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독의 이야기들
발터 벤야민 지음, 파울 클레 그림, 김정아 옮김 / 엘리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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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희망이 실망이 됩니다. / p.41

이 책은 발터 벤야민이라는 독일 작가의 단편소설집이다. 힐링 장르의 작품 두 권을 읽자마자 다시 어려운 책을 선택했다. 사실 작가에 대한 정보가 전혀 없었다. 지극히 사적인 취향으로 단편소설을 선호하는 편이어서 고르게 된 것이다. 미술이나 예술을 강조하는 작품들이 실려 있지 않을까, 하는 상상을 하면서 페이지를 넘겼다. 미적 감각이 제로에 수렴하지만 표지부터가 매력적이었다.

작품집은 총 세 파트로 나누어졌다. 첫 번째는 꿈과 몽상에서는 현실과 거리가 있는 환상적인 문체와 흐름들을 펼친 소설들이, 두 번째는 여행에서는 공간을 배경으로 하는 이동과 다양한 흐름을 가진 소설들이, 세 번째는 놀이와 교육론으로 아이들의 놀이로 보는 인간의 고독과 사회에 대한 소설들이 실려 있다. 전체적으로 보면 현실적인 무언가보다는 손에 잡히지 않는 개념들을 주제로 한 작품들이었다.

너무 어려운 작품이었다. 올해 읽은 작품들 중에서 다섯손가락 안에 들 정도로 이해하기 힘들었다. 그동안 현실적이고, 상상이 가능한 작품들 위주로 읽었던 터라 단어나 문장 하나하나에 철학을 곱씹으면서 읽는 것이 서툴렀던 것 같다. 보통 350 페이지가 조금 안 되는 작품을 읽을 때면 길어야 세 시간 이상은 소요가 되지 않는 편인데 이 작품은 다섯 시간 정도 걸렸다. 문장을 꾹꾹 눌러 생각하는 시간이 필요했다.

개인적으로 <두 번째 자아: 새해 전야의 성찰을 위한 이야기>라는 작품이 인상적이었다. 소설의 주인공은 크렘바허라는 인물이다. 4 주에서 6 주 간격을 두고 이사를 한다. 어느 날, 값이 저렴한 술을 들고 집에 귀가했다. 폐쇄공포증이 있던 크렘바허는 술을 진탕 마시고 길거리로 나와 헤맸다. 그러던 중 '카이저파노라마'라는 글귀가 적힌 어느 술집으로 들어가 묘한 감정을 경험한다.

가장 생각을 많이 했던 작품이었다. 제목만 보고 두 번째 자아가 무엇을 뜻하는지 궁금했고, 내용을 읽으면서 어느 정도 상상할 수 있었다. 처음에 카이저파노라마가 미주로 달려 있기는 했지만 머릿속으로 그려지지 않았다. 그러다 검색해 그림을 보고 다시 읽었는데 크렘바허가 느꼈던 감정들을 피부로 와닿는 느낌을 받았다. 마지막에 '~했을 텐데' 문장들을 읽으면서 어쩌면 두 번째 자아는 후회로부터 드러나는 또 다른 나 자신이 아니었을까 싶었다.

완독한 이후에 발터 벤야민이라는 작가에 대한 정보를 검색해 알게 되었다. 작가가 가지고 있는 배경을 읽기 전에 미리 인식했더라면 조금 더 풍부하게 내면 세계를 이해할 수 있지 않았을까. 인간으로서 생각하지 못한 이야기들을 조금 더 내면적으로 이해하고 싶다는 욕심이 생겼기 때문에 어느 정도 시간이 흐른 뒤에 다시 이 책을 손에 잡을 계획이다. 어려워서 인상적으로 남았던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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