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르는 사람들 스토리콜렉터 107
마이크 오머 지음, 김지선 옮김 / 북로드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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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건 모든 협상가가 갖춘 무기고의 제 1번 연장이었다. / p.12

몇 년 전에는 사이비를 주제로 한 드라마가, 최근에는 그것을 주제로 한 다큐멘터리가 큰 인기를 끌었다. 사실 크게 종교에 관심이 없는 사람이기에 주변 사람들의 이야기에도 꿋꿋하게 버티고 또 버텼다. 전자의 드라마 같은 경우에는 생각보다 무섭고 잔인한 장면이 많이 등장한다고 해서 조금 겁을 먹었던 것 같기도 하다. 그러나 가장 큰 이유는 정신이 피폐해지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었다.

그러다 며칠 전 후자의 다큐멘터리를 보았다. 얼마나 극악무도한 일을 저질렀기에 SNS를 크게 달구고 있는지 호기심이 들었기 때문이다. 종종 시사 다큐 프로그램으로 유명한 종교들의 민낯을 보았던 경험이 있기는 하지만 그것과 비교가 힘들 정도로 충격적인 이야기들이 펼쳐졌다. 결국 한 편만 보고 나머지는 차마 보지 못했다. 정신은 둘째치고 그 상황에 놓였던 사람들의 눈빛부터가 이미 힘들었던 것 같다.

이 책은 마이클 오머의 장편소설이다. 다큐멘터리로 보았던 충격이 활자로 보면 조금은 순화가 되지 않을까 해서 읽게 된 책이다. 종교 자체에는 크게 관심이 없다고 하더라도 그것에 빠진 사람들의 심리는 늘 의문이자 궁금증, 그리고 호기심이었다. 누가 봐도 논리에 맞지 않는데 왜 거기에서 나오지 못하는 것일까. 적어도 작품을 읽다 보면 그들을 이해하지 않을까. 나름의 기대되는 마음을 가지고 읽게 되었다.

소설은 에빌이라는 인물이 등장한다. 에빌은 과거 아픈 기억을 가지고 있는데 사이비 종교에서 벌어진 참극을 경험한 생존자이다. 그렇게 아픈 과거를 벗어나 현재는 인질 협상가라는 직업을 가지고, 두 자녀와 함께 평범하게 살아가고 있다. 그러던 에빌에게 같은 경험을 했었던 생존자 이든이 도움을 요청한다. 이든은 자신의 아들 네이선이 납치가 되었고, 그를 구하기 위해 돈을 요구한다고 한다. 그녀로부터 다시 과거의 기억을 되살리게 되지만 그래도 같은 생존자이자 자녀를 둔 어머니로서 이에 응한다. 그러면서 네이선의 납치 사건과 그 사건으로부터 밝혀지는 이야기가 펼쳐진다.

개인적으로 맹목적인 믿음과 SNS의 위험성에 대해 크게 생각을 하면서 읽었던 것 같다. 원래 종교라는 게 믿음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있음에도 그 믿음이 얼마나 사람을 크게 파괴시키는지 새삼스럽게 피부로 와닿았다. 에빌이 겪었던 그 씻을 수 없는 상처부터 시작해 자기 파괴적인 맹목성이 신체적, 정서적, 성적인 학대로 나아가고, 자신 스스로를 갉아먹는다는 점까지 생각하고 또 몰입하다 보니 쉬이 책장을 넘길 수가 없었다. 보고 있는 것만으로도 마치 찢기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또한, 소설 안에서 네이선의 형제는 SNS 인플루언서로 등장한다. 단순하게 자신을 드러내는 하나의 수단으로 사용하지만 역으로 이용한다면 많은 문제를 야기시킬 수 있다는 점을 작품을 읽으면서 경각심을 가지게 됐다. 잘못된 정보를 습득함으로서 삐딱한 가치관을 형성할 수 있고, 각종 범죄에 표적이 될 수 있으며, 더 나아가 이 또한 사이비 종교처럼 자신 스스로를 파괴시킬 수 있는 힘을 가질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조금 결이 다르기는 하지만 이 내용을 읽으면서 묘하게 '프로아나'라는 현상이 떠올랐다.

