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사용설명서 (10주년 기념 스페셜 에디션, 양장) - 부정적 감정을 다스리는 치유의 심리학
롤프 메르클레 외 지음, 유영미 옮김 / 생각의날개 / 2020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지금 이 순간, 이 글을 읽고 있는 당신은 어떤 감정을 느끼시나요? 어떤 하루를 보냈느냐에 따라서 달라질 것 같습니다. 좋은 성과에 기쁨과 자부심을 느낄수도 있을 것 같고, 중요한 프로젝트를 앞두고 두려움을 느낄수도 있겠습니다. 반복되는 실패로 우울고 무기력을 느낄수도 있겠네요. 믿었던 사람의 배신으로 실망과 화를 느끼는 분도 계실지 모르겠습니다. 자, 그렇다면 질문을 바꿔보겠습니다. 이 글을 읽고 있는 당신은 어떤 감정을 느끼고 싶으신가요? 참 생뚱맞은 표현이죠. 감정을 느끼고 싶다니. 감정은 경험의 결과에 따라 자동적·반사적으로 느끼는 것이지 느끼고 싶다고 해서 느낄 수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엉뚱하고 무의미한 질문이지요. 그런데, 과연 그럴까요?

생각, 감정을 여는 관문

21 자기 자신과 다른 사람들에 대한 우리의 생각이 우리의 감정을 결정하기 때문이다. 벌써 2천 년 전에 스토아학파는 일이 사람을 불안하게 하는 것이 아니라, 그 일에 대한 사람의 생각이 사람을 불안하게 한다고 가르쳤다. 사람은 생각하는 대로 느낀다는 것이다.

책 <감정사용설명서>는 감정에 대한 새로운 관점을 제시합니다. 감정을 다룰 수 있다는 견해입니다. 우리가 느끼고 싶은 감정을 직접 선택할 수 있는 힘을 갖고있다는 것입니다. 두려움, 걱정, 분노, 죄책감, 우울로 점철된 삶으로부터 기쁨과 행복과 평온함이 가득한 삶을 향해 나아갈 수 있다는 것입니다. 오해하는 분들이 계실지 모르겠습니다. 최악의 상황에서 긍정적인 감정을 느끼는 것은 불가능하며, 설령 그럴 수 있다고 하더라도 자기기만이 아니냐는 것입니다. 그런 오해 안하셨다구요? 그 오해, 제가 했습니다. 이 책의 서문을 읽어나가며 고개를 갸웃거렸던 부분입니다. 하지만 책을 읽어나가며 금새 오해를 풀 수 있었습니다. 저자가 말하는 감정의 '선택'은 '진실' 내지는 '합리적 견해'를 바탕으로 합니다. 현실을 왜곡하는 것이 아닙니다. 오히려 왜곡되어있던 현실을 바로잡아야 한다고 말합니다. 어떻게 그것이 가능할까요? 바로 '생각'을 통해서입니다.

'옳은' 생각을 바탕으로 '좋은' 감정을 느끼기

지난 3월 17일, 저는 삼성전자 주식을 샀습니다. 얼마 전까지 6만원을 넘나들던 삼성전자 주식이 4만8천원이라니, 갤럭시 S20을 저렴한 가격에 구입할 수 있는 기간한정 프로모션 혜택을 받게 된 기분이었습니다. 냉큼 들어갔죠. 어제까지는 희망을 갖고 보유했습니다. 그리고 오늘 비로소 현실을 직시했습니다. 눈물을 머금고 팔았죠. 씁쓸했습니다. 밖으로 보여지는 모습은 간단합니다. 저는 주식을 샀고, 돈을 잃었고, 슬픈 감정을 느꼈습니다. 하지만 안에서 일어나는 과정을 섬세하게 들여다보면 하나의 단계가 추가됩니다. '돈을 잃음'과 '슬픈 감정'의 사이에 자리하는 정신적인 사건입니다. 바로 이 경험에 대한 저의 부정적 평가죠. 이 경험은 과연 저에게 최악의 사건이었을까요? 사실 저는 돈을 더 투자하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돈이 없던 덕분에(?) 넉넉하게 투자하지는 못했죠. 오늘 개장과 동시에 팔았습니다. 하지만 타이밍을 잡지 못했을지도 모르죠. 장 마감까지 붙들고 있었다면 돈을 더욱 크게 날렸음은 물론, 9시간의 시간을 안절부절하며 무의미하게 낭비했을 것입니다. '불안'과 '자책'이라는 감정과 함께요. 그리고 이번 투자를 통해서 배운것도 많습니다. 경험치를 바탕으로 다음번에는 더 나은 투자를 할 수 있게 되겠죠. 불확실한 부정적 생각을 바탕으로 사건을 해석했을 때와 달리 명료한 긍정적 생각을 바탕으로 사건을 해석하고 나니 한결 마음이 가벼워졌습니다. 여러분이 보시기엔 어떤가요? 정신승리 같나요? 저는 논리적으로 타당하다고 생각합니다. '옳은' 생각을 바탕으로 '좋은' 감정을 느끼는 것, 이 책을 이렇게 한 줄로 정리하고 싶습니다.

