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테는 모든 것을 말했다 - 2025년 아쿠타가와상 수상작
스즈키 유이 지음, 이지수 옮김 / 리프 / 202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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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테는 모든 것을 말했다. / p.22

어렸을 때부터 철학 도서를 참 좋아했지만 생각보다 철학에 대한 지식은 없는 편이다. 분명 괴테나 소크라테스, 니체 등 철학자의 이름들은 알고 있는데 왜 그들의 이론을 이해하는 것은 어려운지 모르겠다. 스스로 남는 것이 없다는 자괴감을 느끼다가 한 북 크리에이터 님의 영상에서 그 해답을 얻었다. 이론 자체보다는 생각하게 만들 수 있는 철학을 좋아한다는 점이었다. 실생활에 적용할 수 있는 철학 내용이 더 잘 맞다는 것이다.

이 책은 스즈키 유이라는 일본 작가의 장편소설이다. 줄거리를 따로 찾아 보지 않은 상태에서 제목만 보고 선택한 책이다. 예상으로는 장르 소설로 오해했다. 뭔가 철학적인 분위기를 풍기는 추리나 스릴러 작품이라고 생각했는데 페이지를 읽고 난 이후 뭔가 느낌이 생각과 다르게 흘러가 당황스러웠다. 그럼에도 아쿠타가와라는 상이 나름 익숙하게 다가왔던 터라 끝까지 완독하기로 마음을 먹었다.

소설의 주인공은 도이치라는 인물이다. 일본에서 괴테 연구가로 꽤 명성을 얻고 있다. 그는 스승의 딸과 결혼할 정도로 괴테에 진심이다. 결혼기념일에 가족과 함께하는 식사 자리에서 '사랑은 모든 것을 혼동시키지 않고 혼연일체로 만든다.'라는 문구가 적힌 티백을 보게 된다. 이 명언을 하는 사람은 괴테라고 나와 있는데 도이치는 이 문장을 처음 보았기 때문에 혼란스러움을 감추지 못한다. 도이치의 문장 출처를 찾아가는 과정을 다룬 작품이다.

많이 어려운 작품이었다. 얇은 페이지 수를 가진 소설이어서 금방 읽을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그럼에도 이틀이라는 시간이 걸렸다. 일본 프로그램이나 책뿐만 아니라 성경과 철학, 문학 등 다양한 부분의 지식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까지 읽은 작품들 중에 손에 꼽을 정도로 주석이 많았다. 사실 주석을 읽고도 이해가 되지 않았다. 그럼에도 스토리는 충분히 매력적이었다.

개인적으로 독일 유학 때 친구와 나누었던 장난이 가장 인상 깊었다. 같이 괴테를 연구하던 친구는 도이치에게 '괴테는 모든 것을 말했다.'라는 말을 붙여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다. 실제 여부를 떠나 도이치는 출처를 찾지 못한 상황에서도 이 문장을 되새기면서 마인트 컨트롤을 했다. 어느 누군가는 괴테가 모든 것을 말할 수 없다는 것을 주장했다. 읽는 내내 이 문장이 도이치의 주문처럼 느껴졌다.

어느 한 권위자의 문장 추적기라는 생각이 들었던 작품이었다. 일본 괴테 연구에서 명성을 떨치던 그가 그 말을 증명하지 못한다면 자존심의 스크래치는 물론, 자신이 쌓아 올린 업적에도 많은 타격을 받을 것이다. 누군가는 그냥 흘려 보낼 헤프닝이었을 텐데 그만큼 괴테에 미쳤기 때문에 그냥 허투루 지나갈 수 없지 않았을까. 도이치의 생각과 태도, 더 나아가 열정을 보면서 마음을 다 잡게 되었던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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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굴들
이동원 지음 / 라곰 / 202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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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막연한 상상이 아니라 확실한 계산이었다. / p.42

이 책은 이동원 작가님의 장편소설이다. <찬란한 선택>이라는 작가님의 작품이 기억에 남는다. 내용 자체가 흥미롭다기보다는 제목 그대로 등장하는 인물이 찬란한 선택을 했는지 내내 머릿속을 맴돌았는데 이번 신작 소식을 접했다. 감사하게도 출판사 이벤트를 통해 샘플 북을 받을 수 있었는데 이번에는 내용부터가 흥미로웠다. 다른 매력을 전해 주기를 바라면서 페이지를 넘겼다.

소설은 사형 집행이 마지막으로 되었던 시기로부터 시작된다. 마지막 집행자는 한바로라는 인물인데 교도관은 그의 눈빛을 한 순간도 놓치기 싫다는 듯 끝까지 쳐다 본다. 이후 옥호와 광심이 주인공으로 등장한다. 광심은 옥호의 소개로 해환과 이야기를 나눈다. 해환은 작가로, 인간의 악을 주제로 글을 쓰고 있었던 것이다. 광심에게는 가려진 과거를 가진 인물이었고, 이를 알아 본 해환은 인터뷰를 요청했다.

