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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픈 엑시트 - 불평등의 미래, 케이지에서 빠져나오기
이철승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25년 5월
평점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결국 왜 탈출하는가,라는 질문은 왜 저항하지 않는가, 왜 순응하며 머물지 않은가,라는 질문을 바탕에 깔고 있다. / p.11
성향 자체는 보수적인 편에 가까운데 정치로만 한정한다면 누구보다 진보를 지지하는 편이라고 생각했다. 아무래도 나고 자란 곳을 무시할 수 없었다. 어렸을 때부터 정치적으로 진보를 지지하는 지역에서 태어났기 때문이다. 자연스럽게 진보 아니면 죽음을 달라는 이념으로 어른이 되었는데 요즈음 성향만큼이나 정치 역시도 보수이지 않을까, 하는 의문이 든다. 어쩌면 새로운 탈출을 하는 게 무서울지도 모르겠다. 진보는 늘 탈출하고 도전하니 말이다.
이 책은 이철승 작가님의 사회학 도서이다. 선택하게 된 이유는 출판사에 대한 호기심이었다. 지금까지 읽었던 이 출판사에서 발간한 도서는 전부 문학이었다. 이름에서도 문학이 들어가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문학 전문 출판사라는 편견이 있었다. 그런데 이렇게 사회학을 낸다는 사실을 이 책으로 처음 알게 된 것이다. 그래서 궁금했다. 거기에 사회학 도서를 나름 좋아하는 편에 속해서 거부감도 없었다.
작가님의 아버지 이야기를 시작으로 왜 사람들이 탈출하고자 하는지 의문을 제기한다. 그러면서 허시먼이라는 경제학자의 옵션을 언급하며, 크게 세 가지가 있다고 말한다. 탈출과 저항, 그리고 충성. 제목에서도 언급이 되는 것처럼 이 책에서는 허시먼의 첫 번째 옵션인 탈출에 대해 다룬다. 책은 크게 소셜 케이지라는 개념을 설명해 주고, 케이지에서 나가는 방법과 인공지능과의 협업, 케이지 재생산, 케이지 열기 등의 네 장과 결론으로 이루어져 있다.
조금 어려웠던 책이었다. 사회학 도서를 좋아하기는 하지만 최근에는 소설에 푹 빠져서 살았던 터라 비문학을 읽는 것이 처음 읽었을 때로 돌아가는 듯하다. 거기에 사회학 책은 너무나 오랜만이다. 초반에 소셜 케이지를 비롯한 용어들을 이해하는 게 힘들었다. 어느 정도 설명하고자 하는 내용들이 눈에 들어오면서부터 읽는 것에 속도가 붙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400 페이지가 안 되는 책이었는데 세 시간 반이 소요되었다.
개인적으로 소셜 케이지라는 개념이 생소하면서도 새로웠다. 이는 탈출을 좌절시키는 기제를 뜻하는 용어라고 한다. 한 사람이 무언가로부터 탈출하고자 할 때 이를 좌절시키는 장벽을 의미하는 것이다. 그게 심리가 되었든, 외부적인 환경이 되었든 관계가 없다. 케이지라는 단어 자체가 경제학자인 막스 베버로부터 나온 걸로 알고 있는데 거기에 소셜이 붙으니 조금 더 광범위하게 느껴졌다. 처음부터 끝까지 소셜 케이지에 대해 다룬 점이 재미있었다.
예전에는 누구보다 야망을 가지고 높은 자리에 올라가 성장하겠는 생각을 가지고 근무했지만 어느 정도 연차가 쌓이다 보니 월급이 적더라도 이 자리에 안주하고 싶다는 생각이 강하다. 오죽하면 회사에서 팀장 직함을 준다고 했을 때에도 나름 격렬하게 반대했다. 그냥 평생 대리로 남고 싶다는 말을 상사에게 건넬 정도였다. 어렵다는 생각은 여전하지만 직장생활을 하면서 그동안 고민했던 미래들이 전반적으로 펼쳐진 책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