꽤 두꺼운 페이지 수를 가지고 있음에도 읽는 내내 이야기에 몰입이 되어서 답답한 마음을 가지게 되었다. 네이선이 안전하게 가족의 품으로 돌아올 수 있을지에 대한 걱정과 함께 사이비 종교와 SNS의 이야기들이 펼쳐지면서 무엇보다 가장 크게 현실감이 와닿았던 것 같다. 스릴러 장르의 소설이기는 하지만 사회와 맞물린 고발 소설처럼 느껴졌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사회파 소설이라고 하기에는 뭔가 괴리감이 느껴지기도 했다. 아마도 그런 지점이 사회와 맞물린 이야기를 선호하는 독자들에게는 큰 만족감을 줄 것이며, 취향에 맞을 것이라는 확신이 들었던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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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브 알러지
박한솔 지음 / 팩토리나인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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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장 여기서 탈출하고야 말겠다는 굳은 다짐을 하며. / p.23

음식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면서 신체적 반응으로 드러나는 알레르기가 없다는 나의 말에 어느 지인이 복을 타고난 것이라고 했다. 사실 개인적 기호로 가리는 음식은 생각보다 많은데 알레르기는 없다. 어렸을 때 물 알레르기가 있어서 씻는 게 조금 불편하기는 했지만 이는 성장하면서 사라졌고, 먹는 것으로 인한 알레르기가 아니어서 크게 문제가 될 것은 없었다. 여름에만 조금 힘들었던 것 같다.

이 책은 박한솔 작가님의 장편소설이다. 제목이 조금 특이하게 다가왔다. 아니, 더 자세하게 말하자면 흥미가 생겼다. 러브 알레르기라는 게 사랑을 하지 못한다는 뜻처럼 보이기는 하는데 어떻게 신체화 반응으로 나올까. 마치 드라마 도깨비에서처럼 사랑을 하면 검을 뽑을 수 있는 것인가. 사랑이라는 게 어디까지나 주관적인 관점인데 어떻게 이를 신체에서 알아차리고 반응을 하는 것인지 궁금한 점이 많았다.

소설의 주인공은 휘현과 이든이다. 우선, 휘현은 꽤 공부를 잘했던 인물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가정 환경에서 부모님께 사랑을 받지 못했고, 어머니께서는 그녀를 감정 쓰레기통으로 치부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도망치듯 해외 유학을 지원했다. 미국으로 온 휘현에게 이든이라는 남자가 나타난다. 이든은 어렸을 때 미국으로 입양이 되었고, 현재는 친어머니를 찾고 있는 중이다. 둘의 만남은 견과류가 함유된 우유로부터 시작되었다.

처음 만난 이든에게 견과류 우유를 건넸는데 알고 보니 이든은 견과류 알레르기를 가지고 있었다. 휘현은 갑자기 쓰러진 이든을 병원에 데리고 갔고, 두 사람은 같은 수업을 듣는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더 나아가 이든의 집에서 하숙을 하게 된다. 이든을 만나 이야기를 나눌 때마다 신체적 반응이 올라왔던 휘현은 러브 알레르기라는 진단을 받는다. 이를 치료하기 위해서는 알레르겐인 이든과 함께 일정한 시간과 장소를 공유하면서 붙어 다녀야 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과정에서 두 사람은 서로에게 끌렸다. 결론적으로 소설은 두 사람의 사랑 이야기를 담고 있다.

로맨스 이야기를 좋아하는 사람으로서 생각보다 두꺼운 페이지 수에 당황스럽기는 했지만 어렵지 않게 술술 읽을 수 있었다. 어떻게 보면 일상적이면서 현실적인 두 사람의 이야기와 러브 알레르기라는 조금은 특이한 소재가 읽는 내내 눈길을 사로잡았고, 두 사람을 응원하면서 읽을 수 있었다. 지금까지 읽었던 로맨스 소설에 비해 큰 사건 없이 무난하게 진행되었다는 점에서 어디까지나 평화를 사랑하는 마음으로 만족스러웠다.

