컬러 필드 안전가옥 쇼-트 25
박문영 지음 / 안전가옥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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있는 그대로, 당신의 색깔로 세상을 만나세요. / p.12

이 책은 박문영 작가님의 경장편소설이다. 항상 믿고 보는 안전가옥 출판사의 쇼트 시리즈 신작이어서 주저할 것도 없이 읽게 되었다. 사실 소재 자체에는 크게 흥미를 느끼지는 못했다. 우선, 연애에 관심이 없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그나마 관심이 가졌던 내용이라면 MBTI와 결을 같이하는 무언가의 존재가 등장한다는 점 정도이다. 기대라기보다는 자연스럽게 읽었던 작품이었다.

소설의 주인공은 안류지라는 이름의 여성이다. 매칭 분야의 대기업인 컬러 필드에 근무하고 있는 직장인이기도 하다. 컬러 필드는 한 도시와 협력을 맺어 국가의 목표이자 하나의 가능성을 추구하고자 했다. 성적 페로몬이 색깔이라는 수단으로 표현되는 뱅글을 활용해 자유로운 연애를 장려했고, 저출산 시대를 극복하고자 하는 국가와의 상생을 도모한 것이다. 그 도시 안에서는 비독점다자연애가 가능했는데 류지는 그 안에서 백환이라는 이름의 이성과 이 년동안 동거하는 중이었다.

중심 이야기는 한 명의 교수가 피살된 상황에 류지가 출장을 나가게 되면서부터 시작된다. 교수는 모조품의 컬러 필드 뱅글을 착용하고 있었다. 학교에서 꽤나 평판이 좋던 사람이었기에 살해될 이유에 대해 온갖 추측이 난무한 듯하다. 그러던 중 교수의 부인이 자수하는 일이 벌어진다. 류지는 부인이 진짜 범인이 아닐 것이라고 생각하면서 실제 범인을 찾아가는데 의외로 가까운 곳에 인물이 있었다고 보는 중이다. 거기에 류지의 눈에 들어오는 장은조라는 여성이 등장했다. 류지와 백환, 그리고 장은조까지 이 세 사람의 대립 구도가 펼쳐진다.

짧게 후루룩 읽을 수 있는 시리즈여서 이 작품도 금방 완독할 수 있었다. 기대감보다는 출판사에 대한 의리를 가지고 시작한 작품이었는데 막상 책을 펼쳤더니 목차부터가 신선하게 눈에 들어와서 호기심을 가졌다. 그렇게 읽으면서 자연스럽게 몰입할 수 있었는데 어느 인물 누군가에게 감정적으로 동요가 된다기보다는 현대 상황과 맞물려 많은 공감이 되었던 것 같다. 결혼 적령기라고 불리는 나이대의 독자들이라면 조금 더 흥미롭게 와닿지 않을까.

개인적으로 두 가지 생각이 들었다. 첫 번째는 꼬리표이다. 작품에서 컬러 필드 뱅글은 줄거리에서 언급했던 것처럼 성적 페로몬을 색깔로 인식해 가시적으로 보이는 아이템이다. 이뿐만 아니라 색깔의 궁합을 데이터로 보여 주는 역할까지 하고 있는데 이를 애용하는 사람들은 자연스럽게 색깔을 보고 자신들의 연인 상대 또는 배우자를 찾아간다. 류지와 백환 역시도 꽤 높은 확률을 가지고 있는 커플이었다. 서로를 이해하기 위한 수단이었던 MBTI가 낙인을 찍었던 것처럼 컬러 필드 또한 하나의 꼬리표로 작용한 것은 아닐까. 등장하는 인물도 자신의 본연의 색을 표현하기보다는 이상향을 컬러 필드에 맞춘 꼴이 되어가고 있었다는 점에서 조금 씁쓸하게 받아들이게 됐다.

두 번째는 황당한 정책이다. 컬러 필드라는 도시에서는 결혼이라는 제도가 아니더라도 임신 및 출산을 장려하고 있다. 인구 수를 올리기 위해서라면 어떤 수단과 방법이든 가리지 않는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이상하게 읽으면서 가까운 미래의 모습이라는 느낌을 받았다. 지금 대한민국이라는 사회 역시도 출산률을 올리기 위해 다양한 정책들을 시도하고 있는데 더 나아가다 보면 상대를 가리지 않고 아이가 태어나기만 하면 된다는 식의 반응으로 나올 수 있지 않을까. 그게 출산율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될지는 몰라도 그로인해 벌어지는 사회적 비용이나 문제들은 생각한다면 있어서는 안 될 정책이라고 보여졌다. 부디 이러한 불안함이 터무니없는 상상으로 끝났으면 좋겠다.

