낯선 집 - 재일 이주 여성의 자리를 엮다
조경희 지음 / 사계절 / 202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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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사계절'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소수자 혐오는 오늘날 전 세계에 만연한 현상이지만, 혐오의 주요 대상과 표출 강도 등은 사회마다 다르게 나타난다. / p.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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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구의 세계를 다루는 것도 좋지만, 실제 부류에 속하는 이들의 현실을 듣는 것 또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렇게 경험하지 못했거나, 앞으로도 경험하기 힘든 세상을 책으로써 접한다는 것은 도전이면서 공부와 같은 일이다. 그렇다고 온전히 인간의 모든 것을 이해할 수는 없다. 제일 가까운 가족과 친구들의 역사도 나와는 다르다. 그럼에도 조금이나마 다가가기 위해서는 보다 많은 세계를 접하는 방법밖에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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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마음을 다잡고 선택한 책은 조경희 작가님의 사회학 도서다. 재일한국인이라고 칭하는 자이니치에 대한 이야기가 담긴 작품들을 접하게 되면서 관심이 생겼다. 한국과 일본 두 나라의 문화를 습득한 이들은 과연 어떻게 바라볼까. 한국에서 태어나 성장한 사람으로서 조금 더 넓은 시각으로 이를 배우고 싶었다. 이미 어려울 것을 예상했지만 그것을 뛰어넘는 기대감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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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님께서는 일본에서 태어나 성장하신 분이다. 조부의 고향은 경상북도 경주이며, 작가님은 현재 한국의 한 대학교에서 교수로 재직 중이시다. 책에는 작가님께서 한국과 일본을 다니시면서 정체성에 대한 고민이 담겼다. 총 3부로 구성되어 있는데, 첫 번째는 이주민들의 경험을 통해서 한국의 시민권이 어떻게 다루어져 왔는지를 묻는다. 두 번째는 이주민들을 위협하는 혐오의 양상을, 세 번째는 이주민의 '여성'이 곧 주제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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쉽게 읽을 수 있는 책은 아니었다. 우선, 나는 사회복지를 전공했고, 한때 다문화사회의 현장에서 근무했던 경험이 있다. 전문적으로 자이니치 사회를 직접적으로 경험했다거나 이주민 당사자는 아니지만, 어느 정도 지식을 가지고 있는 독자로서도 개념이나 담론이 어렵게 다가왔다. 아마 처음 이들의 이야기를 접하는 독자들에게는 불친절하다는 느낌을 주지 않을까. 처음부터 깊고 넓게 급진적으로 다루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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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 정당마다 접근 기준이 달랐던 다문화 정책이 인상적으로 다가왔다. 2008년 다문화가족지원법이 제정되었고, 2012년에는 당시 새누리당에서 필리핀 결혼이주여성인 이자스민이 국회의원으로 당선되었다. 또한, 진보인 민주당은 한국어 교실을, 보수인 새누리당은 자국어 배움 교실을 주요 프로그램으로 내세웠다. 흔히 진보로 생각했던 다문화 정책을 보수 정당이 다룬다는 것을 의아하게 느껴졌던 사람으로서 이 부분은 흥미로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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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렸을 때 사회 시간에 선생님께서는 대한민국을 '백의민족', '한민족'이라고 표현하셨다. 그때는 아무것도 모른 채 그저 배우기만 했었는데 지금은 그 표현들이 누군가에게는 배제로 다가올 수 있음을 인지하게 되었다. 길거리를 다니는 사람들 중에는 전형적인 한국인의 모습을 한 이들이 대부분이겠지만, 그만큼 다른 생김새를 가진 이들도 많다. 이미 다양한 사람들이 많은 이 사회를 지금의 아이들에게 어떻게 가르쳐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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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 - 재앙의 책
오다 마사쿠니 지음, 최고은 옮김 / 검은숲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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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나카하라 씨, 당신은 자신이 자신일 수밖에 없다는 사실에 갑갑함을 느낀 점은 없습니까? / p.100

​세상에 나쁜 사람은 없다. 고통을 주었던 사람들도 시간이 지나면 약이 되었을 것이다. 예전에는 이 문장에 온전히 공감했다면 최근 들어 조심스럽게 느껴진다. 당장 죽고 싶다는 생각을 안겨 주는 주변 인물들도 과연 나쁘지 않다고 말할 수 있을까. 선악이라는 기준 자체가 워낙 모호하고 주관적이어서 이를 무 자르듯 쉽게 단정 지을 것은 아니다. 일부 고개가 끄덕여지는 측면은 있지만 의문이 드는 것은 어쩔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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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 존재를 생각하면서 선택한 책은 오다 마사쿠니 작가의 단편소설집이다. 표지만 보면 취향과 거리가 먼 책이다. 많이 접하는 장르는 아니어서 망설였던 것도 사실이다. 그렇지만 인간이 겪을 수 있는 '화'를 다루어서 관심이 갔다. 살아가면서 무수히 겪게 될 화와 소설에 드러나는 화는 어떤 차이가 있을까. 