짝사랑 중독 클럽
이온화 지음 / 한끼 / 202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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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짝사랑 중독 클럽이라니. 그딴 오타쿠 같은 동아리가 우리 학교에 있었어? / p.14

연애 자체에 큰 흥미가 없지만 이런 나에게도 짝사랑의 기억은 있다. 아니, 학창시절에는 조금 있었던 것 같다. 초등학교 때 당시 유행하는 고백장을 써서 줬고, 거하게 차인 것은 무덤까지 가지고 갈 흑역사 중 하나고, 이후로도 종종 누군가에게 성애적인 감정을 느꼈고, 가슴앓이를 했었다. 물론, 성향 탓인지 첫 흑역사의 기억인지 정확하지는 않지만 누구에게도 티를 내지 않고 조용히 만들었다 처리했다.

이 책은 이온화 작가님의 장편소설이다. 누구나 가지고 있는 짝사랑을 소재로 했다는 점에서 관심을 가지고 선택한 작품이다. 중독까지는 아니어도 대부분의 사랑이 일방적이었기 때문에 많은 공감을 할 수 있지 않을까. 요즈음 독서 패턴이 무겁거나 무서운 소재 위주로 읽다 보니 조금 환기를 시킬 수 있는 작품이 필요했다. 가볍게 읽을 수 있지 않을까 기대를 가지고 페이지를 넘겼다.

소설의 주인공은 우주, 이도, 태현, 지나이다. 이 네 명은 해랑고등학교에서 사진부에 속했다. 어느 날, 짝사랑 중독 클럽에 관한 쪽지를 받았다. 한 장소에 모인 이들은 24 시간 안에 초대장을 찢으면 짝사랑이 성공할 수 있는 타이밍으로 돌아간다는 쪽지를 받는다. 이도를 시작으로 반신반의, 또는 각자 다른 생각으로 초대장을 찢었고, 사랑 확률이 높은 그 시기로 돌아가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전반적으로 술술 읽혀졌던 작품이었다. 애초에 기대감을 가진 측면이 가벼운 스토리이기 때문에 어느 정도 충족이 되었던 작품이었다. 타임슬립이라고 하기에는 근거리를 담고 있고, 학창시절에 동급생을 짝사랑했던 경험을 되새기게 한다는 측면에서 현실감도 있었다. 크게 어렵거나 이해가 힘든 지점도 없어서 한 호흡에 후루룩 완독이 가능하다. 200 페이지가 조금 넘는 작품이었는데 한 시간이면 충분하다.

개인적으로 이들이 파헤치는 비밀에 대한 부분이 인상적이었다. 초반 흐름은 언급한 것과 같이 짝사랑을 위해 과거로 돌아간다. 그러다 중후반부에 해랑고등학교 학생회장과 고등학교에서 투신 자살한 선배의 새로운 사건이 펼쳐지면서 장르가 서서히 추리 소설로 바뀌는 지점이 있다. 지나가 학생회장을 좋아하는 아이로 등장하는데 마지막에 사건의 전말을 알게 되면서 나 역시도 약간 소름이 돋았다.

책을 덮고 나니 제목에 대한 의문점이 들었다. 등장하는 인물들이 짝사랑하기는 하지만 중독 수준은 아니다. 심지어 마음을 접은 아이들도 있었다. 그런데 왜 이들을 짝사랑 중독 클럽에 초대하려고 했을까. 풋풋한 청소년의 사랑보다는 타인에게 사랑의 감정을 느낄 때 생각해야 될 요소들을 다룬 작품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 지점에서 사랑하는 사람에게 자신의 취향을 설명하지 말자는 사실을 새삼스럽게 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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멜론은 어쩌다
아밀 지음 / 비채 / 202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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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현실적인 이야기처럼 보이지만 누군가에게는 와닿을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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멜론은 어쩌다
아밀 지음 / 비채 / 202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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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멜론은 자신이 좋았다. / p.113

세상에 당연한 것은 없다. 주류와 비주류는 있지만 주류가 결코 당연하지도, 그렇다고 비주류가 당연하지 않다는 생각도 하지 않는다. 누군가에게는 주류의 삶을 살고 있지만 또 다른 측면에서는 비주류의 일원이 될 수도 있다. 그게 꼭 나한테만 해당이 되는 이야기는 아니라고 본다. 내 가족과 친구도 비슷하게 그 선을 넘나들면서 살아가고 있다. 이렇게 선을 긋고 바라보는 사람들이 조금 무섭게 느껴질 때가 있다.

