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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탐정으로 있어줘
고니시 마사테루 지음, 김은모 옮김 / 망고 / 2023년 9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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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은 밤, 스마트폰이 울렸다. / p.13
이 책은 고니시 마사테루의 장편소설이다. 미스터리나 추리 소설 장르에서는 영미권 작품보다는 일본 작가님들의 작품이 취향에 맞았기 때문에 쉽게 선택해서 읽게 되었다. 특히, 미스터리 상을 받았다고 하면 그냥 지나칠 작품도 다시 보게 될 정도로 신뢰감이 높은 편인데 그것도 올해 수상했다고 하니 더욱 기대감을 들게 했다.
소설의 주인공은 가에데라는 인물이다. 그녀의 곁에는 할아버지 히몬야가 있다. 미스터리 클럽에서 활동한 교장 선생님이었던 할아버지의 영향으로 초등학교 교사로 근무하고 있으며, 미스터리 장르를 좋아하는 이십 대 중후반의 성인이 된다. 누구보다 각별한 애정을 가지고 있는 할아버지에게 루이소체 치매가 발병했고, 가에데는 틈틈히 할아버지를 찾아가 보살핀다.
이렇게 다정하고 따뜻한 할아버지와 손녀의 이야기로 흘러가다 갑자기 가에데에게 스토커가 나타나면서부터 장르의 전환이 이루어진다. 치매라는 병을 앓고 있음에도 추리를 통해 스토커의 존재와 손녀의 위험으로부터 구하고자 노력한다. 그뿐만 아니라 가에데와 히몬야, 그리고 주변 사람들로부터 생기는 미스터리한 일들을 하나하나 퍼즐 맞추기를 하듯 하나하나 해결 고리를 찾아가는 내용을 담고 있다.
전반적으로 페이지가 술술 넘어갔던 작품이었다. 보통 미스터리 소설에서 등장하는 콤비는 경찰 선후배, 검찰과 경찰 등 직업적으로 묶이거나 아주 친한 친구로 접했던 것 같은데 할아버지와 손녀는 색다르게 느껴졌다. 그것도 전문적인 지식보다는 취미와 특기로 갈고 닦은 추리로 해결하는 과정이어서 어디까지나 개인적으로 현실감이 있게 와닿았다. 거기에 하나의 사건이 아닌 여러 사건이 옴니버스 형식으로 구성이 되어 있다 보니 짧은 호흡으로 몰입할 수 있어서 좋았다.
개인적으로 할아버지와 손녀의 유대 관계가 가장 인상적으로 남았다. 여기에 등장하는 가에데와 히몬야에게는 가족 구성원이 둘밖에 없다는 점이 특수 케이스이기는 하겠지만 과거와 주변 사람들의 경험을 비추어 보았을 때 이십 대 중후반의 성인이 그렇게까지 할아버지와 가까운 관계였던 경우를 거의 본 적이 없었다. 그런 점에서 할아버지와 함께 일상에서 벌어진 미스터리를 이야기하고 해결하는 과정과 두 사람의 관계가 너무 부러웠다. 누가 뭐라고 해도 신뢰성으로는 그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피를 나눈 콤비이기 때문이다.
추리 장르의 작품을 드문드문 읽고 있지만 이 작품은 다른 장르로 표현하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가족의 애틋한 감정을 그린 장르로 말이다. 손녀의 안위를 걱정하는 마음으로 추리하는 할아버지의 진심, 잘하는 명탐정으로서 평생 곁에 있어 주었으면 한다는 손녀의 진심이 활자를 읽는 내내 마음으로 와닿았다. 추리하는 이야기도 흥미로웠지만 그것보다 가족의 끈끈한 관계가 더욱 선명하게 남았던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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