짧게 후루룩 읽을 수 있는 시리즈여서 이 작품도 금방 완독할 수 있었다. 기대감보다는 출판사에 대한 의리를 가지고 시작한 작품이었는데 막상 책을 펼쳤더니 목차부터가 신선하게 눈에 들어와서 호기심을 가졌다. 그렇게 읽으면서 자연스럽게 몰입할 수 있었는데 어느 인물 누군가에게 감정적으로 동요가 된다기보다는 현대 상황과 맞물려 많은 공감이 되었던 것 같다. 결혼 적령기라고 불리는 나이대의 독자들이라면 조금 더 흥미롭게 와닿지 않을까. 그 지점들이 생각보다 깊게 남았던 작품이어서 만족스러웠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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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르는 강물처럼
셸리 리드 지음, 김보람 옮김 / 다산책방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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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시절의 풍경은 우리를 창조한다. / p.14

이 책은 셸리 리드의 장편소설이다. '가재가 노래하는 곳'이라는 작품이 읽었을 당시에 많은 감정의 파도를 느끼게 했던 작품이어서 아직까지도 여운이 남아 있었는데 그 작품을 이을 수 있는 클래식 작품이라는 문구에 마음이 동해서 읽게 되었다. 가제본으로 먼저 읽고 싶다는 생각에 참여했다. 많은 기대를 가지고 읽었다.

소설의 주인공은 빅토리아라는 이름의 여성이다. 작은 도시에서 자라온 빅토리아는 순종적인 어머니와 무뚝뚝한 아버지 사이에서 여성으로서의 모습을 보고 자랐다. 그러던 중 어느 순간에 어머니와 이모, 사촌 오빠가 집을 나갔고 곧 사망했다는 소식을 알게 된다. 이모부와 아버지, 남동생과 함께 살았는데 어머니의 모습처럼 그들의 식사를 책임지고 장녀로서의 본분을 묵묵히 수행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러면서 내시 복숭아 과수원의 일도 도왔다.

동생을 찾으러 가던 어느 날, 사랑 자체를 보고 자라지 못했던 빅토리아는 처음 보았던 윌이라는 남성에게 이끌린다. 윌은 외지에서 온 사람이었는데 주변 사람들은 그를 조롱하다 못해 배척하기에 이른다. 심지어 동생은 윌에게 협박을 한다. 빅토리아는 윌과 가족 몰래 아슬아슬한 사랑을 이어나간다. 행복도 잠시, 윌이 끔찍한 모습으로 발견되었다는 것을 알게 된다. 범인을 동생이라고 짐작했지만 이를 외면한다. 윌과 나눈 사랑의 결실이었던 아이를 임신했다는 사실에 절망했다. 블루 베이비라는 이름을 짓고 그를 지키기 위해 가족으로부터 도망쳤고, 아이를 출산했다.

해외 소설임에도 그렇게까지 어려운 단어나 문체는 아니어서 술술 읽혀졌다. 물론, 미국의 지역을 잘 모르기 때문에 미주로 나름 상상하면서 읽는 게 그나마 조금 어렵게 느껴지는 지점이기도 했다. 해외 소설보다는 한국 소설을 좋아하는 독자로서 큰 흥미를 느끼지 못하면 중간에 덮어야 하나 걱정했었지만 결론적으로 하루에 전부 완독할 정도로 꽤 몰입력이 좋았던 작품이었다.

사실 처음에는 그동안 읽었던 주인공의 배경에 비하면 조금 나은 편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폭력적인 아버지의 모습이 아니었으며, 이모부 역시도 유쾌한 사람이었다. 사촌 오빠 역시도 다정해서 빅토리아가 내내 의지할 수 있었다. 그저 흠이라고 한다면 속된 말로 망나니처럼 다니는 동생이지 않았을까. 전체적으로는 그렇게까지 모든 사람이 주인공을 버렸다는 느낌을 못 받았다. 오히려 복받은 사람이 아닐까 싶었다. 이렇게 좋은 사람들을 주변에 두는 것이 그렇게 흔한 일은 아닐 테니 말이다. 기구한 운명은 아닌 듯했다.

그러다 중반부에 이르러 빅토리아에게 뭔가 표현할 수 없는 연민이 들었다. 사랑이라는 감정을 제어한 가정 환경에서 자라다 보니 자신이 윌에게 느끼는 감정을 낯설게 받아들이는 모습, 청소년기의 여성이라면 누구나 하게 되는 2차 성징조차도 온통 남자가 가득한 집에서 대처할 줄 몰라 불안해하는 모습, 자신의 아이를 지키고자 엄동설한에 라즈베리를 먹으면서 겨우겨우 버티는 모습, 결론적으로 아이를 키울 수 없는 능력이기에 이름도 모르는 부부의 차에 블루 베이비를 놓아두고 떠나는 모습 등 빅토리아의 행동 하나하나가 눈에 담겼다.