A(상황)-B(평가)-C(감정, 신체반응, 행동)

23 부정적인 생각은 우울하게 하고, 걱정하게 하고, 화나게 하고, 열등감을 느끼게 하고, 죄책감을 갖게 한다. 긍정적인 생각은 행복하게 하고, 기쁘게 하고, 사랑하게 하고, 만족스럽게 한다. 중립적인 생각은 침착하게 하고, 평온하게 하고, 이성적이게 한다. 감정의 ABC는 자신과 타인의 감정을 이해하는 열쇠다.

다소 장황하게 풀어냈지만 책이 제안하는 과정은 아주 단순합니다. A(상황)-B(평가)-C(감정, 신체반응, 행동) 입니다. A는 상황입니다. 주식을 하다가 돈을 잃은 것이죠. B는 평가입니다. '생각'을 이용한 상황에 대한 해석이죠. 막연하게 부정적으로 생각할 수도 있고, 합리적 사고를 이용해 긍정적인 포인트를 짚어낼수도 있습니다. C는 감정, 신체반응, 행동입니다. A에 대한 B를 바탕으로 감정을 느끼고 신체적으로 반응하며 행동합니다. 감정적 우울+신체적 무기력+자책감을 바탕으로 주변사람과 자신을 불편하고 힘들게 만들 수 있습니다. 안도감, 고양감, 감사함+신체적 의욕+좋은 감정과 의욕적인 신체를 바탕으로 주변 사람들과 자신에게 좋은것을 줄 수 있습니다. 이처럼 우리가 경험하는 감정 C는 정해져 있는 것이 아니라 B에 따라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습니다. 그리고 우리는 B에 개입할 수 있죠. 우리의 자유롭고 창의적인 '사고'를 통해서입니다. 우리가 감정에 개입할 수 있다면 한 가지 삶의 중요한 요소가 필연적으로 뒤따릅니다. 바로 '책임'입니다. 우리가 '자유'로울 수 있는 영역에서 우리는 '책임'을 갖습니다. 그러니 우리는 우리의 감정을 다룰 수 있고 우리의 감정에 책임이 있습니다. 우리 자신을 향한 책임있는 태도로, 우리 자신에게 좋은 것을 주는 것. 이 한 가지 태도를 기억한다면 삶을 대하는 우리의 태도는 훨씬 적극적이고 주체적인 모습을 띄게되지 않을까요?

감정을 다루는 실용적 기술

책은 총 3개의 파트로 구성되는데요. [1부-감정을 다시 발견하다]에서는 감정에 대한 새로운 견해를 제시하고 감정에 개입할 수 있는 가능성을 제시합니다. [2부-부정적인 감정을 다스러는 법]에서는 1부의 지식을 바탕으로 보다 구체적으로 감정에 개입합니다. 열등감, 두려움, 죄책감, 우울증, 자신감, 분노 등 우리가 일상에서 흔히 경험하는 6개의 감정을 다룰 수 있는 단계적이고 구체적인 솔루션을 제시합니다. 마지막으로 [3부-더 나은 관계로 나아가는 법]에서는 성숙한 사랑, 질투심 극복, 원만한 성생활 등 일상적으로 경험하는 '관계'의 문제를 개선할 수 있는 지식과 방법을 제시합니다. 책의 가장 큰 장점이 바로 '실용성'입니다. 독자가 일상에서 직접 실천하고 적용할 수 있을만한 실용적인 방법들이 담겨있습니다.

나의 오래된 두려움을 다루기

96 두려움은 사람을 옥죄고, 부자유스럽게 만든다. 공포는 인생의 중요한 결정에 영향을 미치고, 만성 신체장애를 초래하기도 한다.

99 우리는 우리 자신의 두려움에 책임이 있다. 우리가 두려움을 만들어냈기 때문이다. 그리하여 우리는 두려움을 다시금 줄이는 것 또한 배울 수 있다.