이 책은 아밀 작가님의 단편소설집이다. 예전에 리뷰에서도 올린 적이 꽤 있는 듯하다. 앤솔로지 작품집에 실린 다섯 작품 중 유일하게 인상 깊게 남았던 게 작가님의 소설이었다. 이후로 종종 신간을 찾기는 했지만 고전 소설에서 번역가로 더욱 만나게 되는 작가님이었다. 이번에 신작 소식을 접했는데 주변 SNS에서 평이 꽤 괜찮았다. 그래서 궁금했다. 전에 읽었던 작품만큼의 깊은 인상을 기대하게 되었다.

소설집에는 일곱 작품이 수록되어 있다. 모든 작품이 그런 것은 아니지만 언급한 비주류의 이야기를 담고 있는 듯하다. 특히, 성소수자가 주인공인 작품이 있었다. 주인공을 짝사랑하는 이가 뱀파이어인 것도 모자라 성소수자이며, 성관계 학습 로봇을 렌탈하는 성소수자, 동성애가 주류인 세상에서 이성애를 하는 주인공 등이 등장한다. 다른 인물들도 비범한 능력을 가지고 있거나 비현실적인 일을 겪는다.

전반적으로 술술 읽혀졌다. 퀴어 소재가 조금 낯설다면 부담스러웠겠지만 그동안 소재가 되었던 작품들을 종종 읽었던 터라 크게 거부감이 없었다. SF 소설의 느낌이 느껴지기는 했지만 그렇다고 이해가 어렵지도 않았다. 비현실적이지만 어느 측면에서 충분히 가능성 있다는 생각이 들었던 작품들도 있었다. 330 페이지 정도의 작품이었는데 두 시간 반 소요가 되었다. 멈추지 않고 한 호흡에 읽을 수 있을 몰입감이 좋았다.

개인적으로 <노 어덜트 헤븐>이라는 작품이 인상적이었다. 소설의 주인공은 멜론이라는 닉네임을 가진 아이다. 열두 살에 죽음을 맞이해 지금은 천국에서 지내고 있다. 신과 주변의 평가가 좋은 멜론에게 하나의 제안이 들어온다. 아이들은 무조건 천국으로 갈 수 있지만 어른들은 재판을 통해 '아이'와 같아야 천국을 올 수 있는데 멜론의 어머니 재판의 증인을 해 주었으면 한다는 것이다. 고민하던 멜론은 이에 수락한다.

처음에 읽을 때에는 선악에 대한 내용을 다룬 작품인 줄 알았다. 사람들의 인식에서는 착한 사람은 천국으로, 악한 사람은 지옥으로 간다는 게 하나의 인식으로 자리잡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스토리가 진행되면서 멜론이 가진 신체적인 특징과 죽음의 이유가 드러난다. 자연스럽게 사람이라면 보이지 않는 무언가도 있다는 생각이 들면서 깊게 와닿았다. 심지어 소설집의 제목도 이 작품에 하나의 문장이라는 점도 흥미로웠다.

