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원에 대하여 달달북다 8
백온유 지음 / 북다 / 202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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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원이 떠나던 그날, 우리는 옥상에서 만났다. / p.9

보통 좋아하는 작가님의 작품들은 쭉 따라서 읽는 편이다. 신작은 무조건 구매해 읽고, 전작도 천천히 완독하려고 노력한다. 예전에는 좋아하는 작가님이 누구냐고 묻는다면 딱 한 분만 언급했는데 지금은 열 손가락까지는 아니어도 다섯 손가락은 넘지 않나 싶다. 그렇다 보니 쉴새없는 신작 발간 소식에 도서 구입 비용은 늘어나고 있다. 덕분에 책장은 넘치다 못해 터질 지경에 이르렀다. 세상에 참 좋은 작품들이 너무 많아서 그것 또한 문제다.

이 책은 백온유 작가님의 단편소설이다. 작년 말부터 빠져 있는 작품들이 백온유 작가님의 작품이다. 우연히 유튜브 영상으로 <경우 없는 세계>를 읽은 이후로 팬이 되었다. 주변 사람부터 책을 통해 만난 인터넷 지인들에게 그 책을 너무 많이 추천했다. 지금도 작품을 떠올리면 자연스럽게 여운이 다시 살아나는 듯하다. 그러다 즐겨 읽는 북다 시리즈로 신간이 발간되었다고 해서 기대가 되었다.

소설의 주인공은 은석이다. 은석이는 정원이라는 동급생을 좋아했던 것 같다. 어느 날, 은석이가 살고 있는 빌라 지하에 정원이네 가족이 이사를 온다. 정원의 어머니는 화자의 어머니와 친구 사이인데 일정 기간동안 세를 받지 않고 그곳에 머물게 되었다. 정원의 집 화장실에 역류가 되면서 같이 임시로 거주하는 일이 벌어진다. 전체적으로 은석이과 정원이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북다 시리즈는 너무 익히 읽는 작품이어서 크게 어렵지 않았다. 특히, 판형이 작아서 마음만 먹으면 후루룩 읽을 수 있다는 점이 매력으로 다가왔다. 다른 작품보다 더욱 페이지 수가 적다는 느낌을 받았는데 역시나 100 페이지가 채 되지도 않았다. 아침에 잠깐 한 이십 분 정도에 모두 완독이 가능했다. SF나 미스터리처럼 상상력을 요구하는 작품도 아니어서 더욱 빠르게 읽을 수 있었던 것 같다.

개인적으로 은석 어머니의 이중심리가 깊이 다가왔다. 처음에는 정원이네 가족을 순수하게 받아들였지만 함께 거주하는 시간이 될수록 어머니는 변화되는 모습을 보인다. 나중에 월세조차 받지 않고 그들을 살게 한 이유가 밝혀지는데 그 안에서 못된 마음을 읽었다. 성악설까지 가기에는 조금 조심스럽기는 하지만 자본을 가지고 있다는 이유만으로 타인을 그렇게 대한다는 것 자체가 같은 어른으로서 껄끄럽게 느껴졌다. 이 태도가 불편하게 만들었다.

읽는 내내 공간적 배경을 <응답하라 1988>을 그리면서 읽었다. 드라마 안에서도 주인공인 덕선이네가 정환이네 집 지하에 거주하고, 집안 공사 때문에 정환이네 집에서 덕선이네가 며칠간 머무는 에피소드가 등장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은석이와 정원이의 이야기가 시각적으로 다가오지 않았나 싶다. 인상 깊은 점은 은석이 어머니의 이중적인 면모였지만 전체적으로 이끌어가는 풋풋한 쌍방 짝사랑 로맨스도 나름 설레는 매력을 주었던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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젠더 크라임 이판사판
덴도 아라타 지음, 이규원 옮김 / 북스피어 / 202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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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사람들 사이에 편견으로 차마 보지 못했던 점을 끄집어낼 작품이라는 생각에 기대가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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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문 너머로 - 곰베 침팬지들과 함께한 30년 사이언스 클래식 40
제인 모리스 구달.제인 구달 연구소 지음, 이민아 옮김 / 사이언스북스 / 202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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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인 구달이라는 분을 침팬지 연구가 정도로만 알고 있었는데 침팬지와 인간의 교류에 대한 많은 이야기가 궁금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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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가 손에 쥐어야 했던 황금에 대해서
오가와 사토시 지음, 최현영 옮김 / ㈜소미미디어 / 202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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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내가 믿는 것과 소설 속에 쓰는 건 완전히 별개지. / p.112