읽으면서 두 가지 지점을 생각했다. 첫 번째는 러브 알레르기의 원인이다. 휘현이 러브 알레르기를 진단받고 치료하면서 원인이 등장하기는 했지만 특정한 알레르기라기보다는 심리적인 상태로 인한 신체화 증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무래도 이는 러브 알레르기라는 병명이 조금 생소했었고, 크게 현실감 있게 와닿지 않았다. 가정 환경 자체가 불후했기에 이든이 다가왔을 때 불편한 느낌이 두드러기나 기타 반응으로 나오지 않았을까. 소재 자체는 흥미로웠지만 원인에 대해 다른 생각을 가지고 읽었던 것 같다.

두 번째는 사랑의 정의이다. 사실 지금도 사랑의 정의를 논하라고 한다면 어렵다. 누군가와 감정을 교류하는 것에 대한 필요성을 아직 느끼지 못하고 있고, 사랑이 우선순위에 없기 때문이다. 소설에서는 휘현과 이든이 수업에서 사랑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는 장면들이 자주 등장한다. 이는 광고 관련 수업에서 아이디어를 만들어내는 과정에서 사랑이 등장한 것인데 휘현은 회피형이며, 이든은 안정형이어서 두 사람 사이에 견해가 많이 다른 듯했다. 읽으면서 누구의 의견에 더욱 공감할지 나름 생각하면서 읽었는데 두 사람 다 개인적인 의견과는 조금 거리가 있었던 것 같다. 그러나 사랑에 대한 문장들만큼은 뭔가 고개를 끄덕이면서 읽었고, 로맨스 소설의 전형을 보는 듯했다.

휘현과 전 애인이었던 도하의 과거 이야기, 도하와 이든 사이의 신경전 등 세 사람 사이의 격렬한 사건을 기대했었는데 휘현과 이든의 감정에 집중해서 다루었다는 점이 조금 심심한 느낌이 들었다. 그러나 두 사람에게 몰입해서 작품을 읽을 수 있다는 점에서는 오히려 신선하기도 했다. 마치 조미료나 자극적인 맛 하나 들어가지 않은 곰탕과 같은 느낌이라고 할까. 건강한 사랑 이야기 한 편을 본 듯해서 만족스럽게 읽었던 로맨스 작품이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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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컷들 - 방탕하고 쟁취하며 군림하는
루시 쿡 지음, 조은영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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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성의 본능이라는 것이 있다면 나한테는 없는 게 분명했다. / p.216

이 책은 루시 쿡의 생물학에 대한 도서이다. 어디까지나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어디 가서 무엇을 읽냐고 물어본다면 섣불리 제목을 말할 수 없을 정도로 직관적이라고 느껴졌다. 심지어 부제는 더욱 부끄럽다는 생각까지 들었는데 그래서 더욱 관심이 갔던 것 같다. 조용히 혼자서 읽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책은 다윈과 도킨스 등의 생물진화론자들이 주장했던 암컷에 대한 편견을 다양한 동물의 예시와 함께 요목조목 반박하는 내용이 담겨 있다. 특히, 암컷은 수동적인 존재이며, 착취당하는 성이라는 일련의 내용들을 저자는 암컷을 연구하는 학자들을 만나 이러한 통념이 사실이 아니었다는 점을 증명한다. 크게 11 장으로 나누어져 있으며, 암컷의 정의부터 암컷이 배우자를 선택하는 것, 그동안 암컷에 대한 신화가 조작되었다는 점, 동족을 먹는 암컷 동물들의 사례, 동물들의 모성애와 우수한 정자를 받기 위한 암컷들의 싸움, 동물들의 완경, 동물들의 동성애까지 다양한 이야기들이 펼쳐져 있다.

