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폴론 저축은행 - 라이프 앤드 데스 단편집
차무진 지음 / 요다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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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부의 상징이 귀신을 제압하는 부적이 된다. / p.84

어렸을 때에는 은행 광고를 많이 보았다면 중학교 이후로부터는 생각보다 저축 은행이라는 이름을 가진 광고를 많이 보게 되는 것 같다. 이름만 들으면 저절로 CM송을 따라서 부를 만큼 노래도 참 인기였던 것으로 기억한다. 한때 이러한 친근함을 주는 광고가 개인의 부채를 늘게 만들 수 있다는 우려 섞인 시선들이 나왔었는데 요즈음은 그런 이야기가 잘 들리지 않는 것 같다.

이 책은 차무진 작가님의 단편집이다. 부제의 라이프 앤 데스 단편집과 다른 제목이어서 눈길이 끌었다. 삶과 죽음을 보여주는 소설인데 거기에 대부 업체를 연상시키는 제목이라니 말이다. 단편집 제목 중 하나가 이 제목을 가지고 있을 텐데 그 내용이 참 궁금해졌다. 

단편집은 죽음이라는 주제를 관통해 총 여덟 편의 소설이 등장한다. 구전으로 듣는 듯한 먼 시대의 이야기에서부터 지금 들어도 현실감을 느낄 수 있는 이야기까지 다양한 배경에서 죽음을 표현하는데 묘하게 느껴지는 소설이 있고, 너무나 생생하게 공감이 되는 소설도 있었다. 가족의 이야기를 다룬 일부 소설은 읽으면서 뭉클한 감정을 느끼기도 했다. 일부 소설에서는 공포감을 느끼기도 했다. 죽음이라는 주제를 가지고 등장하는 다양한 이야기가 참 기대를 가지고 읽게 되었다.

개인적으로는 마포대교의 노파와 아폴론 저축은행이라는 작품이 가장 뇌리에 남았다. 마포대교의 노파는 자살이 많이 일어나는 마포대교를 감시하는 두 경찰관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더 자세하게 말하자면 자살을 동요하게 만드는 노파를 감시해 사람들의 자살을 막는 이야기라고 볼 수 있다. 박 경사와 김 순경이 등장하는데 박 경사는 누가 봐도 이상하다고 느낄만한 인물이다. 경찰 내에서도 왕따인 인물이었는데 마포대교를 감시하는 업무를 맡게 된다. 그리고 아무도 원하지 않는 그의 파트너로 김 순경이 자원한다. 박 경사는 사실 귀신이 보이는 인물이었고, 노파와 이야기를 나누는 사람은 반드시 다리에서 뛰어내린다는 이상한 말을 늘어놓는다. 이후 박 경사의 능력으로 확인을 해 보니 사실이었고 김 순경은 이를 막을만한 묘책을 세워 사람들의 자살을 막는다.

사실인지 알 수는 없겠지만 김 순경의 아이디어로 관부의 상징이 귀신을 제압할 수 있는 부적 역할을 한다는 사실을 처음 알았다. 적극적으로 사람들의 자살을 막기 위해 노력하는 김 순경의 모습을 보면서 직업적인 열정이 느껴졌지만 가장 크게 와닿은 포인트는 박 경사의 비밀과 사건의 전말에 대한 감정이었다. 노파의 모성애가 느껴졌기 때문이다. 처음에는 코미디라고 느낄 수 있을 정도로 재미있게 전개가 되었는데 마지막 결말에 이르러서 뭔가 이름 모를 울컥함이 올라왔다. 아들 또는 딸이라는 생각으로 자살하려는 사람들을 지키지 않았을까 싶다.