이 책은 오가와 사토시라는 일본 작가의 연작소설이다. 예전에 <너의 퀴즈>라는 추리 장르의 작품을 읽었다. 일본 문화나 지식들이 조금 어렵게 느껴지기는 했지만 전반적으로 삶을 살아감에 있어서 새로운 시각을 보여 주었던 작품으로 각인이 되어 있다. 그동안 작가의 작품을 읽을 기회가 없었는데 이번에 신작이 발간되었다는 소식에 궁금증이 들어 읽게 되었다. 기대가 되는 것보다는 어디까지나 흥미 위주의 선택이었다.

소설의 주인공은 나라는 인물이다. 나는 작가로 활동하고 있기도 하다. 첫 소설에서는 출판사 입사지원서의 첫 문항으로부터 시작되었고, 두 번째 소설은 친구들과 큰 지진이 났던 날에 무엇을 하고 있었는지 이야기를 나눈다. 다음 소설에는 연락이 끊겼던 친구와 우연히 목욕탕을 가게 되면서 과거를 회상하게 되고, 그 다음에는 만화가의 이야기가 등장한다. 흐름에 따라 내가 만난 이들과의 일, 그들과 있었던 과거, 더 나아가 그로부터 자신에게 영향을 주었던 것들까지 전체 줄거리로 표현할 수 없는 흐름으로 펼쳐진다.

술술 읽혀진 듯하지만 그렇다고 확실한 답을 내릴 수 없는 작품이었다. 내용 자체는 크게 어렵지 않다. SF 장르의 작가이기는 해도 큰 배경 지식을 요구하는 용어는 등장하지 않는다. '황금률', '은율' 등 일상에서 쉽게 사용하지 않는 단어들이 나오기는 해도 친절하게 다 설명해 주고 있기 때문에 모른다고 해도 금방 스토리의 흐름을 이해할 수 있다. 그럼에도 완독까지 세 시간이 걸렸다. 아마 소설 하나하나 읽으면서 혼자 생각하는 시간이 많이 필요했기에 그럴 것이라고 예상이 든다.

개인적으로 <프롤로그>라는 작품이 가장 인상적이었다. 주인공은 나름 명문대를 졸업했고, 현재는 강사로 부족하지 않은 수입을 얻고 있지만 어떤 이유인지 모르게 출판사에 입사 지원을 하기로 결정한다. 대형 출판사의 입사지원서를 다운받아 작성하려고 하니 첫 문항부터가 나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당신의 인생을 원 그래프로 설명하시오." 어떤 주제조차도 없는 문항이었다. 고민하는 주인공에게 여자 친구는 조언을 해 주는데 이게 바로 해답이 된다. 스토리는 그 문장으로부터 시작해 여자 친구와 만나게 된 과거와 자신의 깨달음으로 흘러간다.

초반부터 숨이 탁 막혔다. 단순하게 '어? 독특한 문항이네.' 수준이 아니었던 것이다. 독자로서 소설을 읽기에 그나마 다행이라는 생각까지 들 정도였다. 그러면서 소설에 등장한 나처럼 나 역시도 스스로를 원 그래프로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지 고민하면서 읽었다. 주인공은 인체의 구성 요소까지 생각했는데 나는 뭘로 표현할 수 있을까. 차라리 과거 한때 유행했던 뇌구조라면 더욱 쉬울지도 모르겠다. 역시 자신을 아는 길이 제일 어렵다는 어디에선가 들었던 말이 거짓말은 아닌 듯했다. 이 작품 때문에 내내 혼란스러움으로 이 책을 대하게 되었던 것 같다.

