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명 소설
앙투안 로랭 지음, 김정은 옮김 / 하빌리스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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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에서 많은 사랑을 받는 베르나르 베르베르와 기욤 뮈소의 뒤를 이을 수 있는 프랑스 작가의 소설이라는 점이 기대가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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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생지, 개미지옥
모치즈키 료코 지음, 천감재 옮김 / 모모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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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건이 항상 무슨 목적을 가지고 일어나는 건 아니잖아요. / p.363

어렸을 때에는 개천에 용 난다는 속담을 자주 표현할 수 있는 사례들이 많이 등장했던 것 같다. 뉴스만 보더라도 어려운 환경에 있는 청소년이 공부해 좋은 직업을 얻게 된다거나 대학에 합격하는 일들이 꽤 있었는데 요즈음은 보기 드물다. 어른들도 개천에서 용이 나오는 시대는 지났다고 말하기도 한다. 이런 사회가 안타까우면서 조금 답답하게 느껴진다. 그런 의미에서 출생 환경이 다르다고 해서 차별을 받는다거나 무시를 당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하는 입장이다. 누구나 기회의 평등을 이루어야 하는데 막상 그게 쉽지 않은 점은 아이러니이자 큰 난제이기도 하다.

이 책은 모치즈키 료코의 장편소설이다. 사회파 추리소설이라는 점 하나만 믿고 선택하게 된 책이다. 아무래도 직업적인 측면에서 생각하거나 고민하는 부분들이 있기에 선호하는 소재이면서 그늘이나 편견이 있는 자들의 이야기를 좋아한다. 일본 소설이라는 점에서 한국 사회와 또 다른 새로움을 안겨 줄 것이라는 기대로 읽게 되었다.

소설은 두 여자의 살인 사건으로부터 시작된다. 한 명의 여자는 편의점에서 물건을 사러 가는 중 총에 맞아, 또 다른 여자는 한 사람의 집 욕조에서 사망했다. 두 사람의 공통점은 성을 사고 파는 매춘부라는 점에 있다. 거기에 식품 회사와 방송사에 하나의 협박 편지가 도착한다. 세 번째 희생자가 발생되지 않기를 바란다면 돈을 계좌로 보내라는 협박 편지이다. 식품 회사의 블랙 컨슈머 사건을 취재하던 기자는 살인 사건과 협박 편지가 연관성이 있다는 생각으로 연결 고리를 찾아 나선다.

사회파 추리소설이라는 장르에서 보듯이 사회의 부조리나 이슈를 다루고 있는 이야기이다. 살인 사건의 피해자를 통해 성매매를, 피해자들의 아이들을 통해 아동 방임과 학대를, 등장 인물들의 배경을 통해 빈부 격차와 현실을 보여 준다. 일본이 배경이지만 같은 문화권을 공유한다는 측면에서 대한민국에서도 익히 볼 수 있는 모습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전체적으로 술술 읽혔으며, 이해 또한 쉬웠다.

개인적으로 읽으면서 두 가지 측면을 깊게 생각했다. 첫 번째는 출신 배경에 대한 빈부 격차이다. 소설에 많은 이들이 등장하지만 이 부분에서는 스에오와 쓰바사라는 두 인물에 집중해 이야기를 나누고자 한다. 스에오는 매춘부 어머니 밑에서 태어난 장남이며, 자신의 학업을 유지기 위해 범죄를 저지르지만 동생에게 최선을 다하는 오빠이다. 피라미드의 맨 마지막에 있는 계층이라고 볼 수 있다. 반대로 쓰바사는 의사인 아버지와 의대를 다니고 있는 동생이 있는 장남이며, 누가 봐도 부유한 생활을 하고 있는 피라미드의 맨 꼭대기에 있는 계층이다. NPO 단체를 만들어 매춘부들을 돕는 일도 하고 있는, 겉으로만 본다면 그야말로 완벽한 사람이다.

주변의 사람들은 두 사람을 극단적으로 평가한다. 스에오는 동생에게 자상하게 대하는 사람으로 절대 살인을 저지르지 않을 사람, 쓰바사라는 인물은 이중적이면서 답이 없는 사람이라고 말이다. 그러나 사회는 냉혹했다. 어쩔 수 없는 두 사람의 격차가 한 사람을 괴물로, 다른 한 사람을 인간으로 대우했다. 그런 점에 참 답답하게 다가왔다. 현실을 무시할 수는 없겠지만 배움의 기회나 가장 기본적인 인권조차도 박탈당했다는 점에서 이는 깊이 고민할 부분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적어도 스에오에게만큼은 그 사회가 벗어날 수 없는 지옥이지 않았을까.