읽으면서 암컷들의 이야기에 빨려 들어가는 듯한 느낌을 받음과 동시에 조금은 낯간지럽다는 생각도 들었다. 아무래도 책에서 말하고자 하는 중심 내용이 성별과 관련된 통념이기 때문에 그동안 읽었던 책에서 볼 수 없었던 직설적이고도 노골적인 용어들이 많이 등장한다. 성에 관련된 이야기들을 겉으로 표현하는 스타일이 아니다 보니 활자로 보는 게 개인적으로는 조금 부끄러웠다. 그러나 이러한 느낌과 별개로 내용 자체로만 놓고 보면 너무 흥미진진했기에 비문학, 그것도 생물학에 대한 이야기를 읽은 것치고는 굉장히 빠른 시간에 완독할 수 있었다.

개인적으로 인상 깊은 지점 중 하나는 암오리의 나선형 생식 기관에 관한 이야기이다. 오리는 원하지 않는 교미를 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특히, 수오리가 암오리에게 이를 실행하는 경우가 있다. 그동안 암컷의 통념을 보자면 수동적인 존재이기에 수컷의 정자를 선택하지 못하고 그냥 당하는 입장이 되는 것이다. 그런데 이를 연구한 학자가 암오리를 해부해 보니 생각하지도 못했던 결과가 나왔다. 오리의 교미 중 30 퍼센트 이상이 강제로 진행되지만 수정하는 경우가 채 10 퍼센트가 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이는 암오리의 나선형 생식관이 진로를 차단해 싫어하는 수오리의 정자를 막고 스스로 선택한다는 점이다. 알지 못했던 부분이기에 신기함을 느낌과 동시에 소름이 돋았던 부분이었다.

또한, 읽는 내내 동물들에 비해 인간이 편협하게 살고 있다는 생각과 동물에 대한 큰 편견을 가지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선, 이 책에서도 동물의 예시를 토대로 동성이 새끼를 키우는 이야기들이 등장하는 부분에서는 예전에 어느 책에서 '다른 종의 동물들에게 동성애는 흔하다.'라는 뉘앙스의 내용이 떠올랐다. 그리고 인간은 생각할 수 있는 동물이기에 이성적으로 살고 있는 반면, 동물들은 본능을 앞세워 번식만 생각한다고 착각하고 살고 있는 것은 아닌지 의문이 들었다. 어쩌면 그러한 점을 앞세워 틀을 가두고 판단하는 것은 아닐까. 인간으로서 복잡하고도 미묘한 감정들이 마음을 휘감았다.

진화론이나 생명과학을 고등학교 졸업 이후로 따로 공부하지 않아서 전체적으로 조금 어려운 부분이 있었던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인간들이 가지고 있었던 암컷에 대한 통념을 뒤집어 반박한다는 점에서는 마치 사이다를 마신 듯 통쾌함을 느낀 것은 분명하다. 갈수록 책장 넘어가는 시간이 아쉽다는 생각마저 들었다. 내용을 떠나 인간들이 생각하는 것처럼 암컷은 수동적인 존재가 아니며, 그들 스스로 운명을 만들어 간다는 사실 자체는 제대로 각인되었던 책이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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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포와 광기에 관한 사전 - 99가지 강박으로 보는 인간 내면의 풍경
케이트 서머스케일 지음, 김민수 옮김 / 한겨레출판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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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어둠의 소중함을 잊지 말아야 한다. / p.296

겁이 많은 타입이다 보니 생각보다 많은 것에 공포를 느끼는 편이다. 우선, 새로운 일을 시작하는 것에 대한 공포부터 시작해 특정 동물에게 보이는 공포, 많은 사람들 앞에서 말할 때 느끼는 공포, 전화를 할 때 느끼는 공포 등 손에 꼽기가 힘들 정도로 많은 일과 무언가에 큰 두려움을 느낀다. 대부분 가볍게 대처하지만 일부 공포감은 신체적인 반응이 올 정도로 크게 나타나는 것도 있다.

반면, 특정 분야에는 호기심을 가지고 광적으로 반응하는 것도 있다. 그것에 대한 대표적인 예가 독서 활동이지 않을까 싶다. 예전에는 다독가라고 말하지만 경제적인 상황에 여유가 생긴 다음부터는 단순하게 다독만 하는 것이 아닌 서적을 수집하는 광이 된 듯하다. 심지어 자주 거주하는 자취방이나 본가의 침실은 책이 공간을 먹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많은 책들이 차지하고 있다. 그밖에도 공포만큼 많은 부분에서 광기를 표출한다.

