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모 저택 사건 미야베 월드 (현대물)
미야베 미유키 지음, 이기웅 옮김 / 북스피어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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액자 여백에 삐뚤빼뚤한 글씨가 씌여 있다. / p.12

한국 소설은 역사적 배경이 등장해도 그동안 학교에서 배운 것들을 적용해 나름의 정리를 하면서 읽을 수 있지만 해외 작가의 소설은 아직까지도 낯선 문화나 역사적 배경을 마주할 때가 많다. 사건의 유무 정도만 익히면서 읽지만 아무래도 이해하는 정도가 한국 작가의 소설에 비해 폭이 좁다 보니 어려움을 느끼는 편이다.

비소설 계열의 역사 서적을 많이 읽어야 할 이유를 체감하고 있다. 그동안 소설과 에세이, 비소설 계열이어도 현대 사회를 다룬 사회학이나 철학, 인문학 정도로만 읽었던 것 같다. 역사 서적은 일 년에 한 권 읽으면 그나마 많이 읽은 수준일 정도로 적게 완독해서 스스로도 참 부끄러움을 느낀다.

이 책은 미야베 미유키의 장편소설이다. 자주는 아니지만 가끔 미야베 미유키의 소설을 읽었다. 작가의 배경을 가리고 보더라도 일본이라는 게 느껴질 정도로 색채가 짙은 작가로 기억이 되는데 그 지점이 신기하면서도 흥미로웠다. 어디까지나 개인적인 관점에서 추리 소설 작가님들 중 다섯손가락에 꼽을 정도로 재미있는 작품이었기에 처음 접하는 이 소설에 대한 기대가 크다.

소설은 작은 호텔에서부터 시작된다. 도쿄의 학교 시험을 보기 위해 다카시는 그 호텔에서 머물렀는데 한 남자의 이상한 행동을 목격한다. 이는 계단에서 마치 자신의 목숨을 끊기 위해 뛰어내리는 모습이었다. 그러나 더 이상한 점은 그 남자의 모습이 어느 곳에서도 없었다는 것이다. 떨어졌다면 분명히 흔적이 남아을 텐데 말이다. 이 상황을 보고 다카시는 호텔에게 이를 알렸지만 유령의 존재만 듣게 되었을 뿐이다.

이후 다카시에게는 더 이상한 일이 벌어졌다. 묵은 호텔에서 불이 난 것이다. 당황스러운 상황에서 흔적도 없던 남자가 다시 나타나 다카시를 구해 준다. 갑자기 가모 저택으로 데리고 가고 그곳에서 다카시가 본 일, 그리고 더 나아가 당시 일본의 모습들을 이야기한다.

읽으면서 전체적으로 이해가 어려웠다. 일본이 배경이 되고, 생각보다 문화를 자세하게 들여다봐야 이해할 수 있는 단어나 내용들이 많다 보니 관련 지식이 없는 입장에서는 스토리를 따라가는 게 조금 버겁기도 했다. 가까운 나라 일본이지만 문화를 접할 기회는 많지 않다. 요즈음은 문화를 배우는 과목이 있다고 알고 있는데 학교 다닐 때 당시에는 관련 과목이 없을 뿐만 아니라 자연과학계열을 공부했던 탓에 더욱 몰랐을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일본의 문화는 공부한다는 느낌으로, 그리고 하나의 스토리로 읽게 되었던 것 같다. 마치 소설이 하나의 허구적인 이야기를 다루는 것처럼 독자 입장에서 문화와 접목시키기보다는 하나의 가상의 세계관이라는 생각을 가지고 말이다. 다카시가 계단에서 떨어지는 한자를 보았을 때의 공포, 호텔에서 불이 붙었을 때에 자신은 끝났다는 생각으로 시작된 체념, 더 나아가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가모 저택이라는 곳에 있게 되었을 때의 당혹스러움, 거기에 자신이 그동안 잊고 있었던 사건의 전말까지 내내 다카시가 되어 감정선을 읽다 보니 두꺼운 페이지 수임에도 몰입해서 읽을 수 있었다.

개인적으로 책을 읽으면서 역사 계열의 도서를 많이 접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동안 소설 또는 에세이, 비소설은 인문학과 사회학, 철학 위주의 도서를 많이 읽었다. 역사는 그나마 한국사에 대한 내용을 일 년에 한 권 정도 읽었던 것 같다. 읽는 내내 개인적으로 온전히 흡수하지 못한 점이 아쉬움으로 남았던 작품이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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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정 없는 검사의 분투 표정 없는 검사 시리즈
나카야마 시치리 지음, 문지원 옮김 / 블루홀식스(블루홀6)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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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카야마 시치리 작가의 전 작품을 너무 인상 깊게 읽었는데 검사 미스터리라는 장르는 어떻게 구현될지 기대가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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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스 일라이저의 영국 주방 - 현대 요리책의 시초가 된 일라이저 액턴의 맛있는 인생
애너벨 앱스 지음, 공경희 옮김 / 소소의책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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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뭘 해야 될지 잘 안다. / p.14


요즈음 신으로 모시는 분이 한 분 계신다. 태어나서 한번도 실물로 뵙지는 못했지만 덕분에 먹고 살 수 있었는데 그분이 바로 요리연구가 백종원 선생님이다. 원래 무언가 만드는 것을 귀찮아 하는 편이어서 혼자 있을 때에는 끼니를 거르거나 가볍게 라면으로만 먹는 경우가 많은데 이제 자취를 하다 보니 평소에 하던 것처럼 살아간다면 영양실조가 오거나 굶어 죽을 판이다.

