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티처
프리다 맥파든 지음, 최주원 옮김 / 해피북스투유 / 202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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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냐하면 동이 트기 전에 이 시체를 묻어야 하니까. / p.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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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창시절에 누구나 좋아하는 선생님 한 분 정도는 마음에 품고 있다고 한다. 친구들 사이에서 단골 이야기 소재이면서 사춘기 시기의 공통적인 감정이라는 측면에서 평범한 첫사랑이 아닐까 싶다. 누구에게나 아름다운 그 감정이 책을 읽으면서 조금 다르게 보이기 시작했다. 청소년과 성인의 불건전한 관계. 소설의 이야기로 끝나면 좋겠지만 안타깝게도 현실이 된다는 기사를 많이 접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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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프리다 맥파든 작가의 장편소설이다. 얼마 전, 우스갯소리로 예전에는 히가시노 게이고가 있다면 현재는 프리다 맥파든이 있다는 글을 SNS에 게시했다. 요즈음 다작 하면 너무 자연스럽게 떠오르는 작가인데 이렇게 신간을 발간했다는 소식을 접했다. <네버 라이>, <더 코워커> 등 그래도 최근 작품들은 접했던 터라 이번 작품도 기대가 되었다. 가볍게 읽을 수 있을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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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의 주인공은 네이트와 이브로, 같은 학교에서 근무하는 교사 부부다. 네이트는 훤칠한 외모로 여학생들의 인기를 한몸에 받는데 이브는 이 지점이 신경이 많이 쓰이는 듯하다. 특히, 관계를 자주 요구하는 이브와 다르게 성적인 욕구가 없는 듯한 네이트에 모습에 더욱 불안감을 느낀다. 학교 선생님을 내쫓았던 애디가 네이트와 이브의 수업을 듣게 되면서 세 사람의 긴장감은 유독 높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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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술 읽을 수 있는 작품이었다. 그동안 프리다 맥파든 작가의 작품을 즐겨 읽는 독자들이라면 더욱 반가운 소설이지 않을까. 독자에게 몰아치는 긴장감과 빠른 전개는 작가의 전매특허에 가까운 매력이다. 이 작품 역시도 비슷한 감정을 선사해 주었다. 400 페이지가 넘는 작품이었음에도 두 시간 내외에 충분히 완독이 가능했다. 가볍게 재미를 추구하고 싶을 때 선택한다면 만족할 수 있는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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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 네이트와 애디의 관계가 흥미롭게 다가왔다. 애디는 예전 근무하던 교사와 추문이 있었다. 결국 그 교사는 불명예스럽게 학교를 떠나게 되었다. 친구들 역시도 애디를 안 좋게 생각하는 것도 모자라 괴롭히기까지 한다. 네이트는 이런 애디의 모습을 보면서 강한 연민을 느낀다. 애디의 잘못으로 이브가 강경한 태도를 취할 때에도 좋은 쪽으로 해결해 주기까지 한다. 과연 두 사람의 관계는 단순한 스승과 제자 사이로 볼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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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두에 언급했던 그 불편한 진실이 소설 안에서 생각보다 훨씬 직접적인 방식으로 등장했던 작품이었다. 허구의 세계라는 안전장치가 있음에도 쉽게 넘어가지 않았다. 빠른 전개와 긴장감은 여전히 작가의 강점이라는 것은 부정할 수 없다. 그 이면에 담겼던 시선이 과연 적절할까. 가벼운 재미보다 보편적인 상식선에 무게를 둔다면 그 온도 차이가 얼마나 선명한지 피부로 느끼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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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을 담아, 엄마가
일리아나 잰더 지음, 안은주 옮김 / 리드비 / 202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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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빨리 안 죽은 게 한이지. / p.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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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증이라는 감정은 무섭다. 정제되지 않은 증오나 애정이라면 선택도 훨씬 단순해진다. 그러나 두 감정이 뒤섞일 때, 우리는 끊어야 할 관계를 억지로 붙들고, 용서해서는 안 될 사람을 용서하게 된다. 그게 천륜이라고 해도 크게 다르지 않다. 아니, 오히려 가족 간의 애증은 더욱 복잡하고 힘들게 만든다. 피는 물보다 진하다고 하지 않은가. 애증을 안고 평생 붙들고 살아가는 게 참 어려운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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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일리아나 잰더 작가의 장편소설이다. 인터넷 서점에서 우연히 이 책을 처음 발견했을 때 제목과 소개글의 온도 차이가 기억에 남았다. 세상 따뜻한 제목의 온기와 소개글의 서늘함. 엄마는 딸을 애정하지만 딸은 엄마를 증오한다는 설정. 그 간극이 궁금해 책을 선택하게 되었다. 한 사람의 딸로서 공감이 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으로 페이지를 조심스럽게 넘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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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의 주인공은 매켄지다. 