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인의 마법 살롱
박승희 지음 / 허블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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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전한 삶을 누릴 권리가, 지난 숱한 날 속 우리에게도 있었다는 걸. / p.313

이 책은 박승희 작가님의 장편소설이다. 힐링의 장소로 도서관, 편의점, 서점 등 다양한 공간들이 등장했지만 이렇게 미용실은 처음이어서 호기심에 선택하게 된 책이다. 지금까지 힐링을 부르는 장르 중 가장 거리가 먼 미용실이라는 공간이어서 어떤 느낌을 줄지 궁금하기도 했다. 사실 미용실을 일 년에 두 번 가면 많이 갈 정도로 관심이 없던 터라 이상하게 반대가 끌리는 듯했다.

소설의 주인공은 제인이라는 이름의 미용실 사장이다. 한때는 대한민국의 노른자로 불릴 수 있는 강남의 한복판에 큰 미용실을 운영했다. 그것도 현금으로 크게 비싼 땅을 구입해 미용실을 지었고, 이 미용실은 예약제로 운영했는데 가득 찰 정도로 꽤 인기가 많았다. 미용 실력을 떠나 그곳에서 머리를 한 손님들이 마음 편하게 나올 수 있다는 게 가장 큰 강점이었다. 무슨 이유인지는 모르겠지만 말이다.

그렇게 성황리에 운영되었던 미용실이 사라졌다. 일부의 사람들은 제인이 마녀라는 이야기를 수군수군 댔다. 그곳에 있는 미용사 일부가 사라진 미스터리의 상황이었다. 시간이 어느 정도 지난 후 제인의 미용실은 다율산 외진 곳에 다시 세워졌다. 부동산 중개업자는 제인을 말렸지만 그곳을 고집했고, 사라진 미용사들과 함께 나타난 것이다. 석 달이 지나도 손님 하나 없는 자리에 한 여자 아이가 미용실 앞에 등장하면서 이야기는 전개된다.

힐링을 주는 이야기를 다루다 보니 술술 읽혀졌다. 미용실과 힐링이라는 게 매칭이 안 될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읽는 내내 각자 인물이 가지고 있는 스토리가 공감이 되었고, 어떻게 보면 비현실적인 제인의 이야기마저 고개를 끄덕이고 있는 자신을 발견할 수 있었다. 가제본이기에 페이지 수를 정확하게 가늠할 수는 없지만 가볍게 읽기에는 너무 흥미로운 작품이었다.

개인적으로 한 등장 인물에게 큰 공감이 되었다. 하민이라는 인물이었는데 처음에 등장했던 손님 장 여사의 아들이기도 하다. 방에 박혀서 나오지 않는 히키코모리이다. 자신의 이야기조차도 터놓지 않는 아들이 답답해 장 여사는 아들인 하민을 끌고 제인의 미녀 미용실로 향한다. 하지만 하민은 어머니를 피해 도망쳤고, 그곳에서 제인의 미용실에서 보조를 하고 있는 미미를 만난다. 그것도 난감한 상황에서 말이다. 결론적으로는 해피 엔딩의 내용이다.

예전에 비해 히키코모리에 대한 관심이 줄어든 듯하지만 학업과 취업을 포기한 청년층이 많이 늘었기에 사회적으로 큰 이슈가 되어 있기도 하다. 하민이 가지고 있는 아픔 또한 대한민국에서 조명할 문제라는 점에서 와닿았다. 어쩌면 하민이 방으로 나가지 않는 것이 아닌 못한 것은 아닐까 싶었다. 그뿐만 아니라 장 여사의 첫째 아들 또한 현실적으로 생각해 볼 수 있는 스토리였다는 점에서 흥미롭게 읽혀졌다.

