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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는 기쁨 - 내 책꽂이에서 당신 책꽂이로 보내고 싶은 책
편성준 지음 / 몽스북 / 2024년 5월
평점 :

그러나 제가 추천한 책들은 당신의 서재에 꽂혀 읽힌다면 좋겠습니다. / p.12
책을 읽기 시작하면서 찾았던 의외의 능력이 하나 있다. 그것은 바로 책 추천 능력. 예전에는 읽는 책들이 한정되어 있다 보니 그리고 지금처럼 많이 읽는 편이 아니어서 지인들에게 추천하는 책이 그렇게 많지 않았다. 취향도 많이 달랐다. 올해로 이렇게 북 리뷰를 남기기 시작한 게 3년 차 정도가 되고, 일 년에 기본 200권 이상의 책을 읽으면서 나의 취향만큼 상대방의 취향을 터득하는 능력이 생겼다.
억지로 상대방에게 추천하는 편은 아닌데 주위에 책을 조금씩 읽기 시작하는 지인들, 일 년에 50권 내외로 읽는 선배에게 종종 괜찮은 책들을 알려 주면 너무 재미있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심지어 좋아하는 소설 장르부터 많은 부분이 반대인 성향임에도 불구하고 언급하는 책들은 믿고 읽을 수 있다는 찬사를 받기도 했는데 그럴 때마다 독서인으로서의 자부심이 생겨난다.
이 책은 편성준 작가님의 에세이다. 책 추천을 하는 것만큼이나 받는 것도 좋아하는 사람 중 하나로서 궁금해서 선택하게 되었다. 나름의 확고한 취향이 있기는 하지만 지인들의 추천 목록 역시도 수시로 찾아서 읽는 편인데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의 추천은 늘 옳다는 생각 역시도 확고하다. 그러한 맥락으로 기대가 되었다. 제목처럼 읽는 기쁨을 선사해 줄 것이라는 믿음이 들었다.
총 17개의 챕터로 나누어져 각 세 편씩, 51권의 책을 추천해 준다. 챕터에는 나름의 주제가 있고, 그 주제에 맞는 책책이 담긴다. 보통 시작은 책을 읽게 된 계기나 그 책과 관련된 에피소드로 시작해 간단한 줄거리와 책의 추천 이유까지 짧게 기재되어 있다. 한 권당 짧으면 한 페이지이지만 조금 길다 싶어도 두 페이지까지는 벗어나지 않는다. 독서를 좋아하는 작가님의 책 영업에 대한 이야기가 담겨 있었다.
전반적으로 술술 읽혀졌다. 우선, 가장 좋은 점은 짧게 후루룩 집중해 읽을 수 있다는 점이었다. 흐름 걱정 없이 시간이 될 때마다 길면 한 챕터, 짧으면 한 권씩 나눠서 읽었는데 이렇게 편하게 독서한 적이 있었나 싶었다. 사실 며칠 걸리기는 했지만 짧게 끊어서 읽다 보니 오래 걸린 것일 뿐 내용은 너무 좋았다. 위트 넘치는 작가님의 문체는 더욱 만족스러웠다.
개인적으로 첫 번째 챕터에 있는 책이었던 레이먼드 카버의 <별것 아니지만 도움이 되는>이라는 작품이 가장 인상적이었다. 작가님의 에피소드나 계기 등의 사적인 내용보다는 줄거리를 서술해 주는 방식으로 전개가 된 파트이다. 내용도 한 장 반 정도밖에 되지 않았다. 그러나 카버라는 작가의 작품을 도전할까 망설이고 있던 찰나에 이 부분을 읽고 나니 묘하게 위안이 되는 기분이었다. 그만큼 그 작품의 줄거리가 인상적으로 와닿았다는 뜻이다.
그밖에도 작가님의 추천 목록 중 가장 흥미로웠던 부분은 여성에 대한 시각이었다. 책 추천하는 에세이에 무슨 말인가 싶을 수 있겠지만 읽다 보니 되게 성인지 감수성이 높으신 분이라는 느낌을 받았다. 서머싯 몸 작품에서 '여성 혐오'에 대한 시각을 언급하셨고, 페미니즘 문학으로 유명한 마거릿 애트우드의 작품이 추천 목록에 있었다. 그동안 남성 작가의 에세이에서 보지 못했던 내용이어서 꽤 신선했다. 다른 것을 다 떠나서 이 부분을 꼬집었다는 것 자체가 흥미로웠다.
사실 작가님의 추천 목록에 있는 51권의 책 중에 읽었던 작품은 최은영 작가님의 <씬 짜오, 씬 짜오>, 김혼비 작가님의 <다정소감> 이렇게 딱 두 작품뿐이었다. 읽었던 작품에서 느꼈던 감정이 작가님과 비슷했기에 다른 49권의 작품들도 도장깨기의 방법으로 조금씩 읽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서두에 언급했던 것처럼 책 읽는 사람들의 추천은 언제나 옳다는 나름의 신념을 더욱 견고하게 해 주었던 책이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