나친 경우에는 포기하거나 회피하기도 했고요. 저에게도 '적당한 스트레스 균형점'이 중요하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책에서 자시한 전략들을 적극 실천해볼 계획입니다.



글이 길어졌습니다. 뇌과학적 배움을 바탕으로 더 나은 교사가 되기를 기대하는 분들께, 더 나은 학습자가 되기를 바라는 분들께 적극 추천합니다. '뇌과학', '교육'이라는 키워드에 관심있는 분들이라면 흥미로운 독서가 될 것이라고 단언합니다. 얼마 전 책 <평균의 종말>로 주목받았던 하버드대 교육대학원 교수 '토드 로즈'가 강력 추천한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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