표제작인 아폴론 저축은행은 한 가족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소설의 주인공인 남자는 가정을 이루고 있는데 첫째 아들은 아픈 상황이며, 아들의 병원비를 마련하지 못한 상황에서 빚을 지고 있다 보니 택시 기사로 겨우 먹고 살고 있는 듯하다. 빚은 말할 것도 없다. 그렇게 자살까지 시도했으나 결국에는 용기가 나지 않아 이를 포기한다. 그렇게 절망에 살고 있던 어느 날 남자의 택시에 한 노인이 손님으로 탄다. 그 노인은 이상한 이야기를 남기면서 아폴론 저축은행으로 남자를 인도했다. 거기에서는 빚을 빌릴 수 있다고 했는데 은행에서 상담을 받고 보니 남자에게 9 억 5 천만 원을 빌려 줄 수 있다고 했다. 이는 나중에 남자에게 10 억의 돈이 들어올 예정이며, 미리 돈을 준다는 것이다.

깊이 생각할 수 있는 소설 내용이었다. 미래에서 받을 돈을 미리 받을 수 있다는 소재 자체가 참 독특했다. 사람의 한치 앞도 모르는 미래에 돈이 어디에서 나올 줄 알고 이를 예상해 돈을 빌려 준다는 것일까. 거기다 남자의 경우에는 도저히 돈이 나올 구석이 없었다. 처음부터 뭔가 흥미롭게 읽었던 부분이었는데 결말을 보고 참 많이 당황스러우면서도 지극히 현실적이어서 마음에 남았다. 과연 나에게 미래의 돈 10 억을 미리 끌어서 빌려 준다고 하면 수락했을까. 이 소설을 읽고 난 이후 나의 대답은 아니라고 할 것이다.

그 외에도 그동안 순수한 사랑 이야기로 기억되었던 소나기가 떠올랐던 죽음에 대한 이야기, 엄마를 기다리는 두 아이의 이야기, 라면과 떡볶이에 빠진 과거 옛날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 등 전혀 죽음이 떠오르지 않는 주제로 나오는 이야기들이 새로우면서도 흥미로웠다. 부제 그대로 삶과 죽음에 대한 단편집이라는 것을 읽는 내내 새삼스럽게 느꼈다. 전체적으로 소설은 무거우면서도 가라앉는 느낌을 주었다. 

책을 덮으면서 삶과 죽음 자체에 대해 깊이 생각을 할 수 있는 기회가 되었다. 죽음이라고 하면 조금은 멀게 느껴졌는데 소설을 읽는 내내 생각보다 가까울 수도 있겠다는 두려움이 들기도 했다. 죽음이라는 게 무엇일까. 철학적이면서도 현실적으로 정리할 수 있는 시간이 되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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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을 잡은 채, 버찌관에서
레이죠 히로코 지음, 현승희 옮김 / 해피북스투유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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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모습도 역시 나였던 건가. / p.196

버찌라는 단어를 들으면 자연스럽게 연상되는 이야기가 하나 있다. 80년대 후반에서 90년대 초반까지의 동시대의 사람이라면 누구나 학교에서 배웠을 이야기이다. 한 아이가 돈의 개념을 모른채 가게에 가서 사탕을 구매하고 주인 아저씨께 버찌씨를 주었는데 몇 개만 가지고 가고 나머지는 거스름돈으로 아이에게 쥐어 주었다는 내용이었다.

아마 초등학교 저학년 때 교과서로 읽었던 내용인 것 같다. 당시에는 버찌 열매라는 개념 자체에는 관심이 없었다. 그저 어린 아이의 동심을 지키는 것과 함께 돈에 대한 관념도 알려 주었다는 측면에서 참 멋있는 어른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마 그 시절부터 이런 어른이 되어야겠다고 다짐을 했던 것 같은데 진짜 어른이 된 지금은 어린이와 비슷한 정신 연령으로 늘 부족하게 살아가고 있는 듯하다.

이 책은 레이죠 히로코의 장편 소설이다. 늘상 말하는 것이지만 집이 배경인 표지의 책을 그냥 지나치지 못한다. 아마도 팍팍한 일상에서 소설로나마 위안을 받고 싶은 무의식이 먼저 고르게 되는 것 같다. 호불호가 갈리지는 하지만 이런 류의 소설은 대부분 큰 힐링을 주었다. 개인적으로 가장 마음에 드는 소설들을 고르면 비슷한 표지의 소설들이 많이 모였을 수도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거기에 어릴 때 큰 영감을 주었던 버찌라는 단어까지 합쳐지니 더 고민할 겨를이 없었다.

