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언의 섬 아르테 미스터리 8
사와무라 이치 지음, 이선희 옮김 / arte(아르테)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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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자가 있는 피에 물든 칼날. / p.351

예언이라고 표현하는 것들을 불신하는 편이다. 그와 같은 맥락으로 사주팔자와 타로도 마찬가지다. 가끔 중요한 일을 앞두고 보기는 하지만 그것조차도 틀리다. 예전에는 만족하거나 안정을 찾을 용도로 사용하기도 했었지만 요즈음은 잘 보지 않는 편이다. 괜히 좋은 이야기를 보거나 듣고 희망을 가지고 있다가 결과가 반대로 되었을 때 실망감을 느끼기 싫어서 그렇다.

이 책은 사와무라 이치의 장편 소설이다. 여름이다 보니 확실히 호러 소설이 끌리는 것 같다. 사실 평소 독서 취향이라면 쳐다 볼 소설은 아니었을 텐데 말이다. 하나씩 호러 소설을 읽다 보니 특별한 재미를 느끼게 되었고 그렇게 이 소설도 골랐다. 전작이 나름 호평을 받았다는 것으로 알고 있다. 이번 소설이 흥미를 준다면 전작도 도전하겠다는 생각을 가지고 읽게 되었다.

소설에서는 준과 하루오, 소사쿠라는 세 친구가 가장 먼저 등장한다. 소사쿠는 그래도 대학교를 졸업한 후 가족의 기대에 맞게 살아가고자 노력하지만 실패하게 되면서 절망을 가진다. 이를 위로하고자 하루오는 친구들과 함께 예언의 섬인 무쿠이 섬으로 여행을 간다. 무쿠이 섬은 한 영능력자인 유코가 자신이 죽고 난 20년 후에 여섯 명이 죽을 것이라고 예언한 곳이다. 하루오는 유코가 예언한 그날에 진실을 확인하기 위해 배를 타고 방문한 것이다.

그곳에서 가지 말라고 말하는 한 여자를 발견하고 이상한 이유로 숙박을 취소하는 여관 주인을 만나는 등 이상한 일이 벌어진다. 잘 곳을 잃은 세 친구는 당황하다 겨우 섬에 있는 다른 여관에서 자기로 한다. 그곳에서는 그 여자를 포함한 아들과 함께 여행을 온 어머니 등 여러 사람들이 있었다. 예언이 실제로 이루어질까 기대하면서 시간을 보내던 중 친구인 하루오가 바다에서 시체로 발견되면서 그야말로 공포에 물들었다.

전체적으로 흘러가는 소설의 분위기가 으스스하면서 기괴하다. 외지인을 적대시하는 마을 사람들과 유명한 영능력자의 저주, 이상한 소문 등 등장하는 인물들과 벌어지는 일들 자체가 섬뜩하다는 느낌을 주었다. 예언을 믿지 않은 사람인데 소설의 이야기에 이입을 하다 보니 사람을 죽이는 영적 괴물이나 죽이는 살인마 등 다양한 사람들을 의심하면서 상상하기도 했었다.

처음에는 보이지 않는 인물이나 괴물을 살인자로서 의심을 했다면 중반부터는 있는 구성원들 중에서 하루오를 죽인 범인을 추리하면서 읽었다. 몰입보다는 의심해서 제 3의 인물이 되어 소설을 즐겼다. 그러면서 진짜 예언한 것처럼 여섯 명이 죽을까 또는 죽게 되는 여섯 명은 누구일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소설이기에 여섯 명이 죽겠다 싶으면서도 아무리 봐도 살인할 동기가 마땅히 보이지 않는다. 누가 죽을지도 가늠이 쉽게 되지 않았다.

