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기 눈을 심어라 - 눈멂의 역사에 관한 개인적이고 문화적인 탐구
M. 리오나 고댕 지음, 오숙은 옮김 / 반비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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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모순처럼 보이는 이 현상을 다음과 같이 설명할 수밖에 없을 것 같다. / p.96

편견을 경계하는 삶을 지향하려고 하지만 막상 사람이라는 게 어쩔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던 일이 있었다. 작년 가을 정도에 있었던 일로 아는 분의 부탁으로 시각장애인분들의 여행을 함께 떠났다. 물론, 여행이라는 생각보다는 직업 정신으로 최대한 여행을 즐기시는데 도움이 될 수 있는 마음이 우선이었다. 다른 이들은 힘든 마음 내려 놓고 푹 쉬다 오라는 말들을 건넸지만 휴식보다는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겉으로는 직업 정신으로 최대한 보조해드리고 열심히 일했지만 마음은 또 달랐다. 싫거나 힘든 문제보다는 자연스러운 의문이 머릿속을 맴돌았던 것 같다. 전맹이신 분들은 어떻게 이 여행을 즐기고 계실지에 대한 물음이었다. 눈으로 보이는 이색적인 풍경을 누구보다 잘 즐기고 있지만 그분들께는 광활한 바다와 높은 산들이 보이지 않을 텐데 새로움을 느끼실 수 있을까. 그러나 시간이 흐를수록 나보다 더욱 즐거워하시는 분들의 모습을 보니 이것 또한 비장애인으로서의 큰 편견이자 착각이었다는 부끄러움이 밀려 들어왔다. 

이 책은 M.리오나 고댕의 시각장애에 대한 사회학 도서이다. 직업의 특성상 장애인분들을 너무 익숙하게 봤던 사람 중 하나이지만 봉사 활동 시간을 위해 세 시간 정도의 복지관에서의 자원봉사, 실습 시 기관 라운딩을 할 때 잠깐 겪었던 시각장애인 체험 등 시각장애 자체를 보거나 들을 일은 손에 꼽았다. 그러다 작년에 갔던 활동에서 오랜 시간 시각장애인분들과 함께 여행을 가면서 무지함을 깨달았다. 그래서 관심이 생겨 읽게 되었다.

저자는 시각장애인이자 작가, 공연 쪽 예술가로 살아가고 있다. 역사적으로 시각장애에 대한 오해와 설화부터 시작해 현대 사회에서 시각장애인에 대해 가지고 있는 편견과 당사자로서 또는 주변 시각장애를 가진 지인이 직접 겪었던 일화들을 소개하면서 눈멂에 대한 탐구를 한 책이다. 비장애인이기 때문에 저자의 이야기 하나하나가 새로우면서도 스스로를 반성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전체적으로 흥미로웠지만 역사 부분은 새로웠고, 시각장애인의 편견에 대한 부분은 현실을 자각하게 했다. 과거로 돌아가면 시각장애인들은 예언자라는 신성시한 존재라는 점과 함께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무지한 존재라는 편견을 가지고 있었던 듯하다. 특히, 종교적인 이야기와 더불어 눈으로 보이는 무언가를 초월했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진 것이 아닌지에 대한 의문이 들었는데 나름 흥미로웠다. 

또한, 시각장애인의 편견은 조금 더 무겁게 다가왔다. 책에 등장한 일화가 인상적이었는데 처음 출판사와 편집자도 긍정적인 태도를 보였지만 만나는 자리에서 하얀 지팡이와 안내견이 등장하는 순간 장애인은 글을 쓸 수 없을 것 같다는 식의 말은 당황스러웠다. 고학력의 능력 있는 사람이 시각장애가 있다는 이유만으로 사무직이 아닌 공장의 현장직을 추천받았다는 이야기는 비장애인의 시각에서 가지고 있는 편견이 생각보다 깊음을 인식할 수 있었다. 그렇다고 공장의 현장직을 폄하하는 것은 아니지만 외적인 장애만 가지고 가지고 있는 능력을 묵살하는 것은 경계해야 할 태도라는 생각이 들었다.

한 가지 답답함이 개인적으로 느껴지기도 했다. 이것은 경험과 어느 정도 관련이 있는 부분이다. 대학교 전공을 하면서 수어를 배울 때 이는 청각장애인들이 가지고 있는 하나의 언어라는 말씀을 담당 교수님으로부터 들은 기억이 있다. 해외에서는 수화가 아닌 수어로 하나의 언어로서 동등한 자격을 가지고 있다는 이야기인데 책을 읽으면서 점자는 상대적으로 다른 언어들에 비해 경시한 측면이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특히, 책에 나오는 시각장애인들의 점자 언어 사용 비율과 특수 학교 교사가 점자를 모르기에 시각장애인 학생들의 교육의 질이 안 좋아지는 부분은 생각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보여졌다. 수어는 비교적 콘텐츠로도 조금씩 변화됨을 느끼는데 점자 언어는 시각장애인들만을 위한 암호로 인식이 되고 있다는 점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아무래도 비장애인이기 때문에 공감보다는 시각장애인에 대한 이해로 활자를 읽었다. 그러다 보니 인식하거나 체감하지 못했던 내용들을 새롭게 알게 되었다. 의문을 가지고 있던 부분이 그들에게는 상처가 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에 삼켰던 점도 속시원하게 인지할 수 있어서 좋았다. 그들이 겪은 모든 차별과 편견을 이해할 수는 없겠지만 적어도 눈에 보이는 것이 전부가 아니라는 생각을 들게 만들었던 책이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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