판타지 힐링 소설이기는 했지만 생각보다 제목에서 드러나는 마법은 크게 드러나지 않은 듯했다. 그렇기에 제인이 가지고 있는 마법 능력보다는 인물이 가지고 있는 현실에 맞추어 읽게 된 작품이었다. 가벼우면서도 공감을 가지고 읽게 된 이유이다. 어디까지나 개인 취향으로서는 딱 맞는 스토리여서 읽는 내내 시간을 빼앗길 정도로 즐거웠던 작품이어서 좋았다.

<출판사로부터 가제본을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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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2명이 퇴근하지 못했다 - 일터의 죽음을 사회적 기억으로 만드는 법
신다은 지음 / 한겨레출판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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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비롯해 오늘도 산재를 피한 모든 이들이 그들의 노력에 빚지고 산다. / p.8

대학교 다니던 시절, 현장에서 겪었던 경험을 들었는데 지금까지도 꽤 크게 남아 있는 말이 하나 있다. 아는 동료가 이용인에게 칼에 맞아 세상을 떠났다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용인을 만날 때에는 두 명씩 짝을 지어야 하는 게 맞다고 했다. 말을 전한 사람이 학교 선배인지 또는 교수님인지 정확히 그 부분까지는 기억할 수 없지만 십 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들으면 소름이 돋는다.

지금 가지고 있는 직종 자체가 현장이라고는 부르지만 우리가 흔히 언급하는 기술직에서 언급하는 현장과 다른 의미를 지닌다. 그래서 그때 당시에는 적어도 업무 중 사망이라는 게 와닿지 않았다. 물론, 과중한 업무가 원인이 되어 몸의 이상이 오는 경우는 예외겠지만 말이다. 그 이야기를 들으면서 일터에서 죽음을 맞이하는 게 생각보다 많은 경우의 수가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고, 나 역시도 이 직종에서 자유롭지 못하겠다는 두려움이 생겼다.

이 책은 신다은 기자님의 사회학 도서이다. 사회 관련 도서들 중에서 가장 관심이 있는 분야를 뽑자면 아마도 복지와 노동이 아닐까 싶다. 복지는 아무래도 직업과 밀접하게 관련이 있기에 당연하게 관심을 기울여야 하는 분야이며, 노동은 자의적으로 자주 찾아서 보는 편이다. 요즈음 들어 안타까운 사건들을 종종 접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읽게 되는 책이었다.

책은 2021 년 평택항 사건으로 잘 알려진 고 이선호 씨의 아버지인 이재훈 씨의 인터뷰로 시작된다. 이선호 씨는 군 제대 이후 아버지의 직장인 평택항에서 일하고 있었는데 나뭇가지를 주우라는 지시를 처리하던 중 컨테이너 날개에 깔려 세상을 떠나셨다. 아들의 죽음을 알리고자 했던 이재훈 씨의 노력과 정부의 태도, 국민들이 관심을 가지게 된 이유들을 언급하면서 산업 재해의 원인과 정부의 태도, 법원 판례, 유족 인터뷰 등을 다루고 있다.

그동안 사건을 접하면서 원청, 하청, 재하청 등 전문적인 용어 자체에 대한 이해도가 없어 인지만 했을 뿐 관심을 가지지 못했는데 무엇보다 기자님께서 국민들이 이해하기 쉬운 언어로 설명해 주셔서 불합리한 기업의 구조에 대해 쉽게 인지할 수 있었다. 기사를 쓰는 직업인들이 사건을 이해하고 내용을 잘 풀어서 보도해야 사람들이 관심을 끌 수 있다는 내용이 나오는데 너무 공감이 되었다. 어떻게 보면 어려울 수 있는 주제임에도 쉽게 읽을 수 있었고, 깊이 생각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이선호 씨의 평택항 사건뿐만 아니라 2018 년 컨베이어 벨트에 끼어 사망한 고 김용균 씨, 전국적으로 불매 운동으로 이어진 SPC 사건 등 익숙하게 자주 보도로 접했던 재해를 보면서 달라지지 않는 사회에 대한 회의를 가지고 있었는데 지금까지 접하지 못했던 사망 사건들을 활자로 접하다 보니 분노가 치밀었다. 유족들이 재판장에서 읽는 호소문의 내용은 울게 했다. 그들이 내 가족이었다고 생각하니 가슴이 미어졌다.