원인과 사람을 추리하면서 읽는 재미도 있었지만 읽는 내내 인류애도 사라지게 했다. 특히, 외지인을 적대시하거나 안 좋은 일들을 쉬쉬하면서 이를 넘기는 섬 사람들에 대한 이중성이 그랬다. 조금은 친절하게 대할 법도 하지만 섬 사람들은 하루오를 비롯한 방문객들에게 불친절하다. 심지어 외지에서 섬으로 들어와 숙박업을 하고 있는 사람을 받아들이는 것에도 오랜 시간이 걸렸다고 했다. 이는 비단 소설의 문제는 아닌 것 같다고 생각한다. 뉴스나 매체로 섬의 폐쇄성이 원인이 된 다양한 범죄 사건들을 접했다. 이게 현실적으로도 와닿는 이야기여서 더욱 분노가 치밀었던 것 같다.

예상과 빗나가는 결말이기는 했지만 그게 더욱 와닿으면서도 생각할 수 있는 지점이 있었다. 섬의 폐쇄성과 더불어 너무나 지극히 현실적인 이야기이기는 했지만 말이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대한민국을 비롯한 다양한 곳에서 현재도 일어나고 있을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거기에 진짜 생각하지도 못한 가족의 건강하지 못한 관계도 조명했다는 점에서 인상 깊었다.

호러와 현실을 같이 잡은 소설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호러를 좋아하는 독자와 현실과 맞닿은 이야기를 선호하는 독자 모두에게 만족감을 줄 수 있을 것이다. 전자보다는 후자에 가까운 사람 중 하나이지만 소설을 읽으면서 호러의 두근거림과 현실의 답답함을 동시에 느꼈다. 이렇게 두 마리 토끼를 전부 잡을 수 있어서 좋았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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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중무휴 김상수 - 부암동 카페냥 김상수 상무님의 안 부지런한 하루
김은혜 지음 / 비에이블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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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의 농도는 모두에게 같을 수 없다. / p.156

과거의 나는 누가 뭐라고 해도 강아지파에 가까운 사람이었다. 고양이라는 동물에 큰 관심도 없었다. 강아지를 보면 누구보다 크게 반응을 보이지만 고양이는 그냥 동물이어서 귀엽다는 정도의 생각만 들었다. 그러다 주변에 유기묘를 키우는 지인의 집에 방문했을 때 강아지처럼 내 무릎에 앉는 고양이를 보면서 시선이 갔던 적이 있다.

고양이와 강아지 중 어떤 동물을 더 좋아하냐고 묻는다면 여전히 강아지라고 대답할 것 같다. 아무래도 과거에 키웠던 경험도 있을 뿐더러 강아지를 조금 더 선호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길을 가다 고양이를 보면 괜히 간식을 주고 싶다는 생각이 들거나 고양이를 입양하고 싶다는 생각이 문득 들 때가 있는 것을 보면 그래도 강경 강아지파이기보다는 샤이 고양이파 또는 고양이 입덕 부정기가 아닌가 싶다. 

이 책은 김은혜 작가님의 에세이이다. 더 정확히 말하면 고양이에 대한 이야기이다. 고양이에 대해 조금씩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기에 고양이를 주제로 한 책을 보고 싶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던 중에 발견한 책이다. 거기에 표지부터 귀여움이 넘치는 고양이 사진이어서 더욱 눈길이 갔다. 자연스럽게 눈길이 가다 보니 뭔가 고양이의 이야기가 궁금해져서 읽게 되었다.

책의 주인공인 김상수는 카페에서 고객 응대 업무를 하고 있는 상무님이다. 처음에는 인간이 상무 자리에 올라가기도 힘든데 고양이 팔자가 상팔자라는 생각이 들었다. 약간 질투의 감정으로 보게 되었던 것 같기도 하다. 읽으면서 보니 직업 정신이 투철한 고양이 상무님이었다. 고객이 오면 먼저 다가가기도 하고, 역으로 밀고 당기기를 하기도 한다. 거기에 카페의 마스코트 역할을 하면서 홍보 효과도 내고 있다. 직장에서 새로운 사람을 만나면 망설이는 누구보다 훨씬 낫다. 상무 직함은 괜히 주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도 뼈저리게 느꼈다.