두 번째는 매춘부이다. 사실 직업에는 귀천이 없다고 보는 입장이지만 일부 직업은 강한 편견을 가지고 있다. 그 중 하나가 성을 사고 파는 사람들이다. 이 소설에서는 이러한 직업을 가진 많이 등장한다. 살인 피해자 두 사람을 비롯해 스에오의 어머니 역시도 매춘부로 생계를 이어간다. 그런데 지금까지 보았던 작품들과 달리 매춘부를 조금은 다르게 그들 역시도 하나의 인간으로서 보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피해자의 신분으로 사건 자체가 흐려질 것을 고려한 모습이 그렇다. 조금 새로우면서 인상 깊게 보았다.

범인을 찾는다는 측면에서 추리의 형식을 띄지만 그것보다는 사회를 고발하는 내용이 더욱 깊게 다가왔다. 그래서 등장 인물 중 범인이 누구일까 고민하는 것보다 현대 사회에서의 부조리한 사회 계급에 대해 생각하는 시간이 많았다. 어차피 흙탕물에서 태어나 자랐다면 결국은 계급을 무너트뜨릴 수 없다는 점을 적나라하게 그린 듯했다. 그런 점에서 가장 무겁게 다가왔으며, 감정적으로도 힘들었던 작품이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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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도라 허니셋은 잘 지내고 있답니다
애니 라이언스 지음, 안은주 옮김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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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생각보다 꽤 괜찮을 것 같은데요. / p.264

현장에서 근무하면서 많은 어르신들과 함께 보내는 시간이 많다. 요즈음은 부모님보다 어르신들을 더 많이 모실 때가 많은데 그럴 때마다 혼자 생각에 깊게 잠기는 편이다. 생각의 주제는 거의 노인의 편견에 대한 통찰과 반성이다. 보통 사람들처럼 집에서 개인적인 일을 하면서 하루를 보내는 것을 선호하시는 분들이 계신 반면, 오히려 바깥 활동으로 에너지를 얻으시는 분들도 꽤 많다. 특히, 일하고 있는 현장에는 사회활동 프로그램으로 주어진 업무를 수행하시는 어르신들이 많은데 그분들과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절반 정도밖에 살지 못한 나보다 훨씬 열정적인 마음을 느낄 수 있다. 과연 노인이라는 이유로 한계를 정해야 하는가.

이 책은 애니 라이언스의 장편소설이다. 소설의 줄거리를 보고 고르는 경우가 많은 편이지만 가만히 책 선택을 분석해 보니 생각보다 노인이 주인공인 소설을 많이 읽는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렇다고 장르 소설에 비하면 적기는 하겠지만 말이다. 거기에 가장 좋아하는 영화 중 하나도 소설이 원작인 어느 할아버지의 이야기인데 아무래도 가깝지도 멀지도 않은 미래의 내 모습이라고 생각하니 더욱 선호하게 되는 것 같다. 이 작품 역시도 할머니가 화자인 점을 보고 선택해 읽게 되었다.

소설의 주인공은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유도라 허니셋이라는 인물이다. 그녀는 주어진 시간을 물 흐르듯이 살아가고 있는 여든다섯 살의 평범한 할머니이다. 유도라 할머니는 어느 날 안락사에 대한 인쇄물을 보게 된다. 그리고 회사를 찾아가 그곳을 찾아가 생일을 지정해 진행하고 싶다고 요청한다. 안락사 진행의 특성상 바로 해 줄 수 있는 것은 아니기에 회사의 룰에 따라 상담을 받기로 했다. 그러던 중 로즈라는 이름의 한 학생을 만나게 되면서 일어나는 일들과 과거와 현재가 번갈아 이야기가 진행된다.

