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루인 수사의 고백 캐드펠 수사 시리즈 15
엘리스 피터스 지음, 송은경 옮김 / 북하우스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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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일이 정확히 어떻게 일어난 것인지는 아무도 명쾌하게 설명할 수 없었다. / p.30

요즈음 추리 스릴러 작품들을 자주 찾게 되기는 하지만 정작 고전과는 거리를 두고 있다. 아니, 애초에 측정이 불가능할 정도로 거리 자체에 대한 생각이 없다고 봐야 될지도 모르겠다. 당시 캐드펠 수사 시리즈를 읽을 때에도 애거서 크리스티 전집을 읽지 않았다는 내용을 적었는데 그게 아직도 유효하다. 그 시간에 많은 추리 장르의 작품을 읽었었지만 여전히 고전 추리 장르과는 내외하는 중이다.

이 책은 엘리스 피터스라는 작가의 장편소설이다. 이 작품집 역시도 미스터리 장르의 고전으로 알고 있다. 아마 원래의 취향이라면 안 읽었을 것 같다. 그런데 작년에 시리즈 중 하나인 <얼음 속의 여인>을 재미있게 읽었다. 소설 안의 배경이 크게 다가와서 어려웠음에도 스토리 자체가 흥미롭게 다가왔다. 이후 <유골에 대한 기이한 취향>과 <죽은 자의 몸 값>을 구매했다. 그러다 시리즈 신간이 나와 최근순으로 선택했다.

소설의 주인공은 할루인 수사이다. 그는 슈루즈베리의 수도원에 있는 인물이다. 눈이 많이 오는 날에 보수를 위해 지붕에 올라갔던 할루인 수사는 떨어지는 사고로 심하게 다쳤다. 다른 수사들은 그가 살아남지 못할 것이라고 이미 예상했다. 할루인 수사 역시도 죽음을 앞에 두고 자신의 과거 잘못을 고백했는데 기적과도 같이 생명을 건졌다. 캐드펠 수사와 함께 이 죄를 사하자는 생각으로 떠난 순례길에서 살인 사건을 마주했다.

술술 읽혀졌던 작품이었다. 난이도만 따진다면 전에 읽었던 작품보다 훨씬 쉽게 이해가 되었다. 수사라는 직함이나 당시의 시대상이 어느 정도 눈에 들어온 탓에 더욱 읽기 수월했을지도 모르겠다. 할루인 수사가 등장하기는 하지만 이야기를 이끌고 있는 캐드펠이라는 인물이 굳건하게 남았기 때문에 새로운 인물을 다시 외울 필요가 없어서 그 지점도 좋았다. 대략 두 시간 반만에 완독이 가능했다.

개인적으로 분위기가 가장 인상적으로 남았다. 전작이 귀족 형제가 떠나는 여정에서 벌어진 사건이라는 점에서 공간과 시점이 역동적으로 움직인다는 느낌을 받았다. 거기에 시체의 주인을 찾아 나서는 과정이 스펙타클함은 덤이었다. 그런데 이번 작품은 반대에 속했다. 사건이 등장한다는 점은 공통적이지만 추리 소설에서 느낄 수 있는 특유의 긴장감이 적었다. 심지어 초반에는 장르를 착각할 정도로 느리게 진행되는 것 같았다.

할루인 수사가 자신의 죄를 반성하고 스스로를 찾아가는 여정이라는 생각이 들었던 작품이다. 읽는 내내 헤르만 헤세의 <싯다르타>의 첫 페이지를 읽을 때처럼 차분해지는 느낌마저 들었다. 장르 소설의 주는 박진감도 좋지만 이렇게 변주를 주는 스토리도 매력이 있다는 것을 새삼스럽게 알게 되었다. 역시 고전이 지금까지도 여러 사람들에게 읽히는 것에는 이유가 있다. 이제 고전 장르 소설과도 조우할 차례가 된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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