작품의 세계에 온전히 빠지고 싶다는 기대를 안고 페이지를 넘기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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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집에는 기괴하고도 환상적인 일곱 편의 작품이 수록되었다. 귀와 관련된 특이한 능력을 가진 남자와 먹어서는 안 될 무언가를 먹기 시작한 소설가, 갑자기 다른 취향의 몸매를 가진 여성에게 끌리는 남자, 머리카락을 신으로 모시는 신흥 종교, 전철에서 사람들을 전라 상태로 만드는 혼란의 바이러스까지 각 단편은 인간의 어느 부위 또는 관련이 되는 어느 부분을 주제로 펼쳐진 괴담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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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에 따라 몰입도에 큰 차이를 보이는 작품집이었다. 머릿속으로 세계관이 선명하게 그려지는 소설이 있었지만, 반대로 몇 번을 곱씹어도 당최 무슨 이야기를 하는 것인지 이해할 수 없는 소설도 있었다. 그럼에도 완독할 수 있었던 것은 현실적인 상황에서 나도 모르는 사이에 허구의 세계로 들어가게 되는 흐름에 낯섦과 신선함을 동시에 경험했기 때문이다. 몽환적인 괴담 이야기를 좋아하는 독자들에게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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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 <부드러운 곳으로 돌아가다>라는 작품이 인상적이었다. 네 번째 실린 작품으로, 소설의 화자에게 아내 유키에의 마른 체형이 어느 순간부터 볼품없게 느껴지기 시작한다. 회사에 출근하다가 옆자리에 앉은 풍만한 체형의 여성에게 성적인 욕망을 느끼게 된다. 그 여성 역시 화자에게 대담하게 손길을 건넨다. 비판할 수 있는 지점은 분명하지만 그럼에도 가장 현실적인 주제를 담고 있기에 머릿속에 오래 남는 것은 부정할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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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을 책으로 바꾸어 보면 의미는 더욱 명확해진다. 세상에 나쁜 책은 없다. 어떤 책이든 분명히 무언가를 남긴다. 이 작품에서 여성을 다루는 방식과 바라보는 시선은 지극히 폭력적이다. 특히, 언급했던 단편은 남성의 시선에서 쓰인 여성의 몸을 성적 대상화하는 이야기다. 같은 여성이기에 느끼는 불쾌감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그럼에도 이렇게 비판적으로 사고하게 되는 것 또한 책이 주는 메시지이기를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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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수의 산 - 제13회 브런치북 출판 프로젝트 소설 부문 대상작
홍진희 지음 / 클레이하우스 / 202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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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가제본을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이지승 씨. 난 분명 경고했어요. 용악산에 가면 안 돼요. 잊지 말아요. 용악산에 무슨 일이 있어도 가면 안 된다고요. / p.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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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 년은 그야말로 드라마 천국이었다. <응답하라 1988> 겨울을, <태양의 후예가> 여름을 뜨겁게 달구었다. 드라마 팬이었던 입장에서는 그렇게 행복할 수 없었다. 바보 상자를 그렇게 붙들고 살았다. 마침 취업 준비 기간이었는데 그때는 그 순간이 너무 좋았고, 백수가 체질이라는 생각마저 들었다. 그리고 잊지 못하는 드라마가 하나 더 있다. 아니, 보지도 않았는데 이미 내용을 술술 알고 있는 그 드라마 역시도 2016 년에 방영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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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 당시 뜨겁게 달구었던 드라마 <시그널>을 연상하게 만드는 이 작품은 홍진희 작가님의 <야수의 산>이다. 언급한 것과 같이 드라마를 보지 않았다. 애초에 무서운 영상 매체를 보지 않는 사람으로서 당연히 거리감이 느껴졌다. 그럼에도 지금까지도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웰메이드 드라마로 알고 있다. 시각적인 효과를 주는 영상은 못 봐도 활자는 그래도 대범하게 볼 수 있다. 기대를 가지고 페이지를 넘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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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술 읽을 수 있는 작품이었다. 촘촘한 서사가 인상적이었는데 장르 소설의 특성상 서사의 빈 구멍이 보이면 조금 김이 빠지게 되는 편이다. 이 작품은 읽는 내내 논리적으로 바퀴가 물리듯 딱 맞아 떨어져서 페이지를 넘길수록 긴장감이 휘몰아쳤다. 점심을 먹고 읽기 시작했는데 시간이 점점 줄어드는 게 아쉬울 정도로 몰입했다. 언급한 드라마를 재미있게 시청한 독자들이라면 무조건 만족할 것이라고 확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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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으면서 해인이라는 인물에 마음이 갔다. 해인은 아버지께서 실종이 되고 난 이후 그 진실을 파헤치기 위해 기자가 된 것처럼 보였다. 15년 동안 잊지 못했던, 아니 계속 울리기만 기다렸던 아버지의 휴대 전화로부터 연락이 온다면 어떤 기분일까. 