아무래도 좋아하는 소재의 이야기이다 보니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다. 특히, 유도라 할머니의 입장에 공감하면서 감정적으로 많은 생각이 들었고, 손녀뻘인 로즈를 만나면서 조금씩 달라지는 이야기들이 나름 흥미로웠다. 페이지 수가 생각보다 두꺼운 편이어서 중간에 지루하다거나 늘어지지 않을까 걱정을 했었는데 두 사람의 케미스트리와 사회적인 관점에서 깊은 여운을 주어서 그럴 틈조차 느끼지 못했다.

개인적으로는 한 가지 관점에 집중하면서 읽었다. 노인에 대한 문제이다. 유도라 할머니에게는 몽고메리라는 이름의 고양이가 유일한 가족인 듯 보였다. 로즈나 스탠리라는 이웃들이 있지만 케어를 해 주기에는 한계가 있을 것이다. 그런 지점에서 유도라 할머니의 생각과 선택에 큰 공감을 했었다. 주변에는 사후에 처리해 줄 사람은 없을 것이며, 그 누구에게도 폐를 끼치고 싶지 않은 존엄한 죽음을 말이다.

또한, 유도라 할머니는 과거 아버지의 부탁으로 동생을 지켜야 하는 장녀이기도 했다. 비록, 아버지와 동생은 할머니의 곁을 떠났지만 아버지와의 약속을 지키지 못했다는 죄책감과 동생에 대한 마음 등 그러한 일들이 할머니에게는 큰 짐이 되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쩌면 세상을 더 살고 싶다는 욕구보다는 편안한 죽음을 선택하는 이유 중 하나로 작용되지 않았을까 싶다.

읽는 내내 허구의 이야기로만 느껴지지 않았다. 아마 과거 대한민국에서 벌어진 전쟁을 겪은, 그리고 가족을 위해 헌신하셨던 많은 어르신들의 이야기처럼 느껴졌다. 그런 지점이 현실적으로 와닿았고, 생각보다 가깝게 느껴졌다. 또한, 매일 마주하는 어르신들의 말씀들이 다시 떠오르기도 했다. 이는 사회복지적인 측면에서 연관이 되어 있다는 점에서 직업 정신이 발휘되었던 것 같다.

로즈와 스탠리 할아버지를 통해 변화되는 유도라 할머니의 모습보다는 나이가 들고 죽음을 맞이하는 순간까지도 많은 걱정과 고민을 했던 할머니의 모습에 더욱 집중하게 되었던 작품이었다. 물론, 모습들이 그렇게 슬프게 느껴지지는 않았는데 묘하게 서글픈 그림자가 책을 덮는 순간까지 함께 있는 것만 같았다. 내용은 참 유쾌하고도 흥미로웠지만 여운만은 참 무거웠던, 그래서 별점은 다섯 개였던, 만족스러운 이야기이다.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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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의 소리를 듣다
우사미 마코토 지음, 이연승 옮김 / 블루홀식스(블루홀6)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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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나라'가 찰나에만 보여 준 환상. / p.12

어디까지나 개인적이기는 하지만 밤의 소리를 좋아하지 않는다. 더 확실하게 표현하자면 무섭다고 느끼는 편이다. 아무래도 밤에 들리는 소리는 낮보다 크게 들리기 때문에 두려움으로 다가오는 듯하다. 분명 집에서 가전 제품은 24 시간 내내 돌아갈 텐데 낮에는 들리지 않았던 소리가 밤에는 심장 떨리게 만든다. 거기에 어둠이 눈앞을 가리고 있기에 그런 마음은 배가 되어 돌아온다.

그렇다 보니 어떻게든 소음을 만들어 수면에 취하려고 하는 편이다. ASMR을 재생시키는데 대부분 수면에 도움이 되는 소리가 많다. 빗소리, 시냇물소리, 비행기 안에서 들리는 소리, 기차 안에서 들리는 소리, 모닥불소리 등 취침에 방해가 되지 않는 선에서 일상의 소리를 가릴 수 있는 컨텐츠를 선호하는 편이다.

이 책은 우사미 마코토의 장편소설이다. 내용도 끌렸지만 그것보다 출판사에 대한 믿음 가지고 선택한 책이다. 작년에 일본 작가의 추리 소설을 읽었는데 15 초라는 찰나의 순간을 주제로 해 네 가지 이야기를 다룬 작품이었다. 신선하면서 인상적인 부분을 많이 느꼈다. 그동안 낯익은 일본 작가만 보다 덕분에 새로운 작가들의 추리 소설을 읽기 시작했는데 좋은 느낌을 받았기에 이번 신작 역시도 기대를 가지게 되었다.

