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꼭 무연고 처리해주세요 - 아버지가 남긴 마지막 말, 제13회 브런치북 종합 부문 대상작
이유진 지음 / 나무옆의자 / 2026년 7월
평점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나는 문을 열고, 사람이 있는 쪽으로 걸어갔다. / p.78
예전부터 큰 걱정 중 하나는 장례식에 사람을 부르는 문제였다. 인간관계의 폭이 좁은 사람이어서 내가 죽으면 찾는 이가 별로 없을 것이라는 두려움. 그리고 가족상을 치르면서 부모상의 덕은 자식으로부터 나온다는 말에 대한 부담감이었다. 정작 부친상을 지내면서 마음을 내려놓았다. 친구보다는 혼자 있는 것을 좋아하셨던 아버지의 장례식이 그렇게 생각보다 외롭지 않게 보였기 때문이다.
'무연고'라는 단어에 시선이 닿아 선택하게 된 책은 이유진 작가님의 에세이다. 아무래도 아버지의 죽음을 담은 이야기는 나도 모르게 멈추게 된다. 정지아 작가님의 <아버지의 해방일지>, 예소연 작가님의 <그 개와 혁명>, 아니에르노 작가님의 <남자의 자리>에 이르기까지 딸의 입장에서 읽는 내내 많이 울었고, 그만큼 인상 깊게 읽었던 작품이었다. 에세이는 오랜만이었는데 기대를 가지고 페이지를 넘겼다.
작가님께서는 하반기 인사이동의 기쁜 소식을 가지고 가족이 있는 제주로 향하려다가 한 통의 전화를 받는다. 시신이 아버지임을 확인해 달라는 것이었다. 배우자에게 설명하고 수원에 있는 한 병원 안치실로 발길을 돌렸다. 어린 시절 기억 속의 모습과 다른 아버지가 누워 계셨다. 홀로 무빈소로 상을 치르고 유골함과 함께 제주에 도착한다. 아버지의 죽음으로부터 시작해 과거의 아픈 기억들과 현재 가족들의 에피소드가 실렸다.
술술 읽을 수 있는 작품이었다. 장르의 특성상 특별하게 이해가 필요한 부분은 없었다. 사실 아버지의 죽음이라는 소재가 감정적으로 버거울 것 같아 걱정했는데 오히려 담담한 문체로 써 내려간 이야기여서 크게 동요는 없었다. 가벼우면서도 머리를 식히고 싶을 때 읽으면 충분히 괜찮을 듯하다. 어디까지나 지극히 사적인 판단이지만 딸보다는 아들의 입장에 서 있는 독자에게 조금 더 만족스러운 작품이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개인적으로'연고'라는 단어를 생각하게 만드는 문장들이 인상적이었다. 제목의 '무연고'는 로또 종이 뒷면에 무연고로 처리해 달라는 아버지의 유서에 등장하는 단어다. 작가님께서는 가족의 이야기, 어머니와의 이야기, 더 나아가 직업의 이야기를 다루면서 연고의 의미를 계속 되짚는다. 사실 그동안 매체에서 드문드문 보았던 그 단어가 이렇게 깊게 와닿을 줄 몰랐다. 잠시 머물러 내 아버지의 연고는 무엇이었을지 생각에 빠져들었다.
죽은 사람은 말이 없다지만, 그리움과 슬픔, 일부의 재산 또는 채무까지 참 많은 것을 남긴다. 아버지 역시 가족이라고는 없지만 결국에는 이십 년을 돌아 아들에게 많은 것을 주고 가셨다. 문장 하나하나를 곱씹으면서 아버지께서 걸어오신 삶과 작가님께서 지게 되었던 무게를 어렴풋이 짐작할 수 있었다. 얼굴조차도 모르는 타인이지만 남겨진 사람이라는 공통 분모를 가진 한 사람으로서 공감을 전한다.