매켄지의 엄마는 렌지라는 닉네임을 가진 유명 소설 작가다. 갑작스러운 렌지의 죽음으로 매켄지는 유명 작가의 딸이라는 번거로운 자리에 놓이게 된다. 엄마에 대한 애정이 없다고 생각했던 매켄지 앞에 죽은 엄마로부터 편지가 도착한다. 이후로도 어디서든 편지는 그녀를 따라온다. 매켄지는 친구와 함께 엄마의 죽음과 그 뒤에 숨겨진 비밀을 파헤치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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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술 읽을 수 있는 작품이었다. 전형적인 영미권 스릴러의 구성을 따르는 작품이라 읽는 데 어려움은 없었다. 다만, 팽팽한 긴장감보다는 가족의 비밀을 파헤치는 과정에서 오는 흡입력이 강하다. 400 페이지가 넘는 분량임에도 두 시간 안에 충분히 완독할 수 있을 만큼 전개가 빠른 편이다. 출생의 비밀을 다루는 아침 드라마 스타일의 작품을 즐기는 독자들에게는 만족스러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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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 매켄지의 엄마를 향한 감정 변화가 흥미롭게 다가왔다. 처음에는 매켄지에게 엄마는 없어도 되는 존재처럼 보였다. 엄마가 세상을 떠난 것이 후련하다는 듯한 반응이었다. 엄마의 죽음을 둘러싼 각종 이슈에 귀찮음을 표시하지만 결국은 엄마의 편지를 계기로 직접 사건을 파헤친다. 이런 행동은 아마도 증오가 아닌 애정으로부터 나온 것이 아니었을까. 애초에 무관심했다면 편지는 그저 종이 조각에 불과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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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의 모녀 관계보다 훨씬 극적인 이야기임에도 읽는 내내 낯설지 않았다. 딸로서 나 역시 엄마에 대한 감정이 언제나 단순하지 않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결국 이 소설이 말하는 것은 한 여성의 비밀이 아니라 가장 가까운 관계일수록 애증은 필수불가결하다는 것. 가장 가까운 관계일수록 사랑과 미움이 얼마나 깊이 뒤엉킬 수 있는가. 나는 그 질문에서 자유로울 수 있을까. 답이 없는 질문이 한동안 머릿속을 맴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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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번째 장례
윤이안 지음 / 아작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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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시뮬레이션 속의 지구는 빨갛고, 노랗고, 알록달록한 색으로 뒤덮인 곰팡이 같았다. / p.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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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에 대한 이야기는 가족 사이에서 금기시되었던 주제 중 하나였다. 내 입장에서는 다른 친구들에 비해 부모님의 연세가 비교적 젊으신 편이어서 굳이 생각할 이유가 없었고, 어머니께서는 이미 부모님을 여의셔서 마음 아프셨을 것이다. 아버지 역시도 크게 죽음이라는 주제를 꺼내지 않으셨던 걸로 기억한다. 그러다 아버지께서 돌아가신 이후 이제는 너무나 당연한 대화 주제가 되었다. 가끔은 이 지점이 많이 서글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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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윤이안 작가님의 단편소설집이다. 출판사의 마케터 님께서 어버이날 추천 도서로 이 작품집을 소개해 주신 글이 기억에 남았다. 그 문구가 실제로 엄마께서 나에게 하셨던 부탁이기도 했기 때문이다. 연명 치료를 하지 말라는 것이다. 아버지의 몸에 주렁주렁 달린 기계들을 보고 나중에 하신 말씀이었는데 내내 마음에 남아 그냥 지나칠 수 없었다. 좋은 기회에 엄마와 이야기를 나누고 싶어서 읽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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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집에는 총 여덟 작품이 수록되었다. 병에 걸릴 때마다 기억을 더미 신체로 옮겨 새로 태어나는 사람들, 장례식장에 인공지능 스피커를 가지고 오라는 유언을 실행한 조카, 목이 잘린 상태에서 저승과 이승 사이의 도서관에서 범인을 찾는 한 남자까지 SF 장르의 소설집이지만 전통적인 SF 장르부터 미스터리 장르를 경험할 수 있는 작품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스토리가 매력적인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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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술 읽었지만 작품에 따라 편차가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감정적으로 와닿는 주제를 가진 작품들은 쉽게 이해하고 몰입할 수 있었다. 반면, 거리감이 느껴지는 작품들은 머릿속으로 내용이 그려지지 않아 꽤 오랜 시간이 걸렸다. 그럼에도 세계관이 흥미로워서 완독할 수 있었다. 전자책과 종이책을 번갈아 읽었는데 완독까지 네 시간 정도 걸린 것 같다. 한 호흡에 읽는 것보다는 끊어서 읽기를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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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 <어릿광대를 보내주오>라는 작품이 인상적이었다. 화자와 큰이모는 연락을 안 한 지 꽤 된 듯한데 돌아가시기 직전 집에 있는 인공 지능 스피커를 장례식장으로 가지고 오라는 유언을 듣는다. 인공 지능 스피커는 굉장히 말이 많았고, 상황에 따라 하고 싶은 말을 내뱉었다. 