상수로부터 시작되어 저자의 이야기로 이어지는데 참 많은 공감이 되었다. 먼저 다가가는 손님과 거리를 두는 상수의 모습을 보면서 기다림이 하나의 소통 도구라는 사실을 인식하게 되는 이야기나 인간의 생애 주기와 다른 고양이의 시간을 느끼면서 인간도 각자의 생애 농도가 다르다는 점을 느끼게 해 준다는 이야기 등이 그렇다. 사실 고양이 자체의 모습만 보고 아무 생각 없이 넘길 수도 있는데 그런 모습들을 보면서 인간에게 비추어 무언가를 성찰할 수 있다는 게 좋게 다가왔다.

그 중에서도 두 가지의 이야기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 첫 번째 이야기는 주인만 보던 상수가 카페에 있기 시작하면서 다른 고객들에게 다가가는 행동을 보였다. 저자 입장에서는 서운함을 느낀 내용으로부터 시작해 자기 수용에 대한 관점이 나온다. 자기 수용은 자신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면서 가지고 있는 것들과 타협해 나가는 것이다. 저자는 상수가 행복해지는 것이 타협이며, 상수는 주인의 것이 아닌 상수 스스로의 것이라고 말한다. 아무래도 자신을 사랑하라는 말을 자주 듣고 있기에 자기 수용의 관점이 다시 인식시킬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두 번째 이야기는 내일이 오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할 때의 조언이자 정답인 내용이다. 어니 J. 젤린스키가 집필한 책의 문장으로부터 시작되는데 결정할 때 수만 가지 생각이 들어 계속 고민하거나 머뭇거리게 되는 저자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6살 때 저자는 교회 연극에서 주인공을 맡았지만 고민을 거듭하다 아프다는 핑계로 다른 사람에게 기회를 넘겼다. 지금도 여전히 무언가를 시작할 때 멈칫하지만 그때처럼 기회를 날리는 것보다는 '이 또한 지나가리라'라는 생각을 가지게 되었다고 한다. 어쨌든 실패를 하더라도 시작하고 나중에 참고해서 더 좋은 선택을 하면 되는 것이라는 내용이 참 와닿았다. 사실 완벽한 선택을 위해 결정을 유예하는 일이 많은데 불확실한 일에 완벽한 선택이라는 게 어쩌면 저자의 말처럼 없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까지 고양이로부터 이렇게 크게 배운 적이 없었던 것 같은데 읽다가 문득 좋아하는 드라마에 등장하는 신피질의 저주라는 이야기로 큰 감명을 받은 기억이 났다. 생각보다 인간에게 아주 큰 가르침을 받고 있었다. 덤으로 중간에 실린 상수의 귀여운 모습에 저절로 미소가 지어지고, 저자의 이야기에 마음의 평안을 찾았다. 인생의 의미와 힐링을 동시에 주었던 김상수 상무님의 이야기로 흐뭇한 시간을 보낼 수 있어서 좋았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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빙하여 안녕 - 기후 위기 최전선에 선 여성학자의 경이로운 지구 탐험기
제마 워덤 지음, 박아람 옮김 / 문학수첩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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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그렇게 되기를 선택한다면 말이다. / p.281

환경에 대한 기사를 읽다 보면 빙하가 녹으면 수면이 상승해 지구 면적의 부분이 사라진다는 내용이 등장한다. 더 나아가 가까운 나라가, 내가 살고 있는 대한민국의 어느 지역이 수면에 잠기고 말 것이라는 문장이 나오기도 한다. 크게 실감하지는 않지만 막상 생각을 해 보면 무섭다고 느껴진다. 내가 알고 있는 나라와 지역이 어느 순간 없는 땅이 된다면 참 뭔가 알 수 없는 기분이 들 것 같다.