빅토리아는 잔잔하게 자신의 아이와 가족을 그리워했고, 누구보다 빠르게 다른 곳에 아버지의 흔적이었던 복숭아 나무를 옮겼고, 새로운 터전에서 성공했다. 그런 면에서 그녀의 인생은 파도의 연속이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지점이 제목과 대비가 되었다고 느끼기도 했다. 아무것도 몰랐던 그녀가 혼자 파도와 부딪혀 무언가를 해내고 결국 무언가를 해내었다. 읽는 내내 빅토리아의 모습에서 경외감과 함께 많은 여운이 파도처럼 밀려들었던 작품이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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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 위의 직관주의자 - 단순하고 사소한 생각, 디자인
박찬휘 지음 / 싱긋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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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고 그리는 것은 생각을 스스로 체험하는 일이다. / p.143

어렸을 때부터 그림을 그리면 그 누구도 어떤 것을 표현하는지 아는 사람이 없었다. 그나마 사람을 그리면 졸라맨이라는 캐릭터가 있어서 그것으로 알아 볼 수 있는 정도. 그렇게 미적 감각이 제로에 가까운 나에게는 디자인이라는 분야는 너무나 멀고도 또 높은 존재이다. 다시 태어나도 절대로 할 수 없는 직종이지 않을까. 그만큼 디자인 자체를 어렵게 느끼는 사람 중 하나이다.

이 책은 박찬휘 작가님의 에세이다. 전작이었던 <딴생각>이라는 작품을 참 인상 깊게 읽었다. 직관보다는 현실을 생각하는 편이다 보니 어떠한 주제로부터 시작된 생각이 그물처럼 다른 무언가로 넘어갈 일이 많지 않은데 읽으면서 새로우면서도 신기했다. 거기에 부전자전이라는 단어가 절로 나오게 아드님의 상상력도 참 놀라웠던 기억이 있다. 이번 작품에 많은 기대가 되었다.

저자는 자동차 수석 디자이너로, 벤츠, 아우디 등 누구나 이름만 들으면 입이 떡 벌어질 정도로 인지도를 가지고 있는 해외 차 브랜드의 디자이너를 해오셨던 분이다. 그렇게 멋진 디자이너의 영감은 어디에서 나올까. 그런데 거창할 것이라는 생각과는 다르게 저자는 일상에서 소재를 얻으면서 하는 일이라고 이야기한다. 심지어 예술이 아니라고 표현하기도 한다. 전반적인 내용은 디자인을 할 수 있는 영감을 어디서 얻는지, 디자인에 대한 생각들로 이루어져 있는데 읽으면서 많은 생각이 들었다.

처음에는 참 어려울 것이라는 느낌을 받았다. 서두에 언급했던 것처럼 디자인 분야에 일자무식이라는 표현이 어울릴 정도로 어떠한 지식조차도 없는 사람이다. 거기에 디자인이라는 게 타고난 미적 감각이 어울러진 예술의 영역이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기도 했다. 어떻게 보면 신이든 유전이든 그 어떤 것이든 선택을 받은 자들이 할 수 있는 직종이라고 해야 될까. 아무래도 개인적으로 할 수 없는 분야이기 때문에 더욱 신의 영역이라고 느껴진 듯하다.

그런데 읽을수록 뭔가 생각과 다르게 흘러간다는 생각이 들었다. 디자인은 시대의 영향을 받아야 하며, 대중의 시각을 사로잡아야 한다는 측면에서 예술과 아예 거리를 둘 수는 없다는 게 사실이다. 그러나 이를 복잡하기보다는 단순함에서 그 해답을 찾아 시각적으로 표현하는 것. 저자의 이야기를 읽고 나니 멀게만 느껴졌던 디자인이 조금은 가까워진 듯했다. 디자인에 대한 생각이 바뀌었다.

디자인을 무엇이든 담을 수 있는 상자라는 표현한 부분이 참 인상 깊게 와닿았다. 그렇게 생각하면 사람 자체도 디자인과 뭐가 다를까. 저자의 표현을 빌린다면 "우리는 모두 디자이너다."라는 이야기가 납득이 되지 않을까. 또한, 디자인이라는 일 자체에 대한 진지함에 스스로를 돌아보게 되었다. 이렇게 진지하게 임할 수 있다면 어떤 일을 하든 성공할 수 있지 않을까. 내가 하고 있는 일과 맞물려 깊이 생각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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묵시록 살인사건
니시무라 교타로 지음, 이연승 옮김, 박진범 북디자이너 / 블루홀식스(블루홀6)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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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황하는 청춘들에게 손을 내미는 어두운 손 사이비 종교의 욕망이 어떻게 표현될지 궁금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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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채우는 일상 철학 - 삶에 영감을 불어넣는 40가지 철학의 순간들
인생학교 지음, 정은주 옮김, 알랭 드 보통 기획 / 오렌지디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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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가면서 들었던 고민과 생각을 철학적으로 가볍게 풀어준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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