소설의 주인공인 사츠타는 대학을 휴학한 채 소설을 집필하고 있는 작가이다. 작가이기는 하지만 크게 히트를 쳐서 전업 작가의 길로 가기에는 뭔가 부족한 인물이기도 하다. 부모님께서도 이러한 사츠타를 걱정하고 계시는 듯하다. 집에서 소설을 집필한다며 시간을 보내던 어느 날 먼 친척 할머니 댁의 관리인으로 들어갈 기회가 생긴다. 할머니께서는 병원에 입원 중이시기에 혼자 거주하면서 이것저것 집 관리를 하면 되는데 한적하게 소설을 집필하기에 딱 좋겠다는 생각으로 이를 수락한다.

혼자 여유롭게 작가로서 시간을 보낼 것이라는 기대는 금방 무너졌다. 갑자기 열 살 정도 된 아이 리리나가 등장한다. 할머니의 손녀로서 부모님께서 계시지 않기 때문에 할머니께 오게 되었다는 것이다. 집 관리와 함께 아이의 양육을 도맡게 된 사츠타는 리리나와 함께 시간을 보낸다. 특히, 리리나는 어떻게 보면 무례한 말과 행동을 하는 아이로 사츠타를 마치 종 부리듯이 대하기도 한다. 처음에는 아이를 보호한다는 것을 부정적으로 생각했었지만 같이 보내는 시간이 많을수록 리리나의 아버지가 된 듯한 느낌을 받으면서 또 다른 생각에 미친다.

비교적 200 페이지 내외의 짧은 소설임에도 장르가 휙휙 바뀌는 게 조금은 혼란스럽게 느껴졌다. 처음 독백으로 시작할 때에는 남녀의 사랑 이야기인 줄 알았으며, 중반 이후에 사츠타에게 사건이 벌어지면서부터는 스릴러의 느낌을 받았다. 거기에 리리나를 보면서 없는 부성애를 느끼는 이야기에서는 뭔가 핏줄보다 진한 정으로 연결된 가족 이야기인 것 같았다. 결론적으로는 사랑 이야기이지만 소설 안에서 다양한 감정을 느낄 수 있다는 게 조금 묘했다.

읽는 내내 리리나의 행동 자체가 불쾌하게 느껴졌던 게 사실이다. 소설 속의 사츠타는 대학교 휴학 중이지만 십 대 후반에서 이십 대 초반 정도의 인물로 그려진느데 자신보다 열 살이나 많은 사람에게 조금은 무례하게 대한다. 심지어 반말까지 하는데 장유유서와 웃어른을 공경해야 한다는 가르침을 받고 자란 사람으로서 불편했다. 그러나 리리나의 태도가 사츠타가 할머니 댁을 포기하고 집으로 가겠다는 고민이나 감정 변화에 큰 역할을 했다고 본다. 아마 누가 봐도 예의가 바른 리리나였다면 굳이 사츠타의 손이 필요하지 않았을 테니 말이다.

후반에 이르러서는 절절한 사랑 이야기로 끝난다는 점이 인상 깊었다. 사츠타에게서 리리나의 존재는 단순히 먼 친척의 손녀 또는 자신이 돌봐야 했던 아이가 아니었다. 벌어진 사건 이후 사츠타의 죄책감이 인간의 형태로 온다면 리리나이지 않을까. 사츠타의 행동이 곧 그렇게 반영이 된 것이라고 생각이 들었다. 

