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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실과 발견 - 사랑을 떠나보내고 다시 사랑하는 법
캐스린 슐츠 지음, 한유주 옮김 / 반비 / 2024년 6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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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게 죽음의 근본적이고 확고한 사실이다. / p.13
자주 언급하게 되는 사실이기는 하지만 올해 두 명의 사랑하는 가족을 떠나보냈던 터라 심적인 여유가 없는 상황이다. 떠난 가족들에 대한 기억과 애도, 슬픈 감정을 느낄 새도 없이 현실적으로 처리해야 되는 유산과 남겨진 물품들을 정리하는 일로 정신 없는 매일을 보내고 있다. 덕분에 눈물을 흘리는 날이 줄어들고 있기는 하지만 안 그래도 새로운 상황에 스트레스를 받는 스타일인데 요즈음 다른 곳으로 눈을 돌릴 틈조차도 없이 지낸다.
이 책은 캐스린 슐츠라는 작가의 에세이다. 그런 맥락에서 공감을 받고 싶어 선택한 책이다. 조금씩 독서의 비중을 늘리고 있기는 하지만 연초에 비하면 책을 손에 안 쥐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만큼 여러 가지로 여유가 없는 편이었는데 제목을 보자마자 바로 관심이 생겼다. 사람과 죽음, 그리고 경험들. 과거에 겪었고, 또 현재 힘들어하고 있는 부분이라는 점에서 많은 위로가 되어 줄 것 같았다.
책은 크게 세 가지 목차로 진행된다. 첫 번째는 가족이었던 아버지를 떠나보낸 이야기, 두 번째는 사랑하는 반려자 C를 만난 이야기, 세 번째는 그 이후에 대한 이야기이다. 전반적으로 술술 읽히는 작품은 아니었다. 문장 하나하나가 시적으로 느껴지다 보니 내내 내용을 하나하나 곱씹으면서 읽게 되었던 것 같다. 삼백 페이지가 조금 넘는 분량의 작품이었는데 이틀에 나눠서 한 네 시간 정도 걸린 듯하다. 그만큼 읽기 힘들었던 책이다. 내용이 난해하다거나 어려운 것이 아닌 상황과 맞물려 감정적으로 가두면서 읽다 보니 오래 걸렸다.
개인적으로 많은 공감이 되었던 책이다. 책의 서두에서 저자가 죽는다는 의미를 돌려 말하는 것을 싫어한다는 내용이 등장한다. 예를 들면, 돌아가셨다는 표현 또는 세상을 떠나셨다는 표현들이 그렇다. 이 부분에서부터 크게 공감하면서 감정적으로 빠졌다. 지극히 사적인 생각으로도 이런 표현들을 선호하지 않는 편이다. 거기에 저자가 그랬던 것처럼 나 역시도 직장에 부친상을 알리는 과정에서 '아버지를 세상을 떠나셨다.'고 보고를 드려야 했기에 책의 초반부터 많은 심리적인 동요가 있었다.
그뿐만 아니라 의사들이 보호자의 선택을 묻는 과정에 대한 내용이 나오는데 이 지점 역시도 많은 공감이 되었다. 병상에 누웠던 아버지의 상태를 이야기하면서 연명치료 여부를 보호자인 우리 가족에게 의사 결정을 원했던 경험을 겪었기 때문이었다. 가족들의 의견이 중요하겠지만 저자의 이야기처럼 의료진이 정직하게 보호자들에게 알렸다면 더욱 좋았을 것이라는 생각에 크게 동감했다. 너무나 감정적으로 힘들었기에 상실 파트를 읽으면서 읽는 내내 많이 울고 또 힘들었다.
또한, 우리가 흔하게 물건을 잃는 것 또한 상실이라는 이야기에서부터 생각을 달리 하게 되었다. 사랑하는 아버지를 떠나 보낸 것은 슬프고 또 아픈 일이기는 하지만 사람들은 너무나 일상에서 상실을 겪는다. 나부터도 물건을 잃어버리는 게 다반사이기 때문에 이것도 하나의 상실일 텐데 아버지의 애도와는 별개로 너무 스스로를 힘들게 하는 것은 아닌가 싶었다. 일상에서는 슬픔을 느끼지 못할 정도로 바쁜 시기를 지나고 있지만 혼자 있을 때마다 형용할 수 없는 그리움과 아픔으로 내내 힘들어하게 되는데 많은 위로가 되었다. 새로운 시각을 열어 주었다.
발견이라는 파트에서는 아버지를 상실하고 있는 시기에 새로운 사람이 찾아와 사랑을 나누게 되었다는 것. 어떻게 보면 가장 아픈 일과 가장 좋은 일이 함께 진행되고 있다는 게 아이러니하게 느껴지기도 했는데 새로우면서도 흥미로웠다. 거기에 당연하게 C의 성별을 예상하고 읽었던 터라 편견을 다시금 되새길 수 있는 기회가 되기도 했다. 읽는 내내 많은 생각이 들었던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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