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빙하여 안녕 - 기후 위기 최전선에 선 여성학자의 경이로운 지구 탐험기
제마 워덤 지음, 박아람 옮김 / 문학수첩 / 2022년 7월
평점 :

우리가 그렇게 되기를 선택한다면 말이다. / p.281
환경에 대한 기사를 읽다 보면 빙하가 녹으면 수면이 상승해 지구 면적의 부분이 사라진다는 내용이 등장한다. 더 나아가 가까운 나라가, 내가 살고 있는 대한민국의 어느 지역이 수면에 잠기고 말 것이라는 문장이 나오기도 한다. 크게 실감하지는 않지만 막상 생각을 해 보면 무섭다고 느껴진다. 내가 알고 있는 나라와 지역이 어느 순간 없는 땅이 된다면 참 뭔가 알 수 없는 기분이 들 것 같다.
이 책은 빙하를 연구하고 계시는 제마 워덤의 빙하에 대한 도서이다. 환경을 생각하게 되면서 고르게 된 책이다. 조금 머리로 깨닫고 싶은 마음이 강하게 들었다. 사실 지구 온난화의 경우에는 즉각적으로 피부에 와닿는 내용이기 때문에 환경을 생각해야겠다는 각성이 된다. 그러나 빙하는 아무래도 너무 먼 존재라고 인식을 하고 있다. 빙하에 대해 알게 된다면 조금이나마 더욱 환경을 실천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으로 읽게 되었다.
저자는 빙하학이라는 전공을 가르치는 교수이다. 빙하를 연구하는 사람들과 함께 지구에 존재하는 빙하를 직접 보고, 연구하면서 있었던 일들과 업적, 느꼈던 감정 등이 기록되어 있다. 환경학, 지구학 등은 그래도 책을 통해 어느 정도 듣기는 했지만 빙하학 자체는 아예 초면인 학문이어서 생소하기도 하고, 새롭기도 했다.
사실 빙하라는 주제를 가지고 환경의 중요성을 알리는 내용에 초점을 맞춘 책인 줄 알았다. 그런데 빙하에 대한 전문적인 지식들이 생각보다 자세하게 등장해서 어렵게 느껴졌다. 지구과학이나 환경 관련 전공을 하고 있는 독자들에게는 어떻게 보면 쉽거나 친숙한 내용이겠지만 고등학교 졸업 이후로 지구과학과 거리를 두었던 터라 약 십 몇 년 전의 지식을 꺼내느라 조금 애를 먹기도 했었다.
처음에는 어려움으로 읽기 시작했지만 중간이 넘어가면서부터 빙하의 경이로움에 감탄하면서 흥미를 느끼게 되었다. 물론, 빙하의 풍경보다는 빙하를 연구하는 내용 위주로 기술이 되어 있기에 풍경을 상상하는 일은 어려웠다. 빙하 풍경에 대한 감탄보다는 빙하에서도 생명 활동을 하고 있다는 사실에 대한 경이로움이었다. 특히, 빙하 역시도 화학적 기억을 한다는 점이 새로우면서도 흥미로웠다. 더 자세하게 말하면 물이 화학적 기억을 가지고 있으며, 구성하는 물질 등을 알면 물의 역사를 알 수 있다는 점인데 기억을 가지고 있다는 점 자체가 인상 깊었다. 그 외에도 빙하 하면 대한민국 세종 기지가 있는 남극만 알고 있었는데 그린란드와 코트디예라 지역에 대해 알 수 있었다.
환경보다는 빙하에 중점을 두고 있기는 하지만 히말라야 산맥과 코트디예라 지역의 이야기를 보면서 중요성을 느끼기도 했다. 히말라야 산맥의 경우에는 물 부족 국가 중 하나인 파키스탄을, 코트디예라 지역은 안데스 산맥을 주거지로 삼고 있는 원주민들의 식수가 된다. 오염이 된다면 건강에도 치명타를 줄 수 있는데 후자인 코트디예라는 흘러나온 물이 오염이 되어 있다고 한다. 또한, 먹을 것을 줄 수 없다는 원칙에 따라 먹이를 찾으러 온 펭귄에게 아무것도 주지 못했다는 이야기는 참 안타까웠다. 결국 그 펭귄은 시체가 되었다고 한다. 저자는 마지막 내용에 빙하와 인간이 생각보다 긴밀하게 연결이 되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고 하는데 그동안 인지하지 못했던 빙하가 갑자기 가까운 존재로 인식되었다.
빙하에 대한 사실들도 새로웠지만 저자의 가정사에 대한 이야기는 참 마음이 아프면서도 도전 정신이 대단하다고 느껴졌다. 어머니께서 투병을 하실 때, 아이를 잃는 순간과 뇌에 종양이 생겨 힘든 시간을 겪었던 시기에도 저자는 빙하로 떠났다. 빙하 연구를 할 때도 그렇게 순탄하지는 않았다. 특히, 수술이 끝난 이후에는 체력이 저하된 상황에서도, 빙하에서 육식인 북극곰과 대치하는 상황에서도 목숨을 걸고 연구를 해왔다. 저자에게는 또 하나의 고향이 빙하인 것처럼 느껴졌다. 빙하에 대한 열정을 보면서 무언가에 미친 적이 있었는지 과거를 돌아보는 시간이 되었다.
지금까지 빙하와 북극곰이라고 하면 C사의 탄산음료 그림이 가장 먼저 떠오른다. 별 생각도 없이 말이다. 그저 귀엽다고 느껴졌지만 이 책을 읽으면서 가까우면서도 무서운 존재가 되었다. 빙하는 생각보다 우리에게 큰 영향을 줄 수 있는 가까운 자연이면서 인간이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위협이 될 수 있는 무서운 존재. 직접적으로 환경을 지키자는 말보다 빙하학자의 진정성을 가진 탐험기가 묵직하게 다가왔던 책이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