이 책은 빙하를 연구하고 계시는 제마 워덤의 빙하에 대한 도서이다. 환경을 생각하게 되면서 고르게 된 책이다. 조금 머리로 깨닫고 싶은 마음이 강하게 들었다. 사실 지구 온난화의 경우에는 즉각적으로 피부에 와닿는 내용이기 때문에 환경을 생각해야겠다는 각성이 된다. 그러나 빙하는 아무래도 너무 먼 존재라고 인식을 하고 있다. 빙하에 대해 알게 된다면 조금이나마 더욱 환경을 실천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으로 읽게 되었다.

저자는 빙하학이라는 전공을 가르치는 교수이다. 빙하를 연구하는 사람들과 함께 지구에 존재하는 빙하를 직접 보고, 연구하면서 있었던 일들과 업적, 느꼈던 감정 등이 기록되어 있다. 환경학, 지구학 등은 그래도 책을 통해 어느 정도 듣기는 했지만 빙하학 자체는 아예 초면인 학문이어서 생소하기도 하고, 새롭기도 했다. 

사실 빙하라는 주제를 가지고 환경의 중요성을 알리는 내용에 초점을 맞춘 책인 줄 알았다. 그런데 빙하에 대한 전문적인 지식들이 생각보다 자세하게 등장해서 어렵게 느껴졌다. 지구과학이나 환경 관련 전공을 하고 있는 독자들에게는 어떻게 보면 쉽거나 친숙한 내용이겠지만 고등학교 졸업 이후로 지구과학과 거리를 두었던 터라 약 십 몇 년 전의 지식을 꺼내느라 조금 애를 먹기도 했었다.

처음에는 어려움으로 읽기 시작했지만 중간이 넘어가면서부터 빙하의 경이로움에 감탄하면서 흥미를 느끼게 되었다. 물론, 빙하의 풍경보다는 빙하를 연구하는 내용 위주로 기술이 되어 있기에 풍경을 상상하는 일은 어려웠다. 빙하 풍경에 대한 감탄보다는 빙하에서도 생명 활동을 하고 있다는 사실에 대한 경이로움이었다. 특히, 빙하 역시도 화학적 기억을 한다는 점이 새로우면서도 흥미로웠다. 더 자세하게 말하면 물이 화학적 기억을 가지고 있으며, 구성하는 물질 등을 알면 물의 역사를 알 수 있다는 점인데 기억을 가지고 있다는 점 자체가 인상 깊었다. 그 외에도 빙하 하면 대한민국 세종 기지가 있는 남극만 알고 있었는데 그린란드와 코트디예라 지역에 대해 알 수 있었다. 

환경보다는 빙하에 중점을 두고 있기는 하지만 히말라야 산맥과 코트디예라 지역의 이야기를 보면서 중요성을 느끼기도 했다. 히말라야 산맥의 경우에는 물 부족 국가 중 하나인 파키스탄을, 코트디예라 지역은 안데스 산맥을 주거지로 삼고 있는 원주민들의 식수가 된다. 오염이 된다면 건강에도 치명타를 줄 수 있는데 후자인 코트디예라는 흘러나온 물이 오염이 되어 있다고 한다. 또한, 먹을 것을 줄 수 없다는 원칙에 따라 먹이를 찾으러 온 펭귄에게 아무것도 주지 못했다는 이야기는 참 안타까웠다. 결국 그 펭귄은 시체가 되었다고 한다. 저자는 마지막 내용에 빙하와 인간이 생각보다 긴밀하게 연결이 되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고 하는데 그동안 인지하지 못했던 빙하가 갑자기 가까운 존재로 인식되었다.

빙하에 대한 사실들도 새로웠지만 저자의 가정사에 대한 이야기는 참 마음이 아프면서도 도전 정신이 대단하다고 느껴졌다. 어머니께서 투병을 하실 때, 아이를 잃는 순간과 뇌에 종양이 생겨 힘든 시간을 겪었던 시기에도 저자는 빙하로 떠났다. 빙하 연구를 할 때도 그렇게 순탄하지는 않았다. 특히, 수술이 끝난 이후에는 체력이 저하된 상황에서도, 빙하에서 육식인 북극곰과 대치하는 상황에서도 목숨을 걸고 연구를 해왔다. 저자에게는 또 하나의 고향이 빙하인 것처럼 느껴졌다. 빙하에 대한 열정을 보면서 무언가에 미친 적이 있었는지 과거를 돌아보는 시간이 되었다.

