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공산주의라는 로맨스 - 사로잡힌 영혼들의 이야기
비비언 고닉 지음, 성원 옮김 / 오월의봄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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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독자들과 작가들에게 사랑을 받는 비비언 고닉의 이야기 기대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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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들 이야기
이스카리 유바 지음, 천감재 옮김 / 리드비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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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쪽이라기보다는 서쪽이지만. / p.14

이 책은 이스카리 유바라는 일본 작가의 SF 단편소설이다. 작가보다는 출판사를 보고 선택한 책이다. 종종 SF 작품을 발간하기는 했지만 시극히 사적인 취향으로는 SF보다는 추리 장르의 작품으로 임팩트가 남았던 출판사다. 심지어 예전에 온다 리쿠 작가의 <어리석은 장미>를 읽었음에도 아사이 료 작가의 <정욕>이나 이가라시 리쓰토 작가의 <법정유희> 같은 일본 추리 작품들이 더욱 취향에 맞았다. 새로운 일본 작가를 발굴하는 재미를 주었는데 SF의 새로운 이름은 어떤 매력을 줄지 호기심과 걱정 속에 읽게 되었다.

소설집에는 총 여섯 작품이 실려 있다. 따뜻한 나라를 찾아 이동하는 청년들과 외부 외계인들을 상대하는 지구인 라멘 가게, 감시를 즐겁게 하는 사람들, 투명 인간의 사랑 등 어떻게 보면 평소에 상상할 듯하면서도 멀게만 느껴졌던 이야기들이 담겨 있었다. 읽다 보면 SF 장르의 매력이 물씬 풍기는 느낌이었다. 그만큼 신선하면서도 흥미로운 소재와 내용이다.

쉽게 읽혀지는 작품들은 아니었다. SF 장르를 모르고 시작한 것은 아니었는데 생각보다 훨씬 어려웠다. 흔히 학창 시절에 배웠던 물리, 화학, 생물, 지구과학 등 어느 한 분야에 대한 이야기가 아닌 전체를 아우르고 있어서 지식의 부족함이 피부로 느껴졌다. 특히, 과학적인 지식을 다루는 내용이 등장하는 순간 나도 모르게 회로에서 브레이크가 걸려 이를 이해하는 데 꽤 오랜 시간이 걸렸다. 오전 내내 책을 붙들고 있었다. 중간에 하차를 했을 법도 하지만 스토리 자체는 매력적이어서 결국 완독할 수 있게 되었다.

개인적으로 <즐거운 초감시 사회>라는 작품이 인상적이었다. 소설의 주인공은 우스이라는 인물이다. 대학생이지만 졸업하기 전에 소설가로서 성공하겠다는 목표를 가지고 있다. 우스이가 살고 있는 나라에서는 감시가 너무나 자연스러운 일상이다. 특별한 원칙을 가지고 서로를 감시하는데 이게 결코 불쾌한 일이 아니다. 오히려 하나의 재미다. 국가 제도 중 하나인 남녀 교제 형성 이벤트에 참여한 우스이는 대학교 동기인 에마노를 만난다. 서로 필요에 의해 교제 신청서에 싸인을 했는데 볼펜이 바뀌면서 뭔가 묘한 일이 벌어진다.

수록된 작품 중에서 가장 SF와 거리가 있는 작품이어서 잘 이해했다고 생각하는 작품이다. 읽는 내내 조지 오웰의 빅 브라더가 떠올랐다. 감시 권력을 풍자하거나 비판하는 작품들을 종종 읽었는데 결이 조금 다르다는 게 흥미로웠다. 상호 감시가 하나의 유희이자 즐거움이 될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이 들었다. 아마 감시를 하는 것도, 그리고 받는 것도 귀찮다고 생각하는 입장이면서 자유 민주주의 국가에서 살아가고 있는 사람 중 하나이기에 더욱 생각할 지점이 있었던 것 같다. 마지막 결말을 읽으면서도 예상은 했었지만 이렇게 지배가 되는 것조차도 신기했다.

그밖에도 <증유맛 라멘 가게>에서 보여지는 건조한 유머나 <No Reaction>에서 보여지는 상상력들이 참 취향에 맞았다는 느낌을 주었던 작품집이었다. <겨울시대>와 비슷한 느낌으로 어렵게 다가왔더라면 읽는 내내 끝까지 거리를 두었을 텐데 두 번째 작품부터는 매력적이었다. 초입부가 하나의 언덕과 같다는 생각이 들었던, 고비를 넘기고 나니 매력과 재미가 배가 되어 돌아왔던 소설이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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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처럼 비지처럼 달달북다 5
이선진 지음 / 북다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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쥐고서 마구 부수고 싶었다. / p.12

어렸을 때에는 그렇게 두부를 싫어했다. 원래 콩 들어간 음식 자체를 안 좋아하는 편이었는데 그 중에서도 가장 싫어하는 게 청국장과 두부였다. 청국장은 냄새가 독했고, 두부는 아무런 맛이 나지 않았다. 오죽하면 어머니께서는 찌개에 두부를 넣지 않으셨다. 아니면 다른 가족 구성원들이 두부를 따로 건져서 먹고 난 이후에 찌개에 손을 댈 정도로 먹지 않았다. 생각보다 편식이 심했던 것 같다.

