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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인 오스틴, 19세기 영국에서 보낸 편지 - 로맨스 여제의 삶과 사랑, 매혹의 삽화들 ㅣ 일러스트 레터 2
퍼넬러피 휴스핼릿 지음, 공민희 옮김 / 허밍버드 / 2022년 12월
평점 :



사랑하는 커샌드라 언니에게 / p.45
어렸을 때 나름 편지 쓰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이었다. 몇 번 언급했던 것처럼 같은 가수를 좋아하는 팬들과 비슷한 연령대의 친구들과 편지를 참 많이 주고받았다. 특히, 청소년기 당시에는 잡지에 펜팔 친구를 구하는 코너가 따로 있었으며, 편지지도 참 많이 있었다. 편지지를 만들거나 꾸미는 것에는 취미가 없어서 색깔 편지지에 이것저것 많은 이야기를 적어서 보냈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렇게 많은 사람들과 편지를 나누기는 했지만 정작 가족들에게 쓴 기억은 많지 않다. 그나마 부모님은 어버이날이라는 기념일이 있어서 학교에서 시킨 강제성의 가진 편지를 적기는 했었다. 물론, 말 잘 듣는 자녀가 되겠다는 거짓말이 대부분을 차지하겠지만 그것 또한 편지이기에 부모님께는 나름 썼던 것 같다. 동생에게는 삼십 년이 넘는 세월에 단 하나의 편지도 적은 적이 없다. 무뚝뚝한 성향이어서 표현에 서툴 뿐 아니라 굳이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는 스타일이 아니어서 생일 때조차 선물은 주었어도 편지를 주지는 않았다.
이 책은 제인 오스틴의 편지를 엮은 책이다. 고전 로맨스 소설의 어머니라고 불릴 정도로 유명한 제인 오스틴의 이야기라고 해서 관심이 갔다. 어디까지나 개인적인 예상이지만 제인 오스틴의 사랑이 담긴 이야기일 것이라고 생각했다. 흔히 말하는 러브 레터로 알고 있었기에 남의 연애사가 재미있는 것 중 하나라고 하니 궁금해져서 읽게 되었다.
예상은 러브 레터였지만 읽고 보니 가족들과 나누었던 편지가 주된 내용이어서 당황스러움을 안고 시작했다. 초반에 주된 인물이 등장하는데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하는 사람은 제인 오스틴의 언니인 커샌드라이다. 제인 오스틴은 칠남매이며, 그 중 커샌드라는 유일하게 같은 자매이다. 커샌드라와 오빠들, 그리고 조카 메리 등 주변 사람들에게 보낸 편지로 제인 오스틴의 삶을 알 수 있었다.
사실 부끄러운 이야기이지만 제인 오스틴의 소설을 보다가 중간에 멈춘 적이 많았기에 저자의 삶을 그렇게 볼 일이 없었다. 그래서 편지의 내용이 참 흥미롭게 느껴졌다. 주변 사람들과 같이 파티를 간 이야기, 함께 당구를 친 이야기, 어머니의 아편을 잠깐 뺀 이야기 등 어떻게 보면 사소한 일상이라고 보일 수 있는 일들을 비교적 상세하게 이야기하는 제인 오스틴의 일상에 빠져드는 기분이 들었다. 마치 옆에서 동생이 일상 이야기를 한다면 딱 이런 기분이겠다는 느낌이었다. 언니인 커샌드라에게는 어쩔 수 없는 동생이지 않을까.
너무 동생 같은 느낌의 편지이지만 가족들을 사랑하는 마음도 느낄 수 있었다. 특히, 조카를 상당히 아끼는 듯했는데 조카에게 자신이 집필하고 있는 소설 초안을 보내 평가를 받는다거나 표현도 부족하지 않게 했었던 듯하다. 또한, 언니에게 보낼 때에는 친애하거나 애정하는 등의 편지 머릿말을 적고, 애정을 담는 마무리가 참 인상적이었다. 조금씩 다른 제인 오스틴의 싸인을 관찰하는 재미도 있었다.
그 중에서도 아버지의 죽음을 전하는 편지는 참 인상적이었다. 해군인 오빠에게 전하는 내용이었는데 오빠의 마음을 헤아리면서도 누구보다 편안하게 해 주려는 의도가 엿보였다. 마음 아파할 것을 염려해 자세한 과정을 설명하면서도 하늘의 뜻이었다는 내용은 참 보는 내내 아릿함을 느꼈다.
개인적으로 두 가지 구성이 좋았는데 첫 번째는 제인 오스틴의 소설이 등장하는 부분과 삽화가 있는 부분이었다. 편지 중반마다 제인 오스틴의 소설인 설득, 오만과 편견 등의 일부 이야기가 나온다. 소설을 읽지 않았기 때문에 자세한 스토리는 모르지만 편지의 내용과 어울러져 더욱 몰입도를 높였다. 거기에 제인 오스틴 편지의 배경이 될 수 있는 일들이나 삽화 등이 실려 있어서 그것도 너무 좋았다. 편지를 받는 이들이 제인 오스틴과 어떤 관계에 있는지 자세하게 설명해 주어서 이해하는 것도 어렵지 않았다.
읽고 나니 제인 오스틴의 소설들이 궁금해졌다. 특히, 대표작이라고 불리는 오만과 편견이라는 작품을 읽고 싶다는 생각이 가장 크게 들었다. 작년에 좋은 기회에 제인 오스틴의 설득이라는 소설을 선물받았는데 그것 또한 시간을 내어 읽으려는 계획도 세웠다. 그동안 잘 몰랐던 제인 오스틴이라는 작가의 삶을 편지 형식으로 볼 수 있다는 점에서 좋았던 책이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