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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듬 난바다
김멜라 지음 / 문학동네 / 2025년 11월
평점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불행이 찾아왔다가도 마음을 순하게 바꿔먹고 돌아갈 것 같달까. / p.9
이 책은 김멜라 작가님의 장편소설이다. 예전에 젊은작가상 수상작품집 안에서 종종 만났던 작품들이 있다. 그 중에서 가장 인상 깊게 남았던 것은 성관계 도구의 눈으로 보았던 한 커플의 이야기였다. <저녁놀>이라는 소설이었는데 '어떻게 이런 화자를 내세워서 이야기를 전개할 수 있지?'라는 상상력에 감탄했던 기억이다. 그동안 단편은 많이 접했지만 장편은 처음이어서 설렘을 안고 페이지를 넘겼다.
소설에는 크게 두 사람이 등장한다. 을주와 둘희다. 을주는 교통사고로 가족을 잃고 이모 내외의 손에서 성장했다. 여섯 번째 손가락을 가지고 있으며, 과거 운동 선수로 활동했다. 현재는 딸기 농장에서 근무 중이다. 둘희는 유튜브 '욕+받이'의 팀장이다. 사연 있는 사람을 앞세워 댓글로 욕과 도네이션을 받고 물방개로 참여자에게 돈을 주는 프로그램이다. 을주의 눈에 띄는 둘희로부터 이야기가 시작한다.
을주는 둘희에게 관심을 가지게 되고, 둘희는 과거 영화를 만들었던 중장년 한기연이라는 인물에게 집착한다. 한기연은 유망한 영화 감독이었지만 정치계 거물과 스캔들이 크게 터지면서 대중으로부터 많은 욕을 먹었던 인물이다. 둘희가 한기연을 쫓아 성애적 사랑을 느끼게 되었는데 소설은 둘희와 한기연의 과거 서사들과 을주가 둘희에게 애정을 느끼게 되는 현재 시선으로 전개된다.
술술 읽혀졌던 작품이었다. 사실 두께에 조금 걱정이 되었다. 언급했던 것처럼 단편은 많이 접했지만 장편은 처음 접했는데 너무 두툼했다. 이를 언제 다 읽을 수 있을지 부담감을 가졌는데 이러한 걱정이 무색하게도 생각보다 빠르게 완독이 가능했다. 530 페이지 전후의 작품이었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토요일 오전부터 읽기 시작해 대략 서너 시간 정도 걸렸다. 딱히 지식을 필요하는 부분은 없어서 속도가 났던 것 같다.
개인적으로 타인으로부터 욕을 먹을 권리에 대해 생각하면서 읽었다. 둘희와 한기연, 을주와 둘희 등 동성애 서사가 중점적으로 진행이 되다 보니 사회의 편견도 느낄 수 있었지만 그것보다는 '욕+받이' 프로그램이 인상적이었다. 둘희는 참여자로부터 인격 모독 수준의 많은 욕을 끌어내면서도 그들에게 도네이션 금액을 전부 출연료로 주었다. 이렇다면 연예인의 악플에 대한 대가가 증명될 텐데 그게 면죄부이자 정당성이 부여될까. 의문이 들었다.
정치, 언론, 성 소수자, 장애, 페미니즘, 사랑 등 사회에서 이슈가 될 수 있는 많은 고민거리를 주었던 작품이었다. 이를 하나하나 생각하면서 읽다 보니 내내 머릿속이 무거웠다. 아마 이 지점들이 현실적으로 와닿아서 흥미롭게 다가왔던 것 같다. 작품의 마지막 페이지를 넘기고 생각이 정리되지 않았다. 소설에서 던지는 이야기 어느 하나도 놓칠 수 없는 내용을 떠안게 된 기분이 들었다. 아무 생각 없이 재미로 읽기에는 무거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