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기슭에 선 사람은
데라치 하루나 지음, 김선영 옮김 / 북다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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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무엇 하나 알지 못했다. 그녀에 대해, 무엇 하나. / p.7

요즈음 지극히 사적인 일로 많은 생각이 든다. 다양한 주제로 머릿속이 어지로운 와중에 들었던 하나의 주제는 '내가 누군가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을까?'이다. 그동안 인지하지 못했거나 알지 못했던 에피소드를 듣기 시작하면서부터 놀랐다. 특히, 아버지를 주제로 한 베스트셀러 소설을 읽으면서 느꼈던 감정을 피부로 느낀다. 아예 모르는 썡판 남이 아닌 가족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이다.

이 책은 데라치 하루나라는 일본 작가의 장편소설이다. 서두에 언급했던 주제가 관통하는 주제라는 생각에 선택한 책이다. 물론, 이 작품은 가족이 아닌 남이라는 설정이 들어가 있기는 하지만 그래도 맞닿은 생각과 이어지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이 들었다. 나름 답을 찾아주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큰 기대를 가지게 되었다. 거기에 여러 서점 관련자들의 추천사도 더욱 관심이 갔다.

소설의 주인공은 기요세라는 인물이다. 울며 겨자 먹기로 카페의 점장을 맡았지만 낙하산으로 내려온 한 직원 때문에 속앓이를 하고 있다. 사회생활이라고는 하나도 모르는 직원은 자신의 어려움만 언급할 뿐 잘못을 인지하지 못하는 듯하다. 그 직원이 사고를 쳐서 힘든 날을 보내던 때에 병원으로부터 하나의 전화를 받는다. 연인 케이타가 위중한 상황이라는 것이다.

자신이 알고 있는 연인은 다정한 사람이었는데 이유를 듣고 더욱 의심을 가진다. 초등학교 친구와 싸우던 중 떨어졌다는 것. 거기에 친구의 가족으로부터 들은 이야기는 일방적으로 연인이 때렸다는 것이다. 연인의 가족은 원래 그러던 자식이었다는 듯 기요세의 이야기를 믿지 않았다. 심지어 권한을 기요세에게 맡기기도 했다. 연인의 집에서 노트 하나를 발견한다.

전체적으로 술술 읽혀졌다. 번역이나 스토리가 크게 이해되지 않는다거나 어려운 부분이 없었다. 아무래도 지금까지 일본 작품을 많이 읽어왔기에 익숙해진 것도 있었다. 300 페이지가 조금 넘는 페이지 수이기 때문에 점심시간 이후에 조금씩 읽으니 이틀 정도에 모두 완독하게 되었다. 스토리 자체도 흥미로웠다는 점에서 재미있었다. 재미가 있기보다는 진지하게 읽기 좋았다.

개인적으로 개인이라는 존재가 참 인상 깊게 남았다. 연인이었던 케이타에 대해 알고 있다고 생각했지만 만나게 된 노트에서 몰랐던 사실을 알게 된다. 그밖에도 케이타가 폭행했던 친구의 연인 마오의 이야기 역시 조금씩 등장하게 되는데 기요세가 판단하고 생각했던 누군가에 대한 편견이 무너지는 것처럼 느껴졌다. 그게 기요세에게 직접적으로 등장하지는 않았지만 독자의 입장에서는 그 위험성을 직설적으로 보여 주는 듯했다.

사실 처음 기대한 바는 다른 사람들을 이해하기 위한 생각을 얻기 위함이었다. 그러나 읽으면 읽을수록 이해보다는 편견이 주는 경각심을 느꼈다. 내가 판단한 정상과 비정상, 일반과 반대가 얼마나 위험한지 이 작품을 읽으면서 새삼스럽게 다시 생각하게 되었다. 예상과 다른 교훈을 주는 작품이었지만 그 역시도 의미가 있었다는 측면에서 의외의 만족을 주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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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묘한 민박집 서사원 일본 소설 2
가이토 구로스케 지음, 김진환 옮김 / 서사원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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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과 요괴, 바깥세상과 안쪽 세계를 이어주는 이상한 민박집이다. / p.11

이 책은 가이토 구로스케라는 일본 작가의 장편소설이다. 지극히 사적인 취향으로 요괴 판타지 장르의 작품을 크게 선호하지 않는다. 다른 것은 몰라도 요괴가 등장하는 내용을 기피하는 경향이 있었고, 판타지는 머릿속으로 상상하는 것에 한계가 있다 보니 자주 읽히지는 않았다. 그러나 요즈음 힘든 일들이 생기면서 정신적으로 버거운 상황에서 나도 모르게 끌렸다. 다른 이유는 없었던 것 같다.