놀란 것은 둘째치고 다시금 잃어버린 희망을 가지게 되지 않을까. 딸의 입장이기에 해인의 간절함이 무엇보다 크게 와닿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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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감질맛 나게 끝나버린 페이지가 야속하게 느껴졌다. 다음 내용에서는 해인과 지승이 어떤 연결을 통해 용악산의 미스터리한 사건을 파헤치게 될지 궁금해진다. 무더위로 지친 이 시기에 섬뜩하고도 긴장감 넘치는 작품을 만날 수 있게 되어서 너무 행복한 시간이었다. 나머지 이야기가 수록된 작품이 출간되었다고 하는데 독자로서 마무리 이야기를 얼른 만나야겠다는 생각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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꼭 무연고 처리해주세요 - 아버지가 남긴 마지막 말, 제13회 브런치북 종합 부문 대상작
이유진 지음 / 나무옆의자 / 202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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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문을 열고, 사람이 있는 쪽으로 걸어갔다. / p.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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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부터 큰 걱정 중 하나는 장례식에 사람을 부르는 문제였다. 인간관계의 폭이 좁은 사람이어서 내가 죽으면 찾는 이가 별로 없을 것이라는 두려움. 그리고 가족상을 치르면서 부모상의 덕은 자식으로부터 나온다는 말에 대한 부담감이었다. 정작 부친상을 지내면서 마음을 내려놓았다. 친구보다는 혼자 있는 것을 좋아하셨던 아버지의 장례식이 그렇게 생각보다 외롭지 않게 보였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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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연고'라는 단어에 시선이 닿아 선택하게 된 책은 이유진 작가님의 에세이다. 아무래도 아버지의 죽음을 담은 이야기는 나도 모르게 멈추게 된다. 정지아 작가님의 <아버지의 해방일지>, 예소연 작가님의 <그 개와 혁명>, 아니에르노 작가님의 <남자의 자리>에 이르기까지 딸의 입장에서 읽는 내내 많이 울었고, 그만큼 인상 깊게 읽었던 작품이었다. 에세이는 오랜만이었는데 기대를 가지고 페이지를 넘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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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님께서는 하반기 인사이동의 기쁜 소식을 가지고 가족이 있는 제주로 향하려다가 한 통의 전화를 받는다. 시신이 아버지임을 확인해 달라는 것이었다. 배우자에게 설명하고 수원에 있는 한 병원 안치실로 발길을 돌렸다. 어린 시절 기억 속의 모습과 다른 아버지가 누워 계셨다. 홀로 무빈소로 상을 치르고 유골함과 함께 제주에 도착한다. 아버지의 죽음으로부터 시작해 과거의 아픈 기억들과 현재 가족들의 에피소드가 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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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술 읽을 수 있는 작품이었다. 장르의 특성상 특별하게 이해가 필요한 부분은 없었다. 사실 아버지의 죽음이라는 소재가 감정적으로 버거울 것 같아 걱정했는데 오히려 담담한 문체로 써 내려간 이야기여서 크게 동요는 없었다. 가벼우면서도 머리를 식히고 싶을 때 읽으면 충분히 괜찮을 듯하다. 어디까지나 지극히 사적인 판단이지만 딸보다는 아들의 입장에 서 있는 독자에게 조금 더 만족스러운 작품이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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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연고'라는 단어를 생각하게 만드는 문장들이 인상적이었다. 제목의 '무연고'는 로또 종이 뒷면에 무연고로 처리해 달라는 아버지의 유서에 등장하는 단어다. 작가님께서는 가족의 이야기, 어머니와의 이야기, 더 나아가 직업의 이야기를 다루면서 연고의 의미를 계속 되짚는다. 사실 그동안 매체에서 드문드문 보았던 그 단어가 이렇게 깊게 와닿을 줄 몰랐다. 잠시 머물러 내 아버지의 연고는 무엇이었을지 생각에 빠져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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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은 사람은 말이 없다지만, 그리움과 슬픔, 일부의 재산 또는 채무까지 참 많은 것을 남긴다. 아버지 역시 가족이라고는 없지만 결국에는 이십 년을 돌아 아들에게 많은 것을 주고 가셨다. 문장 하나하나를 곱씹으면서 아버지께서 걸어오신 삶과 작가님께서 지게 되었던 무게를 어렴풋이 짐작할 수 있었다. 얼굴조차도 모르는 타인이지만 남겨진 사람이라는 공통 분모를 가진 한 사람으로서 공감을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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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글 ㅣ 오늘의 젊은 작가 57
전예진 지음 / 민음사 / 202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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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이야기에 판타지 한 스푼이 얹어진 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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