술술 읽혀졌던 작품이었다. 초반부터 몰입감이 상당했다. 지금은 시행되지 않는 사형 집행 장면이 현실감 있게 다가왔고, 이후 광심의 가려진 모습들이 더욱 호기심을 자극했다. 샘플북이라는 특성상 소설의 일부만 실렸는데 푹 빠져서 읽었다. 대략 100 페이지 정도의 내용을 받았고, 이를 읽는 데 채 한 시간이 되지 않았던 것 같다. 금방 읽다 보니 마지막 페이지여서 아쉬운 느낌마저 들었다.

개인적으로 평범한 인물들에 대한 생각이 들었다. 광심은 가장 가려진 인물이지만 그냥 보통의 평범한 경찰처럼 보였다. 그 안에 악의를 담고 살아가지만 그 어느 누구도 찾을 수 없었다. 물론, 해환이 그를 호기심으로 눈여겨 보고 있지만 지나가는 인물이거나 친한 사람이라고 해도 모를 듯하다. 마치 옥호가 신뢰하고 있는 것처럼 말이다. 나 역시도 그 평범한 사람들 중 하나라는 점에서 현실감이 느껴졌다.

또한, 짧은 페이지 안에 온갖 인간들의 악이 드러난다는 것도 기억에 남았다. 스타 강사 고보경과 그 아내 천현숙은 딸 영혜가 사라진 이 시기에 다른 모습을 보였는데 고보경의 반응은 보통 사람이라면 의아하다는 느낌을 줄 정도로 이상했다. 오히려 천현숙이 정상적으로 보였고, 영혜의 실종에 드러나는 새로운 인물 역시도 권위에 가려진 추잡함이 드러날 듯하다. 다음 이야기가 기대되는 부분이었다.

어쩌면 인간은 누구나 얼굴이라는 가면을 쓰고 살아가는 것은 아닐까. 이렇게 일부만 읽었음에도 인간의 양면성을 피부로 와닿는데 끝까지 읽게 된다면 더 많은 느낌을 풀어낼 수 있을 작품이다. 벌써부터 많은 생각이 든다. 적어도 개인적인 기준에서 전작보다는 더 좋은 느낌을 전달해 줄 소설이라는 예감. 부디 전편으로 읽을 수 있는 날이 빠르게 오기를. 하루하루 기다리게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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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물 소리가 들렸어요
가나리 하루카 지음, 장지현 옮김 / 해피북스투유 / 202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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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눈물 소리 다 들었어요. / p.10

원래 눈물이 많은 편에 속하기는 하지만 그게 조금 명확한 스타일에 속했다. 감정이 차오를 정도로 분노하거나 답답할 때가 그렇다. 슬프다는 감정은 크게 느낄 일이 없는 편이어서 영화나 드라마를 보면서 눈물을 흘리는 때는 거의 없었다. 그런데 나이가 들면서 이상하게 더 많아진 듯하다. 오히려 분노하거나 답답할 때에는 스스로를 다스리게 되었고, 감성적으로 건드는 포인트가 있는 매체를 보거나 읽게 될 때 우는데 가족들은 이런 모습을 흥미롭게 본다.

이 책은 가나리 하루카라는 일본 작가의 장편소설이다. 제목이 흥미로워서 선택하게 된 책이다. 눈물이 가시적으로 보이는 것인데 들렸다는 표현이 재미있었다. 특별한 능력을 지닌 주인공의 이야기일 것으로 예상했다. 그렇지만 또 페이지를 넘길 때까지는 잘 모를 때가 많다 보니 관심이 갔다. 그냥 가벼운 마음으로 읽고 싶었다. 슬픈 내용이라면 울고 싶은 마음도 꽤 컸던 것 같기도 하다.

이 소설의 주인공은 미온이라는 인물이다. 모계 유전으로 오빠와 함께 눈물 소리를 조금 더 크게 듣는 능력을 가졌다. 학생회에 속한 켄 선배의 눈물 소리를 듣고 난 이후부터 묘한 제안을 하나 건넨다. 교칙 중 하나를 바꿔 달라는 것이다. 처음에는 학교의 거부라는 벽에 부딪혔지만 서명을 받는 등 적극적으로 임한다. 그 과정에서 눈물을 흘렸던 다른 학우들의 이야기를 쫓아가는 내용을 담고 있다.

술술 읽혀졌던 작품이었다. 우선, 페이지 수가 너무 적은 편이어서 부담감이 없었다. 200 페이지가 채 되지 않다 보니 중간 읽고 싶은 책을 고르기 전에 가벼운 숨 고르기 형식으로 편하게 읽을 수 있었다. 거기에 내용 자체도 크게 이해를 요구하는 지식이 필요없어서 그것도 꽤 만족스러웠다. 아마 학창시절을 보낸 이들이라면 공감할 수 있을 정도로 현실적인 내용이었는데 완독까지 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개인적으로 미온에게 이입되어서 읽었다. 미온은 친구가 없는 아이로 등장하지만 생각보다 주변에 큰 관심을 가지고 있었다. 화장실에서 들렸던 눈물 소리로 그들을 배려하거나 눈물이 많은 켄 선배를 생각하는 부분들이 꽤 많이 등장했기 때문이다. 오히려 미온의 오빠가 조금 더 외향적인 스타일로 등장하기는 하지만 그와 별개로 미온 역시도 사랑을 많이 주고받은 사람처럼 보였다. 이 지점이 조금 부럽게 다가오기도 했다.

