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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움이 사람을 죽일 때 - 미시마 유키오 미스터리 단편선
미시마 유키오 지음, 심지애 옮김 / 북로드 / 2026년 4월
평점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그의 눈동자는 인간이 인간을 바라볼 때의 애정으로 촉촉하게 젖어 있었다. / p.14
같은 인간이지만 가끔 이해되지 않을 때가 많다. 그게 가족이 될 때도, 직장 상사가 될 때도, 가까운 지인이 될 때도 있다. 물론, 각자 성향이 다르니 당연히 예상하는 시나리오로 행동해 주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 또한 잘 알고 있다. 그럼에도 인간의 근본적인 욕망이나 광기를 경험할 때면 흥미로우면서도 소름이 돋는다. 대부분 주변에서 그런 일을 느끼는 순간은 작고 사소한 일이기는 하지만 말이다.
이 책은 미시마 유키오 작가의 단편소설집이다. 예전에 작가의 <미시마 유키오의 편지 교실>이라는 작품을 읽었던 기억이 있다. 작가의 대표작을 <금각사>를 언급하는 경우가 많았는데 결이 전혀 다른 작품이어서 인상적이었다. <금각사>가 일본 특유의 우울함과 음침함을 가진 작품이라면 <미시마 유키오의 편지 교실>은 시트콤처럼 유쾌한 작품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번에는 미스터리 작품집이어서 기대를 가지고 선택했다.
소설집에는 총 열두 작품이 수록되었다. 작품에 등장하는 인물들의 공통점은 인간의 광기나 욕망을 보여 주는 것이다. 아프로디테의 조각상의 높이에 집착하는 박사, 장관에게 얼굴 세 번을 보여 주면 많은 아르바이트 금액을 준다고 제안하는 사람, 동안에 집착해 돌이킬 수 없는 선택을 하는 어느 부부, 어느 전보를 기다리면서도 두려워하는 퇴역 군인 등에 이르기까지 인간들의 다양한 면을 만날 수 있는 작품들이었다.
작품에 따라 편차가 크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 편당 대략 넉넉 잡아 십 분 정도만 잡으면 충분히 완독할 수 있는 분량이지만 집중도의 차이가 컸다. 어떤 작품은 그냥 페이지를 넘기기만 해도 스토리가 바로 이해가 되지만 집중력을 붙잡아야 몰입할 수 있는 작품들도 있었다. 이 부분은 개인적인 차이에 따라 조금 다르게 느껴질 듯하다. 기괴하지만 흥미로운 스토리가 담겼다.
개인적으로 <열매>라는 작품이 인상적이었다. 소설의 주인공은 이쓰코와 히로코이다. 두 사람은 동거하는 레즈비언 커플이다. 두 사람의 삶에 행복만 있을 것 같았는데 어느 순간부터 균열이 간다. 히로코가 다른 지인들에게 아이를 가지고 싶다는 이야기를 꺼낸 것이다. 두 사람은 아이를 만들 수 없는 상황에서 외부에서 아이를 데려 올 방법을 궁리한다. 과연 히로코의 마음은 모성애였을까, 단순 욕망이었을까.
스토리가 허무맹랑하게 느껴질 수 있지만 이상하게 마음 한 구석에서 현실감이 바짝 다가온 작품이었다. 등장하는 인물들의 심리가 그냥 허구의 감정처럼 느껴지지 않고 공감이 되었다는 뜻이기도 하다. 아마 인간이라면 비슷한 감정이 들지 않을까. 불로장생을 꿈꾸었던 진시황이, 일확천금을 노리고 매주 복권을 구매하는 이웃들이 이상하게 떠올랐다. 물론, 그 욕망들에서 나 역시 자유로울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