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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의 흔들림 - 영혼을 담은 붓글씨로 마음을 전달하는 필경사
미우라 시온 지음, 임희선 옮김 / 하빌리스 / 2025년 2월
평점 :
#도서제공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그런데 도다 가오루의 경우는 전혀 그렇지 않았다. / p.19
이 책은 미우라 시온이라는 일본 작가의 장편소설이다. 일본 작품 중 가장 좋아하는 소설 중 하나가 미우라 시온의 <마호로 역 시리즈>이다. <마호로 역 다다 심부름집>, <마호로 역 번지 없는 땅>, <마호로 역 광시곡>이라는 세 편으로 구성되어 있는 작품인데 몇 년 전에 읽고 너무 좋아서 이후 다른 작품까지 전부 시간이 될 때마다 조금씩 완독했던 기억이 있다. 다다와 교텐의 케미스트리부터 모든 내용이 너무 내 취향이었다.
사실 전작이었던 <가무사리 숲의 느긋한 나날>도 구매했지만 아직 읽지 못했다. 묵힐 만큼 꽤 오래 묵힌 듯한데 조만간 읽어야겠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던 찰나에 최근 미우라 시온의 신작을 발간했다는 소식을 들었다. 그냥 지나칠 수 없었다. 새로운 것부터 읽고 다음에 읽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설레는 마음으로 페이지를 넘겼다. 기대가 큰 작품 중 하나이다.
소설의 주인공은 지카라는 인물과 도다라는 인물이다. 지카는 호텔리어로 근무하는데 고객과 직원들 사이에서 평이 좋다. 직업인으로서 자부심을 가지고 항상 최선을 다해 상대하기 때문이다. 지카가 근무하는 호텔에서는 필경사에게 초대장이나 연하장 등을 맡긴다. 꽤 오랫동안 인연을 맺었던 고객이 세상을 떠난 이후 의뢰를 계기로 서예가 도다를 만난다. 지카와 도다는 누가 봐도 상극의 성향을 가지고 있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가까워진다.
역시 술술 읽혀졌던 작품이었다. 아무래도 좋아하는 작가의 작품이니 만큼 문체는 어느 정도 익숙했고, 내용 또한 크게 어렵지 않았다. 현실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굳이 큰 상상력을 요구하지 않는, 어려운 지식이 필요하지 않는, 너무나 취향에 맞는 작품이어서 두 시간 정도에 모두 완독이 가능했다. 300 페이지 내외치고는 꽤 빠르게 읽은 편이다. 취침 전 시간을 이용해 완독했다.
지카가 도다를 만나 대필하면서 스스로 깨달음을 얻고 성장하는 이야기 정도로 간단하게 표현이 가능했다. 그래서 사실 내용 자체는 크게 인상적인 부분은 없었다. 어느 한 시점의 무언가를 사진으로 찍는다면 그것 또한 이 작품의 연장선처럼 느낄 수 있을 정도로 현실적이었다. 물론, 배경이나 소재 등의 큰 차이가 있겠지만 그만큼 평범한 소시민들의 이야기라는 점이다.
생각을 깨우치고, 물음을 던지게 하고, 감정을 느끼게 하는 작품들을 선호하고 또 그렇게 읽으려고 노력한다. 그런데 이렇게 건강한 음식을 먹은 듯 슴슴하게 미소를 짓는 작품 또한 좋다. 아마 이런 부분이 미우라 시온 작가의 작품의 매력이지 않을까. 역시나 취향은 변하지 않는다는 것을 새삼스럽게 피부로 와닿았다. 다다와 교텐처럼 지카와 도다도 소설이 세상인 그곳 안에서 행복하기를 바라게 되었던 작품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