힐링 스토리를 기대하면서 읽게 된 책이었지만 장르의 전환과 함께 인간 사이의 관계에 대해, 그리고 사람이 느끼는 감정에 대해 조금은 깊게 생각하게 되었던 것 같다. 혈연이 아니더라도 인간은 누구나 인간애를 가지고 누군가를 지키고 싶고, 본의 아닌 사건에서도 상대를 향한 죄책감을 가지고 있다는 점을 말이다. 생각보다 인간은 선하다는 사실을 다시금 느낄 수 있었다. 그 점에서 기대했던 것과 다른 인간애의 힐링을 경험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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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우와 나 - 한없이 다정한 야생에 관하여
캐서린 레이븐 지음, 노승영 옮김 / 북하우스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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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쨌거나 우리는 달에 사람을 보내지 않았던가. / p.384

여우 하면 얼마 전까지만 해도 여우의 모습보다는 귀신의 형태로 떠올랐던 것 같다. 직접 보기 전까지 어르신들의 말씀과 매체에 비추어 볼 때 여우는 그저 구미호였다. 인터넷 검색을 통해 여우의 사진을 쉽게 볼 수 있었지만 아무래도 주위에서 여우라는 동물보다는 구미호라는 귀신을 더욱 많이 들었기 때문에 그렇게 고정관념이 잡혔다.

그러다 요즈음 아이돌 덕질은 또 멤버들을 하나의 동물 이모티콘으로 정한다고 하던데 마침 당시 좋아하던 아이돌 멤버의 이모티콘이 사막여우였다. 그때 처음으로 여우의 모습을 검색했고, 여우의 실물을 한 달 전 조카들과 갔던 동물원에서 처음 보았다. 생각보다 귀엽고 너무 예뻤다. 내가 여우라면 구미호라는 귀신이 여우의 모습을 띈 것에 대해 억울하거나 기분이 나빴을 것 같다는 생각까지 들었다.

이 책은 캐서린 레이븐의 에세이이다. 여우에게 어린 왕자를 읽어 주었다는 문구가 가장 눈에 띄어서 읽게 된 책이다. 언어를 모르는 여우에게 어린 왕자를 읽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다는 말인가. 속담 중 하나인 소 귀에 경 읽기가 떠올랐다. 그게 또 묘하게 호기심이 생겼다.

연구원과 대학 교수 등 누가 봐도 부러울 정도의 재력과 명예를 가진 저자는 야생동물이 넘치는 어느 오두막으로 이사를 간다. 물론, 오두막에 거주하면서도 일을 하고 있기는 하지만 여우를 비롯한 야생동물을 돌보는 일에 집중한다. 이야기는 전반적으로 여우와의 우정과 그 이상을 다루고 있다. 인간과 여우의 관계가 무엇보다 잘 드러나 있다.

개인적으로는 두 가지 부분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첫 번째는 여우를 의인화하는 것이었다. 책을 읽다 보면 가끔 헷갈리는 구석이 있는데 여우를 그 또는 그녀로 표현하는 부분이 많다는 점이다. 중간에 생각이 잠시 다른 길로 새게 된다면 흐름을 놓칠 정도이다. 처음에는 이 부분이 참 적응이 안 되었고 혼란스럽기도 했었다. 그러나 이후에 읽으면서 여우를 하나의 동등한 생명을 가진 존재로 인정해 주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사실 여우를 인간으로 표현하는 것에 대한 저자의 의견이 나오기는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이 부분에서는 조금 모순이라는 생각이었다.

두 번째는 여우에 대한 저자의 태도이다. 저자가 야생동물에 대한 시민 수업 비슷하게 진행하면서 여우에 대한 이야기를 참 조심스러워한다고 느껴졌다. 여우에 대한 언급을 하게 되니 수업 참여자들은 여우가 곧 애완 동물이라고 생각을 하기도 하고, 후반에는 여우와 사귄다는 게 뭔지 되묻는 경우도 있었다. 나 역시 저자의 행동들이 어떻게 보면 여우를 애완 동물로서 키운다는 착각이 들기도 했다. 그렇다고 해서 저자가 거주하는 오두막에 여우를 들여보내는 것은 아니지만 말이다.