여러모로 참 매웠던 작품이었다. 초반에 실린 <나의 레즈비언 뱀파이어 친구>와 <어느 부치의 섹스 로봇 사용기>는 혼자 읽은 것이 참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성적인 관계 묘사가 잘 드러나는 편은 아니었으나, 신체적 반응이나 소재 자체가 수위가 높았다. 그런데 이성애가 주류이지만 동성애가 잘못된 것은 아니기에 어느 측면에서 누군가는 할 수 있는 이야기이지 않을까. 여러 모로 묘한 느낌을 주는 소설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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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를 가로지르는 은하향초
김청귤 지음 / 다산책방 / 202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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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만물은 그리움이라는 감정을 가지고 있다. 그게 비록 인간이 아니더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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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를 가로지르는 은하향초
김청귤 지음 / 다산책방 / 202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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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이제 향초를 만들 시간이었다. / p.13

떠나 보낸 사람을 다시 만날 수 있다면 그곳으로 돌아갈까. 지금 이 질문에는 무조건 Yes로 대답할 것 같다. 작년에 세상을 떠난 가족들에 대한 그리움이 아직까지 남아 있기 때문이다. 돌아간다고 해서 착한 자녀이자 손녀로 대하지는 않겠지만 이제 다시는 볼 수 없는 이들을 만나면 참 좋을 듯하다. 물론, 세상이 그렇듯 어디까지나 상상에 불과하고 실제로 일어나지 않는다. 그냥 바람일 뿐이다.

이 책은 김청귤 작가님의 연작소설집이다. 올해 도서전에서 앤솔로지 소설집을 구입했고, 작가님의 사인을 받은 적이 있다. <재와 물거품>을 비롯해 인터넷 서점에서 드문드문 신간을 접했고, 장바구니에 담겨져 있기도 하지만 부끄럽게도 딱 한 권의 작품집과 앤솔로지의 한 편밖에 읽지 못했다. 그럼에도 나름 흥미로운 소재로 기억하고 있어서 이번 신작도 기대가 되어 선택하게 되었다.

소설의 주인공은 마녀이다. 마녀는 손님이 가지고 온 물건으로 향초를 만드는데 그냥 향초가 아니다. 심지어 물건도 아무거나 가지고 온 것도 아니다. 지금은 떠난 이의 소중한 물건을 가지고 왔고, 이를 가지고 한 번의 재회를 위한 향초인 것이다. 마녀에게 찾아오는 이들은 다양하다. 처음에는 고양이 치즈를 고양이 별로 보낸 주인이 등장하고, 그밖에도 각기 다른 사연을 가진 등장인물들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술술 읽혀졌던 작품이었다. 우선, 페이지 수가 너무 짧아서 부담 없이 읽을 수 있었다. 160 페이지 정도의 작품이었는데 연작 소설이어서 단편의 느낌을 주었다. 중간에 다른 일을 보더라도 흐름이 끊기지 않아서 좋았다. SF 장르의 소설이어도 그렇게 과학적 지식을 요구하는 내용은 아니어서 그것도 괜찮았다. SF의 느낌보다는 판타지의 느낌이 더욱 강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대략 삼십 분 정도면 완독이 가능할 수준이었다.

개인적으로 등장하는 인물들의 특성들이 인상적이었다. 그동안 비슷한 소재의 작품들을 종종 읽었는데 대부분 그곳에 등장하는 것은 인간이 반려 동물을, 또는 인간이 다른 인간을 그리워하는 내용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런데 이 작품에 등장하는 이들은 인간이 아니었다. 주인을 그리워하는 개가, 요리를 잘 만들었던 안드로이드를 그리워하는 인간이 마녀를 찾아오거나 만나기를 원한다는 것이었다. 그리움은 만물 공통의 감정이 아닐까 싶었다.

읽는 내내 하늘에서 전에 키우던 강아지에 대한 생각이 들었다. 만약에 소설의 내용처럼 하늘의 누군가를 찾아가 주인과 다시 만나고 싶다는 말을 멍멍 짖으면서 전하지 않을까. 상실의 치유를 주는 내용이기는 하지만 그것보다는 옆을 떠난 많은 이들과 강아지가 그리웠던 작품이었다. 나에게도 마녀가 있다면 아직 나에게 남겨진 아버지의 파자마와 강아지의 장난감을 가지고 코튼 향의 향초를 만들어 달라고 부탁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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