개인적으로 두 가지 생각이 들었다. 첫 번째는 정부와 원청의 임원진에 대한 생각이다. 원청에서 비용 절감을 위해 하청으로 돌리는 정도의 기이한 방식 자체만 생각했었던 터라 탁상에서 지시만 내리는 원청의 임원진들에 대한 내용은 익숙하면서도 낯설게 다가왔다. 정부를 비롯한 공무원들이 현장의 상황을 알지도 못한채 말도 안 되는 지시를 내릴 때마다 탁상 행정이라는 단어를 자주 내뱉었고, 그만큼 들었는데 산업 재해 현장이라고 해서 크게 다르지 않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치기 식의 보완보다는 사전에 대비할 수 있는 투자가 필요하지 않을까. 인식이 바뀌어야 할 필요성을 느꼈다.

두 번째는 사건이 벌어지고 난 이후 직원들의 태도이다. 고 김용균 씨의 사망이 수면 위로 올라올 수 있었던 것은 동료 직원분들의 용기 있는 증언들 때문이라고 한다. 고 이선호 씨 역시도 아버지인 이재훈 씨께서 평택항에서 근무를 하셨기에 사람들 사이에 알려질 수 있었다. 그런데 책에 등장하는 일부 직원들의 태도가 가장 크게 화가 났다. 2021 년 굴삭기 전복 사고로 사망한 고 노치목 씨의 경우에는 생명을 건질 수 있는 기회가 있었음에도 119 신고 당시 직원의 거짓말로 초동 대처가 잘못 되어 그 기회를 잃었다. 사건을 발판 삼아 과거를 되풀이하지 말아야 함에도 불구하고 사건을 축소시킨다거나 은폐시키기에 급급해 떠나간 젊은 생명들을 생각하니 더욱 괘씸하게만 보였다.

모두 나름의 꿈을 가지고 일터에서 지시에 따라 열심히 업무를 수행했을 뿐인데 그 결말이 죽음이었다는 게 허망하게 느껴졌다. 책을 읽으면서 많이 배우고 또 많이 반성했다. 한 사람의 관심이기는 하지만 조금이나마 걱정과 불안 없이 일터에서 온전히 근무할 수 있는 세상이 된다면 미약한 힘이라도 보태고 싶다는 마음을 들게 했던 책이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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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탐정으로 있어줘
고니시 마사테루 지음, 김은모 옮김 / 망고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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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은 밤, 스마트폰이 울렸다. / p.13

이 책은 고니시 마사테루의 장편소설이다. 미스터리나 추리 소설 장르에서는 영미권 작품보다는 일본 작가님들의 작품이 취향에 맞았기 때문에 쉽게 선택해서 읽게 되었다. 특히, 미스터리 상을 받았다고 하면 그냥 지나칠 작품도 다시 보게 될 정도로 신뢰감이 높은 편인데 그것도 올해 수상했다고 하니 더욱 기대감을 들게 했다.

소설의 주인공은 가에데라는 인물이다. 그녀의 곁에는 할아버지 히몬야가 있다. 미스터리 클럽에서 활동한 교장 선생님이었던 할아버지의 영향으로 초등학교 교사로 근무하고 있으며, 미스터리 장르를 좋아하는 이십 대 중후반의 성인이 된다. 누구보다 각별한 애정을 가지고 있는 할아버지에게 루이소체 치매가 발병했고, 가에데는 틈틈히 할아버지를 찾아가 보살핀다.