더불어, 저자는 여우가 들고양이들의 습격을 당할 때나 다른 동물로부터 적극적으로 보호해 주지 않았다. 분명 친구라고 표현을 했는데 너무 야생에 던져 두었다. 계란의 노른자나 다른 것들을 이용해 여우의 생존에 도움을 주었던 것은 맞지만 적극적으로 개입하지 않았다. 개인적으로는 이 부분 역시도 의아하면서도 강렬하게 남았다. 아무래도 야생이나 생물학 분야에서 오랫동안 근무를 했었기 때문에 여우가 야생에서 살아갈수록 사이드 측면에서 도움을 주었던 것 같다. 아마 그런 지식이 없는 일반인이었다면 여우를 집으로 들여보낼 생각을 했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책에서는 생텍쥐베리의 어린왕자, 허먼 멜빌의 모비 딕이 자주 등장한다. 어린왕자 모자에 대한 내용과 이슈메일의 가치관 등을 비교하는 글을 보면서 저자와 참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린왕자에 비해 전문적이고, 모비 딕에 비해 따뜻했다. 처음에는 이슈메일과 저자의 공통점을 깊이 생각하지 못했는데 페이지를 넘기면 넘길수록 고래에 대한 열망을 가진 이슈메일과 여우에게 어느 순간을 걸었던 저자의 교차점이 보였다. 어린왕자는 아직 읽어 보지 못했기 때문에 깊이 공감하지 못한 부분이 개인적으로는 아쉬웠다.

에세이라고 하기에는 너무 무거웠다. 모비 딕이 철학적인 이야기를 담고 있었던 것처럼 이 책 역시도 아무 생각 없이 읽기에는 어려웠다. 그러나 어린왕자와 모비 딕을 감명 깊게 읽었던 독자라면 충분히 만족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두 권 중 하나만 읽었던 나에게도 분명히 생각할 지점이 있었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었던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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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지평선 - 우리가 우주에 관해 아는 것들, 그리고 영원히 알 수 없는 것들
아메데오 발비 지음, 김현주 옮김, 황호성 감수 / 북인어박스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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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는 유한할까, 무한할까? / p.17

라디오에서 가수 윤하 님의 '사건의 지평선'이라는 제목의 노래를 들은 적이 있다. 멜로디가 너무 좋아서 카카오톡 프로필 뮤직에 둘 정도로 참 자주 듣는 곡인데 나중에 뜻을 검색해 보니 생각보다 어려운 내용이어서 당황했었다. 가사 역시도 가볍게 듣고 넘기기보다는 깊게 해석이 필요했는데 뜻을 알고 보니 더욱 좋아하게 된 노래가 되기도 했다.

이 책은 아메데오 발비의 과학 도서이다. 좋아하는 노래 제목 덕분에 지평선이 가장 눈에 들어왔다. 대체 마지막 지평선이라는 제목의 뜻은 무엇일까. 과학 도서이기 때문에 내용 자체가 주는 부담감이 있기는 했지만 호기심과 관심이 이를 부담감을 이겼다. 걱정과 설렘을 안고 읽게 되었다.

책은 총 네 가지 파트로 이루어져 있으며, 첫 장은 물리학의 관점, 2 장에서는 물리학의 확신, 3 장에서는 혼란스럽게 하는 우주에 대한 한계, 마지막 4장은 과학의 권위에 도전하는 질문들에 대한 대답으로 이루어져 있다. 과학과 거리가 먼 독자의 입장으로서는 부제에서 알 수 있는 것처럼 우리가 알고 있는 우주에서부터 지금도 모르는 이야기, 앞으로도 모르게 될 이야기 등 우주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고 느껴졌다.

개인적으로는 두 가지에 대한 생각이 들었다. 이는 가장 좋은 점이기도 했는데 첫 번째는 사람이라면 한번쯤 생각해 볼 수 있는 이야기로 쉽게 시작한다는 것이었다. 처음 도입 자체부터 그랬다. 우주 너머에 무엇이 있는지, 그리고 우주는 무한한 곳인지에 대한 물음으로부터 시작해 과학자로서 이를 설명해 주는 내용이 좋았다. 거기에 딸의 질문들이 등장한다. 이러한 부분도 참 인상적이었는데 아무래도 딸이 과학자가 아닌 일반 보통 사람으로서 던질 수 있는 질문이라는 점에서 공감이 되었다.