지금까지 빙하와 북극곰이라고 하면 C사의 탄산음료 그림이 가장 먼저 떠오른다. 별 생각도 없이 말이다. 그저 귀엽다고 느껴졌지만 이 책을 읽으면서 가까우면서도 무서운 존재가 되었다. 빙하는 생각보다 우리에게 큰 영향을 줄 수 있는 가까운 자연이면서 인간이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위협이 될 수 있는 무서운 존재. 직접적으로 환경을 지키자는 말보다 빙하학자의 진정성을 가진 탐험기가 묵직하게 다가왔던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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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고바야시 서점에 갑니다
가와카미 데쓰야 지음, 송지현 옮김 / 현익출판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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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건 아마존을 이겼다는 의미야. / p.173

유독 내가 읽은 책들에서는 서점이 자주 등장한다. 인생 책이라고 자부할 수 있는 소설들 중에 두 권이나 서점을 주제로 하고 있다. 거기에 에세이 중에서도 서점을 주제로 하는 책도 있다. 이 정도면 서점을 맹목적으로 사랑한다고 봐도 무방할 듯하다. 전생에 서점 주인이었지 않았을까. 서점은 곧 힘이자 힐링의 공간이 된다. 상상만으로도 행복하다.

이 책은 가와카미 데쓰야의 장편 소설이다. 제목부터가 서점이 등장한다. 서점을 좋아하는 사람으로서 그냥 지나칠 수가 없었다. 어떻게 보면 비슷한 내용일지도 모르겠지만 그래도 여기는 일본의 서점이니까 다르다는 자기합리화를 하면서 읽게 된 책이다. 거기에 서점 실화라고 하니 더욱 관심이 갔다. 힐링 소설이기에 더 큰 기대가 되기도 했다.

전체적인 이야기는 리카라는 직원의 성장기이다. 고야바시 서점의 유미코 사장을 만나게 되면서 직업인으로서의 고민과 해답을 찾고, 조금 더 적극적인 자세로 업무를 진행하면서 스스로 성장하는 이야기이다. 중간에 유미코 사장이 서점을 하게 된 이유와 서점에 얽힌 과거의 이야기가 등장하는데 이는 70년 된 실제 동네 서점의 내용이다. 

주인공인 리카는 일본에서도 꽤 크다고 자부할 수 있는 출판유통회사에 취업을 하게 된다. 그동안 큰 회사 위주로 취업을 준비했지만 출판유통회사는 전혀 알지도 못하는 분야이다. 거기에 책과 거리가 멀고, 설상가상으로 집인 도쿄와 멀리 떨어진 오사카 지부의 영업팀으로 발령이 난다. 그저 리카에게는 하나부터 열까지 걱정 투성이다. 낯선 타지에서 익숙하지 않은 업무를 하는 와중에 나름 크다면 큰 실수를 저지른다. 서점을 돌던 중 인기 도서를 적게 가져다 주었다는 서점 직원의 이야기를 듣고 물류 부서의 동기에게 부탁해 임의로 그 도서를 구했던 것이다. 물론, 신입이기 때문에 열정을 가지고 선의의 행동으로서 한 일이기는 했지만 어쨌거나 상사에게 묻지 않고 한 일이기에 회사 입장에서는 난감한 상황이었다. 그 와중에 서러운 마음을 상사가 있는 자리에서 표출했다. 부장은 리카에게 고야바시 서점에 갔다 오라는 명령을 내렸으며, 의문을 가진 채 고야바시 서점의 유미코 사장을 만난다.