이렇게 다정하고 따뜻한 할아버지와 손녀의 이야기로 흘러가다 갑자기 가에데에게 스토커가 나타나면서부터 장르의 전환이 이루어진다. 치매라는 병을 앓고 있음에도 추리를 통해 스토커의 존재와 손녀의 위험으로부터 구하고자 노력한다. 그뿐만 아니라 가에데와 히몬야, 그리고 주변 사람들로부터 생기는 미스터리한 일들을 하나하나 퍼즐 맞추기를 하듯 하나하나 해결 고리를 찾아가는 내용을 담고 있다.

전반적으로 페이지가 술술 넘어갔던 작품이었다. 보통 미스터리 소설에서 등장하는 콤비는 경찰 선후배, 검찰과 경찰 등 직업적으로 묶이거나 아주 친한 친구로 접했던 것 같은데 할아버지와 손녀는 색다르게 느껴졌다. 그것도 전문적인 지식보다는 취미와 특기로 갈고 닦은 추리로 해결하는 과정이어서 어디까지나 개인적으로 현실감이 있게 와닿았다. 거기에 하나의 사건이 아닌 여러 사건이 옴니버스 형식으로 구성이 되어 있다 보니 짧은 호흡으로 몰입할 수 있어서 좋았다.

개인적으로 할아버지와 손녀의 유대 관계가 가장 인상적으로 남았다. 여기에 등장하는 가에데와 히몬야에게는 가족 구성원이 둘밖에 없다는 점이 특수 케이스이기는 하겠지만 과거와 주변 사람들의 경험을 비추어 보았을 때 이십 대 중후반의 성인이 그렇게까지 할아버지와 가까운 관계였던 경우를 거의 본 적이 없었다. 그런 점에서 할아버지와 함께 일상에서 벌어진 미스터리를 이야기하고 해결하는 과정과 두 사람의 관계가 너무 부러웠다. 누가 뭐라고 해도 신뢰성으로는 그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피를 나눈 콤비이기 때문이다.


추리 장르의 작품을 드문드문 읽고 있지만 이 작품은 다른 장르로 표현하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가족의 애틋한 감정을 그린 장르로 말이다. 손녀의 안위를 걱정하는 마음으로 추리하는 할아버지의 진심, 잘하는 명탐정으로서 평생 곁에 있어 주었으면 한다는 손녀의 진심이 활자를 읽는 내내 마음으로 와닿았다. 추리하는 이야기도 흥미로웠지만 그것보다 가족의 끈끈한 관계가 더욱 선명하게 남았던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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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개의 빛 - 제11회 제주4·3평화문학상 수상작
임재희 지음 / 은행나무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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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아직 한국인인가? / p.18

이 책은 임재희 작가님의 장편소설이다. 종종 수상작을 읽는 편인데 처음 접한 문학상이어서 관심이 갔다. 사실 역사적인 사건을 배경으로 한 작품을 다루지 않을까 하는 예상이 들기도 했었는데 자주 듣기는 했지만 정작 잘 아는 내용은 아니다 보니 걱정이 되었던 것도 사실이다.

소설의 주인공은 미셸이라는 인물이다. 중학교 때 미국으로 건너간 이민자이다. 낯선 사회에서 동양인이라는 이유만으로 남다른 아픔을 느껴온 듯하다. 그곳에서 노아라는 인물과 가까워졌으며, 둘은 그렇게 연인이 됐다. 노아는 미셸과 다르게 미국의 한 가정에 입양이 되었다. 한국인으로서의 생김새를 가졌기에 백인들 사이에서의 소외감이나 차별들을 겪었다는 점에서 공통점이 될 수 있었지만 미국에 정착한 환경에서의 차이점이 있었다.