이 책은 케이트 서머스케일의 인문학 도서이다. 제목부터가 참 흥미로웠다. 공포와 광기는 어떻게 보면 약간 반대 의미를 가진 것처럼 느껴졌는데 이를 한 권의 책으로 묶었다는 게 눈길을 끌었다. 사실 공포증의 대부분은 사회와 관련된 단어들이 많다고 알고 있는데 읽으면서 해당이 되는 것도 알고 싶어서 기대를 가지고 읽게 되었다.

간단하게 한 줄로 요약하자면 공포증과 광기를 설명해 주는 내용을 담고 있다. 대략 스물두 가지의 광기와 일흔일곱 가지의 공포증가 등장한다. 책의 서두에는 이러한 증상들이 정신학 용어가 아님을 명시했다. 동물과 물건에서부터 시작해 사회가 낳은 공포, 사람 관계에서 오는 공포, 신체와 관련된 공포, 집단적으로 느끼는 광기, 강박적인 광기 등 총 여덟 챕터로 구성되어 있다.

기대만큼 재미있는 이야기로 가득했다. 이미 알고 있는 공포증은 나의 상황과 비교하면서 읽었으며, 모르는 공포증은 새로운 정보를 얻는다는 생각으로 흥미롭게 읽었다. 등장하는 사례들이 신기하면서도 나름 공감이 되는 부분도 있었다. 보통 인문학 도서는 아무리 짧게 잡아도 세 시간 이상은 걸리는데 두 시간 정도에 완독할 정도로 푹 빠져서 읽었던 것 같다. 어디까지나 개인적인 취향에 딱 맞았던 책이었다.

가장 인상 깊은 부분을 뽑자면 '전화공포증'과 '환공포증'이다. 먼저, 전화공포증의 경우에는 사회에 나오기 전까지 가지고 있던 공포 중 하나여서 이미 알고 있던 부분이었다. 그러나 과거 사람들과 현재 사람들이 전화에 공포를 느끼는 이유가 다르다는 점이 새롭게 와닿았다. 현대의 사람들은 전화를 하던 중 돌발 상황에 대처하는 것에 대한 불안을 이유로 전화에 공포를 느끼는 반면, 기술 발달이 부족했던 시대에 살던 사람들은 전화를 하다가 감전이 될 위험으로 전화를 피했다고 한다. 과거 사람들 중에서도 내향적이거나 순발력이 안 좋은 사람이라면 감전보다는 대처에 스트레스를 받았겠지만 책에 등장한 이유가 참 흥미로웠다.

환공포증 역시도 너무 흔하게 들었던 증상이어서 대략적으로 알고 있었다. 그런데 새롭게 알게 된 부분은 환공포증이 생존에 대한 본능으로 발생했다는 점이었다. 사실 사람들이 가장 많이 느끼는 공포 중 하나인 뱀공포증이나 쥐공포증도 같은 이유에서 느낀다고 하는데 뱀은 독을 가지고 있기에 생명에 위협이 될 수 있고, 쥐는 불결한 위생으로 병을 옮길 수 있다는 점에서 나름 이해가 되었다. 그러나 환공포증과 생존은 쉽게 연결이 되지는 않았는데 책에서는 수포가 이와 비슷한 모양이라고 표현했다. 읽다 보니 고개가 끄덕이게 되는 스스로의 모습을 발견할 수 있었다.

그밖에도 현재 아이돌 팬 문화를 대변하는 듯한 비틀즈광, 스스로를 돌아보게 했던 서적수집광, 호모포비아라고 불리는 동성애공포증 등 하나하나 내용들이 참 기억에 많이 남았다. 아마 심리학이나 정신분석학에 관심이 있는 독자라면 나름 가볍게 읽을 수 있는 책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동안 생각만 하고 있었던 공포증과 광기를 주제로 다루었다는 점에서 개인적으로는 너무 재미있게 읽었던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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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4 클래식 라이브러리 6
조지 오웰 지음, 배진희 옮김 / arte(아르테)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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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설마라고 할 수 있는 그런 일이 일어난 것이다. / p.27

자유가 억압된 사회를 산다는 것은 얼마나 고통스러울까. 학교 다니던 시절에는 한국사를 통해 간접적으로나마 경험할 기회가 있었지만 사회에 나오면서부터는 크게 생각을 할 일이 없는 듯하다. 물론, 직장인으로서 신분에 맞게 자유보다는 공익을 먼저 생각해 행동할 때는 있지만 통제를 당했던 적은 많지 않았기에 이제는 상상하기 힘들다.