이 작품을 읽으면서 주인공은 MBTI 'N'에 가까운 사람이라는 느낌을 받았다. 어느 한 작품에서는 소설가인 주인공에게 읽어 달라고 요청하는 한 남자의 소설을 말하는 내용이 등장하는데 그 표현하는 방법이 웃기면서도 소설가는 다르다는 생각이 새삼스럽게 들었다. 아무 생각을 하지 않으면 그냥 평범한 일들을 사고의 흐름으로 펼쳐가는 것 같았다. 초반 읽을 당시에는 '왜 이렇게 어렵게 생각해.'라는 물음이었는데 마지막 페이지를 넘기고 나니 삶을 대하는 태도나 생각들이 어느 정도 맞물려 있다는 진리를 얻게 된 작품이었다. 철학의 향기가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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뱅상 식탁
설재인 지음 / 북다 / 202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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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모든 사람이 저런 건 아니야. / p.18


이 책은 설재인 작가님의 장편소설이다. 예전에 작가님의 <그 변기의 역학>이라는 작품을 읽었다. 내용도 기억하지만 그 작품이 주는 축축한 분위기와 으스스한 느낌이 지금도 떠오를 정도로 깊은 특별함을 주었다. 원래 그렇게 기괴한 작품을 선택해 읽는 편이 아니어서 더욱 인상적이었다. 이번에 신작 발간 소식을 접해서 바로 읽게 되었다. 적어도 나에게만큼은 독보적인 스타일을 구축한 작가님 중 한 분으로 뇌리에 박혀 있다 보니 더욱 궁금했다.


소설의 주인공은 빈승이라는 인물이다. 미미라는 이름을 가진 목소리를 듣는다. 미미는 빈승에게 복권 당첨을 주었고, 일종의 거래를 제안했다. 자신이 하고 있는 연구에 응하라는 것이다. 연구를 위해 만든 식당이 바로 뱅상 식탁이다. 뱅상 식탁은 점심에 네 팀, 저녁에 네 팀만 받는다. 휴대 전화를 가지고 들어갈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손님은 같은 곳을 보고 식사를 하게 되는 구조 또한 독특하다.


어느 날, 뱅상 식탁에는 네 팀이 방문한다. 교장 선생님 수창과 평범한 중년 여성 애진, 엄마 정란과 딸 연주, 오랜만에 만난 친구 상아와 유진, 직장 동료 성미와 민경. 각자의 사연을 가지고 있는 이들은 같은 공간에서 총성을 듣는다. 그리고 경악하게 만드는 빈승의 목소리가 들린다. 각 테이블에서 한 명만 살 수 있다는 것. 살고 죽을 사람은 합의를 통해 정하라는 것이다. 이들의 사연과 살아남기 위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술술 읽혀졌지만 어려웠던 작품이었다. 스토리의 몰입도가 굉장이 높았다. 230 페이지가 조금 넘는 이야기인데 한 시간 반 정도에 완독했다. 심지어 첫 장을 펼치는 순간부터 마지막 장을 덮을 때까지 멈추지 않았다. 긴장감이 내내 책장을 넘기게 했다. 흥미로운 스토리지만 심리적으로는 굉장히 혼란스럽고 어려웠다. 읽으면서 혼이 빠지는 듯한 착각이 들 정도이다. 제정신을 찾기가 힘들었다.


개인적으로 인간의 군상을 보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누구나 살고 싶다는 생각을 가지고 살아간다. 그런데 여기 등장하는 인물들은 진짜 하나같이 추악하다. 심지어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빈승마저도 그 느낌에 거리감이 생겼다. 자신들이 깨끗하고 선한 사람이라고 하지만 제 3자인 독자의 입장에서는 다 비슷하게 보였다. '똥 묻은 개가 겨 묻은 개 나무란다.' 딱 그 꼴이었다. 그런데 '과연 이들을 추악하게 느끼는 내가 깨끗한 사람인가?'라는 죄책감도 들었다.


책장을 덮고 나니 영화 '완벽한 타인'이 떠올랐다. 영화는 이 소설처럼 피비린내 나는 스토리는 아니었지만 인간이라면 숨기고 싶은 치부를 들춰낸다는 점이 비슷한 감정을 들게 했다. 완벽한 타인은 인생 영화라고 생각할 정도로 인상 깊었는데 비슷한 결로 꽤 오랫동안 머릿속에 각인이 될 듯하다. 솔직히 찝찝하면서도 더러운 느낌으로 책장을 덮었던 작품이었다. 어쩌면 이게 바로 인간들의 '거울 치료제'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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