미셸과 노아가 버지니아에서 벌어진 총기난사사건을 뉴스로 접하게 된 이후부터 둘 사이가 조금 다른 분위기로 흘러간다. 특히, 노아는 어렸을 때 총기에 대한 트라우마를 가지고 있는 인물이기에 그 사건이 더욱 충격적으로 다가왔다. 거기에 총기난사사건의 범인이 한국인이기에 백인들의 시선도 무시할 수 없을 것이다. 결국 노아는 그 아픔을 이겨내지 못하고 스스로 생을 마감한다. 이후 미셸은 노아의 흔적을 따라 한국행 비행기에 오른다. 한국에 남겨진 노아를 찾아가는 미셸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전반적으로 내용 자체는 그렇게 어렵지 않았다. 자세히 알지는 못하지만 버지니아 총기난사사건을 뉴스로 접하기도 했었다. 또한, 미셸과 노아처럼 한국인이 다른 나라에 정착한 이들은 아니라는 점에서 조금 차이는 있겠지만 반대로 대한민국에 정착한 이민자들의 이야기를 한때 가까운 곳에서 들었던 적이 있었기 때문이다. 두 시간 정도에 완독할 수 있을 정도로 푹 빠져서 읽었다.

개인적으로 세 가지 생각이 들었다. 첫 번째는 정체성에 대한 생각이다. 미셸은 어린 나이에 미국으로 온 노아의 뿌리를 찾아서 대한민국으로 건너왔고, 자신조차도 한국인으로서의 혼란스러움을 겪는다. 그런 지점에서 정체성을 크게 생각하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특히, 겉모습이 누가 봐도 미국 사람인 지인이 캐나다에서 온 이민자라는 사실에 당황하는 모습이 되게 인상적으로 와닿았는데 이민자라면 경험했을 뿌리와 정체성 혼란에 대한 생각들이 절실히 이해가 되었다.

두 번째는 양가감정이었다. 사실 이 감정은 책을 덮은 지금까지도 느껴지고 있기도 하다. 중후반부에 버지니아 총기난사사건을 저지른 가해자 역시도 피해자라고 언급하는 내용들이 등장한다. 그 지점이 마치 뭔가 탁 막히는 듯 불편한 감정으로 와닿았다. 가해자가 한국인이라는 이유로 멸시를 받았던 것이 하나의 폭력이라는 점을 무시할 수는 없기에 그들의 시선이 이해가 되면서도 과연 그게 면죄부가 될지에 대한 의문이 들었다.

세 번째는 연대에 대한 생각이다. 미셸이 한국으로 와서 현진의 도움을 받아 노아의 흔적을 밟는다. 또한, 미순 언니라고 불리는 이민자를 만나 친해지기도 한다. 다양한 사람을 만나면서 한국인으로서의 정체성과 연인의 죽음으로부터의 아픔을 치유해나가는 모습들을 보면서 인간 사이의 연대가 무엇보다 큰 힘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새삼스럽게 느꼈다. 그러면서 세 개의 빛이라는 제목의 뜻을 두 가지로 추측이 되기도 했었는데 하나는 노아의 이름이며, 또 하나는 미셸이 만난 세 사람이 아닐까 싶었다. 어쩌면 그게 빛이었을지도 모르겠다.

이방인으로 살아본 경험도, 연인의 죽음도, 더 나아가 사회 안에서 정체성의 혼란을 크게 겪지 않은 사람이지만 작품을 읽는 내내 온전히 미셸이 된 듯한 느낌을 받았다. 그만큼 몰입이 되었다는 증거이기도 하다. 이민자에 대한 차별과 인권, 인간의 정체성 등 가까운 듯하면서도 그동안 놓치고 살았던 것들을 다시 생각할 수 있다는 점에서 만족스러웠던 작품이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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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그드라실의 여신들 안전가옥 쇼-트 22
해도연 지음 / 안전가옥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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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묵은 깨졌습니다. / p.8

이 책은 해도연 작가님의 단편집이다. 늘 믿고 보는 안전가옥 쇼트 시리즈여서 신작이 나온다고 하면 무조건 선택을 하는 편이다. 특히, 이번 작가님은 SF 앤솔로지 소설집에서 단편 작품으로 접했던 분이어서 더욱 관심을 가지고 읽게 되었다. 예전에 로켓을 주제로 했던 작품을 읽었기에 나름 기대를 가졌다.