그러다 보니 집에서 무언가 해서 먹어야겠다는 생각에 예전에 했던 요리 프로그램과 유튜브를 활용해 이것저것 저녁을 해서 먹고 있다. 주어진 레시피에 충실하게 계량하는 스타일이다 보니 완벽하게 똑같은 맛까지는 모르겠지만 그래도 나름 먹을만하게 만들어진다. 물론, 아직까지는 갈 길이 멀겠지만 말이다.

이 책은 애너벨 앱스의 장편소설이다. 요리를 하는 것을 누구보다 귀찮게 여기지만 이상하게 요리가 나오는 작품은 꽤 많이 읽었던 것 같다. 특히, 힐링 소설이라는 장르가 유행하면서부터는 식당이 공간적 배경이 되는 이야기를 나름 적당히 읽었는데 대체적으로 괜찮았던 기억이 있다. 그렇다 보니 요리가 소재로 사용되거나 식당에서 벌어지는 작품이라면 나도 모르게 조금 더 관심을 가지고 보게 되는 경향이 있다.

소설의 주인공은 제목에 나오는 것처럼 일라이저라는 인물이다. 사실 읽으면서 실존 인물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는데 현재 레시피라고 불리는 요리책을 만든 분이라고 한다. 일라이저는 요리보다는 시를 좋아하는 사람이지만 당시 시인이라는 세계에서 배척이 되어진 시대상과 점점 소비가 줄어드는 상황에서 출판사로부터 거절당한다. 대신 요리책을 쓰는 것은 어떻겠냐는 제안이 들어왔고, 그동안 주방과 거리를 두고 살았던 일라이저는 요리책의 세계에 발을 딛게 된다.

요리에 소질이 있었다면 좋았겠지만 그렇지 못했던 그녀이기에 앤이라는 이름의 보조와 함께 누구나 쉽게 따라할 수 있는 요리책을 만들기로 결심한다. 앤은 요리사라는 직업을 가지기를 원했기에 누구보다 딱 어울리는 인물이었다. 앤으로부터 여러가지 요리에 대한 지식과 정보를 얻고, 같이 시도하면서 운영하는 하숙집에서 테스트를 하고, 점점 레시피를 하나씩 완성해나간다. 이 두 사람의 우정과 요리책에 대한 열정을 담은 작품이다.

개인적으로는 한 가지가 인상 깊게 다가왔다. 그건 바로 일라이저의 마인드이다. 우선, 1930년대 영국을 배경으로 하는데 작품에도 드러나듯이 여류 시인에 대한 인식 자체가 지금처럼 보편적이지 않은 듯했다. 누구보다 시를 쓰고 싶어하던 일라이저가 출판사로부터 요리책을 쓰는 게 어떻겠냐는 제안을 받았을 때에는 아마 기회보다는 실망이 컸을 것으로 보였다. 아마 나의 상황이었다고 한다면 자괴감에 빠졌을 텐데 일라이저는 중산층 여성들을 위한 레시피를 만들기로 생각을 바꿔 이를 실천에 옮긴다. 이 부분이 참 본받을 마인드라는 생각이 들었고, 더 나아가 레시피에 대한 열정도 높이 보게 되었다.

또한, 시대에서 요구하는 여성상과 다르게 열정을 가지고 살아가는 그녀들의 모습과 우정 또한 와닿는 지점이 있었다. 사실 영미 소설 특유의 전개 방식이 익숙하지 않은 터라 처음에는 이해하는데 조금 어려움을 겪었다. 앤과 일라이저의 시점이 번갈아 진행되는데 이미 알고 있음에도 낯설게 느껴졌다. 그러나 늘 그렇듯 어느 정도 전개가 진행되면서부터는 몰입할 수 있었고, 나름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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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삶의 이야기를 쓰는 법 - 『은유의 글쓰기 상담소』 저자 은유 추천
낸시 슬로님 애러니 지음, 방진이 옮김 / 돌베개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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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와 글쓰기 기술을 동시에 느낄 수 있는 책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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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삶의 이야기를 쓰는 법 - 『은유의 글쓰기 상담소』 저자 은유 추천
낸시 슬로님 애러니 지음, 방진이 옮김 / 돌베개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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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것이 내가 자전적 에세이 쓰기가 치료제라고 확실하는 이유다. / p.12

예전부터 나의 이름을 새긴 책을 하나 집필하고 싶다는 열망이 있었다. 아마 이는 되게 어렸을 때부터 가지고 있던 꿈이었던 것 같다. 나름 머릿속으로 등장 인물들을 조합하면서, 이야기들을 만들어가면서, 다양하게 생각했었다. 부끄럽지만 학창 시절에는 당시 좋아했던 아이돌 그룹을 인물로 해서 소설을 공책에 끄적이기도 했다. 친구들에게 들킨 적이 있었는데 잘 쓴다면서 칭찬을 해 주었다. 물론, 지금 보면 이불을 차고 싶어질 정도로 별것 없는 내용이다.

