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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하계 환승터미널 구멍가게
배인경 지음 / 해피북스투유 / 2024년 7월
평점 :


제44 은하계 어딘가에는 허름한 환승터미널이 있다. / p.9
이 책은 배인경 작가님의 장편소설이다. 구멍가게라는 어감이 주는 느낌이 좋아서 선택한 책이다. 누군가는 허름하다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적어도 나에게만큼은 정겨운 곳이 바로 구멍가게이다. 근무하는 지역의 특성상 평상에서 술을 마신다거나 수다를 나누는 어르신들의 모습을 종종 목격한다. 누가 봐도 구멍가게로 인식될 수 있는 마트 앞에서 말이다. 이런 느낌이 책 제목에서 와닿았기에 더욱 내용이 기대되었다.
소설의 주인공은 원동웅이라는 남성이다. 50대 정도 될 것 같은, 보통의 평범한 가장처럼 보이는 듯하다. 슈퍼마켓을 운영하고 있는데 그가 운영하고 있는 가게 위치에 제44 은하계 환승터미널이 생길 예정이라고 한다. 알박기 투자만 할 예정이었으나 결국 슈퍼마켓은 은하계 환승터미널에 위치한 가게가 되었다. 당최 언어를 알아들을 수 없는 외계인들이 가게를 찾아와 물건을 엉망으로 만들고, 경찰이라는 이들이 찾아와 가게 운영을 방해하기도 한다.
통역기를 받아 그들과 소통하게 되었지만 그것조차도 여의치 않다. 어렸을 때부터 남들과 다른 모습에 차별에 대한 컴플렉스를 가지고 있었던 원동웅은 아예 새로운 세상에서 외계인들로부터 묘한 위로를 받기도 한다. 외계인이라는 호칭이 비하라고 하지만 그는 끝까지 외계인이라 불렀다. 하지만 차별적인 단어로는 표현할 수 없는 그들에 대한 애정을 가지게 된다.
술술 읽혀졌던 책이다. 약 삼백 페이지 정도의 작품이어서 크게 부담이 없기도 했다. 사실은 '알박기'라는 용어 자체를 모르고 있던 터라 갑자기 대한민국 현실에서 가상의 제44 은하계 환승터미널로 공간적 배경이 바뀌는 설정이 이해되지 않았다. 어느 정도 단어의 뜻을 찾다 보니 어떻게 주인공이 그런 상황에 처했는지 인식하게 되었는데 그 이후부터는 읽는 속도가 빨라진 것 같다. 한 시간 반에서 두 시간 정도의 시간이 소요되었다.
개인적으로 차별이라는 주제가 너무 크게 와닿았다. 중후반부에 주인공이 스스로의 이야기를 하기 전까지는 책 뒷편에 나오는 문장과 내용의 연관성을 찾지 못했다. 차별로부터 도망을 쳤던 인물이라는 점이 그렇다. 이야기를 한 이후에도 외부적으로 주인공의 신체적인 특징을 드러내는 부분이 없어서 멀리 본다면 그냥 평범한 보통의 사람이지 않을까 싶었다. 오히려 대한민국이라는 나라보다 은하계 환승터미널에서의 특징이 더욱 크게 느껴졌다. 외계인들 사이의 인간이라는 게 더욱 특이성이 크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던 것이다.
그런 맥락에서 중후반부에 다른 은하계 출신인 칭칭 감은 외계인을 경찰이 잡으러 오는 내용이 참 인상 깊게 남았다. 원동웅은 가까이 지내지 말라는 주위의 조언에도 그 외계인과 함께 지냈다. 사실 출신만으로 없는 죄를 뒤집어 씌운다거나 판단하는 것은 경멸해야 되는 것인데 여러 가지로 마음에 와닿았다. 미국 내에서 일어났던 아프리카계 미국인에 대한 과잉 진압이나 여러 사건들이 떠올랐다.
차별이라는 것을 늘 마음에 담아두고 경계하려고 노력하기는 하지만 책을 읽으면서 나 또한 무의식적으로 누군가를 주류와 다르다는 이유로 배척하고 살지는 않았는지 돌이켜서 볼 수 있는 기회가 되었다. 결론적으로 술술 읽혀지는 내용이었지만 마음에 남는 교훈이 더욱 크게 남았던 작품이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