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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한강
권혁일 지음 / 오렌지디 / 2023년 1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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괜찮아, 힘내. 다음 기회도 있잖아. / p.65
남쪽 지역에 살다 보니 서울을 가는 게 여행이자 일이 되었다. 학창시절에는 수학여행이나 가족과 함께 야구장을 방문했던 하나의 여행이 되었고, 성인이 되어서 교육을 받으러 오는 또 다른 출장이 되었다. 물론, 가끔 마음이 맞는 친구들과 같이 서울 여행을 짧게 오기는 했었지만 시간이 흐름에 따라 조금씩 서울 방문 목적이 바뀌는 것은 새롭다는 생각이 든다.
코로나 19 이후로는 서울을 간 적이 없다. 아무래도 교육은 비대면으로, 여행은 자제로 바뀌면서부터 방문할 목적을 잃은 것이다. 한 삼 년 정도 되었던 것 같은데 올해는 서울을 출장이 아닌 여행으로 오는 것이 목표이다. 첫 번째는 6월에 열리는 서울국제도서전을 가는 것, 두 번째는 한강 다리를 눈으로 보고 싶은 것이다. 조금 특이할 수는 있겠지만 서울에서 한강을 보면서 맥주를 마시는 게 나름의 로망이라면 로망이기도 하다.
이 책은 권혁일 작가님의 장편 소설이다. 로망으로 그리고 있는 한강이라는 주제가 제목부터 표현한 책이어서 관심이 갔다. 그런데 줄거리를 보니 낭만과 다른 의미의 한강이어서 더욱 호기심이 생겼다. 사실 삶을 끝낸 이후의 다른 세상이 펼쳐져 있다는 생각은 하지 않았는데 주제 자체는 흥미로워서 읽게 되었다.
소설의 주인공인 홍형록은 한강에 투신해 생을 마감한다. 그렇게 무로 돌아갈 줄 알았는데 익숙하면서도 다른 느낌의 곳에서 이슬이라는 인물로 인해 깨어난다. 그곳은 알고 보니 제2한강이라는 사후세계이다. 자살한 사람들이 모여서 사는 곳으로 겉으로 보기에는 현생에서 살고 있는 한강과 크게 다르지 않지만 돈이 따로 필요없다는 점, 마음대로 돌아다녀도 된다는 점이 달랐다. 또한, 현생으로 다시 돌아갈 수는 없지만 다시 죽음이라는 제도가 있다는 점도 있었다. 홍형록이 제2한강에 들어와 자살로 생을 마감한 이들을 만나고 그들의 이야기를 다루는 내용이다.
읽으면서 두 가지 지점에 대한 생각이 깊었다. 첫 번째는 저자의 집필 동기이다. 초반에 등장하는 내용으로 저자는 소중한 사람으로 잃은 경험이 있다. 그것도 스스로 생을 마감한 분이었다. 불과 몇 시간 전까지만 해도 함께 메시지를 나누던 이가 사라졌다는 사실을 알게 된 기분은 어떨까. 직접적으로 동기가 되었던 점은 아니었겠지만 작가의 말 마지막에 남긴 저자의 한마디는 마음이 따뜻해지면서도 아팠던 부분이었다.
두 번째는 등장 인물들에 대한 연민이었다. 가장 먼저 등장하는 이슬이부터 시작해 오 과장이라는 인물이 가장 애착이 갔다. 이슬은 소설에서 열아홉에 생을 마감해 제2한강으로 온 인물로 십 년째 제2한강을 지키는 터줏대감이다. 누구든 친구를 할 수 있을 정도로 친화력을 가진 이슬의 과거 이야기와 동갑 친구를 그토록 찾아 헤매는 이야기는 뭔가 짠한 느낌이 들었다. 사람을 그렇게 그리워하는 이가 현실에서는 그렇지 못했다는 게 얼마나 고통스러울지 이해가 되었다. 또한, 직장 괴롭힘으로 생을 마감해 제2한강으로 온 오 과장은 현실로 말하면 공무원으로 근무한다는 설정이 독특했다. 돈을 주지 않아도 어떠한 이유로 저승에서까지 일을 한다는 사실이 웃기면서도 슬프게 보였다. 그것도 스스로 목숨을 끊은 원인이 일이었을 텐데 말이다. 결말조차 허무감이 들 정도로 현실적으로 와닿았다.
자살이라는 단어가 주는 무게감은 참 무겁고 또 깊다. 뭔가 숙연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그러나 단어 자체의 묵직함과 다르게 소설은 술술 읽혀졌다. 인물의 배경과 자체에 대한 안타까움은 있었지만 그들의 성격은 유쾌하기까지 하다. 일상과 크게 다를 것이 없었다. 아마 이는 단어 자체의 우울감을 덜어내고자 하는 저자의 의도이지 않을까 싶다는 추측도 할 수 있었다.
개인마다 나름의 힘들고 우울한 감정을 안고 살고 있고, 나 역시도 그 부분에서는 자유로울 수 없다. 개인적으로 조금 불안하면서 불만인 시기를 보내고 있는데 이 소설이 참 많은 위안을 주었다. 힘내라는 말보다는 많은 사람들도 다르지 않으니 평범한 사람이라는 이야기를 들려 주는 듯했다. 마치 이슬이가 다른 인물들을 만나면서 들었던 말로 위로를 받은 것처럼 그들로부터 큰 위안을 받았던 소설이어서 마음이 따뜻해졌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