그래도 나름 생각을 해 보자면 많이 답답할 것 같다. 보통 규칙과 주어진 일에 큰 불만 없이 행동하는 스타일이기는 하지만 자유가 억압된다는 것은 또 다른 문제이다. 이렇게 책을 읽고 개인적인 의견을 표출할 자유, 무언가 잘못된 일을 당당하게 언급할 수 있는 자유 등 침해될 게 많으면 아마 못 견디지 않을까. 그렇다고 해서 전면에 나서서 이를 바꾸기에는 용기가 부족해 뒤에서 서포트할 듯하다.

이 책은 조지 오웰의 장편소설이다. 너무나 유명한 고전이어서 꼭 한 번은 읽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예전에 독서 모임으로 올더스 헉슬리의 <멋진 신세계>를 읽었던 적이 있는데 그와 비슷하게 디스토피아를 그린 작품으로 알고 있다. 개인적으로는 멋진 신세계를 너무나 감명 깊게 읽었기에 스테디 고전인 이 소설을 선택하게 되었다. 취향에 맞는다면 다른 작품인 <동물농장>도 읽을 예정이다.

소설의 주인공은 윈스턴이라는 인물이다. 그는 자유가 통제되어진 사회에서 살고 있다. 심지어 다이어리 하나 살 자유마저 없는 시대이며, 정치적인 의견은 더 말할 것도 없다. 전쟁은 평화이며, 자유는 예속이고, 무지는 힘이라는 말도 안 되는 구호 아래에서 억압을 받고 있다. 윈스턴은 이러한 사회에 강한 불만을 가지고 있으며, 다이어리에 눈에 보이지 않는 통제자이자 권력자인 '빅 브라더를 타도하라.'라는 문구를 도배한다.

고전 자체를 어렵게 느끼는 편이지만 유독 읽혀지지 않았던 작품이다. 그동안 익히 읽었던 문체가 아닐 뿐더러 윈스턴에게 감정 이입이 되어 마치 그 상황에 처한 듯한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다. 자유를 빼앗긴 주인공이 이를 바꾸기 힘든 상황과 그 안에서 느끼는 절망감들이 유독 절절하면서도 강렬하게 와닿았다. 모든 것 하나하나 감시를 받는다는 고통이 무엇인지 활자로 그대로 살아오는 듯했다.

개인적으로 현실감이 느껴졌는데 지금 사회와 크게 다르지 않다고 보여졌다. 물론, 현재는 아무렇지 않게 소신 발언을 할 수 있다는 점에서 뭐가 같은가 싶기도 할 것이다. 그러나 뉴스 기사를 볼 때마다 국민들의 여론이 통제가 되고 있음을 느끼고, 기술의 발달로 모든 것이 드러나는 시대를 살고 있다는 것을 실감한다. 또한, 무언가에 날조가 되는 거짓 사실이나 이에 선동이 되어 와해되는 현실도 있다. 아마 윈스턴에게 몰입이 되었던 이유 중 하나가 이러한 점일 것이다.

이 정도 되니 조지 오웰이 이러한 사회를 미리 예견한 것은 아닌지 싶다는 생각도 들었다. 여러 가지로 생각이 많아지고, 현실에 대입해서 읽을 수 있다는 점에서 독서 모임 또는 많은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싶은 작품이었다. 아마 다시 읽을 때에는 그만큼 생각할 거리가 많아지지 않을까. 조금은 어려우면서도 감정적으로 힘들었지만 그만큼 꼭 읽었어야 하는 작품이어서 읽는 내내 감상과 별개로 만족을 느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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