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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처럼 비지처럼 ㅣ 달달북다 5
이선진 지음 / 북다 / 2024년 10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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쥐고서 마구 부수고 싶었다. / p.12
어렸을 때에는 그렇게 두부를 싫어했다. 원래 콩 들어간 음식 자체를 안 좋아하는 편이었는데 그 중에서도 가장 싫어하는 게 청국장과 두부였다. 청국장은 냄새가 독했고, 두부는 아무런 맛이 나지 않았다. 오죽하면 어머니께서는 찌개에 두부를 넣지 않으셨다. 아니면 다른 가족 구성원들이 두부를 따로 건져서 먹고 난 이후에 찌개에 손을 댈 정도로 먹지 않았다. 생각보다 편식이 심했던 것 같다.
어른이 된 지금은 아무렇지 않게 두부를 먹는다. 나이가 들면 식성이 변한다는 말을 새삼스럽게 경험하는 중이다. 양파와 두부를 먹는 스스로를 보면서 그렇게 생각이 들었다. 특히, 찌개에 있는 두부를 가장 먼저 건져서 먹게 될 정도로 많이 성장했다. 그렇다고 모든 음식을 다시 좋아하게 되는 것은 아니지만 슴슴한 두부의 맛과 매력을 알아차린 나이가 되었다는 게 조금 서글프기도 하다.
이 책은 이선진 작가님의 단편소설이다. 항상 신작이 나올 때마다 읽게 되는 시리즈가 바로 달달 북다이다. 사실 첫 작품이었던 김화진 작가님의 <개를 데리고 다니는 남자> 이후로는 그렇게 임팩트가 남지는 않았던 것 같은데 이렇게 시리즈는 수시로 읽어 주는 게 묘미인 만큼 이렇게 바로 접했다. 특히, 최근 책과 담을 쌓고 있는 터라 가벼운 책부터 하나씩 다시 시작하는 중인데 딱 안성맞춤이어서 읽게 되었다.
소설의 주인공은 옹모란이라는 인물이다. 오빠인 옹순모와 나름 친한 듯하다. 모란은 동성애라는 성정체성을 가지고 있지만 오빠가 어머니께 두부 싸대기를 맞은 모습을 목격한 이후로 자신의 정체성을 가족들에게 숨기게 되었다. 순모 역시도 모란과 같은 정체성을 가졌다. 모란에게는 유정이라는 이름의 동성 연인이 있었고, 오빠는 인터넷에서 만난 동갑의 연인 윤세중을 만나기로 한다. 그것도 모란의 커플과 함께 말이다.
술술 읽혀졌던 작품이었다. 전체적으로 작가의 말을 제외하면 70 페이지도 되지 않는 내용이어서 삼십 분 정도에 모두 완독이 가능했다. 딱히 어려운 부분도 없었고, 이번 시리즈가 퀴어 소재를 다루고 있는 만큼 그렇게 거부감이 들 내용도 아니었다. 오히려 그동안 많은 퀴어 작품들을 읽으면서 익숙해진 터라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다. 종종 살짝 웃음이 나올 수 있는 개그 포인트가 매력적이었다.
개인적으로 참 두부와 같은 매력을 가진 작품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특별하게 임팩트가 남을 사건이 없었다. 그나마 인터넷으로 연인을 만났던 옹순모가 윤세중을 만난다는 것. 그것조차도 온라인이 활성화된 시기에서는 충분히 익숙하고도 평범한 일이었다. 읽는 내내 영화 '접속'처럼 사이버 연애가 떠오르기도 했었다. 자극적이지는 않지만 그만큼 고소한 맛을 지닌 내용이었다. 누군가에는 심심할 수 있는 작품일지 모르겠지만 적어도 나에게만큼은 그 매력이 와닿았던 작품이어서 좋았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