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문은 조금만 - 자부심과 번민의 언어로 쓰인 11인의 이야기
이충걸 지음 / 한겨레출판 / 202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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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는 유통기한이 없다. / p.268

예전의 나라면 유명인들의 이야기에 전혀 관심이 없었을 것이다. 어차피 그들은 특별하기 때문에 읽는다고 해도 크게 와닿거나 공감할 내용이 없겠다는 어리석음을 달렸던 사람이었기 때문이다. 어떻게 보면 흔한 분위기의 가정에서 자란 사람과 부잣집이나 가정 환경이 유복했던 그들과는 거리가 있을 것이라는 착각이었을지도 모르겠다. 비슷한 맥락으로 자기계발서를 별로 선호하지 않았던 이유이기도 하다. 

지금의 나는 조금씩 관심을 가지려고 노력한다. 성장과정은 다를 수밖에 없으니 공감할 수는 없겠지만 어른이 되어서 보니 비슷한 생각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인지하게 되면서부터이다. 어차피 그들 역시도 사람이기 때문에 나와 같은 사회인으로서의, 어른으로서의, 어느 한 울타리의 구성원으로서의 고민과 걱정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 그런 지점이 나름 살아가면서 큰 도움이 되었다.

이 책은 이충걸 작가님의 인터뷰집이다. 야구를 좋아하는 사람으로서 강백호 선수의 인터뷰를 그저 스포츠 뉴스의 기사나 수훈 선수 인터뷰로 짧게 보았는데 활자로 보여지는 선수의 또 다른 면이 기대가 되었다. 박정자 님, 진태옥 님 등 처음 뵙는 분들의 성함이 있었지만 강백호 선수와 차준환 선수, 강유미 님, 강경화 님의 인터뷰가 기대가 되어서 고르게 된 책이다. 자신의 분야에서 성공한 이름을 가지고 계신 분들의 이야기를 통해 스스로를 자극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루의 결과가 어떻게 되었든 일희일비하지 않지만 더 나은 타격을 위해 관찰하고 노력한다는 강백호 선수, 내적으로 가난한 이십 대보다 지금이 훨씬 좋은 삶을 살고 있다고 말하는 강유미 님 등 많은 인터뷰이의 이야기 하나하나가 마음에 와닿았다. 그 중에서도 법륜 스님과 장석주 시인의 인터뷰가 가장 인상적이었다. 법륜 스님께서는 즉문즉설이라는 프로그램을 진행하신 분으로 알고 있었는데 인터뷰 내용을 하나하나 읽다 보니 가지고 있던 생각이 깨지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스님께서는 약자에 대한 차별과 사회가 나아가는 방향 등 어떻게 보면 우리가 흔히 말하는 속세에 큰 관심을 가지고 계셨다. 개인적인 시각으로는 종교인이 속세에 관심을 두는 것 자체가 부정적으로 보였는데 세상에서 일어나는 불합리함에 눈을 감고 종교적인 일만 하라는 건 어떻게 보면 모순이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누구보다 종교인이기 이전에 지구를 살아가는 한 사람으로서 애정과 관심이 보였던 인터뷰였다.

장석주 시인님의 인터뷰는 기존의 연을 깨트리면서 시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볼 수 있었다. 아무래도 사람이 모이는 곳에는 권력이라는 게 자연스럽게 있기 마련인데 장석주 시인님께서는 주류와 다른 부류에 속하신 듯하다. 인터뷰를 읽으면서도 나름의 굳건함과 쓰는 직업에 대한 애정이 느껴져서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또한, 유독 인터뷰에서 시간이라는 단어가 많이 등장하는데 그 중에서도 시의 지식이 찰나의 지식이라고 표현하는 내용은 꽤 심오하면서도 인상적이었다. 

어떻게 보면 특정 분야에서 이름을 남긴 분들의 이야기이지만 더불어 평범한 한 명의 대한민국 국민으로서의 이야기로도 느껴졌다. 그들도 스스로 가진 위치에서 더 나은 방향으로 나아가기 위해 많은 고민을 가지고 있었고, 이를 헤쳐나가고자 성실하게 자신을 다독이거나 채찍질을 하면서 나아갔다. 그런 부분에서 많은 공감이 되었다. 또 한 명의 어른이자 국민으로서 내 자리를 생각할 수 있는 기회가 되기도 했다.