소설의 주인공은 슈라는 학생이다. 할머니께서 운영하시는 민박집에 오게 되었다. 사실 슈에게는 눈에 관련된 비밀이 하나 있다. 늘 선글라스를 끼면서 눈을 숨기려고 했었지만 그 덕에 오히려 사람들 눈에 띄게 되고 의기소침한 상태로 살아왔다. 우연히 할머니 민박집의 공간에 발을 들이게 되고, 기묘한 민박집의 비밀을 알게 되면서 요괴와 함께하는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금방 술술 읽혀졌다. 설정 자체가 요즈음 인기 있는 스토리 라인을 따르고 있고, 짧은 흐름으로 읽을 수 있는 옴니버스 형식이기 때문에 시간이 될 때마다 조금씩 나눠서 읽었다. 끊어서 읽더라도 기본적인 주인공이 정해져 있어 이해하는 것도 어렵지 않았다. 읽으면서 이야기에 푹 빠졌다. 전반적으로 완독은 금방 끝낼 수 있었다. 주위를 환기시키면서 읽기에 딱 좋았다.

개인적으로 슈가 성장하는 스토리가 너무 마음에 들었다. 특별한 눈을 타고난 슈는 적어도 독자의 입장에서 보기에는 위축된 듯한 느낌을 받았다. 스스로 눈이 그렇게 된 원인조차도 몰랐다는 측면에서 더욱 움츠러드는 부분이 있을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다. 인간이 아닌 요괴들이 슈를 지켜 주고, 그들과 힘을 모아 무언가를 해결하는 이야기들이 너무 마음에 와닿았다. 슈가 그렇게 성장해 든든한 빽들이 생기는 게 너무 뿌듯했다.

힘든 일상에서 지쳐 살아가다 보니 이런 현실 가능성 없는 스토리에 흥미를 느끼지 못할 때가 많았는데 잠시 벗어나 많은 재미와 기쁨을 주었던 작품이었다. 읽는 내내 다른 생각이 들지 않았다는 점에 가장 만족스러웠던 이야기이다. 혹시 힘들고 지친 상황에서 벗어나고 싶을 때 가볍게 이 작품을 읽는다면 재미와 함께 또 다른 위로를 줄 수 있지 않을까.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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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둑 신부 2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427
마거릿 애트우드 지음, 이은선 옮김 / 민음사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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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를 날카롭게 파고드는 작품일 듯해 벌써부터 기대감이 큽니다. 마거릿 애트우드의 손에서 어떻게 펼쳐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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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둑 신부 1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426
마거릿 애트우드 지음, 이은선 옮김 / 민음사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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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여자들이 가지고 있는 아픔과 혼란스러움이 걸작의 손에서 어떻게 스토리로 이어갈지 기대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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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죽음 앞에 매번 우는 의사입니다 - 작고 여린 생의 반짝임이 내게 가르쳐준 것들
스텔라 황 지음 / 동양북스(동양문고)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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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보다 중요한 건, 내가 어떻게 아기의 생명을 구하는지 잘 알고 있다는 점이다. / p.7

요즈음 집에 환자가 있다 보니 본의 아니게 대학 병원을 자주 방문하게 되는 편이다. 병원의 풍경을 보고 있으면 새삼스럽게 아픈 사람들을 많이 목격한다. '세상에 아픈 사람들이 참 많다.'라는 생각이 절로 든다. 이렇게까지 아픈 사람이 많다는 것은 마음이 아리는 모습 중 하나인데 인간 자체가 왜 이렇게 아프게 태어난 존재인지 신이나 다른 조물주에 원망스러움도 섞인다.

