컬러 오브 머니 월터 테비스 시리즈
월터 테비스 지음, 나현진 옮김 / 어느날갑자기 / 202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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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명한 바다가 한눈에 들어오는 4호실은 자갈길을 가로질러 저편에 있었다. / p.5

대학교 시절에 종종 친구들과 당구장에서 공강을 보냈던 기억들이 있다. 그렇게 당구를 잘 아는 것은 아니었지만 pc방보다는 쾌적했던 공간이 당구장이었던 것이다. 포켓볼을 많이 쳤는데 커피 내기를 그렇게 많이 했었다. 내가 속한 팀은 늘 졌던 것 같다. 하필이면 왼손잡이인 탓에 보통 친구들과 달리 반대로 큐대를 잡고 당구를 하다 보니 조금 더 어렵게 느꼈다. 주머니가 마를 날이 없었다.

이 책은 월터 테비스라는 작가의 장편소설이다. 넷플릭스 드라마 <퀸스갬빗>의 원작 소설을 쓴 작가이다. 사실 체스에 관심이 없을 뿐만 아니라 청소년이 담배와 술을 하는 등 지극히 유교적인 관점에서 보았을 때 조금 불편한 장면들이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시작조차 안 했다. 다른 이들은 그것을 제치고 보더라도 내용이 너무 흥미롭다고 추천했었지만 적어도 내 기준에서는 그 지점들이 가장 눈에 걸렸던 것이다.

우선, 원작을 읽고 판단하겠다는 생각이었는데 우연한 기회에 작가의 다양한 작품이 발간되었다는 소식을 들었다. 가장 흥미가 있었던 세 작품을 먼저 골라 읽기로 했는데 그 중 하나가 이 작품이었다. 큐대를 손에 놓은 것이 벌써 십 년이나 되었지만 항상 추억을 불러 일으키는 게 당구이기 때문에 그나마 재미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름 큰 기대가 되었다.

소설의 주인공은 에디라는 인물이다. 왕년에 당구로 스타가 되었지만 현재는 바를 돌아다니면서 게임으로 생계를 유지하는 신세가 되었는데 당구 경기를 프로그램을 만드는 방송사 측과 이야기를 나눈다. 같은 당구 스타였던 미네소타 뚱보라는 이름을 가진 이에게 찾아갔지만 초반에는 퇴짜를 맞았다. 그러다 결국에는 거래가 성립이 되었는데 에디의 명성과 다르게 미네소타 뚱보에게 번번히 패배한다.

결론적으로 술술 읽혀졌던 작품이었다. 사실 영미 소설을 그렇게까지 후루룩 읽은 적이 많이 없었는데 유독 책장을 넘기는 게 가벼웠다. 번역이나 문체도 그렇게까지 거슬리는 부분이 없어서 더욱 이해하기 쉬웠던 것 같다. 물론, 당구 용어들이 많이 등장하다 보니 잘 모르는 입장에서는 이를 머릿속으로 그리는 게 조금 더디게 느껴지기는 했지만 그것 또한 흥미로워서 재미있게 읽었다.

처음에는 당구를 주제로 한 작품이라는 생각으로만 읽었는데 점점 에디의 이야기에 빠져들수록 인생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느낌을 받았다. 사람 역시도 주변 사람들 사이에서 스포트라이트를 받다가 점점 잊혀지듯이 에디의 인생 또한 그랬다. 읽는 내내 공감이 많이 되었는데 묘한 위로를 주었다. 읽으면서 에디가 참 부러웠고, 에디처럼 살고 있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던 작품이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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