소설의 주인공은 류타라는 인물이다. 할아버지께서는 전직 교사이면서 나름 공부에 대한 기대를 가진 집안에서 태어났다. 그래서 류타 역시 유전자를 물려받아 영특한 두뇌를 가지고 있다. 심지어 학교의 교육 시스템이 류타의 지능에 비해 너무나 느리게 느껴질 정도이다. 류타는 학교에 적응하지 못했고, 가족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학업을 포기했다. 은둔형 외톨이로 살아가면서 아버지와 심리적 담을 쌓고, 할머니의 보살핌을 받으면서 살아간다.

그러던 류타에게 조금은 기괴한 일이 벌어진다. 자살 시도를 한 여자를 보게 된 것이다. 그것도 사람이 오고 가는 공원에서 말이다. 류타를 빤히 쳐다보면서 칼로 손목을 긋는 여성. 심지어 피가 묻은 칼을 류타에게 주기도 한다. 그런 이유로 경찰에 피의자로 몰린다. 당사자가 자해라고 사실을 말해 일단락이 되었지만 이를 계기로 그 여자가 다니는 야간 고등학교에 입학하고, 달나라라는 이름을 가진 고물상을 자주 드나든다. 이야기는 과거에 벌어진 살인 사건과 고물상에서 심부름센터 의뢰를 해결하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초반에는 무섭고 또 오싹하게 느껴졌다. 유리코와 류타의 만남 자체가 그렇다. 자해 현장을 공개적인 장소에서 목격하게 되는 것을 류타의 입장에서 상상해 그려보니 그야말로 트라우마 수준으로 소름이 돋았다. 심지어 행위자가 나를 보고 웃는다고 생각하면 더 말할 것도 없었다. 그렇게 공포 분위기로 느끼면서 읽었는데 추리 소설이면서 주제나 소재 자체가 우리 주변에서도 충분히 가능성 있는 이야기라는 생각이 들어 친근하게 다가왔다. 전체적으로 술술 읽히면서 흥미롭게 완독할 수 있었다.

개인적으로 읽으면서 두 가지의 생각이 들었다. 첫 번째는 부정적인 면이다. 그 중에서도 은둔형 외톨이라는 소재가 무겁게 다가왔는데 사회적 이슈이자 복지의 대상으로 바라보고 있기에 직업적인 부분으로 깊이 생각하게 되었다. 언급했던 것과 같이 류타는 은둔형 외톨이로 살아간다. 너무 앞서나간 두뇌 때문에 학교에 적응하지 못하고 고립이 되었는데 이를 보면서 조금 답답하게 느껴졌다. 류타는 충분히 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음에도 교사와 학생, 더 나아가 사회에서 이를 발전시켜주지 못했다는 점이었다. 심지어 체면과 욕심으로 류타를 이해하지 못하는 가족들의 태도도 화가 났었다. 다른 측면으로 대한민국에도 적용 가능하다는 점에서 현실적으로 보였다.

두 번째는 긍정적인 면이다. 성장이라는 생각이 들었는데 세상과 단절되어 살아가던 류타는 목숨을 끊으려고 했던 유리코를 만나 삶이 바뀐다. 학교에 다니면서 다이고라는 친구를 사귀었고, 심지어 자신의 능력을 키울 수 있는 장소를 만난다. 사회에 발자국을 딛게 되었다는 것 자체가 어떻게 보면 류타에게는 전환점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이 부분에서 희망을 보았고, 참 인상적으로 다가왔다. 현실로 적용시켜 본다면 동굴에 숨는 이들도 충분히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능력을 발휘할 수 있지 않을까. 주위 사람들의 관심만 있다면 이 또한 가능하다는 점을 보여 주는 듯했다.