작품은 크게 두 편, 그리고 후일담 형식의 이야기 한 편이 수록되어 있다. 안전가옥 쇼트 시리즈의 매력이라고 하면 짧은 시간 내에 후루룩 읽을 수 있다는 점이었는데 이번 신작은 그 장점이 적어도 나에게만큼은 통하지 않았던 것 같다. 페이지 수가 다른 작품들에 비해 두꺼운 편이면서 소재가 조금은 어려웠기 때문이다.

첫 번째 작품인 <위대한 침묵>의 주인공인 미후는 태양계에서 큰 기업 인텍의 자회사에서 근무하는 홍보부 직원이다. 홍보부이기는 하지만 정작 홍보와 관련된 전문적인 업무보다는 남의 글을 대신 적는 대필을 중점적으로 하는 듯하다. 그러다 직원들과 말도 잘 섞지 않는 이사 크로포드로부터 부름을 받는다. 인텍의 자회사를 노리는 회사 내 인물들을 조사해 달라는 요청이었다. 처음에는 긴가민가했지만 크로포드가 지목한 인물들이 주는 이상한 느낌을 받던 미후는 크로포드의 지시에 따라 수행하던 중 진실을 알게 된다.

두 번째 작품인 <위그드라실의 여신들>은 해저 생물을 연구하던 세실리아, 수미, 마야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어느 날, 제론이라는 사람이 그들을 찾아와 외부 바이러스로 지구가 위험에 처해 있다는 이야기를 듣는다. 그것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헬족의 샘플이 필요하다고 한다. 이미 화석을 가지고 있기는 했지만 살아 있는 샘플이 필요하기에 이들은 그것을 구하려고 하지만 주어진 시간이 많지 않다. 나름의 묘책을 사용해 헬족 샘플을 채취하고, 다른 생물체들을 확인하게 된다. 그러다 하나의 사건을 마주한다.

읽으면서 두 작품이 조금 다른 결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첫 번째 작품이 인간의 탐욕과 욕심으로 파멸을 이끄는 내용으로 인류애가 소멸이 될 뻔했다면 두 번째 작품을 읽으면서 오히려 지구의 멸망을 막기 위해 세실리아, 수미, 마야의 고군분투하는 내용으로 다시 원상복구가 되는 듯했다. 인간이라는 게 다면적인 존재이기는 하지만 냉탕과 온탕을 왔다갔다 마음이 움직였다는 점에서 색다른 매력을 느꼈던 작품이었다.

SF 소설 자체를 조금 더디게 읽는 편인데 유독 이번 작품은 더욱 어렵게 느껴졌다. 전반적으로 과학에 대한 전문적인 용어들이 자주 등장하는 편인데 거기에 북유럽 신화의 이야기를 모티브로 삼고 있다. 과학과 북유럽 신화라는 낯선 소재 안에서 내용을 머릿속으로 그려야 하는데 그 지점이 너무나 어려웠다. 아무래도 과학과 담을 쌓고 살았던 전형적인 대한민국의 문과형 인간이기에 더욱 버겁게 느껴진 것 같다. 우주나 SF 소설을 선호하는 독자들이라면 마음껏 상상의 나래를 펼칠 수 있는, 그 지점에서 만족할 수 있는 작품이지 않을까.

책을 덮고 나니 앤디 위어의 '프로젝트 헤일메리'라는 소설이 떠올랐다. 사실 그 작품 역시도 우주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는데 SF소설의 재미와 함께 인간이 가지고 있는 따스함을 주었다는 점에서 지금까지도 꽤 인상적으로 남아 있다. 이 작품 역시도 과학적인 지식은 버겁게 느껴졌지만 등장 인물들 사이의 연대나 인간애를 느꼈다는 점에서 감성적인 부분은 오래 남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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