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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포와 광기에 관한 사전 - 99가지 강박으로 보는 인간 내면의 풍경
케이트 서머스케일 지음, 김민수 옮김 / 한겨레출판 / 2023년 5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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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어둠의 소중함을 잊지 말아야 한다. / p.296
겁이 많은 타입이다 보니 생각보다 많은 것에 공포를 느끼는 편이다. 우선, 새로운 일을 시작하는 것에 대한 공포부터 시작해 특정 동물에게 보이는 공포, 많은 사람들 앞에서 말할 때 느끼는 공포, 전화를 할 때 느끼는 공포 등 손에 꼽기가 힘들 정도로 많은 일과 무언가에 큰 두려움을 느낀다. 대부분 가볍게 대처하지만 일부 공포감은 신체적인 반응이 올 정도로 크게 나타나는 것도 있다.
반면, 특정 분야에는 호기심을 가지고 광적으로 반응하는 것도 있다. 그것에 대한 대표적인 예가 독서 활동이지 않을까 싶다. 예전에는 다독가라고 말하지만 경제적인 상황에 여유가 생긴 다음부터는 단순하게 다독만 하는 것이 아닌 서적을 수집하는 광이 된 듯하다. 심지어 자주 거주하는 자취방이나 본가의 침실은 책이 공간을 먹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많은 책들이 차지하고 있다. 그밖에도 공포만큼 많은 부분에서 광기를 표출한다.
이 책은 케이트 서머스케일의 인문학 도서이다. 제목부터가 참 흥미로웠다. 공포와 광기는 어떻게 보면 약간 반대 의미를 가진 것처럼 느껴졌는데 이를 한 권의 책으로 묶었다는 게 눈길을 끌었다. 사실 공포증의 대부분은 사회와 관련된 단어들이 많다고 알고 있는데 읽으면서 해당이 되는 것도 알고 싶어서 기대를 가지고 읽게 되었다.
간단하게 한 줄로 요약하자면 공포증과 광기를 설명해 주는 내용을 담고 있다. 대략 스물두 가지의 광기와 일흔일곱 가지의 공포증가 등장한다. 책의 서두에는 이러한 증상들이 정신학 용어가 아님을 명시했다. 동물과 물건에서부터 시작해 사회가 낳은 공포, 사람 관계에서 오는 공포, 신체와 관련된 공포, 집단적으로 느끼는 광기, 강박적인 광기 등 총 여덟 챕터로 구성되어 있다.
기대만큼 재미있는 이야기로 가득했다. 이미 알고 있는 공포증은 나의 상황과 비교하면서 읽었으며, 모르는 공포증은 새로운 정보를 얻는다는 생각으로 흥미롭게 읽었다. 등장하는 사례들이 신기하면서도 나름 공감이 되는 부분도 있었다. 보통 인문학 도서는 아무리 짧게 잡아도 세 시간 이상은 걸리는데 두 시간 정도에 완독할 정도로 푹 빠져서 읽었던 것 같다. 어디까지나 개인적인 취향에 딱 맞았던 책이었다.
가장 인상 깊은 부분을 뽑자면 '전화공포증'과 '환공포증'이다. 먼저, 전화공포증의 경우에는 사회에 나오기 전까지 가지고 있던 공포 중 하나여서 이미 알고 있던 부분이었다. 그러나 과거 사람들과 현재 사람들이 전화에 공포를 느끼는 이유가 다르다는 점이 새롭게 와닿았다. 현대의 사람들은 전화를 하던 중 돌발 상황에 대처하는 것에 대한 불안을 이유로 전화에 공포를 느끼는 반면, 기술 발달이 부족했던 시대에 살던 사람들은 전화를 하다가 감전이 될 위험으로 전화를 피했다고 한다. 과거 사람들 중에서도 내향적이거나 순발력이 안 좋은 사람이라면 감전보다는 대처에 스트레스를 받았겠지만 책에 등장한 이유가 참 흥미로웠다.
환공포증 역시도 너무 흔하게 들었던 증상이어서 대략적으로 알고 있었다. 그런데 새롭게 알게 된 부분은 환공포증이 생존에 대한 본능으로 발생했다는 점이었다. 사실 사람들이 가장 많이 느끼는 공포 중 하나인 뱀공포증이나 쥐공포증도 같은 이유에서 느낀다고 하는데 뱀은 독을 가지고 있기에 생명에 위협이 될 수 있고, 쥐는 불결한 위생으로 병을 옮길 수 있다는 점에서 나름 이해가 되었다. 그러나 환공포증과 생존은 쉽게 연결이 되지는 않았는데 책에서는 수포가 이와 비슷한 모양이라고 표현했다. 읽다 보니 고개가 끄덕이게 되는 스스로의 모습을 발견할 수 있었다.
그밖에도 현재 아이돌 팬 문화를 대변하는 듯한 비틀즈광, 스스로를 돌아보게 했던 서적수집광, 호모포비아라고 불리는 동성애공포증 등 하나하나 내용들이 참 기억에 많이 남았다. 아마 심리학이나 정신분석학에 관심이 있는 독자라면 나름 가볍게 읽을 수 있는 책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동안 생각만 하고 있었던 공포증과 광기를 주제로 다루었다는 점에서 개인적으로는 너무 재미있게 읽었던 책이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