개인적으로 가장 유용했던 파트가 바로 [chapter.6-두려움을 극복하는 법]이었습니다. 개인적으로 겁이 많습니다. 새로운 일을 시도할 때 잘 해내지 못하면 어쩌나 하는 불안감을 많이 갖습니다. 불안 때문에 사고와 몸이 경직되고 준비한 실력을 발휘하지 못함으로써 좋은 성과를 내지 못하는 경험도 더러 있었죠. 그동안은 '마음챙김'을 통해서 많은 동무을 얻을 수 있었는데요, 이 책에서 제시하는 방법들도 상당히 솔깃했습니다. 저자는 무엇보다 두려움의 배후에 자리한 생각이 과연 타당한지 면밀히 검토해보라고 말합니다. 내가 걱정하는 최악의 시나리오가 과연 일어날 것인지, 그것이 일어난다고 하더라도 그 결과가 그만큼이나 최악인지 말입니다. 경험적으로 불안은 모호할 때 가장 강력해집니다. 또렷한 언어로 타당성을 검증하며 상황을 포착하고 나면, 불안은 제법 그 힘을 잃게되기 마련입니다. 한편 "공포 상황을 쉽게 소화할 수 있는 분량으로 쪼개라."는 제안도 솔깃했습니다. 가량 여성에게 말을 거는 것이 두렵다면 이렇게 쪼개면 됩니다. ['1단계:여성과 시선을 맞춘다'-'2단계:여성에게 미소를 짓는다.'-'3단계:여성에게 말을 건다'-'4단계:여성이 앉아 있는 태이블에 앉는다'] 처럼 말입니다. 어떠신가요? 벌써 19단계 자녀계획까지 세우셨나요? 개인적으로 공부를 할 때 압도적인 분량 앞에서 위축될때면 '분량 쪼개기'를 통해 공부의욕을 끌어올리고는 하거든요. 앞으로 두려운 과업 앞에서도, '쪼개기'를 적극적으로 활용해봐야겠다고 다짐했습니다. 두꺼운 책 한 권도 분량을 쪼개어 읽어나가다보면 완독할 수 있듯이, 두려운 과업도 분량을 쪼개 단계적으로 해결해 나간다면 얼마든지 해결할 수 있겠다고 생각하니 기분이 좋아졌습니다. 좋은 감정이 느껴졌습니다.

인간으로서 우리가 가진 7가지 권리

171 명심하라. 우리의 행동을 통해 우리 자신이나 다른 사람들에게 삶의 위험을 초래하지 않는 이상, 우리는 우리의 권리를 누릴 자격이 있다.

마지막으로 여러분들께 꼭 소개하고 싶은 파트 제시하며 서평 마칩니다. [chapter.9-자신감을 북돋우는 법]에 담긴 '인간으로서 우리가 가진 권리' 입니다.

1.생각을 바꿀 권리

2.뭔가에 관심을 가지지 않을 권리

3.양심의 가책 없이 부탁을 거절할 권리

4.실수를 할 권리

5.다른 사람들에게 자신이 원하는 것을 부탁할 권리

6.자신의 행동을 변호하지 않을 권리

7.자신이 원하는 대로 살 권리

저자는 책에서 이 7가지 권리가 존엄한 인간으로서 마땅히 가져야할 권리임을 조목조목 부연합니다. 저는 모든 항목에서 다 읽기를 멈추가 생각에 잠기게 되었습니다. 이 모든 규칙들에 저도 모르게 구속받고 있었음을 인정하게 되었죠. 하지만 이 7가지가 당연히 지켜져야 할 이유는 없습니다. 저는 특히 실수에 아주 민감합니다. 오지 않은 미래의 실수를 두려워하며 지나간 과거의 실수를 자책합니다. 그러니 존엄한 나로서 소중한 삶을 즐길 수 있는 유일한 순간인 '지금 여기'에서 행복을 누리지 못할 때가 많았지요. 하지만 사람은 완벽할 수 없습니다. 실수를 두려워한다고 해서 실수를 막을 수 있는것도 아니죠. 두려움과 자책 속에서 '나의 삶'과 '내가 긍정적인 감정을 경험할 기회'를 박탈한다는 것은 나의 감정에 대한 자유를 가진 존재로서 책임있는 자세가 아닙니다. 나는 나에게 좋은 감정을 느끼게 해줄 수 있는 자유를 갖고 있습니다. 그러니 나는 나에게 좋은 감정을 느끼게 해줘야 할 책임을 갖고 있습니다. 한 손에는 자유를, 한 손에는 자유를 주먹쥐고, 지금 이 순간 이 글을 읽고있는 여러분 자신에게 좋은 감정을 선물해보시는 것은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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