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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그드라실의 여신들 ㅣ 안전가옥 쇼-트 22
해도연 지음 / 안전가옥 / 2023년 9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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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묵은 깨졌습니다. / p.8
이 책은 해도연 작가님의 단편집이다. 늘 믿고 보는 안전가옥 쇼트 시리즈여서 신작이 나온다고 하면 무조건 선택을 하는 편이다. 특히, 이번 작가님은 SF 앤솔로지 소설집에서 단편 작품으로 접했던 분이어서 더욱 관심을 가지고 읽게 되었다. 예전에 로켓을 주제로 했던 작품을 읽었기에 나름 기대를 가졌다.
작품은 크게 두 편, 그리고 후일담 형식의 이야기 한 편이 수록되어 있다. 안전가옥 쇼트 시리즈의 매력이라고 하면 짧은 시간 내에 후루룩 읽을 수 있다는 점이었는데 이번 신작은 그 장점이 적어도 나에게만큼은 통하지 않았던 것 같다. 페이지 수가 다른 작품들에 비해 두꺼운 편이면서 소재가 조금은 어려웠기 때문이다.
첫 번째 작품인 <위대한 침묵>의 주인공인 미후는 태양계에서 큰 기업 인텍의 자회사에서 근무하는 홍보부 직원이다. 홍보부이기는 하지만 정작 홍보와 관련된 전문적인 업무보다는 남의 글을 대신 적는 대필을 중점적으로 하는 듯하다. 그러다 직원들과 말도 잘 섞지 않는 이사 크로포드로부터 부름을 받는다. 인텍의 자회사를 노리는 회사 내 인물들을 조사해 달라는 요청이었다. 처음에는 긴가민가했지만 크로포드가 지목한 인물들이 주는 이상한 느낌을 받던 미후는 크로포드의 지시에 따라 수행하던 중 진실을 알게 된다.
두 번째 작품인 <위그드라실의 여신들>은 해저 생물을 연구하던 세실리아, 수미, 마야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어느 날, 제론이라는 사람이 그들을 찾아와 외부 바이러스로 지구가 위험에 처해 있다는 이야기를 듣는다. 그것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헬족의 샘플이 필요하다고 한다. 이미 화석을 가지고 있기는 했지만 살아 있는 샘플이 필요하기에 이들은 그것을 구하려고 하지만 주어진 시간이 많지 않다. 나름의 묘책을 사용해 헬족 샘플을 채취하고, 다른 생물체들을 확인하게 된다. 그러다 하나의 사건을 마주한다.
읽으면서 두 작품이 조금 다른 결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첫 번째 작품이 인간의 탐욕과 욕심으로 파멸을 이끄는 내용으로 인류애가 소멸이 될 뻔했다면 두 번째 작품을 읽으면서 오히려 지구의 멸망을 막기 위해 세실리아, 수미, 마야의 고군분투하는 내용으로 다시 원상복구가 되는 듯했다. 인간이라는 게 다면적인 존재이기는 하지만 냉탕과 온탕을 왔다갔다 마음이 움직였다는 점에서 색다른 매력을 느꼈던 작품이었다.
SF 소설 자체를 조금 더디게 읽는 편인데 유독 이번 작품은 더욱 어렵게 느껴졌다. 전반적으로 과학에 대한 전문적인 용어들이 자주 등장하는 편인데 거기에 북유럽 신화의 이야기를 모티브로 삼고 있다. 과학과 북유럽 신화라는 낯선 소재 안에서 내용을 머릿속으로 그려야 하는데 그 지점이 너무나 어려웠다. 아무래도 과학과 담을 쌓고 살았던 전형적인 대한민국의 문과형 인간이기에 더욱 버겁게 느껴진 것 같다. 우주나 SF 소설을 선호하는 독자들이라면 마음껏 상상의 나래를 펼칠 수 있는, 그 지점에서 만족할 수 있는 작품이지 않을까.
책을 덮고 나니 앤디 위어의 '프로젝트 헤일메리'라는 소설이 떠올랐다. 사실 그 작품 역시도 우주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는데 SF소설의 재미와 함께 인간이 가지고 있는 따스함을 주었다는 점에서 지금까지도 꽤 인상적으로 남아 있다. 이 작품 역시도 과학적인 지식은 버겁게 느껴졌지만 등장 인물들 사이의 연대나 인간애를 느꼈다는 점에서 감성적인 부분은 오래 남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