서른이 넘은 지금까지도 하나의 꿈으로 간직하고 있는데 상상력이 워낙에 부족한 탓에 소설은 이미 포기했다. 에세이로 바꿔서 나만의 글을 적고 싶다는 생각도 했다. 그런데 에세이들을 읽다 보니 너무나 평탄하고도 안전한 삶을 살아온 듯하다. 그렇다고 에세이스트의 삶이 다르다는 것은 아니겠지만 나의 삶은 그저 직선이었고, 직선을 도형으로 바꿀만한 글재주도 없다.

이 책은 낸시 슬로님 애러니의 글쓰기에 관한 도서이다. 아직 마음속으로 품고 있는 작가로서의 열망을 피우고자 나름 컴퓨터에 저장한 글들이 있는데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것 같아 선택하게 된 책이다. 사실 글쓰기 도서들을 읽으면 너무 정형적인 내용이 담길 것 같아서 그동안 안 읽었지만 이상하게 이 책은 뭔가 관심이 갔다.

처음은 저자의 이야기로부터 시작이 된다. 저자는 어린 나이에 당뇨를 진단받은 아들이 있다. 그 아들은 이십 대에 다발성 경화증이라는 새로운 병을 얻었다. 십육 년이라는 시간동안 남편과 아들을 돌보았는데 그것도 모자라 이른 나이에 세상을 떠났다. 삶을 살아가면서 아픔과 상실 등 부정적인 감정을 글쓰기로 치유를 했다고 말한다. 그리고 글쓰기 워크숍을 열어 많은 사람들과 에세이를 나누는 일을 하고 있다.

전반적으로 지금까지 읽었던 글쓰기 도서와 다른 느낌을 받았다. 보통은 글쓰기에 대한 디테일한 기술이나 경험들을 알려 주었는데 그런 기술 도서보다는 에세이에 더 가깝다는 생각이 들었다. 저자가 경험했던 일을 풀어낸 글을 읽다 보면 어떻게 치유를 받았는지 이해할 수 있었다. 챕터에 실린 내용도 그렇게 많지 않아서 시간이 날 때마다 볼 수 있다는 측면에서 너무 좋았다.

개인적으로 두 가지 내용이 참 인상적이었다. 첫 번째는 저자의 성격이다. 대놓고 성격이 드러나는 내용은 없지만 읽는 내내 참 유쾌한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분명 아픈 아들을 케어하는 상황이 어렵고 힘든 일임에도 불구하고 글만 읽으면 나도 모르게 웃게 된다. 아들의 용변을 뒤치다꺼리하는 상황에서 남편은 민망한 상황을 연극톤으로 해소했고, 아들은 웃어 넘겼다. 그밖에도 환경을 민감하게 생각하는 남편과 의견 충돌이 일어나는 모습에서도 이를 유머러스하게 받아치는 저자가 인상 깊었다.

두 번째는 글쓰기 기술에 관한 부분이다. 이 책에 두 가지 특이점이 눈길이 갔는데 하나는 저자의 이야기 또는 글쓰기에 대한 이야기를 마치고 길잡이라는 이름의 짧은 글이다. 어떤 글들은 마인드 측면에서 도움을 주었고, 또 다른 측면의 글들은 실실적인 도움을 주었다. 또 다른 하나는 같은 일을 가지고 세 번을 고쳐서 쓰는 부분이 하나의 꼭지로 등장하는데 읽으면 읽을수록 감탄이 나왔다. 역시 에세이를 적는 사람은 무언가 다르다는 생각이 들었다.

책을 덮고 나니 최고의 가르침은 직접 시범을 보여 주는 것이라고 생각하는데 이 책이 딱 그런 조건에 맞아 떨어지는 도서라고 보여졌다. 저자는 자신의 이야기를 손수 끄집어 내면서 독자들로 하여금 에세이를 읽는 느낌을 주는 듯했는데 이 지점이 만족스러웠다. 또한, 에세이를 적고 싶다는 열망이 더욱 간절하게 올라왔다. 어떻게 보면 저자의 삶 역시도 만리장성에 오른다거나 세계 일주를 하는 등 극한의 경험을 하지는 않았다. 아들을 케어하는 게, 또 아들을 먼저 보내는 게 어떻게 보면 역경이기는 하겠지만 저자와 다른 경험과 역경이 있었다는 측면에서 글을 읽고 나니 큰 용기와 자신감이 생겼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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