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전세 인생 ㅣ 앤드 앤솔러지
권제훈 외 지음 / &(앤드) / 2023년 11월
평점 :

솔직히 어느 순간부터 나도 즐기고 있었다. / p.15
이 책은 다섯 명의 작가님께서 참여하신 앤솔로지 소설집이다. 아무래도 제목부터가 현실감 있게 다가왔다. 요즈음 세대가 기성 세대에 비해 집을 사는 것을 크게 생각하지 않는다고 하지만 어쩔 수 없이 집을 구매해야 하는 입장으로서 많은 공감이 될 듯했다. 불안정한 주거로 고통을 받고 있는 사람이다 보니 전세에 대한 이야기를 읽고 싶어 선택하게 된 책이다.
소설에는 다섯 편의 작품이 수록되어 있다. 두 편의 작품이 가장 인상적이었다. 첫 번째 작품은 <오꾸빠 오꾸빠>이다. 소설의 주인공은 한 부부이다. 특히, 혜영이라는 인물은 남편과 함께 집을 보러 다니는 것을 좋아하는 듯했다. 집을 구매하기 위한 의도보다는 보면서 카타르시스를 느끼는 이유가 크다. 공인중개사에게 안 산다고 거절했을 때의 그 통쾌함도 좋다. 결혼기념일에도 역시 두 사람은 집을 보는 것으로 데이트를 즐긴다. 한강이 보이는 큰 평수의 아파트를 보던 중 공인중개사에게 조금 더 보고 간다는 이야기를 남긴 채 쫓아내 피자를 시켜서 먹는다. 그때 그곳에 현관문 벨소리가 들린다.
처음에는 조금 이해가 가지 않았던 작품이었다. 뭔가 등장 인물이 너무 비상식적이라고 할까. 구매하지도 않을 집을 장난 삼아 보러 다닌다는 것 자체도 그렇고, 남의 집에서 나누는 이야기조차도 상식선에서는 벗어난 느낌이었다. 그런데 이 작품이 인상적으로 와닿았던 이유는 현대 사회의 신혼 부부에게 가장 현실적인 이야기 중 하나이지 않을까 싶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비싼 아파트을 마치 내 집처럼 지내고 싶은 마음, 그리고 보자마자 느껴지는 욕심. 특히, 제목에서 나오는 오꾸빠라는 이름의 제도가 등장하는데 이것 또한 솔직히 어이가 없다는 느낌을 주었지만 만약 그게 용인되는 사회에서 살고 있는 사람이라면 생각 정도는 할 수 있을 것 같은 상상이 되었다.
두 번째 작품은 <유령들>이라는 작품이다. 소설의 주인공은 봉수라는 인물의 공무원 준비생이다. 소방공무원을 꿈꾸면서 노량진 고시원에서 살고 있는데 그곳에는 찬호라는 인물과 가까이 지내고 있다. 찬호는 국가유공자 가족으로서 가산점을 기본적으로 깔지만 매번 불합격이 된다. 그리고 또 한 사람이 등장하는데 경찰직 공무원을 준비하다가 결국에는 포기한 인물이다. 시간이 지나 봉수는 결국 소방관이 되었고, 우연히 공무원을 포기한 그 사람을 노량진에서 다시 만나게 된다.
가장 현실감이 느껴졌던 작품이어서 인상 깊게 남았다. 특히, 봉수의 상황이 공감이 됐다. 은근슬쩍 포기한 사람을 무시하는데 그 이유과 직렬에서 오는 갭의 차이인 듯했다. 경찰과 검찰이라는 점. 그 안에서 봉수는 찬호에게 화를 내면서 인연을 끊기에 이른다. 사실 그 부분을 읽으면서 찬호가 잘못하기는 했지만 국가유공자 가산점이 공무원 준비생 입장에서 당락을 가를 수 있는 부분이기에 한편으로는 그게 열등감의 표출처럼 보이기도 했다. 결국에는 봉수가 꿈을 이루었지만 노량진에서 벗어나지 못했다는 점은 아이러니처럼 와닿았다.
아무래도 관심을 가지고 있는 주제 중 하나이기 때문에 전세 사기를 다룬 작품부터 이야기 하나하나가 흥미롭게 그려졌고, 그만큼 재미있었다. 전세에 대한 현실적인 이야기가 등장하기도 하고, 내 집 마련이라는 욕망으로부터 시작된 내용까지 제목에서 본 것처럼 전세로 살고 있는 청춘들이 주인공으로 다양한 스토리가 공감이 되었지만 결론적으로는 허무하다는 느낌마저 들었다. 그게 내용 자체가 허무하다기보다는 너무나 표현할 수 없는 기운이 싹 빠진다고 할까. 주인공들의 느꼈을 간극으로부터의 허무감이 가장 먼저 들었던 작품이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