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어떻게 생각하고 배우고 기억하는가>의 저자 '제레드 쿠니 호바스'박사는 하버드 의과대학에서 강의한 바 있으며 인간의 학습, 기억, 뇌 자극을 연구하는 신경과학자입니다. 뇌과학 분야의 석학인 저자가 이 책을 통해 알려주고자 하는 지혜는 간단합니다. "더 나은 교사가 되는 방법"입니다. 갑자기 왠 교사냐고요? 이 책은 선생님을 위한 책이냐고요? 교사라면 굉장히 유익할 것입니다. 하지만 교사가 아니어도 상관 없습니다. 여기서 말하는 교사는 '직업으로서의 교사'가 아닌 '무언가를 가르쳐주는 사람으로서의 교사'를 의미하기 때문입니다. 교사는 학생들에게 설명하며, 발표자는 청객에게 설명하고, 부모는 아이들을 가르칩니다. 일상의 흔한 순간에서 자신의 지식을 동료나 지인들에게 나누기도 합니다. 이처럼 다양한 가르침의 기회에서 더 매력적으로, 더 효율적으로 설명할 수 있다면, 더 유능한 교사가 될 수 있다면, 우리의 일상은 더욱 풍요롭고 흥미로워질 것입니다. 즉 저자는, '뇌과학적 발견에 근거한 말 잘하는 법'을 알려줍니다.
책은 1장부터 저의 흥미를 잡아끌었습니다. 1장은 독서의 역사로부터 이야기의 서막을 엽니다. 지금이야 속으로 읽는 묵독이 일상적이지만 7세기 후반까지만 하더라도 큰게 소리내에 읽는것이 일반적인 독서였습니다. 마치 교회의 예배에서 경전을 함께 읽듯이 말입니다. 마침표도 띄어쓰기도 없던 시절을 지나, 8세기 초 아일랜드 수도승들의 모임에서 단어와 단어 사이에 '공간'을 추가하기 시작했고, 이후 '묵독'의 관행이 나타났다고 합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음독의 흔적이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닙니다. 겉으로 소리를 내지 않았을 뿐이지 우리는 마음속으로 소리를 내어 읽는 경우가 흔하기 때문입니다. 특히 타인의 목소리로 들었던 대사같은 것을 들을때면 더욱 그렇습니다. 해당 배우의 목소리가 마음 속에서 자동으로 재생됨을 듣게 되듯이요. "꼭 그렇게, 다 가져가야만, 속이 시원했냐!!!!!", "오태식이 돌아왔구나."와 같은 문장을 읽을때면 영화속의 한 장면과 함께 배우의 음성이 들려오듯이 말입니다. 저자는 이렇게 독자의 흥미와 주의를 흔들고 난 뒤 뇌과학의 세계로 본격적으로 진입합니다. '두 개의 소리를 동시에 이해할 수 없다'는 사실을 뇌과학적 근거로 증명합니다. TV와 라디오를 동시에 켜놓고 둘 다 이해하기는 어렵다는 사실을 우리는 상식적으로 알고 있습니다. 바로 여기에 '브로카/베르니케 병목현상'이라는 뇌과학적 근거가 등장합니다. 마치 깔때기와 같은 뇌의 정보처리 경로가 TV와 라디오 둘 중 하나만 통과를 시키기 때문입니다. '좌측 하전두회'의 통제에 따라 머릿속 '스위치'가 켜지고 하나의 정보고 선택되는 것이죠. 그래서? 그 이야기를 왜 하느냐? "좋은 교사가 되기"위한 하나의 정보입니다. 여기까지 뇌과학적 지식을 알려준 저자는 '그래서 어떻게 말해야 하는가'의 전략으로 이야기를 이끌어갑니다. 청중들에게 발표를 할 때 시각자료를 활용하는 전략입니다. 시각적 슬라이드 자료와 유인물에는 문자 텍스트를 최소화해야 합니다. 화자의 발표에 대한 집중도를 떨어트리기 때문이죠. '브로카/베르니케 병목현상'에서 둘 중 하나의 정보만 걸러질테니까요. 청자로서 화자의 발표를 더 잘 이해하기 위한 전략도 이끌어낼 수 있습니다. '얕은'필기가 아닌 '깊은'필기입니다. '얕은'필기는 화자의 발표를 여과없이 받아적는 필기입니다. 반면 '깊은'필기는 청자의 언어로 키워드와 내용을 재구성하는 필기죠. 이렇게 메모하며 들을 때 더욱 효과적으로 기억할 수 있습니다. 무작정 받아적는 것은 청자의 뇌에 아무런 흔적을 남기지 않기 때문입니다. 개인적으로 학창시절의 저는 '얕은'필기를 하는 사람이었습니다. 복습을 하기에는 좋았지만 수업을 듣는동안 '흥미롭게 배운다'는 느낌은 들지 않았죠. 그저 받아적기에만 급급했습니다. 이제와서 참 아쉽더라고요. 나만의 언어와 키워드로 학습내용을 재구성하는 '깊은'필기를 하며 수업을 들었더라면 더욱 재미있고 효과적으로 공부할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후회가 들었습니다. 하지만 배움의 과정이 끝난것은 아니니까. 앞으로의 배움과 메모에 적극적으로 적용해봐야겠다는 생각을 해보았습니다.
설명을 잘 하는 법을 가르쳐주는 책의 설명 구성이 빈약하다면 신뢰가 안가겠죠? 앞서의 단락에서 '1장-한 가지에 집중하라 : 듣기와 읽기 사이'챕터의 흐름을 정리해드렸는데요. 이 책의 구성 또한 굉장히 매력적입니다. 서두에서 독자가 흥미를 가질만한 소재를 툭 던지며 관심을 유발하더니 어느새 그와 관련된 뇌과학적 지식을 풀어냅니다. 그리고 뇌과학을 바탕으로 한 '좋은 교사가 되기 위한 전략'을 제시하죠. 마지막으로 '한눈요약' 코너를 통해 해당 챕터의 전반적인 내용을 담백하게 재정리하고는 1장을 마무리합니다. 이 책의 모든 챕터가 이러한 형식으로 구성되어 있는데요, 흥미와 배움 두 가지 측면에서 모두 도움이 되는 구성이었습니다. 특히 '한눈요약'을 통한 담백한 재정리가 참 좋았습니다. 저는 성격이 급한탓에 '한눈요약'을 먼저 읽고 호기심을 가진 채로 앞으로 돌아와 읽기 시작했는데요, 개인적으로 참 좋았기에 다른분들께도 권해드리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