이 책은 스텔라 황이라는 미국 의사의 에세이다. 아무래도 서두에 언급했던 것처럼 환자를 간병하는 입장에서 공감이 될 것 같아 선택하게 되었다. 평소 소설이나 직업에 대한 에세이를 자주 읽는 편이지만 상황이 이렇다 보니 자연스럽게 아픈 사람의 이야기, 그들을 지키는 사람들의 일상 등에 더욱 관심을 가진다. 읽을 거리를 찾던 중 발견했다. 나름 기대를 가지고 페이지를 넘겼다.

저자는 아버지의 암 투병 이후 호스피스 병원으로 아버지를 만나러 갔다고 한다. 열아홉 살에 미국으로 건너가 신생아 중환자실 의사가 되었다. 아직 어린 아들이 저자의 직업을 인지하는 내용으로부터 시작해 의사라는 직업을 가지게 된 이유, 생과 사가 넘나드는 신생아 중환자실에서 의사로서 느끼는 감정들, 더 나아가 미국의 의료 환경 등의 전반적인 이야기가 담겨 있다.

에세이여서 술술 읽혀졌다. 기대를 가진 만큼 걱정이 되었던 부분이 아무래도 의사라는 전문직의 이야기이기 때문에 용어들을 이해하지 못할까, 또는 미국 의료 시스템이 한국과는 다르다는 측면에서 의료 문화나 개념들을 받아들이지 못할까, 하는 부분이었다. 결론적으로 이 걱정은 쓸데없었다. 상황을 설명하는 문체가 아닌 의사로서 느낀 감정과 생각들을 정리한 이야기라는 느낌을 받을 정도로 되게 편안하게 읽혀졌다.

개인적으로 두 가지 지점이 인상적이었다. 첫 번째는 아버지에 관한 내용이다. 저자는 고등학교 2학년 무렵, 아버지의 암 투병 사실을 어머니로부터 처음 듣는다. 임종 면회에서 아버지께 '사랑한다.'라는 이야기를 꺼내고 싶었지만 막상 나오지 않았다고 한다. 무뚝뚝한 K-장녀였던 저자가 미국에서 동료 의사의 한마디를 들으면서 놀랐다는 이야기인데 읽는 내내 감정이 교차했다. 하나는 저자의 모습에서 보였던 동질감, 또 하나의 감정은 부끄러움이다. 불과 며칠 전, 가족의 면회에서 하고 싶은 말을 건넸던 동생과 달리 그저 모습을 눈에 담기만 했던 자신이 다시 떠올랐다.

두 번째는 미국의 건강보험 시스템에 대한 내용이다. 아무래도 전공 자체가 사회복지여서 대학교 시절부터 미국의 건강보험을 자주 듣고 또 배웠다. 특히, '식코'라는 미국의 다큐멘터리는 매년마다 보게 될 정도로 익숙했다. 그래서 미국은 한국만큼 건강보험 시스템이 복지적 측면에서는 약하다는 편견을 가지고 있었다. 그런데 저자가 말하는 건강보험 이야기는 생각을 깨기에 충분했다. 공공 의료보험으로 억 단위의 치료비가 나왔지만 환자 가족들은 부담하지 않았다는 내용이 등장하는데 알고 있었던 게 무너진 느낌이다. 이 또한 이야기의 일부이기 때문에 완전히 판단하는 것은 위험하겠지만 새로운 내용이어서 흥미로웠다.


생과 사가 오가는 신생아 중환자실에서 누구보다 나의 자녀처럼 사명감을 가진 저자의 태도에 많은 교훈을 얻었다. 나 또한 직업인으로서 매일 모시고 있는 어르신들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되돌아볼 수 있는 기회가 되기도 했다. 읽는 내내 병상에 누워 있는 가족, 얼굴도 모르지만 중환자실에서 가족과 비슷한 시기에 입원해 세상을 떠난 십 대의 어린 친구 생각이 사무치게 들었던 에세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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