두 번째는 우주에 대한 몰랐던 정보를 알 수 있다는 것이었다. 그 넓은 우주에서도 우리가 인지하고 있는 물질은 5 %로 구성되어 있으며, 95 %는 모르는 물질이라는 게 흥미로웠다. 거기에 한번쯤 들어보았던 빅뱅이라는 우주의 사건들과 익숙한 케플러와 아인슈타인의 과학 이론들과 조금은 낯설었던 허블상수 등의 과학적 개념들까지 전체적으로 많은 지식들을 공부할 수 있어서 좋았다.

학교 다닐 때부터 우주에 대한 호기심을 가지고 있었지만 세상을 살아가면서 이러한 질문이 허무맹랑하다고 느껴졌다. 지금 살고 있는 현실에는 필요가 없는 질문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이 책을 읽으면서 철학적인 답변을 얻은 듯했다. 우주의 무한함을 통해 세상을 살아갈 수 있는 무언가를 얻은 듯한 느낌이 들었고, 완독을 한 것이 헛되지 않았다는 확신이 들었다.

우주에 대한 이야기를 다룰 것이라고는 생각했었지만 물리와 화학 등 과학적인 지식들이 전반적으로 나오기 때문에 이해하는데 조금 어려움을 겪기도 했었다. 약간 김상욱 교수님의 <떨림과 울림>이라는 책을 읽을 때와 비슷한 느낌을 받았다. 내용 자체는 너무나 방대한 지식을 필요로 했기에 전부 이해할 수 없었지만 우주의 경이로움이 주는 여운을 고스란히 받을 수 있는 책이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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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매 소녀 안전가옥 쇼-트 14
박에스더 지음 / 안전가옥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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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렇게 거대한 제사상이라니. / p.82

태생이 겁쟁이여서 퇴마나 영매 등의 주제를 다룬 영화를 태어나서 본 적이 없다. 신부가 퇴마하는 내용의 유명한 영화와 전라남도 곡성군과 동명의 제목을 가진 영화도 주변 사람들에게 추천을 많이 받았다. 시각적인 분장이나 효과의 무서움을 떠나 마치 등 뒤의 스산함을 느끼게 만드는 게 너무 싫다 보니 아직 보지는 못했다. 아마 앞으로도 도전할 장르는 아닌 것 같다.

그러나 소설은 또 다른 문제이다. 지금까지 읽은 소설들을 생각해 보니 드문드문 영매나 퇴마에 대한 이야기가 등장하는 내용이 있다. 특히, 추리나 스릴러 소설의 나름 단골 주제로 나오는 것 같기는 한데 이상하게 소설에서는 그런 스산함을 느끼지 못했다. 상상력이 좋지 못하다는 것이 나름 장점이라면 장점일까. 

이 책은 박에스더 작가님의 영매를 주제로 한 중장편 소설이다. 손이 닳도록 적는 내용 중 하나가 안전가옥 출판사의 쇼트 시리즈는 믿고 본다는 것인 듯하다. 아마 가장 많이 적은 내용이 아닐까. 개인적으로 큰 만족을 하고 보는 책이기 때문에 이번 신간도 기대가 되었다. 그동안 소설에서는 영화와 다르게 인상적으로 본 주제이니까 더욱 관심을 가지고 읽었다.

소설의 주인공인 최은파는 영혼을 볼 수 있는 여고생이다. 이런 능력을 가져서 그런 것인지는 몰라도 친한 친구가 없는 삶을 살아온 것 같기도 하다. 뭔가 사람들이 은파를 피한다기보다는 자신의 능력을 알고 있기에 스스로를 고립하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그런 은파의 주위에 가장 많이 등장하는 동물과 인물이 있다. 은파만 볼 수 있는 특별한 능력을 가진 고양이인 이채와 은파가 친해지고 싶어하는 신비한 매력의 김기율이라는 이름을 가진 선배이다.