인터뷰집이라는 문구를 처음 보았을 때 흔히 알고 있는 어떻게 보면 일정한 형식을 갖춘 글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인터뷰이들의 다양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과 함께 쉽게 이해가 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가졌으나 인터뷰어의 성찰 에세이 정도로 느껴졌다. 아무래도 사유가 담긴 책이어서 그런지 조금은 어렵게 느껴졌던 것도 사실이다. 그런 지점에서 읽는 내내 단어나 내용 자체를 하나하나 꼭꼭 씹어 음미할 수 있었고, 깊게 생각할 수 있었다. 열한 명이 가진 개개인의 역사를 통해 스스로를 돌아볼 수 있는 시간이 되어서 좋았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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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들 - 닐 게이먼과 26인 작가들의 앤솔러지
로디 도일 외 지음, 닐 게이먼 외 엮음, 장호연 옮김 / 문학동네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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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작가님들의 앤솔로지 작품들은 많이 접했지만 이렇게 외국 작가들을 그것도 많이 만날 기회가 드물다는 생각이 드네요. 그런 점에서 이 책이 기대가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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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기 눈을 심어라 - 눈멂의 역사에 관한 개인적이고 문화적인 탐구
M. 리오나 고댕 지음, 오숙은 옮김 / 반비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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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모순처럼 보이는 이 현상을 다음과 같이 설명할 수밖에 없을 것 같다. / p.96

편견을 경계하는 삶을 지향하려고 하지만 막상 사람이라는 게 어쩔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던 일이 있었다. 작년 가을 정도에 있었던 일로 아는 분의 부탁으로 시각장애인분들의 여행을 함께 떠났다. 물론, 여행이라는 생각보다는 직업 정신으로 최대한 여행을 즐기시는데 도움이 될 수 있는 마음이 우선이었다. 다른 이들은 힘든 마음 내려 놓고 푹 쉬다 오라는 말들을 건넸지만 휴식보다는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겉으로는 직업 정신으로 최대한 보조해드리고 열심히 일했지만 마음은 또 달랐다. 싫거나 힘든 문제보다는 자연스러운 의문이 머릿속을 맴돌았던 것 같다. 전맹이신 분들은 어떻게 이 여행을 즐기고 계실지에 대한 물음이었다. 눈으로 보이는 이색적인 풍경을 누구보다 잘 즐기고 있지만 그분들께는 광활한 바다와 높은 산들이 보이지 않을 텐데 새로움을 느끼실 수 있을까. 그러나 시간이 흐를수록 나보다 더욱 즐거워하시는 분들의 모습을 보니 이것 또한 비장애인으로서의 큰 편견이자 착각이었다는 부끄러움이 밀려 들어왔다. 

이 책은 M.리오나 고댕의 시각장애에 대한 사회학 도서이다. 직업의 특성상 장애인분들을 너무 익숙하게 봤던 사람 중 하나이지만 봉사 활동 시간을 위해 세 시간 정도의 복지관에서의 자원봉사, 실습 시 기관 라운딩을 할 때 잠깐 겪었던 시각장애인 체험 등 시각장애 자체를 보거나 들을 일은 손에 꼽았다. 그러다 작년에 갔던 활동에서 오랜 시간 시각장애인분들과 함께 여행을 가면서 무지함을 깨달았다. 그래서 관심이 생겨 읽게 되었다.

저자는 시각장애인이자 작가, 공연 쪽 예술가로 살아가고 있다. 역사적으로 시각장애에 대한 오해와 설화부터 시작해 현대 사회에서 시각장애인에 대해 가지고 있는 편견과 당사자로서 또는 주변 시각장애를 가진 지인이 직접 겪었던 일화들을 소개하면서 눈멂에 대한 탐구를 한 책이다. 비장애인이기 때문에 저자의 이야기 하나하나가 새로우면서도 스스로를 반성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전체적으로 흥미로웠지만 역사 부분은 새로웠고, 시각장애인의 편견에 대한 부분은 현실을 자각하게 했다. 과거로 돌아가면 시각장애인들은 예언자라는 신성시한 존재라는 점과 함께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무지한 존재라는 편견을 가지고 있었던 듯하다. 특히, 종교적인 이야기와 더불어 눈으로 보이는 무언가를 초월했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진 것이 아닌지에 대한 의문이 들었는데 나름 흥미로웠다. 