추리 소설의 긴장을 가지고 가면서 지금 대한민국의 현실과 비교하면서 읽을 수 있는 소재, 그리고 등장인물들이 점점 긍정적으로 변화되는 모습들까지 전반적으로 좋아하는 부분들을 모두 갖춘 작품이어서 만족감이 꽤 크다. 안 그래도 믿고 보는 출판사의 소설이어서 기대치가 높았는데 그만큼 충족이 되어서 좋았다. 현실을 관통하는, 성장을 좋아하는, 추리의 매력을 느끼는 독자라면 충분히 만족할 작품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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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가 들리는 편의점 바다가 들리는 편의점 1
마치다 소노코 지음, 황국영 옮김 / 모모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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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게 바로 사랑일까? / p.15

사실 편의점보다는 마트를 더 선호하는 편인데 요즈음 편의점을 이용할 때가 많다. 아무래도 집 근처에 있기에 더욱 발길이 닿는 이유가 있기도 한데 그것보다 콜라보 상품이나 세일 상품이 많기 때문이다. 특히, 편의점에서만 판매하는 새로운 상품들은 나도 모르게 눈길이 가고 참새가 방앗간을 그냥 지나치지 못하듯 퇴근하는 길에 들러 그것을 꼭 구매하고 만다. 물론, 보기만 할 뿐이다. 사서 구매해서 먹는 일은 거의 없다.

이 책은 마치다 소노코의 장편소설이다. 표지가 마치 미니어처를 만들고 싶을 정도로 마음에 들어서 선택한 책이다. 베스트 셀러에 꽤 오래 올라와 있는 소설 중 하나가 편의점을 소재로 한 내용이기도 한데 비교를 하면서 읽고 싶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또한, 출판사의 장편소설들을 나름 만족하면서 읽었던 터라 더욱 기대가 컸다.

소설의 배경은 기타큐슈 모지항이라는 곳에 위치한 텐더니스 편의점이다. 그 편의점은 뭔가 이상하다. 꽃미남 점장은 마치 아이돌 그룹보다 더 많은 팬층을 두고 매일 그를 보려는 손님들도 북적이게 만든다. 또한, 팬들을 보고 고함을 치는 특이한 복장의 할아버지가 있다. 거기에 조금은 독특하게 보이는 괴짜 손님까지 그야말로 이해가 안 되는 것투성이인 편의점의 이야기, 그리고 비밀들이 펼쳐친다.

읽으면서 현실적이지만 판타지 이야기라는 생각이 들었다. 어느 편의점처럼 사람들이 드나들지만 시골이라는 공간적 배경의 특성상 이웃들끼리 알고 지내는 구멍 가게처럼 편안한 모습들이 그려졌다는 점에서 평범하고도 가까운 이웃들처럼 느껴졌다. 반대로 비현실적인 점장의 외모와 향기, 인물들의 비밀 등은 보통 편의점에서는 보기 힘들다는 점에서 소설처럼 거리감이 있었다. 전반적으로 흥미롭고 술술 읽혀졌다.

개인적으로 딱 하나의 생각이 들었다. 그것은 바로 사람 냄새가 난다는 것이다. 인물들이 서로에게 관심이 많으면서 이들을 끌고 끌어주는 모습들이 많이 보였다. 그런 점에서 볼 때 공간이 편의점이기는 하지만 언급했던 것과 같이 시골의 구멍 가게처럼, 또 북적북적 사람들이 넘치는 시장처럼 보이기도 했다. 단순하게 인물들이 많이 보여서가 아닌, 서로에게 관심을 가지고 있기에 특유의 정겨움이 느껴졌다.

이웃의 아픈 신호를 느끼지 못해 죄책감을 가지고 있는 직원에게 이를 위로해 준다거나 유도를 포기한 또 다른 직원에게 다시 꿈을 찾을 수 있는 말을 건넨다거나, 무심한 척 손님들을 챙기는 등 처음부터 끝까지 사람들 간의 끈끈한 유대가 참 인상 깊게 와닿았다. 점장이 페로몬 향기를 내뿜으며 사람을 홀리는 것처럼 소설에서 풍기는 사람 냄새가 독자들을 홀리는 듯했다. 그 지점이 좋았다.

요즈음 자주 읽고 또 선호하는 힐링 소설들이 떠올랐다. 또한, 그런 마음을 느꼈다. 공간을 두고 고민이나 걱정을 가진 사람들을 말 또는 행동, 능력 등으로 이를 해결해 준다는 점에서 흔하고도 뻔한 소재로 느껴질 수 있겠지만 알면서도 위로가 되었던 작품이었다. 하나 의견을 덧붙인다면 바다와 푸른색의 표지 때문인지는 몰라도 여름과 참 잘 어울리는 듯한 느낌을 주어서 시원하고 또 만족스러웠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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