거기에 은파가 다니고 있는 Y여고는 지방에 있음에도 명문대를 많이 보내는 학교로 유명한데 학교 재학생이 죽는다거나 3년에 한 번씩 해야 하는 무언가 등 뭔가 말할 수 없는 특별하고도 큰 비밀을 가지고 있기도 하다. 주인공인 은파는 아무도 알려 주지 않는 학교의 비밀을 파헤치는 것과 동시에 기율 선배와 고양이 이채의 비밀, 엄마의 과거를 알아가는 과정을 다루고 있다. 

전체적으로 오컬트 영화가 많이 떠올랐다. 흔히 영상 매체로 알고 있는 빨강과 노랑, 파랑의 원색 줄들이 묶인 나무라든지 영매 의식들이 생각보다 큰 스케일로 표현되었다는 느낌을 많이 받았다. 가볍게 읽었지만 머릿속으로 그려진 장면은 영화를 재생시키는 것 같았다. 영화 자체를 본 적이 없기에 이와 비슷한 내용을 가지고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스틸컷으로 보았던 사진들이 하나로 영상화가 되어 흐르는 듯했다. 덕분에 상상력을 가지고 그림을 그리다 보니 싸늘한 느낌도 받았다. 

그러면서 은파라는 인물을 더욱 깊이 이해할 수 있었는데 특히, 영매 능력을 주고 떠난 엄마에 대한 감정이 뭔가 아련하게 다가왔다. 아마도 보통의 여고생이었다면 다른 친구들과 어울려 평범한 학교 생활을 했을 테지만 이러한 능력 때문에 뭔가 고립되어 살아가야 한다는 것과 먼저 하늘 나라로 떠나 혼자가 된 것에 대한 원망이지 않을까. 그러면서 시간이 흘러 엄마의 비밀을 알게 되었던 부분에서는 원망보다는 애증의 관계로 발전이 된다고 생각했다. 마지막에 이르러 엄마의 생각을 이해할 수 있게 되어서 조금은 마음을 느낄 수 있지 않았을까.

또한, 고양이 이채의 존재가 인상적이었다. 다른 사람들의 눈에는 그저 간식을 주고 싶은 학교 마스코트처럼 보이지만 은파에게만큼은 그저 귀찮은 존재였다. 그냥 단순하게 따라다니는 고양이 중 하나로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어서 개인적으로 큰 반전이었다. 사실 읽으면서 이채의 존재와 드라마 도깨비에 등장하는 한 인물과 겹쳐서 보였다. 생각보다 아련하면서도 마음을 울리기도 했다.

배경과 내용의 강렬함이 잊혀지지 않았는데 프로듀서의 말을 보면서 은파라는 인물과 사건들이 생각할 거리를 주었다는 점을 인지할 수 있었다. 특히, 자신의 능력을 거스르거나 한계를 넘어 무언가를 하려고 했던 행동들이 떠올랐다. 운명을 이겨내 성장한다는 측면에서 더욱 깊이 와닿았다. '과연 내가 주인공이었다면 그 상황에서 어떻게 행동했을까?'라고 묻는다면 은파와 다르게 운명에 순응했을 것 같았다. 그것 또한 어쩔 수 없다는 생각으로 말이다. 그런 점에서 보았을 때 은파는 단단한 인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주제나 내용 자체는 가벼우면서도 금방 읽을 수 있는 소설이었지만 표현하기 어렵게 조금은 무거웠다. 글로서 표현된 사건의 장면들이 강렬하게 와닿았기에 그렇게 느꼈던 것 같다. 그런 부분을 보았을 때 영매나 오컬트를 좋아하는 독자들에게는 큰 만족감을 줄 수 있지 않을까. 읽는 내내 영상화로 구현이 된다면 더욱 흥미로움을 줄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디까지나 개인적으로 K-오컬트 영화를 응원하게 만들었던 소설이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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