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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트 세이버 ㅣ 달달북다 10
이유리 지음 / 북다 / 2025년 3월
평점 :



도대체 연애란 어떻게 해야 감정 낭비가 아닌 것인가. / p.11
결혼 적령기에 들어오는 나이가 되니 주변에서 연애사를 묻는 사람들이 꽤 있다. 특히, 현장에서 만나는 어르신들께서는 그렇게 남자 친구를 묻는 질문을 많이 하시는 편이다. 초반에는 웃으면서 넘겼지만 그것도 시간이 지나다 보니 먹히지 않는다. 좋은 사람이 있으면 만나야겠다고 돌려서 표현하지만 결혼을 하나의 업으로 살아오셨던 분들께는 이런 대답조차도 통하지 않는다.
이 책은 이유리 작가님의 단편소설이다. 늘 믿고 읽었던 달달 북다 시리즈의 열 번째 작품이다. 사실 믿고 읽었다고 하기에는 아쉬움을 느낀 작품들이 있었지만 그래도 의리로 포기할 수 없는 시리즈이기도 하다. 이름은 많이 들었지만 앤솔로지 작품집에서만 읽었던 작가의 작품이다. <비눗방울 퐁>, <브로콜리 펀치> 등 단행본 작품들에 대한 추천을 많이 받았던 터라 기대가 되기도 했다.
소설의 주인공은 혜인이라는 인물이다. 오래 만난 남자 친구와 이별하는 장면으로부터 이야기가 시작된다. 감정 낭비를 하는 연애에 부정적인 생각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우연히 '하트 세이버'라는 서비스를 SNS를 통해 알게 된다. 피 한 방울로 매칭해 취향이 맞는 상대방을 연결해 준다는 서비스를 반신반의로 등록했고, 잊을만할 때 하트 세이버의 매니저로부터 매칭이 되었다는 연락을 받는다.
달달 북다 시리즈의 장점처럼 후루룩 읽을 수 있는 작품이었다. 이번 주제가 비일상으로 알고 있는데 소재 자체가 독특하면서도 현실감이 있어서 금방 완독이 가능했다. 연애에 대한 생각을 가지고 있던 독자들이라면 충분히 공감이 될 수 있는 작품이기도 했다. 다른 북다 시리즈 작품에 비해 더욱 짧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삼십 분 정도에 마지막 페이지를 넘기고 있었다.
개인적으로 혜인이 가지고 있는 생각이 인상적이었다. 연애를 기피하는 이유 중 하나가 감정 소모이기 때문이다. 혼자 독서한다거나 마음이 맞는 지인들과 시간을 보내는 것으로도 충분히 만족스러웠고, 다른 타인으로부터 감정을 사용하고 싶지 않았다. 연애라는 단어의 동의어로 감정 소모가 자연스럽게 따라붙는다고 생각했다. 이 지점이 혜인과 다른 점이기는 하지만 연애하면서 감정 낭비를 하지 않는 것으로 출발한다는 점은 비슷해서 공감했다.
피 한 방울로 나와 같은 성향의 인연을 찾을 수 있다면 무서운 주사 바늘 쯤이야 손가락에 찌를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 그런데 그게 과연 가능할지에 대한 의문이 읽는 내내 머릿속에 의문으로 많이 남았다. 과학은 발전했고, 이로서 많은 우여곡절을 줄일 수 있기는 하지만 인연 찾는 것이 어디 세상 쉬운 일이었을까. 그런 지점에서 비일상이라는 테마에 맞는 소설이라는 생각이 들어 재미있었던 작품이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