따뜻함이 많이 느껴졌던 작품이었다. 약간 청소년 문학처럼 슴슴하게 다가와서 인터넷 서점의 내용을 읽어 보니 아동 문학을 집필했던 작가의 이력이 눈에 띄었다. 대놓고 드러나지 않은 청소년의 로맨스와 학창시절에 느꼈을 법한 아이들의 심리가 그만큼 잘 드러났는데 이게 가볍게 읽을 수 있지 않을까 싶다. 크게 생각하지 않고 단타로 훅 몰입할 수 있어서 나름의 매력을 느끼게 되었던 소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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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물 소리가 들렸어요
가나리 하루카 지음, 장지현 옮김 / 해피북스투유 / 202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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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볍게 읽을 수 있는, 그리고 매력을 느낄 수 있는 청소년 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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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듬 난바다
김멜라 지음 / 문학동네 / 202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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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불행이 찾아왔다가도 마음을 순하게 바꿔먹고 돌아갈 것 같달까. / p.9

이 책은 김멜라 작가님의 장편소설이다. 예전에 젊은작가상 수상작품집 안에서 종종 만났던 작품들이 있다. 그 중에서 가장 인상 깊게 남았던 것은 성관계 도구의 눈으로 보았던 한 커플의 이야기였다. <저녁놀>이라는 소설이었는데 '어떻게 이런 화자를 내세워서 이야기를 전개할 수 있지?'라는 상상력에 감탄했던 기억이다. 그동안 단편은 많이 접했지만 장편은 처음이어서 설렘을 안고 페이지를 넘겼다.

소설에는 크게 두 사람이 등장한다. 을주와 둘희다. 을주는 교통사고로 가족을 잃고 이모 내외의 손에서 성장했다. 여섯 번째 손가락을 가지고 있으며, 과거 운동 선수로 활동했다. 현재는 딸기 농장에서 근무 중이다. 둘희는 유튜브 '욕+받이'의 팀장이다. 사연 있는 사람을 앞세워 댓글로 욕과 도네이션을 받고 물방개로 참여자에게 돈을 주는 프로그램이다. 을주의 눈에 띄는 둘희로부터 이야기가 시작한다.

을주는 둘희에게 관심을 가지게 되고, 둘희는 과거 영화를 만들었던 중장년 한기연이라는 인물에게 집착한다. 한기연은 유망한 영화 감독이었지만 정치계 거물과 스캔들이 크게 터지면서 대중으로부터 많은 욕을 먹었던 인물이다. 둘희가 한기연을 쫓아 성애적 사랑을 느끼게 되었는데 소설은 둘희와 한기연의 과거 서사들과 을주가 둘희에게 애정을 느끼게 되는 현재 시선으로 전개된다.

술술 읽혀졌던 작품이었다. 사실 두께에 조금 걱정이 되었다. 언급했던 것처럼 단편은 많이 접했지만 장편은 처음 접했는데 너무 두툼했다. 이를 언제 다 읽을 수 있을지 부담감을 가졌는데 이러한 걱정이 무색하게도 생각보다 빠르게 완독이 가능했다. 530 페이지 전후의 작품이었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토요일 오전부터 읽기 시작해 대략 서너 시간 정도 걸렸다. 딱히 지식을 필요하는 부분은 없어서 속도가 났던 것 같다.

개인적으로 타인으로부터 욕을 먹을 권리에 대해 생각하면서 읽었다. 둘희와 한기연, 을주와 둘희 등 동성애 서사가 중점적으로 진행이 되다 보니 사회의 편견도 느낄 수 있었지만 그것보다는 '욕+받이' 프로그램이 인상적이었다. 둘희는 참여자로부터 인격 모독 수준의 많은 욕을 끌어내면서도 그들에게 도네이션 금액을 전부 출연료로 주었다. 이렇다면 연예인의 악플에 대한 대가가 증명될 텐데 그게 면죄부이자 정당성이 부여될까. 의문이 들었다.

정치, 언론, 성 소수자, 장애, 페미니즘, 사랑 등 사회에서 이슈가 될 수 있는 많은 고민거리를 주었던 작품이었다. 이를 하나하나 생각하면서 읽다 보니 내내 머릿속이 무거웠다. 아마 이 지점들이 현실적으로 와닿아서 흥미롭게 다가왔던 것 같다. 작품의 마지막 페이지를 넘기고 생각이 정리되지 않았다. 소설에서 던지는 이야기 어느 하나도 놓칠 수 없는 내용을 떠안게 된 기분이 들었다. 아무 생각 없이 재미로 읽기에는 무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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