크게 두 가지를 생각했다. 첫 번째는 리카라는 인물에서 평소 나의 모습이 떠올랐다는 점이다. 사회초년생 시절에는 목표보다는 그저 큰 기업의 취업을 먼저 생각했었다. 막상 회사에 취업하고 나서 뭘 하고 싶은지, 뭘 해야 하는지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로 물 흐르듯이 지나가기를 바라고 있었던 것 같다. 리카가 유미코와 이야기를 나누는 중 자신을 낮추는 '저 같은 건'이라는 말버릇을 보인다거나 단점을 먼저 생각하는 등 자신에 대한 확신이 없는 모습을 보이는데 과거와 오버랩이 되었다. 이런 부분을 보면서 동질감을, 안쓰러움을 느끼기도 했었다. 아마 다른 사람들이 보는 모습이 곧 이런 모습이지 않을까. 스스로를 돌아볼 수 있었다.

두 번째는 서점 주인 유미코의 일에 대한 열정을 느꼈다는 점이다. 고바야시 서점은 다른 서점과 다르게 우산을 판매하는 일도 하고 있다. 처음에는 서점과 우산의 조합이 조금은 낯설게 보였다. 아마 독자들이라면 대부분 의문을 가지고 있지 않을까. 리카에게 우산을 판매하게 된 이유를 설명하는데 인상적이었다. 우산을 만든 CEO의 인터뷰를 보고 판매를 결심하였다는 점이다. 우산을 만드는 업체도 서점으로 온 손님 숫자를 눈으로 보면서 우산 판매에 대한 회의적인 의사를 보였지만 유미코는 끝까지 포기하지 않았다. 플리마켓이나 사람이 모이는 장소에서 우산을 판매했다. 그 외에도 동네 서점의 한계상 고객을 유치하기 위해 획기적인 시도를 한다거나 직접 고객을 찾아가서 책을 추천하는 서비스를 제공한다거나 다른 동네 서점과 연대해 발전하려는 노력 등에서 누구보다 큰 자부심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느꼈다. 유미코의 열정과 자부심, 통찰력이 부러우면서도 가지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리카의 성장을 응원하면서 유미코의 색다른 관점에 많은 교훈을 얻었다. 특히, 서점에서 하는 이벤트에 열정적으로 참여하는 고객들에 대한 내용을 말하면서 유미코는 리카에게 쉽게 아마존에서 구입할 수도 있었겠지만 현장감이나 흥미를 주었다는 점에서 그 부분을 이겼다는 칭찬을 해 준다. 거기에 책에 대해 잘 모른다는 리카의 단점이 곧 이벤트를 할 때에는 장점으로 바꿀 수 있다는 조언을 해 주기도 한다. 분명 같은 내용이지만 어떻게 생각하느냐에 따라 자신을 갉아 먹는 독이, 성장시킬 수 있는 자양분이 된다는 사실을 새삼스럽게 다시 느낄 수 있었다. 이 또한 유미코가 고바야시 서점에서 많은 업적을 올릴 수 있는 또 하나의 노하우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소설속 리카의 모습이 개인적인 이야기로만 느껴진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아마 삶이라는 큰 바다에서 의미도 모른 채 일 또는 무언가의 파도에 휩쓸려 정처 없이 표류하고 있는 사람들이 많을 것 같다. 어쩌면 불안한 현재를 살고 있는 독자들이 이 소설을 본다면 공감과 위안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대한민국에 존재하는 리카들에게 추천해 주고 싶은 소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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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난한 날들 안전가옥 오리지널 20
윤이안 지음 / 안전가옥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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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놈의 오지랖이 문제다. / p.29

지구 온난화가 많이 진행되었다는 것을 올해 여름을 겪으면서 새삼스럽게 느끼는 중이다. 폭염과 열대야로 하루하루 온난한 날씨를 느끼고 있기 때문이다. 온난한 것보다 불쾌하다는 말이 더 정확할지 모르겠지만 말이다. 더위를 잊기 위해 씻고 나와도 오랜 시간이 지나지 않아 등에 땀이 흐를 때를 느낄 때면 허무한 마음까지 든다. 