또한, 시각장애인의 편견은 조금 더 무겁게 다가왔다. 책에 등장한 일화가 인상적이었는데 처음 출판사와 편집자도 긍정적인 태도를 보였지만 만나는 자리에서 하얀 지팡이와 안내견이 등장하는 순간 장애인은 글을 쓸 수 없을 것 같다는 식의 말은 당황스러웠다. 고학력의 능력 있는 사람이 시각장애가 있다는 이유만으로 사무직이 아닌 공장의 현장직을 추천받았다는 이야기는 비장애인의 시각에서 가지고 있는 편견이 생각보다 깊음을 인식할 수 있었다. 그렇다고 공장의 현장직을 폄하하는 것은 아니지만 외적인 장애만 가지고 가지고 있는 능력을 묵살하는 것은 경계해야 할 태도라는 생각이 들었다.

한 가지 답답함이 개인적으로 느껴지기도 했다. 이것은 경험과 어느 정도 관련이 있는 부분이다. 대학교 전공을 하면서 수어를 배울 때 이는 청각장애인들이 가지고 있는 하나의 언어라는 말씀을 담당 교수님으로부터 들은 기억이 있다. 해외에서는 수화가 아닌 수어로 하나의 언어로서 동등한 자격을 가지고 있다는 이야기인데 책을 읽으면서 점자는 상대적으로 다른 언어들에 비해 경시한 측면이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특히, 책에 나오는 시각장애인들의 점자 언어 사용 비율과 특수 학교 교사가 점자를 모르기에 시각장애인 학생들의 교육의 질이 안 좋아지는 부분은 생각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보여졌다. 수어는 비교적 콘텐츠로도 조금씩 변화됨을 느끼는데 점자 언어는 시각장애인들만을 위한 암호로 인식이 되고 있다는 점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아무래도 비장애인이기 때문에 공감보다는 시각장애인에 대한 이해로 활자를 읽었다. 그러다 보니 인식하거나 체감하지 못했던 내용들을 새롭게 알게 되었다. 의문을 가지고 있던 부분이 그들에게는 상처가 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에 삼켰던 점도 속시원하게 인지할 수 있어서 좋았다. 그들이 겪은 모든 차별과 편견을 이해할 수는 없겠지만 적어도 눈에 보이는 것이 전부가 아니라는 생각을 들게 만들었던 책이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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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한강
권혁일 지음 / 오렌지디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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괜찮아, 힘내. 다음 기회도 있잖아. / p.65

남쪽 지역에 살다 보니 서울을 가는 게 여행이자 일이 되었다. 학창시절에는 수학여행이나 가족과 함께 야구장을 방문했던 하나의 여행이 되었고, 성인이 되어서 교육을 받으러 오는 또 다른 출장이 되었다. 물론, 가끔 마음이 맞는 친구들과 같이 서울 여행을 짧게 오기는 했었지만 시간이 흐름에 따라 조금씩 서울 방문 목적이 바뀌는 것은 새롭다는 생각이 든다.

코로나 19 이후로는 서울을 간 적이 없다. 아무래도 교육은 비대면으로, 여행은 자제로 바뀌면서부터 방문할 목적을 잃은 것이다. 한 삼 년 정도 되었던 것 같은데 올해는 서울을 출장이 아닌 여행으로 오는 것이 목표이다. 첫 번째는 6월에 열리는 서울국제도서전을 가는 것, 두 번째는 한강 다리를 눈으로 보고 싶은 것이다. 조금 특이할 수는 있겠지만 서울에서 한강을 보면서 맥주를 마시는 게 나름의 로망이라면 로망이기도 하다.