어른이 된 지금은 아무렇지 않게 두부를 먹는다. 나이가 들면 식성이 변한다는 말을 새삼스럽게 경험하는 중이다. 양파와 두부를 먹는 스스로를 보면서 그렇게 생각이 들었다. 특히, 찌개에 있는 두부를 가장 먼저 건져서 먹게 될 정도로 많이 성장했다. 그렇다고 모든 음식을 다시 좋아하게 되는 것은 아니지만 슴슴한 두부의 맛과 매력을 알아차린 나이가 되었다는 게 조금 서글프기도 하다.

이 책은 이선진 작가님의 단편소설이다. 항상 신작이 나올 때마다 읽게 되는 시리즈가 바로 달달 북다이다. 사실 첫 작품이었던 김화진 작가님의 <개를 데리고 다니는 남자> 이후로는 그렇게 임팩트가 남지는 않았던 것 같은데 이렇게 시리즈는 수시로 읽어 주는 게 묘미인 만큼 이렇게 바로 접했다. 특히, 최근 책과 담을 쌓고 있는 터라 가벼운 책부터 하나씩 다시 시작하는 중인데 딱 안성맞춤이어서 읽게 되었다.

소설의 주인공은 옹모란이라는 인물이다. 오빠인 옹순모와 나름 친한 듯하다. 모란은 동성애라는 성정체성을 가지고 있지만 오빠가 어머니께 두부 싸대기를 맞은 모습을 목격한 이후로 자신의 정체성을 가족들에게 숨기게 되었다. 순모 역시도 모란과 같은 정체성을 가졌다. 모란에게는 유정이라는 이름의 동성 연인이 있었고, 오빠는 인터넷에서 만난 동갑의 연인 윤세중을 만나기로 한다. 그것도 모란의 커플과 함께 말이다.

술술 읽혀졌던 작품이었다. 전체적으로 작가의 말을 제외하면 70 페이지도 되지 않는 내용이어서 삼십 분 정도에 모두 완독이 가능했다. 딱히 어려운 부분도 없었고, 이번 시리즈가 퀴어 소재를 다루고 있는 만큼 그렇게 거부감이 들 내용도 아니었다. 오히려 그동안 많은 퀴어 작품들을 읽으면서 익숙해진 터라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다. 종종 살짝 웃음이 나올 수 있는 개그 포인트가 매력적이었다.

개인적으로 참 두부와 같은 매력을 가진 작품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특별하게 임팩트가 남을 사건이 없었다. 그나마 인터넷으로 연인을 만났던 옹순모가 윤세중을 만난다는 것. 그것조차도 온라인이 활성화된 시기에서는 충분히 익숙하고도 평범한 일이었다. 읽는 내내 영화 '접속'처럼 사이버 연애가 떠오르기도 했었다. 자극적이지는 않지만 그만큼 고소한 맛을 지닌 내용이었다. 누군가에는 심심할 수 있는 작품일지 모르겠지만 적어도 나에게만큼은 그 매력이 와닿았던 작품이어서 좋았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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돼지의 피
나연만 지음 / 북다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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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치호의 시체는 잘 처리하겠지. 사광욱의 아들이니까. / p.10

이 책은 나연만 작가님의 장편소설이다. 제목과 띠지의 문구가 강렬해 선택한 책이다. 피라는 단어 자체가 너무 자극적으로 보여졌다. 거기에 시체를 치워야 한다는 내용이라니 흥미로웠다. 재미로 읽기에는 흥미로운 작품이지 않을까 하는 예상과 함께 교보문고 스토리대상 수상작품집을 매년 읽는 독자 중 한 사람으로서 장편소설은 처음 접하기에 그 지점도 기대가 되었다.

소설의 주인공은 사준우라는 인물이다. 아버지가 꿈에 등장해 기이한 행동을 하셨고, 이에 깨어난 준우는 그날이 특별한 날임을 깨닫는다. 바로 엄마를 죽인 범인이 출소한 날이라는 것이다. 준우는 범인 안치호에게 복수를 하고자 그날을 기다린 듯했는데 오히려 공격을 받고 쓰러진다. 일어나 보니 안치호는 죽은 상태에서 주변은 깔끔하게 정리가 되었다. 거기에 준우에게 시체의 처리를 맡긴다는 내용을 받는다.

