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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가 손에 쥐어야 했던 황금에 대해서
오가와 사토시 지음, 최현영 옮김 / ㈜소미미디어 / 2025년 1월
평점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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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믿는 것과 소설 속에 쓰는 건 완전히 별개지. / p.112
이 책은 오가와 사토시라는 일본 작가의 연작소설이다. 예전에 <너의 퀴즈>라는 추리 장르의 작품을 읽었다. 일본 문화나 지식들이 조금 어렵게 느껴지기는 했지만 전반적으로 삶을 살아감에 있어서 새로운 시각을 보여 주었던 작품으로 각인이 되어 있다. 그동안 작가의 작품을 읽을 기회가 없었는데 이번에 신작이 발간되었다는 소식에 궁금증이 들어 읽게 되었다. 기대가 되는 것보다는 어디까지나 흥미 위주의 선택이었다.
소설의 주인공은 나라는 인물이다. 나는 작가로 활동하고 있기도 하다. 첫 소설에서는 출판사 입사지원서의 첫 문항으로부터 시작되었고, 두 번째 소설은 친구들과 큰 지진이 났던 날에 무엇을 하고 있었는지 이야기를 나눈다. 다음 소설에는 연락이 끊겼던 친구와 우연히 목욕탕을 가게 되면서 과거를 회상하게 되고, 그 다음에는 만화가의 이야기가 등장한다. 흐름에 따라 내가 만난 이들과의 일, 그들과 있었던 과거, 더 나아가 그로부터 자신에게 영향을 주었던 것들까지 전체 줄거리로 표현할 수 없는 흐름으로 펼쳐진다.
술술 읽혀진 듯하지만 그렇다고 확실한 답을 내릴 수 없는 작품이었다. 내용 자체는 크게 어렵지 않다. SF 장르의 작가이기는 해도 큰 배경 지식을 요구하는 용어는 등장하지 않는다. '황금률', '은율' 등 일상에서 쉽게 사용하지 않는 단어들이 나오기는 해도 친절하게 다 설명해 주고 있기 때문에 모른다고 해도 금방 스토리의 흐름을 이해할 수 있다. 그럼에도 완독까지 세 시간이 걸렸다. 아마 소설 하나하나 읽으면서 혼자 생각하는 시간이 많이 필요했기에 그럴 것이라고 예상이 든다.
개인적으로 <프롤로그>라는 작품이 가장 인상적이었다. 주인공은 나름 명문대를 졸업했고, 현재는 강사로 부족하지 않은 수입을 얻고 있지만 어떤 이유인지 모르게 출판사에 입사 지원을 하기로 결정한다. 대형 출판사의 입사지원서를 다운받아 작성하려고 하니 첫 문항부터가 나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당신의 인생을 원 그래프로 설명하시오." 어떤 주제조차도 없는 문항이었다. 고민하는 주인공에게 여자 친구는 조언을 해 주는데 이게 바로 해답이 된다. 스토리는 그 문장으로부터 시작해 여자 친구와 만나게 된 과거와 자신의 깨달음으로 흘러간다.
초반부터 숨이 탁 막혔다. 단순하게 '어? 독특한 문항이네.' 수준이 아니었던 것이다. 독자로서 소설을 읽기에 그나마 다행이라는 생각까지 들 정도였다. 그러면서 소설에 등장한 나처럼 나 역시도 스스로를 원 그래프로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지 고민하면서 읽었다. 주인공은 인체의 구성 요소까지 생각했는데 나는 뭘로 표현할 수 있을까. 차라리 과거 한때 유행했던 뇌구조라면 더욱 쉬울지도 모르겠다. 역시 자신을 아는 길이 제일 어렵다는 어디에선가 들었던 말이 거짓말은 아닌 듯했다. 이 작품 때문에 내내 혼란스러움으로 이 책을 대하게 되었던 것 같다.
이 작품을 읽으면서 주인공은 MBTI 'N'에 가까운 사람이라는 느낌을 받았다. 어느 한 작품에서는 소설가인 주인공에게 읽어 달라고 요청하는 한 남자의 소설을 말하는 내용이 등장하는데 그 표현하는 방법이 웃기면서도 소설가는 다르다는 생각이 새삼스럽게 들었다. 아무 생각을 하지 않으면 그냥 평범한 일들을 사고의 흐름으로 펼쳐가는 것 같았다. 초반 읽을 당시에는 '왜 이렇게 어렵게 생각해.'라는 물음이었는데 마지막 페이지를 넘기고 나니 삶을 대하는 태도나 생각들이 어느 정도 맞물려 있다는 진리를 얻게 된 작품이었다. 철학의 향기가 느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