이 책은 권혁일 작가님의 장편 소설이다. 로망으로 그리고 있는 한강이라는 주제가 제목부터 표현한 책이어서 관심이 갔다. 그런데 줄거리를 보니 낭만과 다른 의미의 한강이어서 더욱 호기심이 생겼다. 사실 삶을 끝낸 이후의 다른 세상이 펼쳐져 있다는 생각은 하지 않았는데 주제 자체는 흥미로워서 읽게 되었다.

소설의 주인공인 홍형록은 한강에 투신해 생을 마감한다. 그렇게 무로 돌아갈 줄 알았는데 익숙하면서도 다른 느낌의 곳에서 이슬이라는 인물로 인해 깨어난다. 그곳은 알고 보니 제2한강이라는 사후세계이다. 자살한 사람들이 모여서 사는 곳으로 겉으로 보기에는 현생에서 살고 있는 한강과 크게 다르지 않지만 돈이 따로 필요없다는 점, 마음대로 돌아다녀도 된다는 점이 달랐다. 또한, 현생으로 다시 돌아갈 수는 없지만 다시 죽음이라는 제도가 있다는 점도 있었다. 홍형록이 제2한강에 들어와 자살로 생을 마감한 이들을 만나고 그들의 이야기를 다루는 내용이다.

읽으면서 두 가지 지점에 대한 생각이 깊었다. 첫 번째는 저자의 집필 동기이다. 초반에 등장하는 내용으로 저자는 소중한 사람으로 잃은 경험이 있다. 그것도 스스로 생을 마감한 분이었다. 불과 몇 시간 전까지만 해도 함께 메시지를 나누던 이가 사라졌다는 사실을 알게 된 기분은 어떨까. 직접적으로 동기가 되었던 점은 아니었겠지만 작가의 말 마지막에 남긴 저자의 한마디는 마음이 따뜻해지면서도 아팠던 부분이었다. 

두 번째는 등장 인물들에 대한 연민이었다. 가장 먼저 등장하는 이슬이부터 시작해 오 과장이라는 인물이 가장 애착이 갔다. 이슬은 소설에서 열아홉에 생을 마감해 제2한강으로 온 인물로 십 년째 제2한강을 지키는 터줏대감이다. 누구든 친구를 할 수 있을 정도로 친화력을 가진 이슬의 과거 이야기와 동갑 친구를 그토록 찾아 헤매는 이야기는 뭔가 짠한 느낌이 들었다. 사람을 그렇게 그리워하는 이가 현실에서는 그렇지 못했다는 게 얼마나 고통스러울지 이해가 되었다. 또한, 직장 괴롭힘으로 생을 마감해 제2한강으로 온 오 과장은 현실로 말하면 공무원으로 근무한다는 설정이 독특했다. 돈을 주지 않아도 어떠한 이유로 저승에서까지 일을 한다는 사실이 웃기면서도 슬프게 보였다. 그것도 스스로 목숨을 끊은 원인이 일이었을 텐데 말이다. 결말조차 허무감이 들 정도로 현실적으로 와닿았다.

자살이라는 단어가 주는 무게감은 참 무겁고 또 깊다. 뭔가 숙연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그러나 단어 자체의 묵직함과 다르게 소설은 술술 읽혀졌다. 인물의 배경과 자체에 대한 안타까움은 있었지만 그들의 성격은 유쾌하기까지 하다. 일상과 크게 다를 것이 없었다. 아마 이는 단어 자체의 우울감을 덜어내고자 하는 저자의 의도이지 않을까 싶다는 추측도 할 수 있었다. 

개인마다 나름의 힘들고 우울한 감정을 안고 살고 있고, 나 역시도 그 부분에서는 자유로울 수 없다. 개인적으로 조금 불안하면서 불만인 시기를 보내고 있는데 이 소설이 참 많은 위안을 주었다. 힘내라는 말보다는 많은 사람들도 다르지 않으니 평범한 사람이라는 이야기를 들려 주는 듯했다. 마치 이슬이가 다른 인물들을 만나면서 들었던 말로 위로를 받은 것처럼 그들로부터 큰 위안을 받았던 소설이어서 마음이 따뜻해졌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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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한강
권혁일 지음 / 오렌지디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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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서는 안 될 곳이지만 살고 싶은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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