전반적으로 술술 읽혀졌다. 긴장감을 주는 스토리여서 손에 땀을 쥐고 읽었다. 아무래도 한국 작가님의 한국 소설이라는 점에서 특별히 이해가 안 되는 부분도 없었다. 너무나 술술 읽혀졌고, 300 페이지가 조금 넘는 작품이었는데 두 시간 정도에 모두 완독이 가능했다. 그만큼 푹 빠져서 읽게 되었다는 뜻이기도 하다. 도파민을 기대하는 독자들에게는 큰 매력을 느끼지 않을까 싶다.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장르와는 조금 거리가 있는 편이었다. 잔인한 매체와 거리를 둘 정도로 별로 좋아하지 않는 편이다. 이 작품 역시도 사적인 기준에서는 잔인하다고 느껴졌다. 마치 영화 '추격자'를 활자로 보는 듯한 느낌이 들기도 했다. 물론, 기본적인 스토리 라인이 다르기는 하지만 잔인함으로만 따지자면 그만큼의 충격을 주었던 작품이라는 뜻이다. 원래 선호하지 않는 장르를 완독한 것에는 끌어들이는 마력이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평소 잔인한 스릴러나 추리 장르르 좋아하는 독자들에게는 더욱 크게 흥미를 느끼지 않을까. 그동안 이렇게 잔인한 작품을 읽은 적이 없었는데 모처럼 도파민이 도는 느낌을 주었던 작품이었다. 준우의 심리를 따라가다 보면 나도 모르게 카타르시스가 느껴졌다. 준우의 이야기 자체가 정당하다거나 일반적이지는 않겠지만 가끔 불순한 생각을 하는 것과 비슷하지 않을까. 건강을 생각해 심심한 음식을 먹다가 갑자기 자극적인 음식을 먹는 것 같은 느낌. 아마 이 작품이 주는 매력이 딱 그것일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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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로장의 참극 긴다이치 고스케 시리즈
요코미조 세이시 지음, 정명원 옮김 / 시공사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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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이곳을 만든 이는 메이지 권신 후루다테 다넨도 백작이라는 사람이었다. / p.11

이 책은 요코미조 세이시라는 일본 작가의 장편소설이다. 가면무도회라는 작품과 그 인물인 긴다이치 고스케에 대한 주변의 평을 많이 들었다. 특히, 추리 소설을 좋아하는 독서가들로부터 추천을 받았다. 그동안 추리 소설의 묘미를 느꼈던 작품들보다는 사회 이슈를 꿰뚫는 작품들에 더 큰 매력을 느꼈기에 미루고 있다가 이번에 발간 소식을 듣고 읽게 되었다.

소설은 미로장이라는 장소적 배경에서 시작된다. 미로장은 다넨도라는 옛 귀족이 살고 있던 곳이다. 마치 미로처럼 공간을 만든 별장이라는 의미에서 붙인 별명이다. 과거 다넨도 아들이 그의 아내와 아내의 사촌을 불륜으로 의심하면서 큰 참극이 벌어진다. 아내는 살해를 당하고, 사촌은 다넨도 아들에 의해 팔이 잘렸으나 어디로 도망을 갔다. 그동안 사촌이 사망했다는 생각으로 지내왔는데 이후 신고라는 인물이 이 별장을 사들였는데 팔이 잘린 사람이 나타났다 사라진다. 신고는 고스케를 불러 이를 해결하려고 한다. 그러나 사망 사건이 벌어진다.

전반적으로 어렵게 읽혀진 작품이었다. 일본 역사에 대한 지식이 전무한 편이어서 시간적 배경 자체가 낯설게 느껴졌다. 메이지 시기를 다루고 있어서 단어도 처음 보는 듯했다. 미주가 있어 그나마 이해하기는 했지만 초반에는 배경을 상상하는데 시간이 오래 걸렸다. 두꺼운 페이지의 작품이기도 했는데 꼬박 하루를 투자해서 완독이 가능했다. 그럼에도 스토리 자체는 너무 흥미로웠다.

거기에 등장인물들이 많이 등장했다. 첫 장에 인물에 대한 소개가 있어서 인물의 이름이 눈에 익기 전까지는 앞장을 읽었다가 다시 돌아가서 읽는 방법도 시도했었다. 아무래도 긴 시간을 다룬 작품이다 보니 등장인물이 많이 등장하는 것은 어쩔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지점도 어려웠지만 스토리의 몰입감이 있었기에 끝까지 읽을 수 있었다. 아마 그 매력이 없었더라면 중간에 하차를 했을지도 모른다.

특별하게 느낀 감정보다는 추리 소설 자체의 매력을 경험할 수 있는 작품이었다. 인물과 배경에 푹 빠져 몰입하다 보면 어느새 사건은 끝을 향해 달려가고 마지막 페이지를 넘기고 있었다. 추리 소설을 많이 읽지 않았던, 마치 나와 같은 독자였다면 충분히 만족스러운 작품이지 않을까. 읽는 내내 예상하면서 반전에 놀라게 되어서 그 자체로도 만족스러웠던 작품이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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