이 책은 윤이안 작가님의 장편 소설이다. 제목에서도 드러나듯이 환경과 관련된 소설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동안 환경에 대한 이야기는 사회학이나 과학, 환경학 등 비소설 계열의 서적으로 많이 접했다. 그래서 소설로 표현한 환경은 또 어떻게 와닿을지 궁금했다. 물론, SF 소설에서 자주 등장하기는 하지만 더욱 직설적으로 환경 문제를 드러내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서 읽게 되었다.

소설의 주인공인 화음이라는 인물은 에코 시티 평택에서 카페 일을 하고 있다. 평택은 친환경과 관련한 도시로서 에코포인트제 등 다양한 정책을 실행하고 있다. 예를 들면 하루에 사용할 수 있는 전기량이 정해져 있어 이를 다 사용하면 가게 문을 닫아야 하는 정책 등이다. 카페에서도 분해할 수 있는 컵을 사용하고 있기도 하다. 그야말로 환경을 지키기 위해 누구보다 노력하고 있는 도시라는 뜻이다.

화음에게는 특별한 것이 있다. 우선, 자동차를 타면 멀미가 심한 탓인지 구토를 하게 되어 자전거로 이동한다. 그리고 능력이 하나 있는데 식물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다는 점이다. 식물 주변에서 하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식물을 통해 화음에게 들리는 것이다. 거기에 오지랖 넓은 성격까지 시너지를 보이면서 화음은 그렇게 주변 사람들의 사건이나 일을 처리해 주는 역할이 되었다. 그러던 중 식물학자이자 탐정으로 일하고 있는 이해준과 만나 사건을 해결하게 되면서 부업으로 탐정사무소의 일까지 떠맡게 된다.

소설이 각 다른 사건으로 등장하고 있지만 어떻게 보면 하나의 큰 사건 뒤에 하나씩 나온다는 생각이 들었다. 결론적으로 화음과 해준의 사건 해결이 주요 내용이라고 볼 수 있다. 어떻게 보면 단순한 사건이기는 하지만 읽다 보면 깊은 생각에 잠기거나 답답함을 느꼈다. 사이비 종교에 빠진 딸을 구하기 위해 조사하거나 잃어버린 반려동물의 유골함을 찾던 중 전혀 생각하지도 못했던 이유나 일들이 등장하면서 혼란스러웠다. 또한, 한 남자의 죽음을 찾을 때에도 그랬다. 그러나 읽는 내내 결말을 향해 갈수록 현실의 아픈 단면들이 하나하나 마음을 할퀴었고, 왜 안 좋은 결과들이 약자들을 향해 가는지 분노가 치밀어 올랐다. 이것은 비단 소설뿐만 아니라 현실에서도 늘상 일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환경 문제에 대해서도 결국 피해나 고통을 받는 사람들은 에코 시티에서 살고 있는 사람들이 아닌 변두리의 약자였다.

보통 환경 문제라고 하면 지구에게 초점을 맞추어서 이야기를 한다. 나 역시도 지구의 온도가 상승하면 온난화가 가속화된다거나 수면이 높아지는 등의 내용을 책을 통해서 자주 접한다. 이 작품을 보면서 환경을 파괴했을 때 인간에게도 돌아올 수 있다는 점을 생각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물론, 여기에서 다루는 환경 문제가 자동차 매연이나 쓰레기 등 국민들이 행동하는 문제는 아니었지만 말이다. 오히려 환경보다는 정직에 대한 문제일 수도 있을 것 같기도 하다. 그러나 하나 단언할 수 있는 것은 환경을 파괴된다면 가장 먼저 이를 받는 것은 부자보다는 서민, 서민보다는 약자일 것이라는 점이다. 그러한 점에서 보았을 때 환경의 중요성을 다시 일깨울 수 있는 소설이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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