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류가 발생했습니다 안전가옥 오리지널 32
이산화 지음 / 안전가옥 / 202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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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장감이 무른 살을 넘어 단단한 의체에까지 고스란히 전해졌다. / p.19

이 책은 이산화 작가님의 장편소설이다. 그동안 작가님의 작품들은 앤솔로지 단편소설집에서 자주 읽었던 작품이었는데 이렇게 장편소설로 읽기는 처음이다. 꽤 인상적이었던 작품도 있었지만 시간이 오래 흘러서 어느 정도 스토리 정도만 기억하고 있는 작품도 있다. 그래도 장편으로는 처음이기 때문에 세계관이 어떻게 펼쳐질지 그 지점이 가장 큰 기대가 되었다.

소설의 주인공은 도나우벨레라는 이름의 조사원이다. 일부 신체 부위를 의체로 활용한다. 도나우벨레가 살아가고 있는 사회 자체가 과학적 기술이 많이 발달되어 사람의 살갗보다는 기계의 촉감이 더욱 익숙한 듯하다. 도나우벨레에게는 같이 살고 있는 할루할로가 있다. 미스터리를 가진 인물이기도 한데 도나우벨리가 위험에 처할 때마다 다양한 도움을 주면서도 애정을 갈구하는 묘한 스타일이다. 도나우벨레가 살고 있는 사회에서 벌어지는 사건들과 그 사건들의 오류를 잡아가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읽는 내내 낯선 이질감을 느꼈던 작품이었다. 항상 현실적인 문제와 연관지어 생각하는 스타일이라 보니 주인공이 살고 있는 공간적 배경 자체가 머릿속으로 그려지는 시간이 너무 오래 걸렸다. SF 장르의 작품이라는 사실을 알고 시작했음에도 사이버상에서 벌어질 법한 일들이 너무 낯설었다. 그동안 단편소설집으로 나름 작가님의 세계관을 경험했다고 생각했는데 장편소설은 또 하나의 산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다 보니 배경보다는 등장인물이 가지고 있는 감정과 독자들에게 전달해 주는 메시지에 더욱 초점을 맞춰서 읽었다. 초반에 등장했던 고기 도둑으로부터 사랑이라는 주제에 대해 깊게 생각했고, 도나우벨레가 자신의 의체를 맞추기 위해 고민하는 부분에서는 어느 평범한 직장인들의 월급과의 수지타산을 생각했다. 아마 이 지점은 배경을 떠나서 누구나 떠오를 법한 부분이지 않을까.

읽으면서 가장 크게 생각했던 지점이 성별이었다. 그동안 성별을 벗어난 사람들의 사랑 이야기를 많이 읽었지만 유독 이 작품을 읽으면서 도나우벨레와 할루할로의 성별이 궁금해졌다. 두 사람의 성애적인 사랑을 나누는 문장들이 종종 등장하기는 했지만 성별을 가늠할 수 있는 부분은 없었던 것 같다. 과연 두 사람은 주류의 헤테로 관계일까. 그렇다면 도나우벨레가 남자일까, 아니면 할루할로가 남자일까 등 그 부분에 대한 궁금증이 가장 컸다. 그런데 작가의 말에서 관련 내용이 등장하는 순간 해답을 얻었는데 편견에 사로잡힌 내 자신이 부끄러웠다.

두 사람의 로맨스 관계가 읽는 독자를 흐뭇하게 만든 작품이었다. 지극히 사적인 생각이지만 성애적인 사랑을 암시하는 부분에서 피부에 와닿는 따뜻함보다는 의체에 전달되는 차가움을 먼저 느꼈다는 게 흥미로웠다. 의도와 다르게 내용의 오류를 발견하는 것에는 실패했지만 그것보다 사람 사이의 사랑에 대해 색다른 재미를 느낄 수 있는 작품이어서 흥미로웠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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