큰이모의 장례식 이후 재산 분할과 갑자기 화자를 찾아 온 전 남자 친구의 이야기가 전개된다. 가장 유쾌한 작품이어서 재미있게 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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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독한 이후 엄마께 소설의 내용을 소개했다. 어쩌면 나보다 더 강한 S 성향을 가지신 분이어서 애매모호한 반응을 보이시기는 했지만 언젠가 돌아올 엄마의 미래에 대한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기회가 되었다. 엄마와 함께 읽었더라면 더욱 풍부한 대화를 나눌 수 있었을 텐데 책과 거리가 먼 분이셔서 그 지점이 조금 아쉽기는 하다. 그럼에도 이렇게 물꼬가 트였다는 점만으로도 충분했던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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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움이 사람을 죽일 때 - 미시마 유키오 미스터리 단편선
미시마 유키오 지음, 심지애 옮김 / 북로드 / 202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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굳이 꺼내고 싶지 않은 인간의 욕망이 다채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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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움이 사람을 죽일 때 - 미시마 유키오 미스터리 단편선
미시마 유키오 지음, 심지애 옮김 / 북로드 / 202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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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그의 눈동자는 인간이 인간을 바라볼 때의 애정으로 촉촉하게 젖어 있었다. / p.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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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인간이지만 가끔 이해되지 않을 때가 많다. 그게 가족이 될 때도, 직장 상사가 될 때도, 가까운 지인이 될 때도 있다. 물론, 각자 성향이 다르니 당연히 예상하는 시나리오로 행동해 주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 또한 잘 알고 있다. 그럼에도 인간의 근본적인 욕망이나 광기를 경험할 때면 흥미로우면서도 소름이 돋는다. 대부분 주변에서 그런 일을 느끼는 순간은 작고 사소한 일이기는 하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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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미시마 유키오 작가의 단편소설집이다. 예전에 작가의 <미시마 유키오의 편지 교실>이라는 작품을 읽었던 기억이 있다. 작가의 대표작을 <금각사>를 언급하는 경우가 많았는데 결이 전혀 다른 작품이어서 인상적이었다. <금각사>가 일본 특유의 우울함과 음침함을 가진 작품이라면 <미시마 유키오의 편지 교실>은 시트콤처럼 유쾌한 작품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번에는 미스터리 작품집이어서 기대를 가지고 선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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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집에는 총 열두 작품이 수록되었다. 작품에 등장하는 인물들의 공통점은 인간의 광기나 욕망을 보여 주는 것이다. 아프로디테의 조각상의 높이에 집착하는 박사, 장관에게 얼굴 세 번을 보여 주면 많은 아르바이트 금액을 준다고 제안하는 사람, 동안에 집착해 돌이킬 수 없는 선택을 하는 어느 부부, 어느 전보를 기다리면서도 두려워하는 퇴역 군인 등에 이르기까지 인간들의 다양한 면을 만날 수 있는 작품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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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에 따라 편차가 크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 편당 대략 넉넉 잡아 십 분 정도만 잡으면 충분히 완독할 수 있는 분량이지만 집중도의 차이가 컸다. 어떤 작품은 그냥 페이지를 넘기기만 해도 스토리가 바로 이해가 되지만 집중력을 붙잡아야 몰입할 수 있는 작품들도 있었다. 이 부분은 개인적인 차이에 따라 조금 다르게 느껴질 듯하다. 기괴하지만 흥미로운 스토리가 담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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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 <열매>라는 작품이 인상적이었다. 소설의 주인공은 이쓰코와 히로코이다. 두 사람은 동거하는 레즈비언 커플이다. 두 사람의 삶에 행복만 있을 것 같았는데 어느 순간부터 균열이 간다. 히로코가 다른 지인들에게 아이를 가지고 싶다는 이야기를 꺼낸 것이다. 두 사람은 아이를 만들 수 없는 상황에서 외부에서 아이를 데려 올 방법을 궁리한다. 과연 히로코의 마음은 모성애였을까, 단순 욕망이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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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리가 허무맹랑하게 느껴질 수 있지만 이상하게 마음 한 구석에서 현실감이 바짝 다가온 작품이었다. 등장하는 인물들의 심리가 그냥 허구의 감정처럼 느껴지지 않고 공감이 되었다는 뜻이기도 하다. 아마 인간이라면 비슷한 감정이 들지 않을까. 불로장생을 꿈꾸었던 진시황이, 일확천금을 노리고 매주 복권을 구매하는 이웃들이 이상하게 떠올랐다. 물론, 그 욕망들에서 나 역시 자유로울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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